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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9 (금)

호텔&리조트

[Hotel Spot] 호텔 로비, 더욱 자유로운 공간으로 발돋움하다

전통적인 로비의 기능성 떠나 고객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돼야 

 

호텔 로비는 고객을 맞이하는 첫 번째 공간이자 첫인상을 결정하는 장소다. 전통적으로 로비에는 체크인과 체크아웃을 진행할 수 있는 리셉션 및 담소를 나눌 수 있는 라운지가 위치해 있었고, 대부분 호텔 1층에 자리 잡았다. 그러다 점차 리셉션 외에도 외부업장, F&B 업장의 다양성 증대, 호텔의 굿즈 판매 데스크 등 여러 이벤트가 존재하는 공간이 됐고, 일부 호텔은 바깥의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고층에 로비를 비치하는 경우도 생겼다. 특히 다수의 특급호텔에서 관찰되는 고급화 전략 대신 친근한 콘셉트와 트렌디함을 추구하는 호텔일 경우 첫인상을 결정 짓는 로비를 여러 가지로 꾸며볼 수 있는 가운데, 이번 지면에서는 호텔 로비 공간의 다양성과 변화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호텔에 느끼는

첫인상을 결정하는 공간

 

한 호텔의 로비를 떠올려 보자. 친절한 호텔리어의 안내를 받아 호텔에 입성하면 한쪽에는 리셉션이 위치해 있고, 고객들이 줄을 서서 체크인을 기다리고 있다. 측면에는 간단한 식사와 음료를 즐길 수 있는 라운지가 보이고, 다른 곳에는 호텔에 입점한 럭셔리한 외부 브랜드가 있다. 이것이 보통 생각할 수 있는 호텔 로비다. 로비는 고객에게 브랜드의 첫인상을 감각적으로 알릴 수 있는 곳이기에 미적인 측면과 리셉션처럼 기능적인 측면, 서비스적인 측면을 모두 살려야 하는 공간의 정수다. 때문에 호텔의 로비 건축 시에는 다른 공간보다 디테일한 요소가 고려되는 편이다. 간삼건축의 이효상 상무(이하 이 상무)는 “호텔 로비는 ‘Welcome Space’ 공간이라고 칭한다. 리셉션과 같은 기능적 요소뿐만 아니라, 주어진 면적에서 여러 환경을 고려해 가장 최적화된 공간으로 만드는 곳”이라고 설명하면서 “예컨대 경관이 좋다면 로비에서 경관을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등 최선을 다하는 공간일 수밖에 없다.”라고 귀뜸했다. 

 

폴라리스 어드바이저의 한이경 대표가 쓴 <호텔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을 읽어보면, 모든 호텔 로비의 궁극적인 목표는 ‘각자의 방식으로 고객을 맞이하고 환영하되, 일상적이지 않은 공간 경험의 시작일 것’이라고 쓰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즉, 브랜드를 잘 보일 수 있는 공간임과 동시에 이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차별화를 둬야하는 것. 이어 공간을 통해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 등 오감을 만족시키는 요소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브랜드의 콘셉트가 살아 있는 공간 구성은 고객에게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시각’적인 측면에 해당한다. 워커힐 더글라스 하우스는 ‘나를 위한 휴식처’라는 슬로건 하에 자연 그대로의 편안함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조용한 숲 속의 별장이라는 콘셉트답게 로비 안에 들어서면 다른 호텔 로비와 달리 층고가 낮고, 모닥불 모양의 구조물 앞에 따뜻한 색상의 푹신한 의자가 놓여있다. 바깥으로 숲과 한강이 보이는 발코니도 빠질 수 없다. 로비부터 별장에 놀러온 것과 같이 평온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호텔의 음악 선곡에 해당하는 ‘청각’적인 요소도 돋보인다. 호텔의 음악은 1920년에 적막한 공간을 채우기 위해 연주된 가벼운 멜로디 곡으로부터 시작했지만, 지금은 각 브랜드를 잘 설명할 수 있는 개성적인 음악을 선정하고 있다. 목시 바이 메리어트 서울 인사동은 젊은 층을 주요 고객으로 타깃팅해 입구에 있는 그래피티 디자인처럼 마치 클럽에 온 듯한 힙한 음악을 주로 선곡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고 있다. 

