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Networks_ 싱가포르] 아시아의 멜팅팟 싱가포르

2019.06.13 09:20:17


몸을 담고 있던 호텔그룹의 세일즈부서가 클러스터가 되면서 팀의 재정비가 이뤄졌다. 이번에는 새롭게 Leisure와 Distribution을 담당하게 됐는데 같은 팀의 부서원들의 국적이 정말 다양하다. 한국인인 나를 포함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인도, 중국, 미국, 영국, 러시아까지 누구 하나 중복되는 국적이 없을 정도로 유난히 외국인의 비중이 높다.


예나 지금이나 싱가포르의 인구와 인종 문제는 항상 화두에 오른다. 특히 한국처럼 싱가포르도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후로는 노동 가능 인구가 자국민만으로는 절대 해결이 불가능한 수준이기에 외부에서의 유입이 꼭 필요하다. 이는 싱가포르 호텔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보통 한 호텔에서 외국인 직원들의 수는 전체 인원의 약 30~40%며, 가장 많이 보이는 국적은 역시 말레이시아와 중국, 필리핀이 뒤를 잇는다. 또한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의 호텔에서 쉽게 찾기 힘든 한국 호텔리어들을 싱가포르의 거의 모든 호텔에서 아주 쉽게 만나볼 수 있는데, 보통 한 호텔에 적게는 열 댓 명 많게는 몇 십 명에 이르며 프론트오피스와 식음료부서에서의 활동이 주를 이루지만 이밖에도 컨시어지, 하우스키핑, 세일즈, 어카운팅 등 다양한 부서까지 활동범위가 넓은 편이다. 다양한 국적이 모이는 만큼 직원들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물론 싱가포르의 공용어인 영어로 대부분의 일들이 진행되지만 부서에 따라 유난히 어느 한 국적이 많은 경우라면 대체 방안을 마련하기도 한다. 좋은 예로 중국인들이 몰려 있는 하우스키핑의 경우 영어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직원들을 위해 부서 내에서 사용하는 서류의 일부를 중국어로 준비해두고 있다. 물론 다른 부서와의 협력이 요구되는 서류가 아닌 휴가 신청서와 같은 개인적인 서류에 한한다.


또한 인종과 국적이 다름과 함께 종교도 가지각색으로 무슬림, 힌두교, 불교, 천주교 및 개신교까지 모든 종교가 혼합돼 있기도 하다. 호텔에서는 개개인의 종교와 문화를 존중하는 차원으로 다양한 방안을 준비해 놓고 있는데 일례로, 직원들을 위해서 기도실을 호텔 안에 마련해두고 직원식당에서는 돼지고기와 소고기가 들어간 메뉴를 준비하지 않는다. 호텔을 찾는 손님들을 위해서는 잘 보이지 않는 객실 안의 옷장 속 천장에 메카 방향을 알려주는 끼블라 스티커를 붙혀 놓고 보통의 호텔에서 침대 옆 사이드 테이블의 서랍에 위치하고 있는 성경책을 치워 뒀다. 인룸 서비스 메뉴 및 모든 레스토랑의 메뉴에는 특히 돼지고기가 포함돼 있는지 꼭 표시돼 있다. 또한 호텔에서 행사를 하는 고객들을 위해 베지터리언이나 할랄 메뉴를 따로 준비해놓고 있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싱가포르는 유난히 공휴일이 적은 나라 중 하나다. 어느 나라든 공휴일을 보면 그 나라가 어떤 인종과 종교가 많은지 쉽게 알아볼 수 있는데, 역시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멜팅팟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곳처럼 많지 않은 공휴일(연 11일)임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문화와 인종과 종교에 따라 적절히 배분돼 있다. 이번 6월에는 라마단이 끝나는 날로 무슬림들의 가장 큰 축제 중 하나인 하리라야(Hari Raya) 공휴일이 지정돼 있으며 이밖에도 부활절 이전 금요일인 굿 프라이데이(Good Friday)와 크리스마스, 힌두교 신들에게 감사기도를 올리는 디파발리(Deepavali), 석가탄신일인 베사카(Vesak) 등 다양한 공휴일이 존재하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에는 차이나타운, 리틀 인디아, 아랍스트리트 등 다양한 인종들이 모이는 곳들이 타운으로 잘 나눠져 있는데 각각의 곳들이 싱가포르라는 한 나라 안에서 다양한 나라의 음식과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무기로 매력적인 관광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특히 이런 타운 주변에 위치한 호텔의 경우 주변 로컬 문화와의 시너지를 발휘해 여행사들과의 테마상품으로 거듭나고 있기도 하다.



최경주
팬 퍼시픽 하노이 세일즈  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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