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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호

[손진호 교수의 명가의 와인] FLOW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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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 최고의 슈퍼 파워국 미국~! 영어와 달러, 군사력, 과학 등 모든 것을 다 가지고도 모자라 이제는 와인까지 세계 최고를 넘본다. 와인은 자연과 경륜의 산물인데 이 두가 지를 모두 가지고 있으니 당연한 귀결. 그 큰 땅덩어리 모두에서 와인은 생산되나 그래도 품질 와인은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되는데, 우리가 늘 듣는 진판델, 까베르네 말고 새로운 스타일의 우아한 와인들이 최근 대세다. 은근 궂은 날 많은 4월을 북돋워주는 싱그러운 와인을 찾아 간다.

 

캘리포니아 소노마 카운티
미국 캘리포니아 주는 미국에서도 가장 이른 시기에 품질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한 곳이다. 18세기에 멕시코를 거쳐 남부 캘리포니아에 상륙한 포도 재배는 19세기 초반이면 북부 캘리포니아까지 이른다. 유럽 대륙에서는 나폴레옹의 군대가 러시아 침공에 실패하고 모스크바에서 퇴각할 시기인 1812년 즈음 소노마(Sonoma) 지역에까지 포도 재배가 전파된다. 소노마 카운티는 샌프란시스코 시티에서 금문교(Golden Gate Br.)를 건너 직진하면 도달하는 지역이다. 왼편에는 광활한 태평양이 펼쳐져 있고, 바로 내륙으로 300~600m 높이의 해안 산맥이 남북으로 달리고, 그 다음이 좁은 밸리 평원, 그리고 오른편에는 마야케이머스(Mayacamus) 산맥이 나파 카운티와의 경계를 이룬다. 따라서 소노마 카운티는 세부 지역에서 따라 자연 조건이 매우 달라서 포도 재배에 고유한 테루아를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차가운 태평양의 기운이 강 유역과 해안 산맥의 골짜기를 타고 넘어 들어오는 곳은 서늘하며, 내륙 북쪽의 밸리 평원 지역은 상당히 고온 건조하다. 결국 서늘한 기후를 선호하는 피노 누아나 샤르도네 품종 와인들과 더운 기후를 좋아하는 까베르네 소비뇽이나 진판델 품종 와인들을 모두 생산할 수 있는 곳이다. 옆지기 나파 밸리의 명성에 가려 이름과 품질이 과소평가된 와인들의 보고가 바로 소노마 카운티다. 1980년대가 지나면서 포화 상태에 이른 나파 밸리를 떠나 모험심과 열정으로 가득한 생산자들이 소노마에 모여 들어 새로운 스타일의 캘리포니아 와인을 선보이게 되는데, 이 달의 ‘꽃가라(?)’ 와이너리도 그중 하나다.