 

한편 로비에서 느낄 수 있는 ‘촉각’은 글로만 읽었을 때 다소 상상하기 어려운 영역에 속할 것이다. <호텔에 관한 거의 모든 것>에 따르면 고객이 만지는 모든 것이 촉감에 속한다고 한다. 호텔의 손잡이와 찻잔, 테이블, 소파 등이 그것이다. 중국의 심천과 북경, 긴자에 위치한 무지호텔의 로비는 중국의 오래된 가옥에서 가져온 기둥재와 벽재, 조각을 사용해 다시 이어 붙여 벽면으로 활용하고 있다. 100년 전에 깔린 도쿄의 전철 길의 돌, 배에서 떨어져 나온 폐재를 활용하는 등 목재와 돌, 흙을 중심으로 호텔을 구성한 것. 호텔의 명함 또한 나무 트레이에 담겨 있어 전반적으로 나무와 나무의 촉감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이러한 재활용, 오가닉한 촉감을 살린 디자인은 무지호텔의 전신인 무인양품의 철학, ‘상표 없이 좋은 제품’이라는 특징을 나타내는 결과기도 하다. 

 

더불어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제한 됐지만 체크인을 앞둔 고객에  내어주는 웰컴푸드 및 음료로 ‘미각’을 즐길 수 있다. 특히 동남아 지역의 호텔에 체크인을 할 때 호텔리어가 내어주는 그 지역의 과일로 만든 주스가 대표적이다. 호텔의 시그니처 향을 통해 ‘후각’으로 호텔을 느껴볼 수도 있다. 롯데호텔은 시그니엘과 소공동 롯데호텔 등에 롯데호텔 시그니처 향수인 ‘워크 인 더 우드’ 향수를 개발해 사용 중이다. 앞서 말했듯이 호텔 로비는 호텔이 추구하는 콘셉트의 첫인상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호텔의 로비는 고객과의 인상 깊은 첫인사를 나누기 위해 매력적인 인테리어와 여러 감각으로 무장해 나가고 있다.

 

호텔 로비의 변화는 무죄

 

그렇다면 호텔의 로비는 어떻게 변해왔을까. 호텔 로비는 그동안 서비스적인 측면을 강조해왔다. 리셉션에서 체크인 절차를 걸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로비에 주로 위치해 있는 라운지를 보면 더욱 그렇다. 과거 <호텔앤레스토랑>의 호텔 인터컨티넨탈의 로비라운지를 소개한 기사를 살펴보면, 유니폼과 서비스 측면을 조망한 것이 눈에 띈다. ‘부드러운 서비스의 도심 속 휴식 공간’이라는 구절은 식음료를 접할 수 있는 로비라운지의 서비스적인 측면을 재차 환기시킨다. 이때만 해도 로비의 구성은 체크인과 체크아웃을 하는 리셉션, 차와 디저트가 준비된 로비 라운지로 나눠져 조용히 담소를 나누는 고객들이 이용하거나, 체크인을 기다리는 고객이 잠깐 왔다 사라지는 공간이었다.

이러한 호텔 로비가 사교의 장이 된 것은 혜성처럼 나타난 호텔업계의 레전드, ‘이안 슈레거’가 만들어낸 ‘부티크 호텔’ 덕분이다. 

 

기존에는 화려하면서 차분한 느낌의 호텔을 키치하면서도 세련된 이미지로 일궈낸 것. 나이트클럽 비즈니스의 대가로 명성을 얻은 그는 뉴욕에 ‘로열튼 호텔’과 ‘파라마운트 호텔’ 등 다수의 호텔을 차례대로 설립한다. 로비에 무대 세트에서나 볼 수 있던 조명 디자인을 도입하고 호텔과 나이트클럽의 하이브리드를 시도한 셈이다. 고객들은 로비를 ‘사교의 장’으로 이용하기 시작했으며, 이후로 다른 호텔도 너나할 것 없이 호텔을 사교의 장으로 만드는 데 주력하는데 다다랐다. 호텔 로비에서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사교모임을 갖는 것은 이러한 이유가 한몫을 하는 것이다.

