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대한 언론 보도 기사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부분은 ‘살인적인 집값’이다. 9월 초 기준 홍콩 전역 평균 1평(3.3sqm) 당 단가는 6500만 원 정도다(서울 강남구 시세가 평당 4000만 원 안팎인 걸 고려하면 아주 비싼 편). 더욱 저렴한 동네도 있고, 더 비싼 동네도 있지만 이 높은 부동산 가격은 홍콩 사람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실정 때문에 방 세 개짜리 아파트라고 해도 안방에 화장실이 있는 아파트는 보기가 힘들고 각 방의 크기가 싱글 침대 하나와 옷장 하나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인 곳이 대부분이다(안방이 조금 더 크기는 하다).
여유가 많지 않은 홍콩인들의 경우에는 여러 세대가 좁은 집에서 사는 경우도 많다. 노부부와 자식, 손주들이 함께 사는 것은 물론이고, 맞벌이가 흔한 홍콩의 경우에는 풀타임 도우미도 고용해서 같이 살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는 사람들이 발 뻗고 누울 자리도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주방을 크게 설계하기는 어려웠을 것이고, 홍콩인들의 외식 생활화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이런 기조에 힘입어 동네마다 아침, 점심, 저녁 모두 서빙하는 Tea House가 있다. 메뉴는 면, 밥, 파스타, 샌드위치 등 영국 식민지 영향을 받은 동서양의 것이 조합된 홍콩 현지식이 주를 이루고, 이러한 식당의 프랜차이즈 버전도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다. Café de Coral과 Fairwood가 대표적인 서민 프랜차이즈 식당이다. Café de Coral은 1968년 처음 열어서 현재 15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고 Fairwood는 13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 두 식당의 장점은 중간 쉬는 시간 없이 운영을 하고 가격대가 HK$30~45(4500~7000원)으로 저렴하며 아주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는 데 있다. 메뉴 선택 후 사전 결제를 하고 직접 음식을 픽업해서 아무 자리에 앉아 먹는 셀프 서비스 식으로 운영되고 중국식부터 그라탕, 파스타, 카레, 샤브샤브 등의 다양한 메뉴를 판매하기 때문에 남녀노소 불문하고 홍콩 서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출근시간 대에 아침 식사를 하면서 신문을 보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많이 볼 수 있고 젊은 직장인들이 출근 전 끼니를 때우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주말의 경우에도 엄마나 아빠가 가족들을 위해 다양한 음식을 포장해 가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셀프 서비스식의 Café de Coral과 Fairwood와는 차별화된 로컬 식당인 Tsui Wah라는 식당도 빼놓을 수 없다. 이곳은 셀프 서비스 형식이 아닌 홀 직원을 통해서 주문을 할 수 있다. 음식 퀄러티나 맛도 셀프 서비스 식에 비해서 나은 편인데 그만큼 가격이 20% 정도는 비싸다. 평균 HK$40~ HK$65(6000~1만 원) 정도. 1967년에 연 첫 식당을 시작으로 총 32개의 매장을 홍콩에 운영 중인데, Café de Coral이나 Fairwood에 비해서 홍콩 내 성장은 느리지만 마카오 및 중국 남부 도시들로의 진출에 집중을 해서 꾸준히 확장 중이다. 그만큼 퀄리티 면에서 홍콩 식(食)을 대표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지 않을까 싶다.
Tsui Wah는 주요 관광지 근처에도 많이 위치해 있어서 관광객들도 자주 찾는 식당들 중 하나다. 특히 8월 호에 기고했던 란콰이퐁(Lan Kwai Fong)에 위치한 식당의 경우에는 24시간 운영하며 많은 관광객 및 현지인들이 불금, 불토를 보내고 귀가 전에 야식, 혹은 아침을 먹는 광경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필자도 종종 친구들과 술 한 잔 하고 늦은 밤 출출할 때 이 식당을 찾아가 야식을 먹곤 했다. 여러 메뉴 중에서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이 식당의 메뉴는 카레 돈까스인데, 2만 원이 훌쩍 넘는 다른 돈까스 전문 식당들에 비해서 가성비가 일품이다.
호주, 스위스, 미국, 태국, 중국, 홍콩에서 생활하면서 현지 식당을 자주 이용해 온 필자에게는 이렇게 다양한 현지식 옵션이 있다는 건 아주 반가운 일이고 해외 생활을 하고 있다거나 관광차 찾게 된다면, 현지 맛집만 찾아가서 음식 자체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현지 음식이 발달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 한번쯤 고민해 본다면 그 문화에 대한 이해도도 올라가고 더욱 알찬 여행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송창훈
그랜드 하얏트 홍콩
시니어 세일즈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