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다린 오리엔탈 홍콩(아래 좌측), 페닌슐라 호텔(아래 우측)>
9월은 추석 명절이 있는 달이다. 한국은 9월에 접어들면 선선해지고 산들바람이 불기 시작하지만, 4월 중순부터 시작해서 10월 중순에야 긴 여름이 끝나고 초가을이 시작되는 홍콩에서는 9월에도 여전히 반팔과 반바지가 필수다.
설날과 명절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추석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홍콩에서도 주요 명절 중 하나다. 하지만 명절을 보내는 문화에 있어서 분명한 차이점을 보인다. 먼저 추석 당일에는 쉬지 않고 정상 근무 후 조금 일찍 퇴근해 가족들과 즐거운 저녁식사를 한다. 홍콩은 집이 좁아 대부분 가족들이 외식을 하기 때문에 외식 산업에 있어 추석은 성수기다. 그리고 공휴일은 추석 당일 다음 날 하루다. 가족과 함께 부담 없이 추석을 즐기라는 배려가 담긴 공휴일 지정이 아닐까. 작은 도시이기에 큰 이동 없이 3대가 손쉽게 모일 수 있다는 건 참 좋은 점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 추석의 상징이 송편이라면, 중화권인 홍콩에는 월병(Moon Cake)이 있다. 당나라 때 추석에 뜬 보름달을 바라보며 즐길 수 있는 보름달 모양의 음식에서 유래됐는데 가족들이 단란하게 모여 보름달을 바라보며 월병을 먹는 것은 홍콩 추석의 풍습이다. 송나라 때부터는 월병을 ‘예절품’으로 선물하는 풍습이 생겼고, 그 때 이후 월병은 선물용으로도 쓰이기 시작했다. 그렇기 때문에 추석 한 달 반 전부터 아주 다양한 월병들이 판매되기 시작한다. 제과점들은 물론이거니와 호텔베이커리들, 심지어 스타벅스나 하겐다즈와 같은 상점에서도 월병을 만들어 판매한다.
주요 특 1급 호텔들도 추석 선물용인 월병 판매 경쟁을 벌이는 것은 당연 지사. 그 중 특히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고 찾는 월병 판매 호텔 3곳을 꼽는다면 페닌슐라, 만다린 오리엔탈 그리고 샹그릴라 호텔이다. 샹그릴라는 직접 만들어서 팔고, 페닌슐라와 만다린 오리엔탈은 외부 주문 생산을 하는데, 엄격한 퀄리티 관리 덕분인지 맛이 괜찮다.
사실 선물용 월병의 경우, 월병 자체의 맛과 마음도 중요하지만, 포장이 아주 중요하다. 호텔 월병들의 차별점은 고급 식재료를 사용하는 것도 꼽을 수 있겠지만 럭셔리한 호텔 이미지를 반영한 포장이다. 먼저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자를 택하는 호텔들은 종종 유명한 디자이너들과 협업을 통해서 월병 박스와 케이스를 제작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53년 역사를 자랑하는 만다린 오리엔탈 홍콩의 경우 유명화가 Alan Chan이 월병박스 뿐만 아니라, 쇼핑백도 디자인 했다. 월병박스와 쇼핑백 디자인만 봐도, 많은 홍콩 사람들이 ‘만다린 오리엔탈’을 떠올릴 수 있는 것. 페닌슐라 호텔 월병의 경우에도 사람들이 호텔을 떠올릴 수 있는 상징성 있는 디자인을 몇 년 이상 지속해오며 제한된 수량만 만든다. 하지만 인기가 워낙 좋아서 금방 매진이 되기로 유명하다.
전통적인 방식의 월병은 연꽃 씨와 계란노른자가 들어간 것이지만 최근에는 퓨전스타일로 밀크 커스타드나 그린티 커스타드 맛의 월병도 인기가 높다. 그러던 중 최근 페닌슐라 호텔에서 두리안(Durian)이 들어간 월병을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다. 혹자는 과일의 왕이라고 부르고, 호텔에서는 고약한 냄새 때문에 반입 금지하는 과일로 월병을 만들었다는 게 의아하다. 하지만 두리안을 못 먹는 필자도 먹어보고 싶게끔 하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어떤 분야든지 간에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다.
송창훈
그랜드 하얏트 홍콩
Senior Sales Mana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