 

현재는 그 의미가 더 확대돼 더욱 많은 업장이 호텔 로비를 장식하고 있다. 홍대에 위치한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은 기존에 로비라고 생각한 1층에 ‘웍스 아웃 플래그십 스토어’를 비치했다. 스토어에는 칼하트, 나이키 등 MZ세대가 선호하는 브랜드가 입점 돼 있으며 가끔은 타 브랜드의 팝업스토어로 유연하게 이용되기도 한다. 또한 편하게 들릴 만한 카페 등 F&B 업장을 들였고, 오히려 3층 공간에 리셉션을 조그맣게 만들어뒀다. 어떻게 보면 3층이 기존에 알던 로비다. 리셉션보다 더 큰 것은 다양한 종류의 책들이 비치된 디자인 라이브러리다. 이곳에서는 편하게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다.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 관계자는 “젊은 유동인구가 많은 홍대의 지역적인 특성을 고려해 운동화 브랜드 매장을 입점 시켰다.”면서 “호텔은 비싸고 어려운 공간이라는 인식을 깨고 자주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이 상무는 “호텔 로비는 서비스를 응대하는 장소였기 때문에 정확한 매뉴얼이 존재했지만 이제는 구성을 허물고 있는 추세”라고 이야기하며 “방문하는 고객의 빈도를 높여 수익 증대를 해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구조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렇듯 호텔의 로비는 체크인을 기다리고 때로는 조용히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에서, 때로는 사교 모임의 장으로 이용되기도 하고, 현재는 1층에 비치됐던 로비를 다른 층으로 옮기고 고유 서비스 기능이었던 리셉션은 다른 층에 작게 배정함으로써 다양한 변화의 길을 도모하고 있다. 

 

 

로비, 1층은 작게

고층에서 시작돼 

 

전통적으로 호텔 로비는 1층에 위치했다. 그러나 복합건축물에 위치한 호텔이 많아졌을 뿐만 아니라, 주변의 뷰를 활용하기 위해 1층에는 작은 데스크만을 놓고 뷰를 누릴 수 있는 고층에 로비를 두는 호텔들이 생겨났다. 홀리데이 인 인천 송도는 인천대교를 한눈에 내다볼 수 있는 시원한 뷰가 강점인 호텔이다. 호텔을 개장할 당시, 마이클 윌슨 총지배인은 “호텔의 진면목을 한눈에 느낄 수 있도록 최고의 뷰 포인트인 고층에 컨시어지나 프런트, 로비 라운지를 설치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더불어 복합건축물에 자리한 호텔들은 호텔 외의 층에 자리한 업장들과의 연결성을 주기 위해 로비를 고층으로 올리는 경우도 있다. 잠실 롯데타워에 위치한 시그니엘 서울은 79층에 로비가 들어섰다. 수만 가지의 볼거리가 가득한 롯데타워를 즐기다가 자연스레 호텔로 올라올 수 있게 하는 것. 이에 호스피탈리티 공간을 전문적으로 디자인 하는 스튜디오 익센트릭의 김석훈 대표(이하 김 대표)는 “요즘은 호텔의 공간뿐만 아니라 오피스가 끼어들거나 다양한 브랜드가 입점하는 등 중간층에 다른 프로그램이 들어오는 것이 추세”라고 이야기하면서 “1층에 로비를 두면 호텔의 연결성이 끊어지기 때문에 고층으로 올리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영등포 타임스퀘어 건물에 위치한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의 로비 또한 1층의 웰컴 로비를 거쳐 5층에 리셉션이 자리했다. 2010년 당시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의 홍보담당자는 “호텔이 타임스퀘어 쇼핑몰 내부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투숙객들이 백화점, 영화관, 레스토랑 등의 편의시설을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5층에 로비를 설치했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고층 로비는 주변의 뷰를 활용할 수 있는 호텔과 더불어 복합문화공간에 위치한 호텔들에 장점으로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된다.

