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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09 (금)

호텔&리조트

[HR Review Issue] 코로나19 벼랑 끝의 비정규직, 고용유지보다 중요한 그들의 입지 조망하다 - ①


코로나19의 충격에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넋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에어백 역할을 하고 있는 고용유지지원금도 정규직이 아니라 다른 세상 얘기다. 국제노동기구(ILO) 조사에 따르면 2018년 기준 한국의 비정규 근로자 비율은 31.5%에 달하고, 이중 서비스부문의 비정규직 비율이 30.7%로 산업부문 24.3%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호텔업계 비정규직 근로자들도 예외 없이 거리로 나앉았다. 호텔의 인력 아웃소싱, 외주화 범위가 넓어지며 하청업체에 소속된 호텔 근로자들에게 해고나 무급휴직을 강요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호텔은 갈수록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고, 고용의 불안정성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는 곳 중 하나다. 이에 지난 4월 29일에 진행된 ‘코로나19 극복 고용유지 현장 간담회’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방문, 호텔업계의 코로나19 위기극복의 전제로 고용유지를 독려했다. 그러나 지금은 비정규직의 고용유지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 지난 간담회를 통해 상생과 연대를 강조했지만 그동안 호텔은 비정규직 고용에 대한 이슈로 꾸준히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에 지난 <호텔앤레스토랑> 지면에서 다뤘던 비정규직 이슈들을 돌아보며, 코로나19로 고용 관련 각종 지원책들이 제공되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사각지대로 몰리고 있는 호텔업계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걸어온 길을 다시 한 번 되짚어봤다.



IMF, 고용조정의 서막이 되다
비정규직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열병처럼 번진 IMF 이후다. 1997년,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했던 전례 없는 외환위기 사태에 휘말리며 직전까지 ‘新경제’를 내세워 고공행진을 달리던 경제가 약 1700억 달러라는 막대한 외채를 짊어지게 됐다. 나라 경제가 주저앉으면서 사회적, 경제적으로 막대한 후유증이 있었다. 물론 호텔업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고용조정’이라는 미명 아래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호텔을 떠나는 호텔리어들이 늘어난 것이다.


호텔맨들은 살아남기 위해 맡은 업무는 물론 그 이상의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각오로 자리 지키기에 여념이 없고 사업주 측은 고용조정이라는 대명제 하에 그동안 걸림돌이 된 직원들의 퇴출 문제로 고심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자 그동안 연례행사처럼 치러지던 단체협약이나 임금협상의 홍역은 거의 없어졌다. IMF 이전 칼자루를 쥔 쪽이 노조들이었다면 지금은 사업주가 칼자루를 쥐고 있는 형편이다. 회사의 견인차인 부서장급들도 예외는 없다. 이들도 줄줄이 명예퇴직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호텔을 떠나갔다.
-1998년 7월호 ‘있자니 치사하고 나가자니 막막하고, 국내호텔 고용조정 실태와 문제점’ 中


당시 호텔업계에서 감행한 IMF 극복방안 중 최우선적이었던 것이 고용조정, 즉 인원 감축이었다. 고용조정 방법은 크게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인원 감축이고 하나는 임금삭감이다. 직접적으로 인원을 축소시키는 것이 부담스러운 노조 직원이나 정규직의 경우 전 종사원들이 고통을 분담한다는 취지에서 고용조정으로 얻는 경비 절감만큼 인건비를 삭감한 것이다. 이때 정규직은 노동법상 보호를 받았지만 전혀 그렇지 못한 임시직과 계약직은 그야말로 매일 살얼음판 속에서 언제 잘릴지 모르는 목을 안간힘으로 붙들고 있었다. 아르바이트생과 용역직, 그리고 계약직을 채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저렴한 인건비였지만, 저렴한 인건비보다 인원과 경비자체를 줄여야 하는 상황에 사측은 비교적 잡음 없는 해결책이라고 판단, 기존의 직원과 재계약하지 않거나 아예 고용 자체를 하지 않는 방향으로 인원 감축이 이뤄졌다.


한 호텔 인사담당자는 “특히 외주용역과 같은 경우에는 업체가 10~15%의 수수료를 떼 가기 때문에 호텔은 최저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지불하는데도 용역 인원들이 받는 돈은 그보다 못한 경우가 많다. 극명한 비·성수기로 인력 수급이 불규칙적인 업종 특성상 용역업체를 활용하긴 해도 실상은 들어가는 임금에 비해 기능 성숙도가 높지 않은 이들이 대부분”이라면서 “지금보다 노동조합의 파워가 막강했을 당시는 노조 문제와 법적인 문제 등이 얽혀 정규직을 내보낼 수는 없었고, 직원 인건비가 손익의 주요 부분이다 보니 아무래도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기능적인 면에서 부족하다고 여겼던 터라 여러모로 고용조정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관광산업 발전과 실업문제 해소 위해
‘인턴’이라는 비정규직 카테고리 추가
임시직, 계약직, 일용직, 용역, 파트타이머….
그렇지 않아도 혼란스럽기만 한 비정규직 카테고리에 ‘인턴’이 들어왔다. 1999년 6월 문화관광부가 ‘관광호텔업 관련규정 개정 및 지원대책’의 일환으로 실시한 호텔 인턴사원제도 때문이다.