꽃의 와이너리 Flowers Winery
플라워스 양조장 오너 월트 & 조안 부부(Walt & Joan Flowers)는 본래 펜실베니아주에서 포도 종묘원을 운영했다. 그들은 포도 연구와 묘목 수집 차 캘리포니아주에 올 때마다 다양한 산지를 찾아 다녔다. 그들은 특히 서늘한 기후 지역과 그에 적합한 피누 누아와 샤르도네 품종에 관심을 보였다. 수 차례에 걸친 나파 카운티와 소노마 카운티 정보 수집 여행 후, 그들은 소노마 해안을 따라 태평양이 내려다보이는 해안 산맥의 정상 부근의 땅을 선택했다. 1991년에 캠프 미팅 릿지(Camp Meeting Ridge) 밭과 1998년에는 씨 뷰 릿지(Sea View Ridge) 밭의 부지를 구입했다. 아마도 소노마 해안 산맥 지구의 가장 험준한 곳에 땅을 구입한 첫 선구자들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 독특한 지역의 진수를 담은 테루아 지향적 와인을 만들 목적으로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를 새로 심었다. 울퉁불퉁한 산 정상의 거친 삼림을 헤치고 약 40ha 정도가 포도밭으로 조성돼 있다. 독자들이 본 글의 대문 사진에서 보는 바처럼, 포도밭의 위치가 이보다 더 극적일 수가 없다. 바다에 근접해 있어 해양 조건과 태평양의 차가운 물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캠프 미팅 릿지 밭과 씨 뷰 릿지 밭은 해안가에서 불과 2마일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차가운 태평양은 시원한 바닷바람과 해안 안개를 발생시켜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에 이상적인 성장 환경을 조성한다. 아울러 해발 고도도 소노마 카운티에서는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두 포도밭은 300~580m 고도에 위치해 있다. 포도가 태양을 필요로 하는 낮 시간대에는 바다 안개가 산 허리 밑에 낮게 드리워져 정상까지 올라오지 못하기 때문에, 낮은 고도에 있는 포도밭에 비해 더 많은 햇빛과 더 따뜻한 온도가 보장된다. 이처럼 플라워스 양조장의 와인은 극단적인 소노마 코스트(Sonoma Coast AVA) 지역의 독특한 기후, 토양, 해양 인접성, 채광 및 거친 자연을 담고 있다. 근방에 포도밭을 가진 다른 고급 생산자들로는 허시(Hirsch), 마르카쌍(Marcassin), 피터 마이클(Peter Michael)이 있다. 플라워스 양조장은 자가 소유 포도밭 외에도 주변의 엄선된 재배자들로부터 포도를 공급받아 와인을 생산한다.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가 주 종이며, 샹파뉴를 생산하는 피노 므니에(Pinot Meunier) 품종으로도 일반 와인을 생산한다. 월트 & 조안 부부는 2009년 양조장을 후니우스 빈트너스(Huneeus Vintners) 그룹에 양도했다. 후니우스 빈트너스는 후니우스 가족 회사로서, 설립자인 오거스틴 (Augustin Huneeus)은 칠레 출신으로 미국으로 귀화했다. 그는 과거 칠레 최고의 와이너리 콘차 이 토로(Concha y Toro) 양조장을 성공으로 이끈 장본인이며, 미국으로 이주해서 포도재배학자 발레리아(Valeria)와 결혼하고, 여러 양조장들을 구입하며, 현재 후니우스 와인 그룹을 탄생시킨 입지전적 인물이다. 후니우스 그룹 산하에는 퀸테사(Quintessa), 파우스트(Faust), 벤톤레인, 일루미네이션(Illumination), 프리머스(Primus), 베라몬테(Veramonte) 등의 브랜드가 있다. 현재 2대 아들인 오거스틴 프란시스코 후니우스 주니어(Agustin Francisco Huneeus, Jr.)와 짐 해리스 사장, 그리고 창립 파트너인 짐 스위니(Jim Sweeney)가 후니우스 빈트너스를 이끌고 있다.

 