 

 

자체 상품 판매, 콘셉트 전시, 포토존

복합문화공간이 돼 가는 로비

 

복합건축물에 위치해 로비가 고층에 자리했을 뿐만 아니라, 아예 호텔 로비가 복합문화공간이 되는 경우도 있다.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라이프 스타일 호텔 포코에서는 리셉션 외에도 모기업인 코오롱LSl의 데일리 웨어 브랜드 에스로우 매장, 반려동물을 위한 용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핫플레이스’가 많은 성수동에 위치한 호텔인 만큼 주변 상권과 융합될 수 있도록 호텔을 하나의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든 것. 에스로우 매장 안에는 카페도 갖춰 투숙객뿐만 아니라 성수동을 방문한 이들이 즐길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이 상무는 “꼭 투숙객이 아니더라도 로컬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면서 “호텔을 향유하는 세대가 MZ세대로 변화하면서 호텔을 즐기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로비를 하나의 부대시설 같이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F&B 및 패션숍 등 플래그십 스토어를 1층에 포진시키면서 리셉션이나 출입구를 조그맣게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의 호텔 로비는 곧 호텔의 컬러를 입히는 작업이 되기도 한다.”고 일컬었다. 

 

그런 의미에서 호텔의 로비는 또 하나의 콘텐츠 전시장이 돼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기도 한다. 호텔28 명동은 과거 문화인과 예술인들이 모여 영감을 나누던 명동의 옛 모습을 돼 찾기 위해 만들어진 부티크 호텔로, 원로 영화배우 신영균 씨의 아들 한주홀딩스코리아 신언식 회장이 세운 곳이다. 신언식 회장은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중심지인 명동의 지역적 특색과 어우러진 한류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녹여냄으로써 명동을 대표할 수 있는 차별화된 복합문화 공간으로서 가능성을 열어주고자 한다.”고 소개한 바 있다. 부친인 신영균 명예회장를 기리고자 영화를 테마로 삼은 이 호텔은 1층에는 영화 소품과 함께 컨시어지 데스크가 위치해 있고, 엘레베이터를 타고 6층으로 올라가야 리셉션이 보인다. 로비는 영사기 등 영화와 관련한 인테리어로 구성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고객은 1층에서부터 호텔의 영화 콘셉트를 느낄 수 있고, 리셉션과 라운지를 이용하면서도 옛 영화의 추억이나 요즘 트렌드인 레트로 감성을 즐기게 된다.

 

한편 쉬우면서도 어려운 분야도 있다. 바로 로비를 ‘포토스팟’으로 기능케 하는 것. 실제로 호텔신라의 로비에 설치돼 있는 박선기의 샹들리에형 조각 ‘An Aggregation 130121’은 늘상 고객들이 사진을 찍는 포토스팟이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 신라호텔을 검색했을 때 대체적으로 나오는 사진 또한 이 조각의 밑에서 포즈를 취한 고객들의 전신사진이다. 더불어  크리스마스 등 연말이 닥치면 ‘크리스마스 케이크 특수’ 뿐만 아니라 바야흐로 ‘로비 특수’가 시작된다. 꽃과 여러 장신구로 휩싸인 거대한 트리 앞에서 줄지어 사진 찍는 고객들의 SNS를 통해, 대외적인 로비 마케팅을 따로 진행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포토스팟이 되면서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이에 그랜드 하얏트 서울 홍민아 주임은 “11월 중순부터 12월 말까지 시그니처 크리스마스트리를 로비에 두고 있다. 오시는 고객들마다 꼭 한번씩 사진을 찍는 편”이라고 이야기하면서 “꼭 호텔에 숙박하지 않더라도 트리 앞에서 사진을 찍으러 방문하시거나, 찍은 후 델리에 들러 디저트나 와인을 구매하는 고객들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숙박이 아니라 호텔 자체가 목적이 되는 데스티네이션 호텔로도 기능하면서, 이러한 로비의 포토스팟으로서의 역할은 호텔의 체류시간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고 있는 셈이다.

