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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8 (목)

남기엽

[남기엽 변호사의 Labor Law Note #9] 레스토랑 제공 수돗물, 반찬재사용 - 왜 법적 문제없을까

 

 

레몬물의 현실


레스토랑에서 레몬물을 자주 본다. 우리는 흔히들 투명한 용기 안에 담긴 레몬슬라이스가 피부의 노화를 방지하고, 면역력을 향상시켜 준다고 믿는다. 까닭은 “레몬물의 항산화 작용이 체내의 자유기(Free Radical) 손상을 막아주고 비타민C가 아미노산의 교원질 합성을 도와 주름을 방지하기 때문”이라고 구체적으로 알고 마시는 사람은 없지만 아무튼 좋다고 하니 좋을 것 같다. 


그런데 보통 레몬슬라이스, 뿌리는 가니시 등 보기 좋지만 섬세한 컨트롤이 필요한 식재료는 보통 셰프 혹은 바텐더가 직접 핸들링한다. 맨손으로 다룬다는 뜻이다. 과연 저 손은 깨끗할까. 깨끗하다 믿는 것 외에 달리 고객에게 방법은 없다. 분명 아까 핸드폰을 만졌고, 어딘가 다녀온 것 같은데 그 손으로 과일을 잘라 넣어도 깨끗하다 믿는다.


그런데 실제 조사한 결과 레몬물은 매우 더럽다. 21개 레스토랑을 조사한 미국 환경위생저널 연구결과에 따르면 레몬슬라이스의 70%에 박테리아, 바이러스 및 각종 질병을 유발하는 대장균이 포함돼 있었다. 10개 레스토랑을 조사한 ABC 방송 조사에 따르면 심지어 슬라이스 조각 절반 이상에서 종업원이 화장실을 다녀온 뒤 씻지 않고 만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위 연구는 말미에 “레몬슬라이스가 걱정된다면 직원에게 레몬이 없는 물을 달라고 요청하라.”고 충고한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옛 경구는 이 대목에서 힘을 발휘한다.

 

수돗물, 모르는 게 약


괜히 부담스러운 고급 분위기의 레스토랑에 가면 잘 차려입은 종업원이 나와 “(에비앙 등의) 스틸 워터를 드실 것인지 (산펠레그리노 등의) 스파클링 워터를 드실 것인지” 물어본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과금할 것을 알기에 기왕이면 스파클링 워터를 주문하는 것이지만 내공 깊은 이들은 “그냥 (무료인) 정수물을 달라.”고 하기도 한다. 이때 제공되는 물은 수돗물이다. 적어도 끓여먹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인식과 달리 수돗물은 고급 레스토랑에서도 고객에게 제공 가능하다. 먹는물관리법 제3조는 수돗물을 “먹는물”로 정의한다(실제로 이런 법이 있다).

 

먹는물관리법
제3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먹는물”이란 먹는 데에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자연 상태의 물, 자연 상태의 물을 먹기에 적합하도록 처리한 수돗물, 먹는샘물, 
먹는염지하수(鹽地下水), 먹는해양심층수(海洋深層水) 등을 말한다.


식품위생법 역시 식품접객업 등을 하는 자가 영업의 위생관리와 질서유지, 국민의 보건위생 증진을 위해 지켜야할 사항을 규정하는데 식품위생법 제44조 제1항 제4호는 “수돗물이 아닌 지하수 등을 먹는 물 또는 식품의 조리ㆍ세척 등에 사용하는 경우에는 「먹는물관리법」 제43조에 따른 먹는물 수질검사기관에서 총리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검사를 받아 마시기에 적합하다고 인정된 물을 사용할 것”을 규정한다. 즉 수돗물은 사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먹는물관리법
제44조(영업자 등의 준수사항) ① 식품접객업 등 영업을 하는 자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영업자와 그 종업원은 영업의 위생관리와 질서유지, 국민의 보건위생 증진을 위하여 영업의 종류에 따라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사항을 지켜야 한다.
4. 수돗물이 아닌 지하수 등을 먹는 물 또는 식품의 조리·세척 등에 사용하는 경우에는 「먹는물관리법」 제43조에 따른 먹는물 수질검사기관에서 총리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검사를 받아 마시기에 적합하다고 인정된 물을 사용할 것. 다만, 둘 이상의 업소가 같은 건물에서 같은 수원(水源)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하나의 업소에 대한 시험결과로 나머지 업소에 대한 검사를 갈음할 수 있다.

