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닌슐라 홍콩(90년), 만다린 오리엔탈(55년), 그랜드 하얏트/아일랜드 샹그릴라(29년) 등 홍콩에는 역사가 깊고 상징적인 호텔들이 참 많고, 지속적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호텔들과 역사를 함께하다 사라진 호텔들도 여럿 있어 소개코자 한다.
현재 홍콩 내 힐튼 그룹 계열 호텔은 Conrad와 Hilton Garden Inn 두 곳 밖에 없다. 하지만 가장 먼저 생긴 힐튼 호텔은 Hong Kong Hilton Hotel이다. 1963년 6월에 26층, 750객실, 홍콩섬 유일의 5성 호텔이자 미주 지역 밖에서 가장 큰 규모의 힐튼 호텔로 오픈했다.(같은 해 10월에 만다린 오리엔탈 홍콩이 오픈하며 ‘홍콩섬 유일 5성 호텔’ 타이틀은 4달 밖에 가지 못했다.) 홍콩 최고 부호 리카싱의 Hutchison Whampoa에서 개발하고 힐튼에게 50년 경영 계약을 맡겼는데, 홍콩 내 경제 발전 및 글로벌 기업들의 아시아 비즈니스 성장에 따른 프라임 오피스 수요 증가로, 상업 건물(현재의 Cheung Kong Center/리카싱의 집무실이 있는 상징적 건물)을 짓기 위해 1995년 5월 1일부로 영업을 종료했다. 호텔이 문을 닫으면서 850명에 달하던 기존 직원들은 평균 9개월 치 월급에 달하는 퇴직금을 받았고, 그 중 60%는 리카싱이 소유/경영하는 Harbor Plaza Hotel로 이직해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도록 조치했다.
오픈한지 32년 만에 홍콩 힐튼호텔은 사라졌지만, 호텔업계에 큰 족적을 남겼다. 세계 최초 전 객실 주류 구비 미니바 서비스를 제공한 것. 1960년대부터 고급 호텔들 위주로 객실 내 음료나 스낵을 배치하는 ‘미니바’ 형태의 서비스가 제공되기 시작했다. 1974년, 홍콩 힐튼 호텔에서 현재 미니바와 가장 가까운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미니바의 시초로 인정받고 있고, 차후 힐튼 그룹 호텔들 전체에 미니바가 도입되게 됐다. 그 당시 홍콩 힐튼 호텔은 미니바 서비스 도입 이후 호텔 전체 연간 매출이 5% 증가할 정도로 성공적이었다.
또 다른 호텔은 Hotel Furama Hong Kong이다. 빅토리아 하버가 한 눈에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으며 1973년에 개관한 Furama 호텔은 싱가폴에 본사를 둔 Furama Hotel Group 에 의해서 개발됐다.(1997년, Lai Sun Development가 Furama Hotel Group 인수) 32층에 600개의 객실을 운영했는데, 그 당시 최신 전자기기들을 도입해서 눈길을 끌었다.(컬러 TV 및 냉장고) 또한 30층에 360도 돌아가는 회전형 식당(Revoling Restaurant-La Rona)을 선보여 멋진 하버 뷰와 피크(The Peak) 뷰를 선사했다. Furama 호텔로 오픈을 했지만, 3년 만에 Intercontinental Hotel Group에 위탁 경영을 맡겼고(Hotel Furama Inter-continental), 15년 후인 1991년에 독일계 호텔 체인인 Kempinski(캠핀스키)로 넘어가서, 2001년 문을 닫을 때까지 Furama Kempinski Hotel로 불렸다. 필자가 베이징 캠핀스키 호텔에서 근무 중 홍콩 만다린 오리엔탈로 이직을 위해서 인사부 담당자와 인터뷰를 할 때, 홍콩에도 캠핀스키 호텔이 있었다고 했던 기억이 있다. 마지막으로 이 호텔을 경영한 것은 건 캠핀스키 그룹이지만, 대부분의 홍콩 사람들에게 이 호텔은 ‘Furama’라는 이름으로 기억하고 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캠핀스키 홍콩의 존재를 부각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나 보다. Hotel Furama Kempinski는 2001년 12월에 철거되고, 그 자리에 AIA Central이라는 프라임 사무실 건물이 들어섰다.
Hotel Furama Hong Kong 바로 옆에 생겼던 Ritz-Carlton Hong Kong도 짧은 역사를 뒤로 하고 재개발됐다. 1993년에 아시아 최초 Ritz-Carlton 호텔로 오픈했다.(지금은 없어진 리츠칼튼 서울이 1995년에 개관한 것을 생각하면, 2년 차로 아시아 최초 타이틀을 놓쳤다.) 원래는 일본 Ginzu Golf Service 회사에서 투자해 개발이 진행됐는데, 완공을 앞 둔 1991년에 재정 문제로 공사가 중단돼 2년 동안 빈 건물로 방치됐다. 몇몇 전문가들은 건물을 허물고 오피스 건물로 새로 지으라고 제안을 하던 시기에 Furama 호텔의 오너이기도 한 Lai Sun Development에서 프로젝트를 인수, 1993년 8월에 개관했다. 유럽 스타일의 가구들과 장식들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15년만인 2008년에 프라임 오피스 빌딩으로의 재개발 때문(China Construction Bank Tower)에 문을 닫았다. 하지만 Ritz-Carlton Hong Kong은 2011년에 세계 최고층 로비(103층)를 가지고 ICC(International Commerce Center)로 둥지를 옮겨 홍콩 최고 호텔들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글로리 호텔’처럼 호텔은 그 시대 상류 사회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곳이고, 그것이 곧 도시의 역사가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 가지 시대적, 경제적 상황 속에서 꿋꿋이 호텔로서의 자리를 지키며 스토리와 역사를 써가는 홍콩의 호텔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송창훈
그랜드 하얏트 홍콩
시니어 세일즈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