 

갤러리로, 교류의 장으로

로비를 바꾸는 외국 호텔들

 

그렇다면 외국은 로비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우선 미국 시애틀에서 탄생한 ACE 호텔도 빼놓을 수 없다. 오래된 사회 복귀 훈련 시설에서 재탄생한 ACE 호텔은, 로비에서 무선인터넷 사용이 가능하고 투숙객과 더불어 로컬 주민들이 모여 앉아 커피를 마시고, 개인 업무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지점마다 모이는 사람들이 다르지만, 뉴욕 ACE 호텔은 스타트업의 CEO, 영화계 종사자, 베스트셀러 작가, 패션계의 사람들이 작업실 겸 만남의 장소로 활용하고 있는 사랑방이다. 낮에는 다소 조용한 미팅룸, 저녁이면 힙한 클럽으로 변신하는 ACE 호텔의 로비는 지금도 여러 호텔의 로비 활용에 인사이트를 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ACE 호텔은 지금도 많이 회자되는 곳이다. 그렇게 활발하게 로비 활용이 되는 곳도 많이 없을 것”이라고 일컬으며 “호텔에 묵지 않더라도 ‘놀러갈 수 있는 공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 등 로컬 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간화 시키는 것이 로비의 또 다른 성격이라고 본다.”라고 귀띔했다.

 

 

또한 베이징에 있는 부티크 호텔인 디 어포짓 하우스에서는 로비를 하나의 갤러리로 활용하고 있다. 1층에서 번갈아 가며 유명 작품전을 열고 있으며, 로비에 두는 대부분의 기물이 비유로서가 아닌 말 그대로 ‘예술 작품’이다. 앉아서 작품 구경을 하고 있으면 직원이 다가와 체크인을 돕는다. 베이징을 찾는 관객들에게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호텔이며, 국내에서는 다수의 연예인들이 묵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더불어 홋카이도 자보린 료칸은 주변 환경의 장점을 100% 끌어올린 로비를 자랑하고 있다. 홋카이도는 일본에서도 ‘눈의 고장’으로 유명하며, 자보린 료칸은 이러한 특수성을 살려 로비 한 층을 통유리창으로 만들어 이곳을 방문한 이들에게 압도적인 뷰를 선사한다. 이 통유리창 덕분에 설경을 즐기러 오는 고객들도 많지만, 사계절을 모던한 공간에서 즐기고 싶은 고객들로 늘 북적이는 럭셔리 료칸이다. <호텔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의 한 단락에는 “건축적 언어로 캡처된 듯한 자연 환경을 누리는 것이 각별하다.”라고 쓰여 있기도 하다.

 

이렇듯 외국에서는 로비의 기능을 더욱 확대해 투숙객뿐만 아니라 로컬 주민들이 활용할 수 있는 사교의 장소,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는 로비 및 로비 공간의 갤러리화 등 다양한 공간화를 진행하면서,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중임을 확인해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로비에 대한 인식 변화

 

