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이 지닌, 고객이 느낄 가치가 중요하다.” 인터뷰 내내 조진호 총지배인이 가장 많이 꺼낸 단어는 ‘가치’였다. 호텔리어로서 커리어를 쌓아오지 않았지만 호텔을 보는 눈은 날카롭고 객관적이었다. 낡은 관습을 버리고 일시적인 유행에 흔들리지 않으려는 묵직한 소신도 엿보였다. 가치라는 말뚝을 여의도 땅에 단단히 박아 넣은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조진호 총지배인은
2005년 이랜드 그룹 패션 사업부(세일즈&오퍼레이션)에 입사, 이랜드 그룹 전략 기획실 ESI 팀장을 거쳐 호텔, 외식, 레저 등 다양한 사업 분야의 기획 업무를 담당했다. 지난 2016년 7월 켄싱턴 서울 여의도 총지배인으로 부임하며 새롭게 단장한 켄싱턴 호텔 여의도를 이끌어 가고 있다.
Q. 총지배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들려 달라.
2005년 이랜드 그룹에 입사해 십여 년을 몸담고 있다. 호텔을 운영하는 호텔리어 역할과는 좀 다른, 그룹 전략 기획부서와 호텔 사업부 기획부서에서 일해 왔다. 이쪽 분야는 호텔 개발에 관련한 업무가 대부분이었다. 호텔 비즈니스를 기획하고 조율하는 위치에서, 당시 나는 호텔리어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업무 특성상 적은 투자로 큰 이익을 낼 수 있는 방안만 생각했지 운영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 볼 일이 없었다.
그러다 켄싱턴 호텔 여의도의 총지배인 자리에 오르기 전, 켄싱턴 호텔 제주에서 각 부서 모든 일을 다 경험해 보라는 지시를 받았다. 팀장들이나 실장들이 호텔 최전선과 후방을 아우르는 모든 업무에 대해 높은 이해도를 갖게 만들기 위한 현장 교육의 일환이었다. 제일 허드렛일인 룸 메이드 일부터 스튜어딩, 벌초작업 등 모든 업무를 겪어 봤다. 얄궂게도 교육을 받았던 때가 7월 장마기간이어서 고객들이 호텔 밖으로 잘 나가지 않았다. 덕분에 할 일도 많아져 고역을 치렀다.(웃음)
총지배인 직위를 얻은 지 7~8개월이 흐른 지금 돌아보면, 당시의 경험은 호텔리어로서의 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었던 계기로 작용했다. 당시 교육을 받았던 경험을 토대로 호텔 총지배인으로서 호텔이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해야 하고, 운영을 총괄하는 입장에서 우리 호텔이 어떤 무기를 갖춰야 할지 많이 생각하게 됐다.
Q. 직원 관리와 동기부여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궁금하다.
고객의 불만해결, 고객만족을 위해서라면 상사의 사전승인 없이도 고객을 응대할 수 있도록 현장직원들에게 권한을 위임하고 있다. 위에서 아래로 지시하는 것보다 직원들이 직접 현장 또는 온라인에서 고객의 소리를 듣고 스스로 해결방안을 도모하는 Bottom-Up 방식을 추구한다. 직원 개인은 물론이고 조직 전체가 고객의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으면 관습적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또한 원활한 고객 응대를 위해 전 직원의 A4 4장 분량에 달하는 매뉴얼을 숙지시킨다. 어떤 포지션에서 일하든 호텔 전반에 관한 내용을 숙지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직원 입장에서도 고객이 우리 호텔에 관한 질문을 던졌을 때 답을 하지 못한다면 스스로 부끄러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시스템과 준비과정을 거쳐 직원들과 함께 고객 VOG(Voice Of Guest)를 매주 리뷰하는데 내용 중 30~40%는 직원들에 대한 칭찬이다. 이 칭찬 수에 따라 실버스타, 골드스타, 챔피언 순으로 등급을 나눠 배지를 수여하는 등 준비된 호텔리어에게 동기부여와 보상을 제공한다.
Q. 젊은 총지배인이라 그런지 열의가 느껴진다.
총지배인이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에 따라 직원들의 태도와 행동도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작년 여름 문을 연 켄싱턴 사이판 호텔을 방문했었는데, 미국 국적을 가진 근로자가 많음에도 한국식 업무 진행을 잘 따르는 모습이 놀라웠다. 본인들 입장에서는 일하는 방식이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고, 열심히 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윗사람들이 솔선수범해서 열심히 하니 그들도 열의를 가지고 일하더라. 나도 솔직히 이렇게 열의를 가지고 총지배인 업무를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기획실장일 때는 야근도 많이 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는데 지금은 상당히 열의에 차 있다. 직원들도 그래서인지 열심히 잘 따라오는 것 같다.
Q. 여의도에 위치해 있는 만큼 여의도의 변화에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보인다.
주식시장 1번지라고 불리던 여의도 증권가가 ‘탈 여의도’ 흐름을 보이고 있는 건 맞다. 외식 사업부에서 일할 때는 여의도에서 발을 빼야 한다는 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호텔은 또 다르다. 지금 우리 호텔의 위치나 서비스에 만족을 표현하고 있는 고객들도 꽤 많고, 더 성장할 가능성 역시 긍정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예전보다는 분위기가 옅어지고 있다지만 아직까지는 ‘한국의 맨해튼’이라 불릴 만한 한국 비즈니스의 중심이다. 현재는 비수기라 일단 고객군 다변화에 주력하고 있고, 시장 흐름을 좀 더 지켜봐야할 필요는 있지만 고무적으로 보는 상황이다.
