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Networks_ 호주] 호주의 커피산업

2019.02.06 09:30:07


이번 호에서는 와인과 더불어 호주를 대표하는 음료산업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커피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매일 거리를 지나다 보면 이곳 시드니의 모든 사람들이 머그잔 또는 종이컵에 담긴 커피를 홀짝이는 광경을 보는 것은 지극히 일상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호주인의 커피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은 전 세계에서 손에 꼽힐 정도여서 지난 3년간 호주인의 커피소비량이 무려 129억 잔으로 세계에서 3위라는 사실이 그 말을 뒷받침해준다. 호주커피의 역사는 반세기도 훨씬 전인 대혼란의 세계사에서 시작됐는데, 세계2차대전 당시 폐허가 된 이탈리아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 호주로 이주해온 이태리 사람들에 의해 에스프레소가 처음으로 소개된 것이 계기가 됐다. 시드니와 멜버른에서 1950년대 중반부터 에스프레소 머신이 사용됐으며 수입한 커피보다 직접 생두를 볶는 방식으로 시작됐는데 처음에는 문화적인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왜냐하면 영국식의 차 문화가 널리 퍼져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직장인들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유럽식 케이크와 빵, 샌드위치에 커피로 아침식사를 하는 문화가 점차 호주 전역으로 퍼지기 시작한 것이 발단이 돼 지금에 이르게 됐다.


호주에서 인기 있는 커피에는 숏블랙, 롱블랙, 플랫 화이트, 스키니 캡이 있는데, 스키니 캡은 우리가 흔히 아는, 뜨겁게 데운 저지방우유로 만든 카푸치노를 말하고, 플랫화이트는 우리나라의 카페라떼, 카푸치노와 유사한데 쉽게 말해 카페라떼에 약간 적은 양의 거품, 조금은 더 진한 맛이 담겨 있는 커피를 말한다. 이 플랫화이트가 호주에서 가장 보편화돼 있는 커피로 호주를 대표하는 커피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숏블랙은 우리에게도 친숙한 에스프레소 잔에 나오는 에스프레소 샷을 뜻하며, 롱블랙은 아메리카노의 호주식 버전인데, 에스프레소 잔에 뜨거운 물을 부어준 것을 일컫는다. 쉽게 말해 숏블랙과 롱블랙은 에스프레소에 뜨겁게 데운 물을 첨가하느냐 안하느냐의 차이로 볼 수 있는데, 이는 각 매장마다 조금씩 다른 레시피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호주 커피의 특징을 종합해보자면 우선 첫째로 이곳은 대형 프랜차이즈보다는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의 커피숍들이 더욱 인기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 중의 하나가 바로 스타벅스 사건으로  전세계 커피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커피브랜드인 스타벅스 조차도 호주에서만큼은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바로 기본적으로 탄탄한 경쟁력을 기반으로 맛과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호주의 소규모 커피숍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한때 스타벅스 지점이 80개가 넘었었지만 지금은 4분의 1인 24개만 운영되고 있다. 둘째, 커피원두를 생산하는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낮은 고도에서 재배된 원두들은 초콜릿 같은 단맛과 뚜렷한 산미를 지니고 있어 다른 커피생산국들에 비해 차별화된 맛을 지닌 원두를 생산하고 있다. 셋째, 다양한 맛의 우유를 첨가해 커피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 또한 특징인데 예를 들어 아몬드밀크, 코코넛밀크, 스킴밀크, 그리고 풀크림이나 락토오스프리 등을 이용해 만들어 소비자들이 다양한 맛을 경험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호주인들 자체가 바쁜 일상 속에서도 쉬어 갈수 있는 작은 부티크 카페를 선호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맛과 품질면에서는 세계적인 브랜드에 결코 뒤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호주의 로스터들은 세계적인 권위의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도 우승자를 배출할 만큼 체계적인 교육을 받아 경쟁력 면에서 세계에서 가장 돋보이는 실력자들을 보유하고 있다.


종합하자면 호주는 다민족, 이민자들의 국가인 만큼 남유럽인들이 가져온 에스프레소가 여러 경험과 시간이 복합적으로 섞여옴으로써 지금의 커피문화를 창조해냈다고 볼 수 있다. 이민자들이 가져온 커피가 영국식 티 문화가 팽배했던 이곳을 바꿔 계승해옴에 따라 지금의 호주의 커피산업은 전 세계를 주도하는 거대시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용승
쉐라톤 시드니 온 더 파크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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