 

하지만 수돗물은 각 가정까지 공급되는 과정에서 번식할 수 있는 일반세균 및 대장균을 살균하기 위해 염소가 담기고 민감한 사람은 염소 냄새 때문에 마실 수 없다. 세계보건기구 기준으로 잔류엽소 0.2ppm 이하라면 문제없이 마실 수 있다고는 하나 이게 싫다면 다른 물을 시켜야 한다. 

 

 

 

상추의 재사용, 아는 것이 힘


어느 식당에서 손님이 남긴 반찬들을 재사용하기 위해 아이스박스에 보관했던 사실이 언론에 보도돼 큰 충격을 안겼다. 이와 같이 양파, 당근, 김치 등을 재사용하면 영업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고 식품위생법에 따라 형사처벌된다.


그런데 반찬 재사용은 당연히 안 될 것 같지만 호텔 및 고급레스토랑조차 씻은 뒤 반찬들을 재사용할 수 있고 이는 법으로 보장된다. 상추, 포도, 방울토마토, 통마늘, 야채·과일류는 세척만 하면 다른 테이블에 갔다가 내 앞으로 올 수 있는 것. 여기에는 다른 종류의 논쟁을 불러일으킨 깻잎도 포함된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옛 경구는 이 대목에서 힘을 발휘한다(식품의약안전처 제공 음식물 재사용 가이드라인은 아래 표와 같다).

 

<음식물 재사용 기준> (식품의약품 안전처, 2019)
● ‌식품접객업자는 손님에게 진열·제공되었던 음식물을 다시 사용하거나 조리하거나 또는 보관하는 등 재사용할 수 없음.
‌- ‌다만, 위생과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되는 식품으로 위생적으로 취급하면서 다음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재사용할 수 있음.
① 조리 및 양념 등의 혼합과정을 거치지 않은 식품으로서, 별도의 처리 없이 세척하여 재사용하는 경우
상추, 깻잎, 통고추, 통마늘, 방울토마토, 포도, 금귤 등 야채·과일류
② ‌외피가 있는 식품으로서, 껍질 채 원형이 보존되어 있어 기타 이물질과 직접적으로 접촉하지 않는 경우
바나나, 귤, 리치 등 과일류, 땅콩, 호두 등 견과류
③ 건조된 가공식품으로서, 손님이 먹을 만큼 덜어먹을 수 있도록 진열·제공하는 경우
바나나, 귤, 리치 등 과일류, 땅콩, 호두 등 견과류
④ ‌뚝배기, 트레이 등과 같은 뚜껑이 있는 용기에 집게 등을 제공하여 손님이 먹을 만큼 덜어먹을 수 있도록 진열·제공하는 경우
소금, 향신료, 후춧가루 등의 양념류, 배추김치 등 김치류, 밥
(보온밥솥을 통해 덜어먹을 수 있도록 제공하는 경우에 한함)

 

재사용이 법으로 보장되지만 근본적인 의문은 다시 위 ’레몬물‘로 되돌아간다. 과연 한 번 식탁에 올랐던 저 반찬들은 제대로 세척되는 걸까. 위생으로부터 안전한가. 뭐가 튀거나 묻지는 않았을지, 씻는다 해도 그냥 물로 한 번 슥 씻거나 그마저도 안 하는 것은 아닐지 검수가 필요하지만 이는 바쁜 식약처가 그것까지 컨트롤할 수는 없다. 업주의 핸들링에 맡길 수밖에. 


올바른 세척은 쌈을 재사용할 때 과산화수소, 차아염소산나트륨, 오존수 등의 식품용 살균제를 사용해 씻는 것이지만 다들 이정도 여유가 있다면 앞서 언급한 레몬물 이슈는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아는 것이 힘이긴 하지만 모르는 게 약인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소비자는 알면서도 적당히 모른 척하는 칼끝 위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레스토랑 제공 수돗물, 반찬재사용, 기준만 충족하면 법적 문제없다. 

 

사족. 물론 재사용 음식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도 정작 세척 소독법은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은 현행 식품위생법 및 동법 시행규칙은 문제가 있으니 개정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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