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문화가 발달한 한국과 견줄 정도로 불이 꺼지지 않는 도시로 유명한 홍콩. 덕분에 보기만 해도 낭만적인 백만 불짜리 야경은 대표적인 관광 요소로 자리 잡았다. 홍콩에서의 밤 문화는 해피아워(Happy Hour)에서부터 시작한다. 보통 오후 3~4시경부터 저녁 7~8시까지 술값 할인을 해주거나 한 잔을 마시면 또 한 잔을 무료로 제공하는 Buy 1 Get 1 Free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홍콩의 식사 시간이 한국보다 한, 두 시간 정도 늦기 때문에 해피아워 운영 시간이 7시 반이나 8시까지가 보통이고 오후 9시까지 운영하는 곳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레스토랑 겸 바에서는 간단한 안줏거리를 제공하기도 하는데 술을 마실 때 안주가 필수인 한국인들은 이런 곳을 더 선호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빈속에 술을 마시면 홍당무가 되기 때문에 든든하게 배를 채우는 옵션은 언제나 환영이다.
그중 글로벌 금융 투자 회사들의 아시아 본사들이 밀집해 있는 센트럴 지역에 위치한 란콰이퐁(Lan Kwai Fong)은 홍콩 섬의 대표적인 밤거리다. 관광객들도 꼭 한 번씩은 들린다는 이곳은 현지인들에게는 ‘LKF’로 불린다. LKF에는 호프집과 같은 편안한 분위기의 바, 이자카야, 클럽, 독일 맥주집, 칵테일 전문 바 그리고 스피크 이지(Speak Easy) 바 등 아주 다양한 종류의 밤 문화 공간이 존재한다.
술집뿐만 아니라 인도, 태국, 아르헨티나, 브라질,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베트남 등 다양한 나라 음식을 판매하는 식당들도 즐비하다. 한국의 이태원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이곳에서 토종 홍콩 현지인들을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언덕배기 LKF를 걷다 보면 서양인들 관광객 및 영어를 사용하는 아시아인들이 대부분이다. 가끔 광둥어를 간간이 들을 수 있는데 그들은 영어를 섞어 쓰거나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온 유학파 홍콩인일 경우가 많다.
순수 홍콩 내에서만 자란 친구들의 놀이 문화가 유학파들의 것과 상이한 것은 5년 넘은 필자의 홍콩 생활을 통해서 꾸준히 느끼고 있는 부분이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외국인들의 주요 거주 지역이 센트럴 역을 중심으로 앞, 뒤 한 정거장 거리에 밀집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외국인들의 LKF 애용 빈도수가 높아질 수 밖에 없고 그 외국인들 입맛에 맞는 곳들이 많이 생겨난 듯하다. 반면 홍콩 현지 친구들은 대부분 높은 집값 때문에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조금 더 큰 집을 찾아서 구룡 반도 쪽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다.
사는 동네가 멀어지니 자연스럽게 생활권에서 멀어지게 되는 것도 한가지 원인이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해본다. LKF에는 아주 독특한 풍경이 하나 있다. 한국인들에게 술자리라 함은 앉을 수 있는 자리를 잡고 마시는 것인데 서양인들은 바에서 술을 사서 길거리에 나와 삼삼오오 모여서 수다를 떨며 한잔하는 모습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바깥바람을 쐬면서 스스로가 편한 방식으로 즐기는 것이다. 어떤 때는 바 입구 앞에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이 서 있어서 도대체 어떤 곳이기에 장사가 저렇게 잘 되나 하는 호기심이 생겨 바 내부라도 구경하려고 안으로 들어가보면 안쪽 자리는 텅 비어 있어서 헛웃음을 지었던 기억이 난다. 이러한 문화 때문에 상당 수의 사람들은 꼭 술집이 아니더라도 편의점에서 술을 산 후 LKF거리에서 그 분위기 자체를 즐기곤 한다. 그래서인지 어마무시한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한가운데에 편의점이 들어섰고 술과 아이스크림 장사로 돈을 긁어모은다는 후문도 생겼다.
아시아에 살면서 서양 문화를 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홍콩은 항상 새로운 걸 느끼게 해주는 매력 넘치는 도시임이 틀림없고 영국 식민지 시대부터 외국인들의 아지트로서 역할을 한 란콰이퐁은 앞으로도 계속 사랑 받을 것이다. 홍콩을 방문한다면 꼭 란콰이퐁을 방문해 넘치는 국제적 에너지를 받아 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송창훈
그랜드 하얏트 홍콩
시니어 세일즈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