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의 Coffee Break] Starbucks Reserve Roastery Milan

2018.12.13 09:20:44

Prologue #

스타벅스, 명실상부 지구 1등 커피 프랜차이즈가 35년 만에 밀라노에 입성했습니다. 여러분은 스타벅스의 이름이 어디에서 유래됐는지 알고 계신가요? 머리가 흰 거대한 고래에게 한 쪽 따리를 잃은 에이햅의 고래를 향한 복수를 담은 서사시적 소설 <모비딕> 속 등장인물의 이름에서 따왔는데요.
고래를 잡는 배 포경선 피쿼드호의 선장 에이햅은 복수심으로 불타 동료들의 충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백경을 찾아서 대서양에서 희망봉을 돌아 태평양에 이르기까지 항해를 하게 됩니다. 마침내 흰 고래와 3일이나 되는 사투를 벌인 끝에 선장은 작살을 명중시키고도 바다 밑으로 빨려 들어가 죽음을 맞이하는 비극적인 내용입니다. 여기에 돛대의 밧줄을 담당한 일등 항해사 ‛스타벅’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그리고 세 명의 멤버를 더해 s’를 붙여 스타벅스가 됐다고 합니다.



Scene 1 #

스타벅스의 로고는 그리스 로마신화의 바다의 인어 사이렌을 형상화했습니다. 아름답고 달콤한 목소리로 유혹해 수많은 배를 침몰시키고 죽음의 축제를 벌인 캐릭터인데요. 달콤하고 치면적인 유혹으로 많은 사람들을 이끌겠다는 스타벅스의 의지가 담긴 엠블럼인 셈입니다.


이 세계적 기업이 처음부터 엄청난 자본을 쏟아 부으며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나비의 작은 날개 짓이 허리케인을 만들어낸 ‘나비효과’처럼 이들의 열정이 거대한 기류의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회장은 인터뷰를 통해 매우 겸허한 자세로 이탈리아에 진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그는 VIP 초대 행사를 통해서 “1983년 밀라노에 처음 출장을 다녀온 이후에, 이 도시의 바에서 생생하게 느꼈던 커뮤니티의 공동체적 느낌, 품질 높은 커피, 바리스타와 고객들이 자유롭게 교감하는 순간의 분위기에 매료됐다.”라면서 “우리는 이탈리아인에게 커피를 가르칠 생각이 없다. 다만 우리의 다른 해석을 보여주길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Scene 2 #

스타벅스의 이탈리아 1호점은 밀라노 리저브 매장으로 화려하게 데뷔했습니다. 한편으로 ‘우리의 꿈에 영감을 준 도시 밀라노에 헌신하며’라는 문구를 통해 자존심이 강한 이탈리아인의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수 년내 200호점 달성이란 목표를 향한 첫 발을 디뎠습니다.


700평 규모의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은 밀라노의 두오모 성당에서 도보로 2분 거리에 위치한 이탈리아 최고의 노른자 땅에 위치했습니다. 건물은 피아짜 꼬르두시오의 옛 우체국 자리를 리모델링했는데요. 이곳은 지하철역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마주볼 수 있는데, 두오모 성당에서 스포르체스코 성으로 가는 중간에 병목지점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스타벅스 밀라노 매장은 2년이 넘는 준비기간을 거쳤습니다.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 중 약 700평의 규모를 선보이는 곳은 시애틀, 상하이 이후 밀라노가 세 번째 콘셉트의 매장입니다. 이곳은 유럽에서 가장 큰 매장으로, 이들은 영화 찰리의 ‘초콜릿 공장’에 비유합니다.


매장의 규모만큼이나 인력 동원도 메가톤급인데요. 매장 직원만 150명, 오피스 직원 150명, 총 300명에 달하는 인원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스타벅스가 일반 매장이 아닌, 리저브로 첫 매장을 오픈한 것은 스타벅스 측의 심사숙고 끝에 난 결정인데요. 스타벅스와 비슷한 콘셉트의 프랜차이즈들이 이미 이탈리아에 입성했지만, 고전을 면치 못한 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밀라노 현지인들의 무관심을 상대해야하고, 이 도시를 찾아오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밀라노 현지인들은 고퀄리티의 커피 한 잔에 1유로(한화 약 1280원), 카푸치노 한 잔에 비싸도 1.5유로를 평균적으로 생각하고 즐기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이 자동화된 머신에서 제공하는 에스프레소 한 잔을 종이컵에 마시기 위해 매장에 들려서 더 비싼 금액을 지불하는 것은 있을 수 없겠죠. 이러한 이유 때문에, 스타벅스는 현지의 커피전문가들에게 컨설팅을 의뢰해 현지화 전략을 채택함은 물론이고 거기에 고급화 전략을 더해 야심차게 첫 매장을 오픈했습니다.



