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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업계의 여성 리더십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한국 지사와 힐튼 코리아가 지난해 12월 ‘대한민국 여성 워킹맘이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선정된 것이다. 특히 메리어트의 경우 국내 19개 호텔 중 6개 호텔에서 여성 총지배인이 활약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화려한 성과 이면에는 24시간 운영되는 호텔 특성상 일과 육아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워킹맘들의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호텔앤레스토랑> 매거진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호텔리어 워킹맘들은 불규칙한 근무시간과 긴급 돌봄 공백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이에 본지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호텔업계 워킹맘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담았다. 특별히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의 국내 여성 총지배인 2인을 만나 그들의 경험과 조언을 들어 봤다.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기업
공정한 글로벌 평가로 ‘워킹맘친화’ 기업문화 선도
힐튼 코리아와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한국 지사가 지난해 12월 ‘2024-2025 대한민국 여성 워킹맘이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 부문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다. 이 평가는 세계적 권위를 가진 ‘GPTW(Great Place to Work)’가 주관하는 것으로, 미국 포천지의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선정과 동일한 글로벌 스탠더드를 적용한다. 현재 브라질, 멕시코, 캐나다, 미국 등 세계 179개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다.
GPTW 관계자에 따르면, GPTW의 평가는 정량적 지표는 물론, 기업문화의 질적 측면까지 심도 있게 들여다본다. 평가의 핵심은 바로 ‘Trust Index(신뢰지수)’에 있다. 이 관계자는 “여성 워킹맘이 일하기 좋은 기업 선정에서는 여성 직원 Trust Index 점수 80%, 기업 전체 Trust Index 점수 20%의 비중으로 평가한다. 특히 여성 직원들이 체감하는 상사와 경영진에 대한 신뢰도, 업무에 대한 자부심, 남성 동료와의 관계성 등을 종합적으로 들여다본다.”고 설명했다.
까다로운 자격 조건도 있다. 전체 직원 중 여성 직원 비율이 20% 이상이어야 하며, 중간관리자급 이상의 여성 관리자 비율도 1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관계자는 “여성 임원이 있는 경우 1명당 2점의 가산점도 부여하고 있다.”고 말하며, “단순히 여성 직원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여성 리더십 파이프라인이 잘 구축돼 있는지를 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GPTW 인증은 단순한 인증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고 강조한 관계자는 “기업의 브랜드 가치 향상은 물론 인재 채용과 유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하며, “특히 최근에는 ESG 경영이 강조되면서 Social(사회) 부문의 중요한 평가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고 귀띔했다.
글로벌 호텔 체인인 힐튼과 메리어트가 지난해 특별상을 수상한 것은 호텔업계에서도 워킹맘 친화적인 근무환경 조성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좋은 사례다. 호텔이라는 직장은 오퍼레이션 부서의 경우 특히 교대근무가 필수적이고 주말·휴일 근무도 피할 수 없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지원 부서라고 해서 더 낫느냐고 물으면 그렇지도 않다. 24시간 내내 운영되는 호텔의 각 부서로부터 전해지는 협조 요청에 늦은 밤, 새벽에도 연락을 받아 즉시 해결해야 하는 일도 왕왕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업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러한 업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 제도를 개발하고, 실질적인 워킹맘 지원 정책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인증 제도가 실질적인 워킹맘 근무 환경 개선으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목소리도 있다. 한 노동계 전문가는 “인증 평가 항목이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에 유리하게 설계돼 있다.”며 중소기업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음을 지적했다. 특히 여성 직원 비율 20%, 여성 관리자 비율 10% 등의 정량적 기준이 오히려 중소 규모 호텔들의 참여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본지가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국내 3성 이상 호텔 100여 곳을 대상으로 취재를 진행한 결과, 상당 수의 호텔에 워킹맘 직원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호텔 관계자는 “출산 후 복귀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부분 임신하면 퇴사를 선택한다. 교대근무와 육아를 병행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라며 이유를 설명했다.
