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4주년을 맞아 이번 기사에서는 9개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의 셰프 및 소믈리에와 3문 4답 인터뷰를 진행했다. 특히 4번째 히든 Q&A는 인스타그램에서 영상으로 확인해 볼 수 있다. 인터뷰는 △스타 유지 레스토랑, △승급 레스토랑, △신규 진입 레스토랑 순으로 배치했다. 또한 레스토랑의 한글 표기 기준 가나다 순으로 정렬했다.
▶ [Dining Issue] "별의 무게를 견뎌라"… <미쉐린 가이드 서울 & 부산 2025>이 보여준 한국 미식의 다양성과 과제 ①
“전 세계 보석 같은 와인 발굴하는 게 목표”
정식당(Jungsik) 김민준 소믈리에
(2025년 미쉐린 2스타 유지)
미쉐린 소믈리에 어워드 수상을 축하한다. 미처 전하지 못한 소감이 있다면?
셰프님들의 영예로운 자리에 서면서 많은 생각이 스쳤다. 처음에는 간단히 임정식 셰프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레스토랑의 노력을 언급했다. 특히 2스타를 유지하면서 이 상을 받았다는 점이 뜻깊었다. 정식당이 와인 소믈리에적으로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줄 수 있는 순간이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가족과 여자친구에 대한 감사함이 컸다. 그들의 지지와 의지가 없었다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을 것이다.
특별히 인상 깊었던 와인 페어링은?
두 가지 흥미로운 페어링 경험이 있다. 첫 번째는 민어찜과 능이버섯 육수, 미나리를 곁들인 보리밥의 페어링이다. 버섯의 감칠맛이 와인과 만나면 까다롭게 작용하고, 무거운 육수와 생선을 위해서는 산뜻한 와인이 필요했는데, 여기에 어울리는 것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다 앰배서더로 활동 중인 샴페인을 시도해봤는데, 놀랍게도 완벽한 매칭이 됐다. 샤르도네 베이스의 미세 산화 샴페인은 신선한 화사함과 버섯의 구수한 풍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었고, 이 좋은 산도는 생선을 더욱 프레시하게 만들어 준 것이다. 샴페인의 버블즈 또한 보리밥의 질감과 만나 입 안에서 색다른 경험을 선사했다.
두 번째는 된장 육수 위에 데친 조개가 올라간 조개죽 페어링이었다. 와인 매칭이 정말 어려웠는데, 고민 끝에 인삼주와 피트 위스키를 결합한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칵테일잔에 인삼주를 담고, 스포이드로 피트 위스키를 다섯 방울 살짝 뿌렸다. 인삼주의 구수하고 단 감칠맛이 된장과 조개죽의 맛을 끌어올렸고, 피트 위스키의 바다 냄새는 조개의 맛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특히 외국인 손님들이 이 독특한 조합에 매료됐는데, 다섯 명 중 네 명은 인삼주의 구입처를 물어볼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이런 실험들을 통해 와인 페어링의 무한한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소믈리에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고객과의 소통 방식이 있다면?
소믈리에로서 고객들에게 단순한 맛 이상의 '경험'을 선사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근래에는 전 세계 각국의 숨겨진 보석 같은 와인들을 발굴해 소개하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 이상적으로는 8잔의 페어링 와인을 각기 다른 국가와 클래스로 구성하고 싶다. 단순히 요리와의 맛 조화를 넘어, 각 와인이 품고 있는 고유의 이야기와 문화적 배경을 전달하는 것이 진정한 소믈리에의 역할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고객 한 분 한 분의 수준과 취향에 맞춰 소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요. 식음팀원들에게도 항상 강조하는 부분이다. 페어링 구성은 내가 직접 하되, 우리가 의도한 바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도록 가이드하고 있다. 특히 와인 초보자들과의 소통에 있어서는 보다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처음 샴페인을 서빙할 때 살짝 질문을 던지며 고객의 와인 지식 수준을 가늠한다. 와인을 잘 모르시는 분이라면 어렵고 전문적인 용어 대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하려 노력한다. 예를 들자면, "산도가 입안을 찌르는 느낌"이라고 말하기보다 "우유를 마실 때의 부드럽고 둥근 질감"이라고 설명을 하는 식으로 말이다.