후니우스 와인그룹과 컬트 철학
후니우스 와인 그룹의 플라워스 와이너리 인수는 의미가 매우 크다. 후니우스 그룹의 기존 양조장들은 보르도 품종인 까베르네 소비뇽과 소비뇽 블랑에 중점을 두고 있는 반면, 플라워스 양조장은 부르고뉴 품종인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를 재배해 대조를 이루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들 서늘한 기후 품종들은 소노마 코스트 지역이 최적지로서, 후니우스 그룹으로서는 최적지에서 재배되는 최적의 파트너를 찾은 셈이다. 게다가 설립자인 조안과 월트 플라워스 부부가 떠나지 않고 양조장 관리를 맡기로 했으니 더 없이 좋은 조건이 됐다. 새로운 플라워스 회사의 대표는 톰 힌드(Tom Hinde)가 맡고 있다. 2016년 후니우스 빈트너스는 힐즈버그(Healdsburg) 남쪽에 양조장이 달린 세번째 포도밭을 구입했다. 소노마 해안 산맥의 동편 낮은 자락에 위치한 포도밭과 양조장 건물은 좀 더 진입이 용이해 방문객들이 찾아 가기에 보다 편리하다. 포도재배구역으로는 드라이 크릭 지구(Dry Creek Valley)에 속하며, 산 정상의 포도밭과는 1시간 거리다. 이곳의 게스트 하우스는 ‘꽃의 저택(The House of Flowers)’이라고 불린다. 창립자 플라워스 부부를 기억하는 이름이기도 하고, 동시에, 꽃들이 만발한 정원 농장을 부르는 자연스러운 명칭이기도 하다. 단순한 듯 우아하고 편안한 실내 장식은 마카 후니우스 디자인(Maca Huneeus Design) 회사의 작품이다. 인테리어 예술가 마카는 어거스틴 후니우스 주니어의 배우자다. 이 저택의 실내 장식 인테리어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무게가 900kg에 달하는 거대한 검은색 호두나무 밑둥인데, 센트럴 밸리에서부터 기중기로 운반해 왔다고 한다. 하우스 주변으로는 도처에 야외 벤치와 오봇한 공간들이 있으며, 이곳에서 동편으로 탁 트인 조망을 통해 넓게 펼쳐진 드라이 크릭 밸리와 멀리 세인트 헬레나 산(Mt. St. Helena)을 감상할 수 있다. 코로나 사태가 진정이 되면, 캘리포니아 방문 길에 1박 2일 시간을 내 소노마 카운티를 방문할 때 꼭 코스에 넣기를 바란다. 하우스 레스토랑 셰프의 훌륭한 요리와 맛있는 샤르도네, 피노 누아 와인을 즐길 수 있다. 캘리포니아의 달고 진득한 평범한 샤르도네, 피노 누아를 맛보고 질린 사람들도 플라워스의 와인들을 마셔 보고는 선입견을 바꾸곤 한다. 플라워스 와인은 연간 2만 5000상자 정도로 소량 생산하며, 소규모 컬트 와인으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 지역은 모험 정신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이곳은 야전의 거친 환경속에서 도전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곳이죠. 우리가 매일 매일 부딪히는 환경이 이렇습니다. 황무지 같은 환경속에서 와인을 만듭니다.” 고지의 찬 바람을 맞으며 숨이 찬 필자에게 와인메이커, 샹딸 포튠(Chantal Forthun)이 이렇게 설명했다. 양조 과정에서도 천연 효모를 사용해 최소한의 개입만 하기에 와인의 풍미는 순수하며, 복합미와 진정한 균형감을 가지게 된다. 그 결과 화사한 과일향과 신선한 산미, 바닷 내음을 띤 독특한 광물성을 가진 근사한 와인이 태어난다. 테루아를 표현하는 와인인 것이다. 테루아의 예찬자이자 필자가 가장 존경하는 철학자 칼럼니스트인 맷 크레이머(Matt Kramer)는 “이 보다 더 깊이있는 피노 누아를 접해 보지 못했다.”라고 술회할 정도다.

 

 

샤르도네, 소노마 코스트 Chardonnay, Sonoma Coast
캘리포니아 화이트 와인의 상징 품종은 샤르도네다. 다른 수 십종의 청포도가 자라고 있지만, 캘리포니아의 태양과 건조한 기후, 그리고 과학적 양조 방식과 찰떡 궁합을 이루는 품종은 샤르도네다. 황금빛 칼라, 폭발할 듯한 열대과일향, 바닐라 코코넛 풍미의 오크향 그리고 묵직한 보디감은 캘리포니아 샤르도네의 전형이었다. 그런데, 1980년대를 지나면서, 프랑스 부르고뉴 화이트 와인과 같은 섬세함과 우아함을 지향하게 되면서, 샤르도네 와인 스타일이 변하게 된다. 새로운 생산자들은 좀 더 서늘한 기후와 특별한 토양이 주는 테루아의 느낌을 와인에 담고자 했다. 필자가 시음한 2017년 플라워스 양조장 소노마 코스트 샤르도네는 바로 그 출발점에 서 있는 와인이다. 회사 소유의 소노마 코스트 AVA 지역 포도를 블렌딩해 만들었다. 추운 겨울을 지난 그 해 봄은 밝고 향기로웠다. 예년보다 상대적으로 온화한 태양과 서늘한 가을 저녁을 보낸 포도는 섬세한 균형미를 드러내 보인다. 프랑스 오크통에서 11개월 숙성시켰고, 병입 전 3개월 간은 스테인레스조에서 앙금 숙성(On Lees)을 했다. 개나리 노랑색에 황금색 뉘앙스가 교차 된 샤르도네는 글라스에 따르는 순간, 출렁이며 달콤한 과일향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아카시아꿀과 서양 배, 잘 익은 오렌지향과 감미로운 너트향이 교차되며 만족감을 준다. 부드러운 산미와 13.5%vol의 가뿐한 알코올 바디감, 매끄러운 질감이 조화를 이루며 입안 감각을 깨운다. 필자는 이 와인을 담백한 감자 스낵과 체다 치즈와 함께 단촐하게 즐겼거니와 사실 복잡한 음식 없이 즐기기에 좋은 와인이다. 그만큼 정갈하고 솔직하고 순수하다. Price 16만 원대