Scene 3 #

스타벅스 리저브에서는 프라푸치노와 같은 음료를 판매하지 않습니다. 이곳에 근무하는 바리스타에 의하면 밀라노 인근에 스타벅스 4개 매장이 추가로 오픈 예정이기 때문에 프라푸치노와 같은 음료를 원하는 이들은 리저브 인근의 매장에서 구매하면 된다는 설명입니다.


개장 첫 날 이곳은 엄청난 인파로 북새통이었습니다. 특히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외국인 관광객들과 이탈리아의 청소년들이 열광을 하고 있었는데요. 주요 커피 소비자인 인근 주민들의 반응은 아직 미적지근합니다. 현재는 15분 정도 외부에서 줄을 서야만 매장에 입장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내부에 들어가서 주문을 하기 위해서는 또 15분 정도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하죠. 커피 한 잔을 가볍게 마시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습관이 된 현지인들에게 이 곳은 애당초 바쁜 이들을 위한 적절한 콘셉트의 매장이 아닌 것입니다.


스타벅스 밀라노는 역사적인 팔라쪼 델데 포스테는 외관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새롭고 번쩍이는 스타벅스 브랜드의 리저브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는 블랙톤을 사용해 우아함을 드러냅니다. 외부에는 안내 및 보안을 책임지는 보안요원들이 근무하고 있으며, 웨이팅이 길어지면 시음커피를 외부로 서빙해줍니다.
입구에서 매장으로 들어서면 중앙에 커다란 로스팅 머신이 자리 잡고 있는데요. 스타벅스 고유의 정체성인 그린 컬러로 옷을 입을 커피를 볶는 기계와 천장에 걸린 구리와 강철파이프가 오브제로 놓였습니다. 청동 기둥, 강철 기둥, 유리 지붕과 조명, 화이트 대리석 카운터까지, 모든 빛이 통과하는 곳에서 빛나는 이 공간의 웅장함을 보면, 왜 밀라노 리저브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타벅스란 수식어를 갖게 됐는지 이해됩니다.



Scene 4 #

중앙에서 왼쪽과 오른쪽 양 날개로 바(Bar)가 위치했는데, 왼쪽 바는 주로 판매용 원두를 비치해두거나 에스프레소 음료들을 마실 수 있게 했습니다. 더불어 기존의 스타벅스와는 달리 베이커리를 직접 생산해 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색다른 점은 복층 구조로 돼있는 곳에는 칵테일 바가 있는데, 다양한 칵테일 음료와 샴페인은 물론 커피가 들어간 다양한 베리에이션 음료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1층 중앙 오른편이 메인 바인데 이곳에서는 고급화/다양화된 커피를 선보입니다. 8종류의 추출방법으로 제작되는 수십 종류의 커피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에스프레소를 비롯한 콜드브루, 프렌치프레스, 필터 푸어오버, 케멕스, 니트로 커피와 사이폰에 이르기까지 커피에 특화된 매장에서만 맛볼 수 있는 추출 도구들이 이곳에 가득합니다. 커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는 일반 소비자에게 이곳은 하나의 커피 박물관처럼 느껴지겠네요.


스타벅스의 커피는 ‘강배전’된 커피로 유명한데, 위와 같은 추출도구에 사용되는 커피는 본래의 방식보다 낮은 배전도를 사용해 커피의 특성을 살리고 있습니다.


스타벅스에서는 100g 단위로 패킹한 각 산지의 커피들을 비롯해 100g에 30유로 가량에 판매되는 하와이안 커피까지 다양하게 판매되고 있습니다. 이 매장은 밀라노의 두오모 성당과 스포르체스코 다음으로 유명한 장소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아일랜드의 기네스 공장처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는 이곳은 한 번쯤은 방문하고 싶은 명소가 됐습니다. 다만 현지인들의 반응은 아직은 현재진행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스 매장이 이탈리아의 정체된 바 문화에 새로운 활력을 줄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전문가들이 많은데요. 한편, 스타벅스는 올해 말까지 밀라노에 4개의 매장을 추가 오픈 후 로마를 비롯한 이탈리아 전역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입니다.


  


Epilogue #

2018년의 마지막 달입니다. 연초에 다짐했던 일들을 어떻게 이뤘는지 생각해보니, 연약한 의지와 현실 가운데 서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목표한 바를 성취하지 못했다고 서 실망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흰 고래를 향한 분노에 찬 목표가 침몰이란 결과를 가져왔듯이, 급격한 변화의 추구는 항상 문제를 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올 한해 이루지 못한 것은 내년을 위해 남겨두고, 이룰 수 있는 사소한 것부터 한 발짝씩 나아가 보려 합니다. 바람 부는 추운 날에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제법 위로가 됩니다.

오늘도 향기가 머무는 하루가 되시기를, 이탈리아에서 응원합니다.

 


전용(Jonny Jeon)
Dalla Corte S.R.L
한국에서 오랫동안 바리스타였던 전용 Pro는 각종 대회 수상,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론칭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다가 이태리로 건너가 세계 유명 커피 머신 회사인 Dalla Corte S.R.L에서 Pro로 일하고 있으며 회사의 주요 프로젝트로 육성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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