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교통, 중계 무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동남아시아의 허브(Hub)로 불리는 싱가포르는 호스피탤리티 산업에서도 동남아시아를 견인하고 있다. 이곳은 한국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호텔 브랜드나 플래그십 호텔, 미쉐린 레스토랑 그리고 전 세계 톱 리스트에 랭크된 호텔 바들이 유난히 많은 곳이기도 하다. 특히 술값이 비싼 싱가포르에서는 호텔 밖이나 호텔 안의 술값이 큰 차이가 나지 않아 다른 나라에 비해 호텔 바의 문턱이 낮은 곳이기도 하다. 각각의 다른 매력으로 어필하고 있는 싱가포르의 호텔 바들을 들여다보도록 하자.
영국의 윌리엄 리드 비즈니스 미디어에서 매년 주류 전문기자와 바 컨설턴트, 마스터 믹솔로지스트 등 200여 명에 달하는 전문가들의 투료로 전 세계 최고의 바를 선정하고 있는데 이중 아시아지역을 대상으로 하는 ‘Asia's 50 Best Bars’ 리스트가 있다. 국내에서는 포시즌스의 찰스H, 앨리스 청담 등이 매년 아시아 베스트 리스트 안에 들고 있다. 떠오르는 칵테일 시티 싱가포르의 바들이 홍콩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리스트의 대부분을 채우고 있는데 이중 싱가포르 리젠트 호텔의 메인 바인 ‘맨해튼(Manhattan)’은 벌써 2년째(2017년과 2018년) 아시아의 1등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또한 같은 곳에서 주관하는 ‘World’s 50 Best Bars’로 무대가 넓어지면 대부분 아시아의 바들의 랭킹이 떨어지고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의 바들로 도배가 되지만 지난해 맨해튼은 월드 베스트 리스트에서 3위를 차지해 아시아 바의 자존심을 지켜내기도 했다. 맨해튼 바는 이름처럼 뉴욕 맨해튼을 콘셉트로 하고 시대상은 1920년대의 미국의 모습을 적용시켜 앤티크하지만 럭셔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곳의 대표 칵테일은 ‘뉴욕’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뉴욕 사워와 올드패션 스타일의 칵테일이 인기다. 특히 일요일에는 칵테일을 페어링한 칵테일 브런치가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있었던 북미회담 중 북한대표단의 숙소로 유명세를 치른 ‘더 세인트레지스(The St. Regis) 싱가포르’에는 ‘애스터(Astor) 바’가 있다. 세인트 레지스의 첫 번째 호텔이자 플래그십 호텔인 뉴욕의 세인트 레지스를 세운 ‘존 애스터’의 성을 따서 바의 이름이 만들어졌다. 세인트 레지스는 디테일한 버틀러 서비스로 유명한데 또 한 가지, 바로 뉴욕 세인트 레지스의 킹 콜(King Cole) 바가 블러드 메리(Blood Mary) 칵테일의 탄생지이기에 유명하다. 애스터 바에서도 이 블러드 메리를 맛볼 수 있는데, 싱가포르에서는 이를 로컬화시켜 타바스코 대신 쥐똥고추를 넣어 만든 칠리 파디 메리(Chili Padi Mary)를 경험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이곳은 칵테일뿐만 아니라 바 안에 전시돼 있는 그림으로도 유명한데 바로 피카소의 ‘투우사’ 시리즈가 전시돼 있다. 호텔의 프레지덴셜 스위트 객실은 샤갈의 작품이, 로비에는 싱가포르 대표작가 첸가찬의 작품이 전시돼 있어 유명 갤러리가 부럽지 않은 컬렉션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아코르 호텔 그룹에서도 상위 카테고리에 위치하고 있는 페어몬트 호텔의 유명 바인 안티도트(ANTI:DOTE)는 호텔의 바이지만도 매우 참신하고 감각적인 칵테일과 음식으로 승부하는 곳이다. 특히 이곳엔 한국인 여성 바텐더가 헤드 바텐더로 있는데(호텔앤레스토랑 매거진에서 ‘싱가포르 칵테일 여제’로 소개된 바 있는 ‘바니 강’ 바텐더) 그녀의 참신한 감각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칵테일을 맛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이곳은 서랍장 애프터눈 티로도 유명해 예약 없이는 입장이 힘들만큼 인기가 있다.
이 밖에도 호텔 바는 아니지만 웅장한 디자인으로 절로 탄성을 자아내며 1000여 개가 넘는 진 컬렉션을 갖추고 있는 아틀라스(Atlas) 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루프톱 바인 1-Altitude, 로컬 식재료를 칵테일의 가니시로 사용하며 실험적인 칵테일로 승부를 거는 넛맷 & 클로브(Nutmeg&Clove) 등 다양한 바들이 경쟁하며 싱가포르를 떠오르는 칵테일 시티로 만들고 있다.
최경주
팬 퍼시픽 하노이 세일즈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