 

샤르도네, 캠프 미팅 릿쥐, 소노마 코스트
Chardonnay, Camp Meeting Ridge, Sonoma Coast

태평양을 내려다 보는 해발 441m 해안 산맥의 정상에 조성된 전설적인 ‘캠프 미팅 릿지’ 싱글 빈야드 밭 포도 100%로 생산한 샤르도네 와인이다. 이 밭에서 태평양 해안까지의 거리는 3.5km다. 1991년에 구입, 식재했으니, 수령은 약 30년 정도 됐다. 클론은 웬티 클론과 디종 클론(Old-Wente & Dijon 95 clone)을 식재했다. 이 밭의 토질은 점토와 황토, 규소토와 이판암으로서, 와인에 힘과 미네랄 성분을 전해준다. 아침의 차가운 안개와 한낮의 태양이 교차하며, 천연 산도와 진한 풍미를 갖추게 했다. 플라워스의 와인팀은 엄격한 선별을 거친 최고 품질의 포도만 부드럽게 즙을 짜낸다. 24시간 자연 정제를 거친 후,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발효를 시작했고, 이어 13개월을 앙금과 함께 숙성시켰다. 새 오크통의 비율은 약 30%다. 앞선 일반급 샤르도네 와인은 18% 정도만 새 것이었다. 병입 전 3개월은 스테인레스 스틸조로 옮겨 3개월 정도 추가적인 안정화 과정을 거쳤다. 필자가 시음한 2014년 빈티지가 가장 최근 시판 와인인데, 양조장 지하셀러에서 오랫동안 병 숙성을 시켜 완벽한 상태에서 출시하기 때문이다. 2종의 다른 클론과 토질, 기후가 미묘하게 차이 나는 각 세부 구획마다 성격이 다른 포도를 블렌딩했기에 매우 복합미 넘치는, 개성있는 샤르도네 와인이 탄생할 수 있었다. 새큼 쌉싸래한 레몬 껍질 향과 오렌지 꽃향, 들판의 원시적인
까모마일 풍미에 고소한 아몬드와 개암 터치가 곁들여지니 향의 고급스러운 차원이 다르게 느껴진다. 입안에서는 살구 넥타르과 복숭아의 감미로운 과즙 풍미가 레몬의 높은 산미로 고양돼 입안 전체를 행복하게 채운다. 매우 진한 농축미를 가진 와인임에도 13.5%vol의 가벼운 알코올이기에, 흰구름처럼 가볍게 입안을 노닌다. 음미하기 전 30분 정도의 병 브리딩을 권한다. <Wine Enthusiast>와 <Vinous> 평론지로부터 각각 93점을 받았다. Price 28만 원대

 

피노 누아, 소노마 코스트 Pinot Noir, Sonoma Coast
우아함과 섬세함으로 전세계적 팬덤을 가진 품종, 피노 누아~! 가장 클래식한 표현은 본향인 프랑스 부르고뉴 스타일이다. 높은 산미와 가벼운 몸, 상큼한 산딸기 향을 특징으로 한다. 반면 캘리포니아 스타일은 달달한 딸기향에 진하고 감미로운 풍미를 지녀 다소 무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캘리포니아의 고품격 피노 생산자들은 이 두 가지 특성 중에서 장점을 모두 갖춘 현대식 피노를 생산하려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별한 테루아가 필요하다. 서늘한 기후, 아침의 한기와 낮의 태양, 높은 고도, 미네랄 토양. 이 조건을 모두 갖춘 경쟁지가 바로 플라워스 밭이다. 필자가 시음한 2018년은 소노마 코스트 AVA 지역의 품질 좋은 피노를 선별해 블렌딩한 기본급 피노다. 100%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11개월 숙성했다. 피노 특유의 과일향을 살리기 위해 새 오크통 비율은 18%로 제한했다. 맑고 투명한 루비 색상에 보랏빛 뉘앙스가 선명한 피노 글라스를 흔들었다. 향긋한 산딸기와 그랜베리향, 은은한 붉은 장미향이 퍼지고, 캘리포니아의 태양을 받아 잘익은 체리향도 곁들인다. 수줍은 첫 모금에 짜릿한 산미와 아담한 몸매가 순박하게 입안에 퍼진다. 매끄럽고 여린 타닌이 견조한 산도의 도움을 받아 점막을 자극하는 긴장감은 서늘한 기후 지역 피노(Cool Climae Pinot)의 전매특허다. 다른 곳이 아닌 소노마 코스트 지구의 피노이기에 이런 감흥이 가능할진데, 테루아 이론은 공염불이 아니다. 소박하게 소금구이로 먹는 풍천 장어요리나, 미디엄 레어로 구운 안심 스테이크와 곁들이고 싶다. Price 16만 원대

