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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8 (목)

한국음식평론가협회

[Dining Story] 물의 장소별 선택 기준

- 본 지면은 한국음식평론가협회와 함께합니다.

 

물을 물로 보는 시대는 지났다. 먹는샘물의 국내 시장은 1조를 돌파해 성장세가 멈추질 않는다. 2019년에 처음 1조를 돌파해, 내년에는 2조를 넘길 것이라는 예측도 등장한다. 먹는샘물 뿐만 아니라, 해양심층수와 용암해수 등의 혼합음료의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정수기도 꽤나 좋은 반응의 신제품을 출시하며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마트에서 먹는샘물의 진열대는 넓어졌고, 백화점에서는 처음 본 탄산수 브랜드가 눈에 띈다. 물을 파는 레스토랑도 제법 많아졌고,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생수 판매 페이지의 끝은 보이지도 않는다. 먹는 물의 시장은 아주 치열해졌다.

 

많은 매체와 혹은 지인과의 만남에서 많이 묻는다. “그래서 어떤 물이 좋아요?”, “어떤 물을 마셔야 할까요?” 이런 다양한 형태의 물 중에서 과연 어떤 물을 마셔야 할까? 답은 “그때 그때 다르다”이다.

 

필자는 그때마다 왜 한가지 물만 찾느냐고 반문한다. 물마다 속성이 있고 종류가 있고 어울리는 자리가 있다. 오늘은 이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집에서는 수분 보충용으로


물을 마시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목이 말라서다. 몸에서 수분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목마름을 통해 신호를 보낸다. 목마름은 이미 몸이 필요로 할 때 수분 섭취를 못했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므로 수분 보충은 목이 마르기 전에 해주는 것이 좋다.

 

하루 물 권장섭취량은 2L로 하루 중에 물 섭취는 최대한 잘게 쪼개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가끔 하루 2L를 한 번에 다 마신다는 사람도 있는데, 음식으로 따지면 하루 한끼로 과식하는 것이고, 공기로 따지면 하루에 1시간만 숨을 쉬고, 나머지 23시간은 숨을 참는다는 말이 된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하루 물 8잔으로 나눠 마시기를 권장한다고 하지만 250mL씩 한 번에 비우기 어려운 사람은 100mL(두 세 모금)씩 20번으로 나눠 마시는 것도 좋다. 간격은 일정한 게 좋고, 아침에 마시는 물은 보약이라고 할 만큼 건강에 효과적이다.

 

가정에서 물의 형태는 접근성이 좋고 편리해야 한다. 편리함을 따진다면 단연 정수기를 이용해 마시는 것이 좋다. 쉽게 물에 접근할 수 있고, 렌탈 비용도 먹는샘물보다 경제적이다. 정수기보다 먹는샘물을 선호한다면 2L나 1L 페트 제품을 추천한다. 하루 수분 섭취 권장량은 2L로 2L 용기 한 병을 매일 마시면 된다. 집에서 아침과 저녁에만 마신다면 1인 기준 1L로 예상할 수 있는데, 2인 이상 가구는 2L짜리로, 1인 가구는 1L의 형태가 좋다. 개봉한 물은 냉장 보관하는 것이 좋고, 가능한 빨리 소비해야 한다. 그래서 1인 가구에는 2L가 부담스러울 수 있으며, 500mL 이하는 간편할 수 있지만 쓰레기가 너무 많이 나와 가정용으로는 부적합하다.

 

최근 재택근무자가 많은데 집에 주로 있다면 1인 가구도 2L를 소비해도 괜찮다. 집에서 텀블러에 물을 담아 외출한다면 정수기 보다는 생수가 낫다. 정수기는 바로 마실 때 효과적이며, 정수기에서 뽑은 물을 오래 보관하는 것은 좋지 않다. 텀블러의 물은 최대한 빨리 마실 것을 권하며, 12시간 이상 보관했다면 물을 갈아주는 것이 좋다.

 

카페에서는 기호음료로


카페에 가면 무료로 제공하는 물도 있지만, 생수나 탄산수를 진열해놓고 파는 곳도 꽤 많다. 매일 커피가 절실한 직장인들이 카페를 찾겠지만, 외부 미팅을 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가끔 외부 미팅이 많으면 하루에 카페를 수차례 찾기도 하는데, 커피를 여러 잔 마시다 보면 더 마시는 건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그럴 땐 허브차나 녹차를 마시기도 하지만 이미 여러 잔의 커피로 인해 몸에서 수분 배출이 일어났을 터. 적당한 수분 보충과 텁텁한 입맛을 개운하게 해줄 탄산수도 좋은 선택이 된다.

 

카페에서는 보통 각자 음료를 마시기 때문에 탄산수는 330mL 이하 용량이 좋고, 남을 경우 휴대할수 있도록 크라운 캡보다는 스크류 캡이 낫다. 카페에 머무르면서 마실 경우에는 유리병 물을 추천하며, 카페에서 구매해서 이동할 경우에 는 안정성 측면에서 페트 제품이 낫다. 하지만 이동간 마실 용도라면 경제적으로 편의점이나 마트 등 카페보다 나은 선택지가 많다.


카페의 마진구조를 생각하면 같은 제품을 더 비싸게 구매하게 된다. 카페도 편의점이나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제품이라면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카페에서만 찾을 수 있는 차별화된 제품을 진열하는 게 좋다.

