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일자로 소피텔 플라자 하노이 호텔이 15년간 가슴에 달고 있던 아코르 그룹의 소피텔 브랜드 이름표를 떼고 팬 퍼시픽 호텔 그룹의 팬 퍼시픽 하노이라는 새 명찰을 달았다. 아코르그룹과 소피텔 호텔의 브랜드 가치는 다른 어떤 유명 호텔그룹, 브랜드보다 베트남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지난 15년간 구 소피텔 플라자 하노이는 서호West Lake 지역의 랜드마크였다. 오랜 기간 동안 지역주민에게 각인된 인지도를 버리고 다른 브랜드로 바꾸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팬 퍼시픽 하노이의 소유주는 부동산개발과 투자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싱가포르의 UOL그룹으로, 2013년에 팬 퍼시픽 호텔 그룹의 소유주가 됐다. 현재 호텔 40여 군데와 리조트를 매니지먼트하고 있으며, 이 중 약 30여 곳을 소유하고 있다. 소피텔과의 15년 계약이 끝나는 이 시점에서 비싼 비용을 지불해 가면서 계속 소피텔의 명성을 유지할지, 아니면 호텔의 오너가 제 나름대로 유명한 호텔 브랜드를 소유하게 됐으니 팬 퍼시픽이라는 새 이름표를 달지 결정하는 일은 어려웠을 것이다. 결국 어느 정도의 성장통을 감수하더라도 앞으로의 장기적인 성장과 발전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였는지, 과감한 리브랜딩이 결정됐다.
실제로 리브랜딩이 확정된 후, 소피텔 플라자 하노이를 이용했던 기존 고객들의 피드백은 썩 좋지 않았다. 브랜드 이미지와 인지도, 로열티 프로그램이 고객이 호텔을 선택하는 데 있어 객실가격과 위치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실감했다. 특히 팬 퍼시픽이라는 브랜드 이름조차 들어본 적도 없는 베트남 현지인들에게 이를 처음부터 하나하나 알리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 익숙하지 않은 브랜드, 경험해 보지 않은 브랜드에 대한 고객들의 의구심을 없애는 과정은 그야말로 크나큰 도전이었다.
우선 리브랜딩과 함께 팬 퍼시픽 브랜드가 추구하는 콘셉트와 이미지를 전달하기 위해 호텔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로비와 프론트, 그리고 아웃렛 두 곳의 개보수가 함께 진행됐다. 또한 미디어(특히 여행 잡지와 기내잡지)에 지속적으로 브랜드를 노출하고 하노이 국제공항의 수화물을 찾는 곳 전체에 팬 퍼시픽 하노이의 광고를 올렸다. 하노이의 유명 택시 그룹에 호텔의 이름과 로고를 새기기도 하고, 해외 로드쇼나 트래블 마트에 참석하는 등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또한 기존 고객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였던 로열티 멤버십의 혜택은 아코르 로열티 프로그램을 통해 지금까지 받아왔던 베네핏을 앞으로 팬 퍼시픽으로 브랜드가 바뀌더라도 똑같이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새로운 브랜드의 로열티 프로그램인 글로벌 호텔 얼라이언스(GHA)의 장점을 적극 활용, 홍보해 고객을 안심시켰다. 또한 리브랜딩 후 행해진 Grand Opening 파티에서는 본사의 CEO와 함께 오너가 참석해 고객들을 로비에서 한명한명 맞이했다. 다른 지역의 팬 퍼시픽 호텔에서 활약하고 있는 셰프까지 총 동원해 팬 퍼시픽의 시그니처 플라워인 오키드를 모티브로 한 세련된 셋업과 럭셔리한 음식과 음료를 준비했다. 특히 준비한 음식 중에는 팬 퍼시픽 시그니처 칵테일과 음식이 있어 고객들이 오감으로 팬 퍼시픽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라 사은품, 비행기표에 호텔숙박까지 제공하는 행운권 추첨 등 다른 호텔에서는 볼 수 없는 럭셔리함을 고객들이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해 ‘소피텔보다 낮은 단계의 브랜드’라는 편견을 날려버리는 좋은 기회가 됐다. 행사 후 새 브랜드에 대한 고객들의 피드백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리브랜딩 후에도 변함없이 높은 호텔가동률이 이를 말해준다.
최경주
팬 퍼시픽 하노이
세일즈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