안타까운 점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히 개별 호텔의 문제가 아닌, 업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라는 것이다. 24시간 운영되는 호텔의 특성상 3교대 근무가 필수적인데, 이는 영유아 자녀를 둔 워킹맘들에게 큰 진입장벽이 된다.
호텔리어 워킹맘들의 목소리
“야간 근무때 아이 돌봄이 가장 큰 고민”
워킹맘들이 일할 수 있는 기본적인 근무 환경부터 마련돼야
호텔업계 워킹맘들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일까? 코트야드 메리어트 타임스퀘어 이승현 총지배인은 자녀 돌봄 시간과 근무시간의 ‘미스매치’를 꼽았다. 이 총지배인은 “워킹맘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점은 출근 시간에 아이를 육아시설에 데려다 주거나, 퇴근 시간에 아이를 데려오는 문제”라고 밝혔다.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곳만 있어도 한시름 놓을 수 있다. 워킹맘들은 부모님이나 위탁 시설에 아이를 맡기고 출근하는데, 중요한 것은 회사에서 마음 놓고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다.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아이를 데려가야 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 불안해하지 않고 상사에게 언제든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이 총지배인은 말했다.
이를 위해 메리어트는 유연근무제를 운영하며 근무 시간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 총지배인은 “이런 배려가 가능하려면 조직문화 자체가 워킹맘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본지는 지난 2월 10일부터 17일까지 8일 간, 국내 3~5성 호텔 약 100곳에서 근무 중인 워킹맘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일과 육아 병행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갑작스러운 자녀의 병원 진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대부분 30-40대 연령층으로, 마케팅/세일즈 부서나 인사/재경 등 백오피스 부서에서 근무하는 비율이 높은 반면, 객실부(3.1%), 식음료부(9.4%), 조리부(6.3%) 등의 오퍼레이션 부서의 경우 응답 비율이 현저하게 낮았다.
현재 호텔들이 제공하는 주요 워킹맘 지원 제도로는 육아휴직, 출산휴가, 유연근무제 등이 있었다. 그러나 응답자들은 “육아휴직 등 제도는 있지만 실제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며, “고유업무를 가지고 있는 사무실의 경우 복직이 어려워 퇴사권고를 받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한 객실부 근무 워킹맘은 “자녀가 갑자기 아플 때 가장 난감하다.”며 “24시간 운영되는 호텔 특성상 긴급상황 발생시 즉각적인 대처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주말이나 공휴일 근무가 많다 보니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답했다.
한편 워킹맘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지원으로는 ‘유연한 근무시간 제도’와 ‘긴급 돌봄 지원 시스템’, ‘워킹맘에 대한 조직문화 개선’ 등이 꼽혔다.
‘여성’이 아닌 ‘호텔리어’로
성장하는 워킹맘이 이끄는 변화
호텔업계의 유리천장은 여전히 견고하다. 블랙록 보고서에 따르면 호텔 업계 경영진 중 여성 비율은 20%도 되지 않으며, 고위직으로 갈수록 여성의 비율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100대 기업 여성 임원 비율도 2019년 3.5%에서 2023년 6%로 증가했으나,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메리어트 인터내셔널이 직접 운영하는 한국 내 매니지먼트 호텔 18개 중 6개의 경우 현재 국내 19개 호텔 중 6개 호텔에서 여성 총지배인이 선임돼 업계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이는 대형 호텔 체인들의 선도적인 여성 인재 육성 프로그램이 맺은 결실이다. 이러한 변화는 고무적이지만, 여전히 중소형 호텔들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인해 체계적인 워킹맘 지원 제도를 운영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메리어트 이그제큐티브 아파트먼트 서울 김복례 총지배인은 직원을 케어하는 것이 고객을 케어하는 것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하며, 리더들의 마인드셋이 매우 중요하다고 전했다. 김 총지배인은 “모든 면에서 완벽하고 싶은 마음이 클 텐데, 본인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 것도 맞지만, 리더들이 잘 캐치해서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여성’으로서가 아닌 ‘호텔리어’로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각 호텔의 특성에 맞는 환경을 조성하고, 공정한 성과 평가를 하며, 성장할 수 있는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워킹맘을 위한 진정한 지원”이라고 김 총지배인은 덧붙였다.