그동안 호텔 로비는 서비스적인 측면을 강조해왔다. 리셉션에서 체크인 절차를 걸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로비에 주로 위치해 있는 라운지를 보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했던 것과 같이, 호텔의 리셉션 등 전통적인 서비스 기능은 약해지고 있고 로컬 주민 또한 참여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의 다변화가 눈에 띈다. 환대를 넘어 고객으로 하여금 다양한 경험을 즐길 수 있게 만드는 업장이 들어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몬드리안 호텔 이태원의 리셉션은 2층에 위치해 있다. 복합건축물에 위치하지 않은 호텔로서는 이례적이다. 대신 1층은 커피나 차, 칵테일을 마실 수 있는 F&B 공간뿐만 아니라 사진을 찍기 좋은 포토스팟이 돋보이며, 반대편에는 외부업장인 커피빈이 들어와 있다. 2층의 리셉션 또한 몬드리안 호텔 이태원을 찾은 고객을 위한 공용공간이 넓게 위치해 있어 호텔에 숙박하는 고객들 외에도다양한 이들이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이 상무는 “최근에는 리셉션 층을 조정하거나, 잘 보이지 않게 하는 것도 하나의 기능으로 작용한다.”라고 설명하면서 “로비라는 개념을 넘어 네트워크 장이 됐고, 이제는 로컬 주민들의 만남의 장소가 될 수 있는 지도 중요해졌다.”라고 귀띔했다. 로비의 경계를 흐리는 방법으로 호텔을 구성하게 된 것. 

 

뉴욕 5번가에 위치한 안다즈 5th 애비뉴 콘셉트 바이 하얏트는 그러한 의미를 더욱 확장한다. 로비에 아예 리셉션이 위치해 있지 않은 것. 엘리베이터 앞에 있는 조형물 밑에 체크인을 할 수 있는 모니터가 있고 호텔리어들은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상무는 “호텔리어의 장소가 구획돼 있지 않고 자유롭게 고객을 접객하는 게 인상 깊었다.”라고 이야기하면서 “서비스를 위해 만들었던 리셉션 등 기존 구성을 허물면서 기존에 어려웠던 호텔을 친근한 콘셉트로 보여 접근을 더 용이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에 개장한 보코서울강남도 빼놓을 수 없다. 보코서울강남의 공간 디자인을 담당한 김 대표는 “보코서울강남의 로비를 디자인 할 때도 리셉션과 라운지 중간에 테이블을 만들었다. 라운지에서 마시는 음료를 테이블까지 들고 나와 리셉션과 라운지의 경계를 흐리려고 한 것”이라고 이야기하며 “면적이 다소 작은 공간을 활용하기 위한 의도도 있었지만, 이제는 호텔이 특별한 장소보다는 캐주얼하게 드나들 수 있는 장소가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결국 로비가 전통적인 의미에서 탈출해 투숙객 혹은 로컬 주민 등 다양한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우리 호텔의 콘셉트를 잡기 모호할 경우, 리셉션, 라운지, F&B 업장을 고급스럽게 꾸미는 것을 넘어 사람들이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는 공간으로 도약하는 것이 호텔의 컬러를 잡을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ACE 호텔이 ‘사교의 장’으로 고객들에게 소문이 나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처럼 말이다. 자체 상품 및 어메니티, 외부업장과의 컬래버레이션, 포토존 마련 등 앞으로 더욱 활성화된 호텔 로비를 기대해 본다. 

 

 

스튜디오 익센트릭에 대해 소개 부탁한다.

스튜디오 익센트릭은 2018년에 시작한 호스피탈리티 공간을 전문으로 디자인 하는 스튜디오다. 호텔, 카페, 레스토랑, 바 등 다양한 업장의 공간 디자인을 주력으로 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는 최근에 개장한 ‘보코서울강남’의 공간 디자인을 담당했다. 스튜디오 익센트릭을 차리기 전에는 미국 뉴욕의 ‘스튜디오 가이아 뉴욕’ 수석 디자이너를 역임하다가 한국에 서울 지사 대표로 오게 됐다. 주로 호텔 공간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W호텔 파나마시티, W호텔 워싱턴 D.C. 등의 공간을 디자인했다.

 

호텔의 많고 많은 공간 중 로비는 무슨 의미를 띠고 있다고 생각하나?

호텔에는 여러 부대시설과 객실이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로비는 호텔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메인 공간이다. 투숙객뿐만 아니라 놀러 오는 관광객들도 호텔을 처음으로 맞이하는 곳이며, 브랜딩 측면에서도 호텔의 이미지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가장 많이 고민하는 장소다. 고객 접점은 굉장히 중요하다. 예컨대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호텔을 선택했다는 건 고객이 차분하고 럭셔리한 이미지에 니즈가 있다는 것이고, 젊고 친근한 분위기의 호텔을 선택한 고객도 트렌디함을 즐기고 싶어 호텔에 오게 된 셈이다. 로비에서부터 일관된 콘셉트를 느낄 수 있어야 고객이 기대하는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다.

