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Networks_호주] 호주 속의 아시아 퀴진

2017.05.24 07:41:35


이번 호에서는 호주 속에 자연스레 스며들어 그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아시아 요리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최근 몇 년 새 호주가 새로운 미식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호주에서 아시아의 다양한 요리들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그 발단은 1980년대 후반 호주의 거대 슈퍼마켓 체인인 Woolworth와 Coles에서 아시아의 식재료를 수입하기 시작했고 이곳으로 이민을 오게 된 아시아 각국의 이민자들에 의해서다. 시드니만 봐도 길거리에서 심심치 않게 태국, 말레이시아, 중국, 일본 그리고 한국과 인도를 비롯한 아시아 각 나라들의 레스토랑이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호주의 인구 구성을 보면 아시안 이민자들의 분포도가 점점 늘어나고 있고 이들이 정착해 지역사회를 이루며 사업을 시작하다보니 당연히 그들의 음식 또한 사업의 가장 중요한 일부분이 됐다. 호주정부가 실시한 다문화정책으로 영국식 위주의 요리가 주를 이루던 요리문화에 변화가 시작된 것은 아시아 요리에서 가장 중요한 소스 중 하나인 ‘간장’의 전파였으며 이와 동시에 동남아시아인의 골드러시와 함께 중국인, 일본인 그리고 한국인의 이민과 정착이 호주 전체 식문화에 상당한 영향을 끼쳐 당시 학생들이 점심시간에 가장 간단히 먹는 음식이 일본의 스시롤이 되기에 이르렀다. 이는 가볍고 영양가 있는 음식을 즐기는 호주인들의 시선이 동양식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간 것으로도 해석되는데, 호주의 유명한 음식비평가인 Terry Durack은 이런 상황을 “아시아 요리의 엄선된 식재료를 접목해 호주 식문화에 고수해야할 요소와 생략 가능한 요소를 구분하는 과정이 진행 중”이라고 평한 바 있다. 이 흐름과 맞물려 세계의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도 뽑힌 바 있는 한국인 셰프, 데이비드 장이 한식을 재해석해 선보인 ‘모모호쿠 세이보’, 호주의 스타 셰프 닐 페리가 중국의 사천요리를 중심으로 선보인 ‘스파이스 템플’, 중국 이민자 출신의 캘리 퀑, 일본이민자출신의 테스다 와쿠다, 그리고 베트남의 루크 구엔 등 아시아 출신의 수많은 스타 셰프들과 그들의 레스토랑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호주에서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으로 손꼽히는 시드니의 Sepia 그리고 Rock pool의 공통점 또한 각각 일본 요리와 다양한 아시아 요리에 기본을 둔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는 게 이를 증명한다.
이렇듯 호주 내에서 아시안 요리가 지금처럼 대중화될 수 있었던 이유로 두 가지를 들 수 있는데 첫째로는 외국문화의 유입에 관대한 호주정부의 적극적인 개방정책이다. 역사가 짧고 자국민의 수가 국토의 규모에 비해 적은 점을 감안해 정부에서 다른 나라에 개방정책을 실시함으로써 다양한 문화의 이민자들이 새로운 삶과 도전을 위해 이곳에 오게 됐고, 뿌리를 내려 집단을 이루며 사업을 시작해 이런 결과가 음식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시드니의 각 지역마다 다양한 나라의 이민자들이 마을을 형성해 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지역마다 그 나라의 레스토랑이 위치하고 있다는 점은 당연한 사실이다. 두 번째로는 호주의 부족 직업군을 들 수 있다. 예를 들면 호주에서도 호텔과 레스토랑의 서비스업은 가장 중요한 국가 성장동력을 이루는 부분 중의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이 산업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 적은 숫자의 자국민들로만은 한계에 부딪히다보니, 그 해결책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을 적극적으로 고용하게 됐고 그래서 이들이 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취업을 하고 비자를 받아 시민이 돼 서비스업의 한 축이 돼 온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셰프 테스다 와쿠다, 루크 구엔, 캘리 퀑 등도 이런 과정을 거쳐 호주에서 성장해온 대표적인 셰프들이고 이들의 피 땀나는 노력과 긴 세월이 지금의 아시아요리가 호주에서 발전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으며 결론적으로 볼 때, 영국인이 닦아놓은 요리의 기초에 더해 아시아인의 이민과 정착의 역사가 융화돼 현재 세계 요리 시장의 한축이 된 호주를 완성했다. 그래서 이곳에서 김치가 들어간 핫도그, 베이징 덕버거, 그리고 갈비를 올려놓은 팬케이크 등 퓨전요리들이 결코 낯선 음식들만은 아닌 이유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이용승
쉐라톤 시드니 온 더 파크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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