호텔업계의 워킹맘 지원은 이제 시작 단계다. GPTW 인증과 같은 제도는 기업들의 워킹맘 친화 정책을 독려하는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지만, 이것이 업계 전반의 변화로 이어지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특히 교대근무와 주말 근무가 필수인 호텔의 특성상, 워킹맘들의 일-가정 양립을 위해서는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유연근무제도와 긴급 돌봄 지원 시스템 구축, 그리고 무엇보다 이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조직문화 개선이 가장 필요한 때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워킹맘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다. 단순히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틀에 가두지 않고, 성장하는 ‘호텔리어’로서 인정하고 지원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공정한 평가와 동등한 기회 제공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워킹맘 친화’ 기업문화의 시작이 될 것이다.
후배 워킹맘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 한 마디!
직장 어린이집이 있거나, 출산시 1억씩 현금을 이체해 주는 등
복지혜택이 있는 호텔에서 근무하세요.
눈치 보지 말고, 본인의 혜택을 잘 누려야 다른 후배들도 혜택을 받는 시대가 옵니다!
아이와 정서적 교감은 끊임없는 시행착오로 이뤄집니다.
힘들어도 함께 해요.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 게 생각보다 힘들지만,
둘 다 잘 하려 애쓰지 말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것.
특히, 회사에서 쓸 수 있는 육아제도를 다 써서
후배 워킹맘이 좀 더 마음 놓고 쓸 수 있도록 할 것
모든 걸 완벽히 잘 하려 하면 힘들어지는 게 워킹맘과 맞벌이 부부 같아요.
기죽지 말고 길을 개척하자! 목소리를 냅시다.
견디면 지나갑니다. 워킹맘 파이팅!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기 보다는
주어진 것을 잘 해낸다 생각하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게워킹맘으로 이겨내는 방법인 것 같아요.
힘들고 아이에게 미안할 때도 있지만
일을 계속 하는 게 미래의 아이와 나 자신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끝까지 포기 말고 중심 잡기. 일과 육아 모두 성공하길.
힘들지만 경력단절하지 않길 바랍니다.
너무 희생하지 말고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기!
오랫동안 일을 할 수 있다고 얘기해 주고 싶습니다.
호텔은 다른 업계보다 유연해 워킹맘으로 살기 괜찮은 편.
엄마의 커리어 또한 교육적으로 중요한 것 같습니다. ^^
지치지 말고 본인들의 어려움을 드러내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
내 아이는 내가 케어한다는 신념으로타인에게 의지 말고 오롯이 자신의 육아를 해야 하는 게 현실.
어릴 때 많이 놀아주세요.
육아휴직 꼭 쓰고 건강 챙기시라.
내 관점으로만 생각말고 타협해 해결하기를.
인식은 개선되고 있습니다. 커리어를 포기하지 마세요.
부모의 마음가짐이나 생각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이 또한 다시 오지 않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매 순간 최선을 다 하게 된다.
주변 도움도 많이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은 일하는 엄마를 이해하고 자랑스러워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세요!!
“완벽보다는 선택과 집중, 자신을 먼저 챙기라!”
메리어트 이그제큐티브 아파트먼트 서울 김복례 총지배인
메리어트 이그제큐티브 아파트먼트 서울의 김복례 총지배인은 호텔 경영을 전공한 뒤 르네상스 호텔 F&B 부서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8개의 레스토랑과 바를 보유한 르네상스 호텔에서 200명이 넘는 대규모 F&B 운영 부서를 경험했으며, 맨하튼 그릴 스테이크 하우스에서는 당시 드물었던 여성 과장으로서 역량을 인정받았다.
2014년 메리어트 이그제큐티브 아파트먼트 서울에 부임 후 지속적으로 경력을 발전시킨 그는 부총지배인을 거쳐 메리어트 이그제큐티브 아파트먼트 서울의 총지배인으로서 호텔을 이끌고 있다.
메리어트만의 차별화된 워킹맘 지원 프로그램이나 제도가 있다면?
