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Networks_ 홍콩] 홍콩 시위로 인한 호텔업계의 고민

2019.10.10 09:20:31



요 몇 달만큼 홍콩이 국제 뉴스에 자주 등장한 적은 없는 듯하다. 그동안 홍콩은 여행 섹션에 주로 등장했었는데, 안타깝게도 범죄자 인도 법(송환 법) 추진 반대로 시작된 시위가 장기적으로 이어지고, 폭력 사태와 공항 폐쇄라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다다르자, 홍콩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된 상황이다. 시위가 처음 시작된 6월 중순에는 최대 200만 명이 운집해 홍콩 섬 센트럴(Central), 어드미랄티(Admiralty), 완차이(Wan Chai), 코즈웨이베이(Causeway Bay) 지역이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각 구역에 위치한 호텔들로의 진입로가 차단되고, 시위대 때문에 지하철 운행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여행객들이나 출장객들이 관망하고 있는 시점이었다. 7월 들어서 주말 시위가 계속되고, 폭력적인 사건들이 각종 미디어를 타고 전 세계로 뻗어나가다 보니, 많은 기업들이 보다 심각하게 사태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시위를 허가받은 장소에서 시위를 하고, 시위 자체가 도시 전체를 위험하게 만들지는 않았지만, 언론에 비춰지는 홍콩의 모습은 많은 이들이 걱정하기에 충분했다. 조금씩 기업 출장자들이나 여행사의 예약률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취소율 상승이 가시적으로 나타났다. 그러던 중 8월 중순에 시위대가 공항까지 진출하고 95년 만에 공항이 폐쇄되면서 최악의 상황에 다다르게 됐다.



홍콩의 하반기 호텔 수요 패턴은 보통 7, 8월 여름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는 출장 및 행사 수요가 8월 말부터 증가한다. 9월, 10월의 상승세가 11월에 연간 정점을 찍은 후 12월 중순부터 방학과 크리스마스 무드로 출장 수요가 여행 수요로 바뀐다. 하지만 성수기 수요에 대한 기대를 송두리째 앗아간 이틀 연속 공항 폐쇄. 이 사건을 계기로 8월 말 예정돼 있던 계약까지 완료된 행사들과, 취소/환불 불가 예약들의 취소 요청이 쇄도했다. 호텔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 먹기로 위약금 없이 취소를 받아줄 수밖에 없었고, 예약 건수보다 취소 건이 많은 나날들이 계속 됐다. 홍콩 섬 내 주요 5성 호텔들은 근 몇 년간 보지 못했던 30%대 점유율을 기록했고, 레스토랑 예약율까지 줄어들어서 더욱 힘든 상황이 됐다. 더 이상 연간 목표치 싸움이 아니라 줄어든 비즈니스 파이 먹기 전쟁이 도달한 것이다. 홍콩 관광청 통계에 따르면 8월 한 달의 방문객 수는 전년 대비 40%가 줄어든 350만 명이라고 한다. 방문객이 70% 줄었던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 증후군) 사태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이다.

이번 시위의 최대 피해 업종은 소매업, 관광, 호텔들이다. 매출의 하향 곡선을 보고만 있을 수 없는 호텔들은 비용 절감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인터컨티넨탈 홍콩, 미라 호텔뿐만 아니라 아시아 최고 부호인 리카싱의 하버플라자 호텔 그룹의 10개 호텔들도 무급 휴가 사용을 의무화했고, 다른 호텔들도 연차 사용을 반 강제적으로 권하는 분위기다. 게다가 예전에는 원해도 보내주지 않았던 타 호텔 업무 지원(Task Force)도 기회가 있다면 적극 허용한다. 필자의 경우에도 하얏트 아시아 퍼시픽 사무실의 글로벌 세일즈부서 디렉터가 출산 휴가를 가는 기간 동안(10주) 업무지원을 하게 됐다. 파견 근무 나간 직원의 월급은 인력을 받는 곳에서 지급하기 때문에 호텔에게는 비용을 절감시킬 수 있다. 또한 연회나 큰 행사가 있을 때 항상 외부에서 수혈하던 아르바이트 인력을 고용하는 대신, 사무직이나 기타 부서에 있는 정규 직원들을 투입하는 호텔들이 많아졌다. 5성 호텔들의 판촉부에서는 외근 시 택시를 타는 부분까지 들여다보기 시작했으니 갈 때까지 갔다고 할 수 있겠다.

지속된 폭력 시위로 인해 홍콩의 안전한 국제 도시로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고, 많은 이들이 2014년 노란 우산 운동(Occupy Central)보다 더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만약 폭력 시위가 연말까지 지속된다면, 관광, 소매, 호텔 업 종사자들의 고용 안정성이 보장될 수 없고, 홍콩 경제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빠른 시일 안에 좋은 방향으로 해결이 되길 간절히 고대하고 있다.


창훈

랜드 하얏트 홍콩

스위스 호텔학교를 졸업하고 북경 켐핀스키, 홍콩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을 거쳐, 현재 그랜드 하얏트 홍콩에서 판촉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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