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파니 김의 French Gastronomy Choice] 파리의 아름다운 레스토랑 by 라 리스트(LA LISTE) 르 그랑 베푸르 & 기 마르탱 셰프(Le Grand Véfour & Guy Martin)

2017.03.10 13:48:12

에펠타워, 루브르, 개선문, 몽마르뜨, 센강…수많은 역사 유적지들과 함께 세계 유명 레스토랑들이 즐비한 이곳. 그렇다, 이곳은 세계 미식의 수도(La capitale de la gastronomie)라 불리는 프랑스 파리다. 이토록 아름다운 파리의 한 유적지에서 우아하게 프렌치 가스트로노미를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레스토랑이 있다면? 그곳은 바로 오늘의 이야기가 펼쳐질 레스토랑 ‘르 그랑 베푸르(Le Grand Véfour)’일 것이다.
지금부터 이곳의 오너 셰프 기 마르탱(Guy Martin)과 함께 프랑스의 18~21세기를 넘나드는 ‘시간여행’을 시작해 보고자 한다.



팔레 로얄의 어린왕자, 셰프 기 마르탱; Le Petit Prince du Palais Royal
파리의 200여 년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며 전설의 레스토랑(Restaurant légendaire)이라 불리는 르 그랑 베푸르는 파리의 심장부인 팔레 로얄(Palais Royal)에 위치해 있다.
레스토랑 입구에서 기 마르탱 셰프가 참으로 ‘프렌치’스러운 그만의 부드러운 제스처와 미소로 고객을 맞이한다. 헝클어진 듯한 그의 헤어스타일과 부드러운 미소는 진정 어린왕자(Le Petit Prince)를 연상케 한다.



산악소년에서 프랑스 최정상의 요리를 선보이는 셰프가 되기까지
부드러운 외모와는 달리 그는 프랑스의 사브아(Savoie)라는 산악지대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1년 중 4~6개월이 눈에 덮여있는 마을에서 학교까지 매일왕복 6km를 걸어 학교를 다녀야 했지만 토목사인 아버지와 가정주부인 어머니 사이에서 화목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의 어머니는 산중턱에서 나는 신선한 재철 재료로 항상 다양한 가정식을 준비하는 것을 즐겼고 기 마르탱 셰프는 그렇게 ‘계절의 리듬에 맞춰’ 사는 법을 자연스레 몸에 익히며 자랐다.
그는 17세가 되던 해 피자 요리사(Pizzaïolo)로 일을 시작하게 됐다. 그리고 어느 날 우연히 접하게 된 요리책 <알리 밥(Gastronomie pratique d’Ali-Bab)>은 이 산악소년의 인생을 뒤바꿔 놨다. 의사와 록스타(Rock Star)가 꿈이었던 이 소년이 ‘요리’라는 신세계에 흠뻑 매료됐던 것이다. 그는 매일 밤 <알리밥>에 소개된 레시피들을 홀로 연습했고 이렇게 독학으로 무려 5000개의 모든 레시피를 마스터했다.
그 후 10년도 채 되지 않은 그의 나이 26세에 *샤또 드 디본느(Château de Divonne)의 총지배인과 셰프 디렉터로 임명됐다. 그리고 고작 6개월 후, 단 3명의 팀원과 함께 그의 인생 첫 미쉐린 스타를 획득하는 기록을 세웠다. 그는 바로 프랑스의 영 셰프 유망주로 급부상했고 5년 뒤에는 두번재 별을 거머쥐게 됐다. 그리고 1991년 드디어 그는 팔레 로얄의 역사적인 레스토랑, 르 그랑 베푸르의 오너 셰프가 됐다.



“산속에서 자란 나는 요리하는 법은 몰랐지만 자연의 섭리에 따라 계절에 맞는 음식을 즐기는 법을 알았다.”

2017년 2월 11일 르 그랑 베푸르가 25주년 기념일을 맞이했다. 지난 25년간 르 그랑 베푸르와 기 마르탱 셰프는 수많은 일들을 이뤄냈다. 2011년 8년 동안 지켜오던 그의 미쉐린 3스타를 잃는 일도 있었지만(현재 미쉐린 2스타 보유)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그의 이름을 건 다양한 레스토랑들, 요리학교(Atelier Guy Martin), 30권에 이르는 책 발간, TV 프로그램 요리 방송(Epicerie fine) 출연 등을 통해 프랑스 요리 및 미식의 가치를 전파하는데 힘썼다. 그리고 지난 20년에 걸쳐 프랑스 정부로부터 문화 예술 공로 훈장, 교육 공로 훈장, 레지옹 도뇌르 기사 작위와 프랑스 최고의 명예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장교 작위를 수여받으며 프랑스 국보급 셰프라는 명성까지 얻었다.