가장 큰 특징은 사내 이동을 적극 장려한다는 점이다. 특히 워킹맘의 경우,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 어려운 오퍼레이션 부서에서 상대적으로 시간 활용이 자유로운 재경부 등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개인의 상황에 맞춰 경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출산 휴가 후 복귀하는 직원들을 위한 지원도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엔트리 프로그램(Entry Program)’을 통해 휴가 기간 중 새로 도입된 시스템이나 정책들을 차근차근 익힐 수 있도록 한다.
한편 메리어트는 직원 관리 프로그램이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되, 각 호텔의 리더들은 지역적 특성이나 호텔의 규모, 고객층 등을 고려해 호텔 환경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호텔에는 이미 많은 워킹맘 리더들이 있어 후배 워킹맘들에게 실질적인 조언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나 역시 워킹맘으로서 후배들이 일과 가정을 잘 병행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워킹맘뿐 아니라 맞벌이를 하는 워킹파더 직원들에게도 배우자의 입장을 이해하고 돕는 방법에 대한 조언을 전하는 편이다.
메리어트에서는 여성 인재 육성을 위해 어떤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나?
메리어트는 차세대 리더 육성을 위해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부총지배인들에게는 미래 총지배인 역량 교육을, 슈퍼바이저부터는 맞춤형 리더십 교육을 제공한다. 각 직급별로 필수 이수해야 하는 직무 교육과 리더십 과정이 명확히 정해져 있어 성장을 위한 로드맵이 뚜렷하다. 총지배인 부임 후에도 1년간의 온보딩 교육을 진행한다.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는 필수 교육과 추천 교육으로 나누어 개인별 맞춤형 학습을 지원한다. 특히 '테이크 케어(TakeCare)' 프로그램으로 직원들의 정신적, 신체적, 재정적 웰빙까지 관리한다.
가장 자랑스러운 점은 메리어트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하지 않고, 능력과 성과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하고 동일한 성장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다각도의 지원 덕분에 메리어트의 여성 인재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호텔업계 워킹맘들이 실제로 겪는 어려움은?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여성 매니저를 찾아보기 힘들었고, 롤모델로 삼을 만한 여성 리더가 많지 않았다. 다행히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
호텔 오퍼레이션 부서의 불규칙한 근무 스케줄이 가장 큰 고충이다. 야간 및 교대 근무로 자녀 양육과 직장 생활을 병행하기가 쉽지 않고, 예측하기 어려운 스케줄은 어린이집이나 학교 일정과 맞추기 어렵다.
육아휴직 후 복귀했을 때의 적응도 만만치 않다. 빠르게 변화하는 호텔 시스템과 정책에 뒤처지지 않으려 애써도 쉽지 않다. 체력적 부담도 크고, 아이와 충분한 시간을 보내지 못한다는 죄책감도 늘 따라다닌다.
후배 워킹맘 호텔리어들에게 해 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가장 먼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자신을 먼저 챙기라.’는 것이다. 건강해야 일도, 육아도 잘할 수 있다. 특히 호텔리어는 체력 소모가 큰 직업이니 운동을 통해 건강관리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두 번째로 ‘선택과 집중’을 추천한다. 일과 육아,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려 하다 보면 오히려 건강을 해치기 쉽다. 때로는 과감하게 포기할 것은 포기하고, 정말 중요한 것에 집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또한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을 걱정하며 스스로를 몰아세우지 말라는 것이다. 인생은 마라톤과 같아서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스스로를 믿으라고 말하고 싶다. 아이를 키우면서 커리어를 이어가는 것이 결코 쉽지 않지만, 해낼 수 있다는 깡과 정신력을 가지고 도전한다면 반드시 길은 열린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워킹맘 호텔리어들이 그 길을 걸어가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경력 단절은 최소화, 자기 보상은 최대화”
코트야드 메리어트 타임스퀘어 이승현 총지배인
코트야드 메리어트 타임스퀘어의 이승현 총지배인은 JW 메리어트 서울에서 인사 부서를 시작으로 재무와 회계 분야로 전문성을 넓혔다. 이후 메리어트 이그제큐티브 아파트먼트 서울에서 재무 부서장을 역임했으며, 코트야드 서울 남대문에서는 재무 디텍터 및 운영 총괄로서 호텔의 전략 수립과 실행을 통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현재는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를 이끌며 쇼핑몰과 연계한 ‘몰케이션’ 프로모션 등 가족 친화적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등 고객 경험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호텔업계에서 워킹맘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가장 필요한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메리어트는 출산 및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며, 복직 이후에도 차별 없는 동일한 대우를 보장하고 있다.