 

 

레스토랑에서는 페어링을


일반적으로 식사할 때 물을 많이 마시면 소화액을 희석시켜 좋지 않다고도 한다. 필자도 여름철 무더위에 식당에 가자마자 물을 여러 잔 벌컥 마시니 입맛도 없어지고 소화가 잘 안돼, 위안에서 음식과 물이 계속 떠다니는 느낌이 든 경험이 있다. 많이 못 먹게 되니 다이어트의 한 방법으로 식사 전 물 한 컵이 종종 소개되기도 한다.


워터 페어링에서 감동받기란 쉽지 않다. 와인이나 티와 비교해서 음식과 시너지를 내기가 어렵다. 물에도 단맛, 짠맛, 쓴맛, 신맛이 있지만 우리가 평소에 마시는 물들에선 찾기 어려운 관능이다.

 

우리가 평소에 마시는 물은 수분 섭취용이며, 테이블 워터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워터 페어링용 테이블 워터는 따로 있다. 그리고 어떤 음식과 매칭하느냐에 따라서도 어울리는 물이 크게 다르다.


보통 호텔 뷔페에서도 프리미엄 워터를 제공하는데 아쉬운 점은 워터의 종류가 한 두 가지뿐이라는 점이다. 필자는 2020년 서울 소재의 한 호텔 뷔페 레스토랑 미식 체험단을 통해 각 탄산수마다 어울리는 플레이트를 제안한 적이 있다. 다양한 음식이 존재하는 뷔페에서는 물의 종류도 다양해야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다른 나라의 관광지에서는 5~10가지의 물을 구비해놓고 자유롭게 잔에 따라 마시게 했더니 물의 로스도 줄고 소비자들은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 만족도가 올라 갔다.


코스를 제공하는 레스토랑에서도 코스의 개수만큼 워터리스트를 구비하는 것이 좋다. 에피소드로 구성된 하나의 코스는 예술작품과 같다.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기승전결이 있고, 한편의 드라마와도 비교할 수 있다. 셰프가 그려놓은 한 폭의 그림에 소믈리에는 와인으로 생명력을 부여한다. 코스 메뉴에 3 와인 페어링, 5 와인 페어링, 7 와인 페어링을 제안하는데 매출을 떠나 자부심 있는 소믈리에라면 누구나 더 다양한 종류의 와인 페어링을 제안할 것이다. 물도 마찬가지다. 그 특성상 주인공보다는 조연에 가까운데, 다양한 조연이 활약할수록 드라마도 더욱 재밌어지기 마련이다.


한 프라이빗한 모임에서 11가지의 와인을 페어링한 적 있었는데, 필자는 5가지의 물을 준비했다. 10개 이상의 잔과 워터글라스까지 테이블은 유리로 가득했다. 스파클링 와인부터 오렌지와인, 샤블리, 부르고뉴, 바롤로, 올드빈티지 보르도까지 누구하나 주인공으로 손색없는 와인리스트였다. 뛰어난 와인이라도 와인 순서에 따라 상성이 존재해 매력을 더 발산하기도, 매력을 감춰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와인 사이에 워터 페어링으로 그 전 와인의 감동을 때로는 절제시키기도 하고, 새로운 와인에 대한 기대를 품어주기도 한다. 결국 드라마의 기승전결이 끝나고 모든 요소가 의도됐었다는 것을 깨달을 때 우리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감동을 받기도 한다.


외국의 한 평론가는 테이블 워터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한 잔의 물로 미식 경험을 몇 점이나 끌어올릴 수 있는 지 모르겠지만, 잘못된 물 선택은 그날의 식사를 엉망으로 만들기도 한다.” 그날의 더 나은 미식을 위해서 장점은 살려주고, 단점은 덜어내주는 워터 페이링이 필요하지만, 때로는 잘못된 물 선택으로 하여금 장점은 죽이고, 단점을 살리는 페어링이 되기도 하니 주의가 요구된다. 1만 원 정도하는 워터 리스트에서 몇천 원을 아끼기 위해 10만 원 이상의 디너를 호러영화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레스토랑 소믈리에는 물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때로는 워터소믈리에에게 자문을 구해야 한다. 고객은 기꺼이 더 나은 미식 경험을 위해 소믈리에의 추천을 믿고 즐겨야 한다.


물은 물마다 상황에서 요구되는 가치가 다르다. 수분 보충을 위한 데일리 워터도 있고, 미식을 위한 테이블 워터가 있다. 미스매치되는 순간 불행해질 수 있다. 꼭 한 가지 물에 의리를 다할 필요가 있을까? 매일매일 다양한 물들을 다양한 상황에서 경험하면 더 좋지 않을까?

 

 

글 : 김하늘 / 더좋은물 부사장·워터 소믈리에

식음료 유통컨설팅 회사 ‘더좋은물’의 김하늘 부사장·워터소믈리에는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에서 외식경영학을 전공하고 2014년 제4회 한국 국가대표 워터소믈리에 경기대회에서 우승하며 워터소믈리에 커리어를 시작했다. 국내외 워터 품평회 심사위원으로 활약하면서 글로벌 워터 네트워크를 갖추며, 국내에 더 좋은 물을 소개하고 있다. 다양한 생수·음료를 컨설팅하며 국내 물 시장 발전에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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