제도의 시행은 당초 관광숙박업계에 유능한 인재를 영입해 관광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고, 사회적인 실업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실시됐다. 정부는 실업대책예산 33억 원을 관광호텔 인턴사원 채용에 따른 인건비 및 교육비로 지원, 1성급(현 3성급) 이상 376개 관광호텔에서 총 980명의 인턴 사원을 뽑아 6개월간 현장 근무하도록 교육비를 호텔에 지급했다. 사업에 참여하는 관광호텔은 인턴 사원의 6개월 근무 이후 1년 이상 채용을 보장하는 호텔로 선정했다. 이로 인해 서울시내 특급호텔의 경우 적게는 3명에서 많게는 21명까지 인턴 사원을 배정 받아 실무에 배치시켰다. 그러나 당시 한 특급호텔의 노조간부는 “IMF 이후 구조조정으로 줄어든 인원에 대해 경기가 풀리기 시작하며 인원을 보강하는 호텔에서는 정규직원보다 비용 절감이 가능한 아르바이트나 임시계약직 위주의 채용을 하고 있다. 처음에 시작할 때는 모든 호텔이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약속하지만 실제로 정규직원으로 이어지는 인원은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덧붙여 “이런 상황에 인턴 사원까지 배정하게 됨으로써 그들도 똑같은 길을 걷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호텔업계와 사전 조율 없이 시작된 인턴채용사업은 설명부족과 시기상 부적절, 비전공자의 지원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면서 본래 호텔 실습의 취지를 벗어나 정규직 전환을 빌미로 한 또 한 가지의 비정규직 카테고리를 추가했다. 실제로 2013년, 국내 대기업 특급호텔이 인턴사원이 2년의 계약기간을 끝으로 정규직 전환 직전에 ‘일회용’처럼 대부분 내쳐진다는 기사가 일파만파 퍼지면서 파장이 일기도 했다. 당시 해당 호텔의 인턴사원 정규직 전환비율은 20%까지 떨어진 상태였다고.



호텔업계 노조, 고용안정 협상 요구했지만…


올 노사갈등은 다른 어느 해보다 강한 태풍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IMF 이후 내리막길을 걷던 경기가 눈에 띄게 회복되고 호텔 수입이 증가하자 노조 측은 IMF 동안 희생한 대가를 요구하는 등 올 임금협상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98년에 이은 2년여의 일방적인 양보교섭에 따라 더 이상 양보와 희생은 생계위협으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노조 측은 지난 2년여 동안 희생한 대가를 보상받아야 한다는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호텔업은 타 업종과 달리 IMF 때도 오히려 매출이 증가했다. 원화 하락, 달러 상승으로 외국인 관광객 및 비즈니스 차 국내 방문이 늘어 호텔로 달러가 유입된 것. 그러나 호텔 수익이 상승했음에도 당시 사회 분위기상 고통분담 차원에서 종사원들은 일방적으로 임금 및 구조조정에 희생당해야 했다고 노조 측은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노조 측은 타 업종보다 할 말이 많고 그에 따른 보상요구가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 2000년 6월호 ‘호텔업계, 노조 “IMF로 노동조건 악화”, 사용자 “경기회복 안됐다” 시각차 커’ 中


97년 말 IMF로 허리띠를 졸라맨 호텔들. 이로 인해 중견간부와 계약직 사원들의 인원 감축, 상여금 반납, 임금동결에 기타수당 등을 양보한 채 그나마 살아남은 근로자들은 고용 조정된 업장의 일까지 도맡았다. 지금과 다르게 노동조합의 목소리가 컸던 시기인 만큼 당시 노조는 호텔의 호황으로 시장이 안정되자 인금 양보분의 원상회복을 비롯, 여러 가지 현안을 제시했는데 그중 하나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건 보호’였다.


IMF 이후 호텔들은 전체 인원 대비 정규직 사원의 수를 줄이고 비정규직 사원수를 늘리는 고용정책을 추진했다. 이에 지난 98년과 99년의 서울 시내 특급호텔의 종사원현황을 분석해보면, 정규직이 98년 8709명에서 99년에는 8019명으로 690명이 줄었다. 반면 비정규직 인원은 98년 1486명에서 99년 2854명으로 총 1368명이 늘어 전년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당시 노조의 요구에 사업자 측은 정규직 사원이 비정규직 사원보다 감소하고 있는 것에 대해 선진 해외호텔들은 인력비의 탄력성과 효율성을 위해 50%정도를 용역으로 대체,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해외 호텔은 팁 제도가 안착돼 있어 비정규직이 많은 게 당연한 것으로 국내와 일직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이후 협상이 순탄치 않자 서울 롯데호텔, 힐튼호텔, 스위스 그랜드 호텔 노조원이 장기 파업에 들어가 호텔이 파행적으로 운영되기도 했다. 이때 파업으로 롯데호텔은 평소 85% 수준인 호텔 투숙률이 40%대로 떨어지고, 투숙객이 줄어 면세점 매출액은 평소의 80%도 못 미치는 상황을 맞이하기도 했다. 당시 기사에 따르면 호텔 노조원 1000여 명이 빠져나가는 바람에 파업 이후 매출 손실이 약 450억 원, 순손실이 120억 원에 달했다고. 경찰까지 동원될 정도로 노사 간의 팽팽한 접점이 있었던 파업은 결국 힐튼호텔이 42일 만에 △봉사료 잉여지분 지분 △연봉계약직에 대한 인사 상 불이익 조치 철회 △노조가입대상 연봉직, 대리급까지 확대 등의 협상안을 타결, 롯데호텔은 파업 74일 만에 △회사 측의 파업 참가 조합원에 대한 징계 최소화 △임금 10% 인상 △3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직원의 경우 4년차 근무 개시일부터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 합의했다. 그러나 이는 사측의 파업 장기화에 따른 궁여지책으로 사실상 비정규직의 근본적 문제인 고용안정성과 근로처우 개선에 대한 알맹이는 쏙 빠진 합의였다는 아쉬움을 남겼다.



내일 코로나19 벼랑 끝의 비정규직,

고용유지보다 중요한 그들의 입지 조망하다 - ②가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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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벼랑 끝의 비정규직, 고용유지보다 중요한 그들의 입지 조망하다 -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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