 

로비를 디자인할 때 주안점을 두는 부분은?

호텔이 위치한 곳의 지역색 및 호텔이 추구하고자 하는 전반적인 브랜딩에 관한 인상을 최대한 한 눈에 볼 수 있게끔 하는 편이다. 똑같은 호텔 그룹사 안에도 여러 브랜드가 있고 각자 지향하는 바가 있지 않나. 클라이언트의 이야기를 듣고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향에 중점을 둔다. 호텔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지향한다면 대리석이나 돌 등 고급스럽고 차분한 느낌을 주는 재질을 활용해 로비를 구성하고, 캐주얼한 곳이라면 컬러를 과감하게 쓰고 키치한 패턴을 활용해서 재미있는 공간을 만들려고 한다. 더불어 비대면 서비스, 라운지의 확대로 인해 리셉션의 역할이 줄어드는 추세고, 나 역시도 리셉션의 역할이 축소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기 때문에 리셉션의 디자인을 오히려 신경 쓰게 됐다. 이전에는 리셉션을 눈에 띠게 할 수 있는 디자인을 고민했다면, 이제는 ‘잘’ 축소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호텔 로비의 트렌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다목적(Multi Use)’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고객으로 하여금 로비에 진입했을 때, 리셉션을 새로운 방식으로 배치해야 한다. 바로 접근하고자 하는 고객을 배려해 잘 인지할 수 있게 하되, 예전처럼 주가 돼 온 힘을 싣지는 않는다. 리셉션 외에도 여러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들을 둬 바로 체크인을 하지 않고 구경케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호텔에 가는 것도 하나의 여정으로 작용한다. 

 

또한 예전에는 호텔이 특별한 날에 멀끔하게 차려입고 가야할 것 같은 이미지였다면, 지금은 파티를 즐기러 가는 등 조금 더 캐주얼하게 변화했다. 이제는 내가 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호텔을 갈 수 있으니 일상생활에 더욱 접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외부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끼어들게 됐다. 이미 브랜딩이나 자체 상품을 잘 개발하고 있는 기업들과 협업해 꾸미고 있는 추세다. 예를 들어 몬드리안 서울 이태원 같은 경우 리셉션이 2층에 있고 1층에는 외부업장과 F&B가 다양하게 들어와 있지 않나. 자연스레 1층을 둘러보고 2층으로 향하게 된다. 더불어 안다즈 서울 강남도 자체 F&B 외에도 블루보틀 등 외부업장과의 협업을 통해 로비를 디자인하고 있는데, 한마디로 호텔에 묵지 않는 ‘지나가는 사람들’도 들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게 트렌드다. 

 

호텔 로비를 조금 더 전략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방안을 제언한다면?

경계를 흐리는 것이다. 기존처럼 이곳은 로비, 이곳은 레스토랑, 이곳은 카페가 아니라 로비에서 밥을 먹을 수도 있고 술을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돼 보는 건 어떨까. 현재도 그런 추세로 가고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는 조금 더 공간을 특정화하는 작업이 유효할 것 같지는 않다. 예를 들어 푸켓에 있는 JW 메리어트의 경우, 리셉션에 가지 않고 라운지에 앉아 있는 데도 호텔리어가 와서 체크인을 해주는 것을 보고 이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리셉션이 아니라 호텔리어들이 탭을 들고 오가면서 체크인을 할 수 있는 세상이고, 익숙한 공간을 다르게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단 느낌이었다. 

 

이렇듯 공간을 명확하게 구획해 그곳에서만 진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고, 로비를 퍼블릭한 공간으로 위시하면 투숙객 외에 로컬 주민도 자유롭게 오가는 새롭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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