* 샤또 드 디본느(Château de Divonne) : 프랑스 동부 오베흐뉴-혼-알프(Auvergne-Rhône-Alpe)에 위치한 18~19세기의 샤또. 알프스의 몽블랑(Mont-Blanc) 전경과 7.5km거리에 있는 제네바의 레만호(Lac Léman)를 만끽할 수 있는 장소로 현재 호텔과 레스토랑으로 운영되고 있음.




예술적 영감을 통해 표현되는 요리들; Un artiste en cuisine au Grand Véfour
기 마르탱 셰프의 요리는 독창적이고 맛만큼이나 아름다운 예술로 표현된 요리를 선보이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 그에게 요리의 영감(inspiration)에 대해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나에게 그림, 음악과 같은 예술과 자연은 자동차의 휘발유와 같다. 휘발유가 없으면 자동차가 움직이질 못하듯 예술을 통한 영감이 없이 내 요리는 탄생될 수 없다.”

그의 창의적이고 아름다운 요리들은 그가 사랑하는 ‘예술, 문학 그리고 문화’를 통한 영감에서 탄생된다. 모네, 고갱, 르누아르와 같은 화가들의 작품에서 나오는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색채의 조합, 어릴적 거친 산악소년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일본의 젠 문화(Jardin des Zen) 그리고 여행을 통해 얻는 다양한 문화적 교감 등은 기 마르탱 셰프에게 가장 중요한 ‘영감’의 재료들이다.



르 그랑 베푸르의 대표적인 시그니처 디시(Signiture Dish)로는 지난 수 십 년간 사랑받고 있는 트러플 크림소스와 푸아그라 라비올리(Ravioles de foie gras, crème foisonnée truffée)와 송로버섯에 덮힌 소꼬리와감자 파이(Parmentier de queue de bœuf aux truffes) 등 이다.
이 외에도 동양의 오미자, 유자, 배추 등 다양한 소스와 재료를 프렌치 요리와 접목시켜 만든 많은 메뉴들이 큰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파리의 전설로 불리우는 레스토랑; Restaurant légendaire à Paris
17세기에 지어진 레스토랑 르그랑 베푸르에 입장하는 순간 우리는 그 시대의 아름답고 섬세한 예술과 이야기가 살아있는 역사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된다. 과거 200여 년 전 나폴레옹과 조세핀(Napoleon and Josephine)을 시작으로 빅터 휴고(Victor Hugo), 볼테르(Voltaire), 발자크(Honoré de Balzac), 콕토(Cocteau)와 같은 세기의 문화, 정치, 예술을 대표하는 지식인들의 메카와 같았던 르 그랑 베푸르. 이곳은 오늘날에도 프랑스 및 세계의 현, 역대 대통령들과 왕들을 비롯해 세계 각계각층의 유명인사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파리의 중요한 역사적인 레스토랑으로 사랑받고 있다.
르 그랑 베푸르가 위치해 있는 파리의 중심구 팔레 로얄의 역사는 루이 14세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784년 왕가의 재정 악화로 서민들에게 점포 임대되며 카페 드 샤아트르(Café de Chartres)라는 이름으로 이 레스토랑의 역사가 시작된다. 1820년에는 장 베푸어(Jean Véfour)가 인수해 파리에서 최초로 그랑 레스토랑(Grand Restaurant)이란 칭호를 사용하는 레스토랑이 됐으며 그 후 1948년에는 레이몬드 올리버(Raymond Oliver) 셰프가 인수한 뒤 르 그랑 베푸르는 1953년부터 30년 동안 미쉐린 3스타를 유지했다. 그 후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맥심(Maxim’s) 태팅거 그룹(Taittinger Group) 등 수많은 오너들을 거쳐 1991년에는 드디어 기 마르탱 셰프가 인수했다.
200여 년이라는 세월 속에 황금기를 비롯해 전쟁, 혁명 등 수많은 시대의 격변과 오너들을 거친 르 그랑 베푸르는 그 당시의 역사적인 인테리어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파리의 유일한 레스토랑이다.
레스토랑 입구의 레드 벨벳 커튼이 걷히는 순간 펼쳐지는 화려한 고전 장식예술들, 금테두리의 거울들, 네오 클래식 스타일의 폼페이 프레스코 벽화, 아름다운 장미들과 여인들의 우화로 가득찬 천장 등이 그 시대의 화려함과 웅장한 분위기를 그대로 전해주며 각 의자 뒤 새겨져있는 나폴레옹, 빅터 휴고, 발자크 등의 이름은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하기에 충분하다.