피노 누아, 씨 뷰 릿지, 소노마 코스트
Pinot Noir, Sea View Ridge, Sonoma Coast

“내 눈에 보이는 세계만큼 내가 성장할 수 있다면 광활한 태평양이 눈앞에 펼쳐진 이 포도밭을 떠나지 않으리라~!” 2012년 캘리포니아 와이너리를 탐방할 때, 해안도로를 따라 거의 수직으로 굽이굽이 올라간 해안 산맥의 한 산 정상에서 필자가 한 생각이다. 바로 그 포도밭이 ‘씨 뷰 릿지’ 싱글 빈야드 밭이다. 해안가에서 1.8km 남짓 떨어진 산 정상 해발 570m 고지에 3그루 전나무가 수호 장군들처럼 근엄하게 서있고, 비릿하고 짠 바닷 바람이 포도나무 이랑 사이를 휘돌아 나가는 곳~! 1998년에 조성된 이 밭의 피노는 20여 년이 갓 지났지만, 험한 자연의 모든 풍상을 다 받아서인지 제법 기골이 장대하다. 밭 전체가 유기농법으로 경작돼, 포도 이랑 사이는 다리 무릎까지 푹 빠질 정도로 자운영과 잡풀이 가득하다. 바이오 다이내믹 농법까지 적용해 자연의 순리와 이치대로 포도를 재배한다. 가장 높은 곳 밭은 표토층이 얇고 돌이 많으며 화산토가 대부분이다. 낮은 곳 밭은 사암과 이판암이 좀 더 많이 분포돼 있다. 최종 블렌딩에는 2A, Swan, Calera, 그리고 777 피노 클론이 다양하게 들어간다. 이렇게 복잡한 클론과 토질의 특성이 이 위대한 피노 ‘씨 뷰 릿지’의 DNA를 형성한다. 수확된 포도는 엄격한 선별을 거쳐 발효조로 들어가는데, 5%는 포도 자루를 제거하지 않고 송이채 넣는다. 잘 익은 줄기의 타닌을 추가로 뽑아내고, 와인의 전반적인 개성과 원시성을 회복시키기 위함이다. 발효 전 10°C 정도의 저온에서 5일간 담가둬 껍질의 향과 품질을 최대한 뽑아내며, 그 후에 토착 효모로 지연스럽게 발효를 이어간다. 약 17일간의 침용 기간이 끝나면, 와인을 내려, 프랑스산 오크통에 넣어 15개월 숙성시킨다. 짙은 검붉은 루비색에, 붉은 체리와 검은 산딸기, 흑장미향과 감미로운 오크향, 이국적인 계피향, 시원한 피톤치드향이 풍겨나며, 흑연과 비릿한 금속성 미네랄, 숲의 검은 흙내음과 이끼에서 오는 음습한 기운이 느껴진다. 입에서는 높은 산미와 유연한 타닌, 풀보디 몸집을 느낄 수 있으며, 농축된 에너지와 생명력이 넘치는 우아하고 근사한 피노다. 후추를 뿌리고 올리브유로 볶은 표고버섯이나 포치니 버섯 요리, 미디엄으로 구운 등심 스테이크를 추천한다. Price 23만 원대
제공_ 동원와인플러스(T.1588-9752)

 

손진호 
중앙대학교 와인&미식인문학 교수
인류의 문화유산이라는 인문학적 코드로 와인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와인 출판물 저자, 칼럼니스트, 컨설턴트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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