Q. 켄싱턴 호텔 여의도는 어떤 포지션을 취하고 있나?
우리 호텔을 찾는 내·외국인 고객 비율이 6대 4정도다. 내국인 레저 고객이 찾는 호텔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금 일본 도쿄 호텔들이 그렇다. 도쿄를 보면 현재 호텔 산업이 전례 없는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특히 중국인 관광객에 크게 의존하는 국내 실정과 달리 호텔 서비스와 레저를 즐기기 위한 내국인 고객이 호텔을 많이 찾고 있어 외부 변수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박리다매식으로 객실을 팔아치우는 형태가 아니라 가치를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게 변화한 것이다. 외국인 친구가 한국에 놀러 와서 비용은 상관없으니 괜찮은 호텔을 추천해 달라고 했을 때, 자신 있게 추천할 만한 곳이 현재 국내에는 그렇게 많지 않다고 본다. 호텔의 수는 많아졌지만 퀄리티가 뛰어난 호텔은 아직 부족하다. 고객 만족을 위한 차별화된 전략으로 우리 호텔이 이 부족함을 메우는 포지션을 잡으려 한다.
Q. 호텔이 지닌 가치를 고객들에게 어떻게 인식시키고 싶은가?
고객에게 한 호텔의 가치를 인식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사항은 객실 단가라고 본다. 기획실장 때 고객이 인지하는 호텔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기법을 많이 써 봤다. 결국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가격이더라. 고객들은 단가를 통해 호텔의 가치를 파악하는 경향이 있다. 인터넷 블로그나 OTA 사이트에 올라오는 호텔 리뷰 등에서도 나타난다. 호텔 운영 업무를 시작했을 때부터 인지가치인 객실 단가와 사용가치를 높이고 두 가치 사이의 괴리를 없애려고 노력했다. 그 결과 1월 고객 만족도 평가 점수가 10점 만점에 8.9점을 넘었다. 총지배인으로 갓 부임할 때 조사됐던 만족도인 7.4~7.6점을 반년 만에 1.5점 이상 끌어올렸다. 사용가치를 높인 대표 상품이 EFL(Executive Floor Lounge) 객실이다. 부임했을 때 소비자가가 13만 원 중후반 대였는데 현재 16만 5000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올 해 말까지 더 인상할 계획이다.
Q. 켄싱턴 호텔 여의도의 총지배인으로서 꿈꾸는 비전이 있다면?
켄싱턴 호텔 여의도의 비전은 고객이 인지하는 인지가치와 사용했을 때 느끼는 사용가치가 일치해 고객이 만족하고 재방문하게 되는 좋은 호텔로 자리 잡는 것이다. F&B업장 운영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다. 적지 않은 호텔에서 식음업장을 인건비를 절감하는 파트로 보는 경향이 있다. 개인적으로 스시를 좋아하는데, 어느 호텔에 들렀을 때 맛본 스시가 굉장히 맛있었다. 문득 ‘여기는 기본적으로 음식이 훌륭하니 객실 역시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F&B 파트 역시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호텔을 찾는 고객은 일부를 가지고 호텔 전체를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F&B 역시 객실과 같이 단가를 낮춰 가며 고객이 기대하는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으려 한다. 더 높은 고객점유율만 생각하면 단가 낮추기 경쟁에 뛰어들어야겠지만, 단가는 곧 퀄리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
내국인 레저시장은 몇 년 전까지 제주 OO호텔이 중문지점을 매각할 정도로 상황이 안 좋았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져 제주 지역에서 레저를 즐기기 위한 내국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서울도 곧 그렇게 될 수 있다. 켄싱턴 호텔 여의도는 서울의 중심부에 위치한 비즈니스, 레저 호텔로써 유혈 가격경쟁보다는 가치 지향적인 서비스로 고객과 소통할 것이다. 또한 친절과 청결 부분에서 글로벌 특급호텔 수준을 지향하고, 고객이 원하는 콘텐츠를 개발해 고객이 만족하고 재방문을 희망하는 호텔을 만들 계획이다.
켄싱턴 호텔 여의도
한국 사회, 경제, 문화의 중심지 여의도에 위치한 켄싱턴 호텔 여의도는 2004년 2월 렉싱턴 호텔로 출발해 2015년 미국 뉴욕을 콘셉트로 하는 럭셔리 모던 호텔로 재탄생했다. 서울을 찾는 비즈니스맨들이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이뤄낼 수 있도록 최고의 서비스가 준비돼 있으며 누구나 달콤한 휴식을 통한 재충전을 할 수 있게 안락하고 편안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새롭게 구성한 럭셔리 Executive Floor Lounge는 Executive 객실 투숙 고객의 전용 공간으로, 품격 있는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Executive Double / Twin 객실이 준비돼 있으며 조식 및 스낵, 음료 등이 무료 제공된다. 비즈니스 여행객들을 위한 PC, FAX 등과 라운더리 룸을 통해 고객에게 편리함과 편안함을 동시에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