“나폴레옹 황제와 조세핀 황후가 즐겨 식사하던 자리에서 우아한 프렌치 식사를 한 후, 루이 14세가 뛰어 놀던 팔레 로얄 정원에서 산책을 즐길 수 있는 마법과 같은 레스토랑, 르 그랑 베푸르”

[INTERVIEW] 한국 셰프들과 교류 통해 다양한 한식 매력 경험해보고파

<Guy Martin>


Q. 서울, 또는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가? 또 평소 한식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2010년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의 사전행사였던 ‘무궁무진 서울의 맛(Infinite Taste of Seoul)’ 행사의 명예홍보대사로 초청돼 갔었다. 나는 한식의 굉장한 팬이다. 한식의 ‘풍요로움’에 매료됐고 앞으로도 한국의 많은 셰프들과의 교류를 통해 더욱 다양한 한식의 매력을 경험해 보고 싶다.


Q. 프랑스 그랑 셰프들 중 당신은 아시아 퀴진(특히 일본과 한국)의 재료를 프렌치 요리와 접목해 창의적인 요리를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나는 다양한 문화에 관심이 많고 항상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자 하는 열정이 크다. 그런 시도를 통해 새로운 맛을 찾아내고 더욱 다양한 요리를 하며 발전하기 위해 노력한다. 아시아의 문화와 요리는 어릴적 책과 TV를 통해 접하며 ‘동경’을 품기도 했었다.


Q. 프랑스를 대표하는 그랑 셰프로서의 자질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고객들에게는 ‘관대함(généreux)’을 갖고 그들이 즐길 수 있는 요리을 선사(donner)하며 그 행복한 순간을 함께 나눈다(partager)는 마음가짐으로 요리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셰프 각자의 노하우(Savoir faire) 전수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이를 실천하는 것이다.


Q. 최근 인터넷, 소셜 미디어 등이 발전하면서 많은 유명 셰프들의 요리(메뉴), 프레젠테이션 등이 카피되고 있는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자연스러운 일이고 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요리(메뉴) 역시 다른 레스토랑에서 비슷하게 혹은 거의 흡사하게 선보여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만 그러한 행위 또는 그 과정이 그들만의 또 다른 요리를 탄생시키는데 있어 새로운 영감(inspiration)과 모티브(Motif)가 되길 바란다.


Q. 파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레스토랑으로 꼽히는 곳에서 매일 일하는 기분은 어떤가?
나에게 레스토랑에서 요리하는 것은 하루에 두 번 극장에서 공연을 하는 것과 같다. 그리고 나와 나의 단원들은 파리의 가장 역사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무대에서 매일 멋진 공연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나에게, 우리에게 끊임없는 열정과 즐거운 하루하루를 선사해 준다.


Q. 르 그랑 베푸르를 찾는 한국 고객들은 많은지? 그리고 그들이 특별히 선호하는 요리가 있다면?
대략 5년 전부터 한국 손님들이 놀라울 정도로 늘고있다. 한국의 유명 연예인들도 꽤 많이 다녀간 것으로 알고 있다. 메뉴 선택에 있어 한국고객들은 새로운 도전에 굉장히 오픈 마인드이며 호기심이 많은듯하다. 그런 한국 고객들을 통해 왠지 모를 열정과 활력을 전달 받는 느낌이다.


Q. 한국의 팬들 그리고 한국 셰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번에는 특히 프랑스에서 유학(요리)하는 또는 한국의 많은 셰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현재 프랑스에는 일본 및 수많은 다국적 셰프들이 레스토랑을 경영 또는 요리하며 그들의 이름과 그들의 나라를 알리고 있다. 또한 많은 프렌치 셰프들과 함께 교류하며 발전하고 있다. 아쉽게도 아직 한식은 우리 프랑스인들에게 그 훌륭함과 다양성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 것 같아 개인적으로 너무 아쉽다. 앞으로 한국의 많은 셰프들이 프랑스에서 우리와 함께 서로의 노하우를 전수하며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있게 되길 바란다.
Venez et installez, vous en France! Faites partager nos savoirs culinaires entre autres! (한국의 셰프님들, 프랑스로 와서 요리를 통해 함께 교류하고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스테파니 김
라 리스트 아시아 비즈니스 개발 매니저
스위스에서 미국인 고등학교(TASIS) 졸업 후 스위스의 유명 호텔경영대학 Les Roches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하고 서울, 홍콩, 도쿄에서 파이낸스, 마케팅, 컨설팅 등 여러 분야에 경력을 쌓았다. 현재 파리에서 세계 최초의 레스토랑 리뷰 애그리게이터인 라 리스트에 재직 중이며 그 외에도 프랑스와 아시아의 음식문화 교류 및 관광협력 프로젝트에 참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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