출산축하금과 자녀 학자금 지원 등 경제적 지원은 물론, 유연근무제와 자녀 등하교 시간 배려 등 실질적인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워킹맘들에게 가장 큰 고민인 출퇴근 시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아이의 등원 시간에 맞춰 출근 시간을 조정하거나 하원 시간에 맞춰 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등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부서장 중에도 이런 유연근무제를 활용해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직접 아이를 유치원에 등하원 시키곤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문화의 개선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가 있어도 자유롭게 활용하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워킹맘에 대한 배려와 이해를 높이기 위한 교육 및 멘토링 시스템을 통해 모든 직원이 워킹맘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조성하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중소형 호텔도 실천할 수 있는 워킹맘 지원 방안이 있다면?
중소형 호텔은 인력과 비용에 제한이 있겠지만, 규모가 작기 때문에 오히려 더 유연한 시도가 가능하다. 가장 현실적인 것이 탄력근무제다. 워킹맘이 선호하는 시간대로 출퇴근 시간을 조절하거나 교대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것은 팀원들과의 조율만으로도 가능하다. 지원 부서의 경우 재택근무를, 오퍼레이션 부서는 탄력근무를 적극 활용하면 경력 단절을 최소화할 수 있다.
부서장들의 인식 변화도 중요한 열쇠다. 임신 중인 직원의 근무시간을 단축하고 그 시간대에 파트타이머를 활용하는 등 대체인력 운영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이처럼 부서장들이 워킹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적극적으로 배려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며, 실질적인 지원 방안도 함께 찾아갈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 내에서 워킹맘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직원 교육을 통해 인식을 개선하고, 워킹맘에게도 동등한 커리어 기회를 보장하는 제도적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차세대 여성 리더를 위한 멘토링이나 육성 프로그램에 대한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메리어트 호텔은 여성 리더십을 개발하기 위해 리더십 역할에서 여성 임직원의 참여 확대, 커리어 개발 프로세스 강화, 여성의 발전을 위한 고위 경영진의 역할 강화, 여성 리더의 활발한 참여를 통한 조직의 성공 견인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한 프로그램으로 Women Ambassador Network(WAN)가 있다. WAN은 APEC 지역의 메리어트 여성 리더들의 모임으로, 분기별 화상 회의를 통해 각국의 활동 및 고민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모색한다. 국내의 여성 리더들도 정기 모임을 가지며 업무 환경 개선, 여성 직원 지원, 봉사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정기적인 식사 자리 또는 티타임 세션을 통해 후배 여성 직원들과 고민을 나누며, 그들의 성장을 돕기 위해 현실적인 조언을 전달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후배 워킹맘들에게 해 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한 마디 부탁한다.
현재 중학생 자녀를 키우는 워킹맘으로 세가지 조언을 하고 싶다. 첫째, 회사의 유연근무제와 어린이집, 학원 등 주변의 도움을 총동원해 경력 단절 기간을 최소화하라. 이 시기를 잘 버티면 아이와 함께 나의 커리어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에 있어 양보다 질적인 부분에 집중하라. 그리고 이 시간만큼은 회사 업무와 가사를 모두 잊고 아이와의 놀이나 대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우선순위를 설정하면 좋겠다. 비록 짧을지라도 엄마와 함께 하는 즐거운 시간을 아이들은 소중히 기억하기 마련이다.
마지막으로는 나 자신을 위 한 단 한 가지라도 작은 보상을 마련하자. 나를 위한 짧은 운동, 갖고 싶던 물건 또는 맛있는 디저트 등 고생한 나를 스스로 칭찬하고 격려할 만한 작은 보상을 해 주자.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