이렇게 고객 개개인에 맞춰 편안하게 다가가면서도, 와인과 페어링에 담긴 나만의 철학과 비전을 자연스럽게 전달하고자 한다. 레스토랑을 찾아주신 모든 분들이 잊지 못할 미식 경험을 만끽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소믈리에로서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농장에서 식탁까지, 부부가 그리는 지속가능한 미식”
피오또(Fiotto) 이동호 & 김지혜 셰프
(2025년 미쉐린 1스타·그린스타 유지)
미쉐린 스타 수상 후 1년이 지났다. 레스토랑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부산 지역 손님 50%, 외지에서 오는 손님 50%로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외국인 손님들도 엄청 늘었다. 처음부터 로컬 식재료와 에이징, 발효 등을 중요시했는데, 예전에는 손님들의 관심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미슐랭 스타를 받고 나서는 이런 것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팜투테이블(Farm to Table)이 왜 이렇게 힘든 분야인지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 요즘 자주 듣는 이야기 중 하나는 “굳이 이 레스토랑을 서울의 다른 레스토랑과 비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부산이라는 지역성 안에서 우리만의 색깔을 인정해주려는 시선이 많아졌다. 유행에 맞추기보다 우리가 진심으로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
피오또만의 독특한 식재료 접근 방식은?
우리의 핵심은 이탈리아 요리 테크닉과 한국의 로컬 식재료를 결합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상리 단호박 요리를 들 수 있다. 이 단호박은 섬유질이 단단하고 익었을 때 깊은 풍미를 자랑한다. 가을에 수확해 후숙하고, 수분이 날아가면서 맛을 응축시킨다. 단호박을 정교하게 자르고 허브와 정제버터에 튀긴다. 남은 자투리로는 단호박 식초를 만들어 산미를 더한다. 경산 재래 흑돼지와 함께 아로니아 살구 락토 발효 파우더를 활용하고, 석류와 세이지로 만든 퓨레를 더해 깊이를 더한다.
부부가 함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장점과 피오또를 통해 이루고 싶은 비전은?
부부로서 함께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가장 큰 장점은 끊임없는 소통과 공감대 형성이다. 24시간 농장과 레스토랑 메뉴 개발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요리에 대한 목표와 방향성을 공유한다. 물론 의견 충돌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가치관이 일치하기에 큰 갈등 없이 조율해 나갈 수 있다. 마치 한 배를 타고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는 동반자처럼, 우리는 함께 성장하는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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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오또를 통해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꿈은 우리가 직접 가꾸는 농장 식재료의 이야기를 보다 깊이 있게 전달하는 것이다. 올해는 경상도 지역의 식재료를 집중적으로 탐구하고, 현지 농부들과 긴밀히 협력해 지역 농업의 가치를 알리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풋볼팀처럼 움직이는 주방”
에빗(EVETT) 조셉 리저우드 셰프
(2025년 미쉐린 2스타 승급)
요리사로서의 여정과 한국에 오게 된 계기에 대해 말해달라.
어렸을 때 학교생활에는 잘 적응하지 못했지만, 주방에서는 창의성과 에너지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었다. 주방 일이 마치 문제 해결의 과정처럼 느껴졌고, 자연스럽게 요리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호주 태즈매니아의 작은 섬에서 자랐지만, 유럽의 훌륭한 레스토랑들을 보며 더 배우고 싶은 열정이 생겼다. 다양한 경험 속에서 한국을 방문하게 됐고, 한국의 식재료에 깊은 매력을 느꼈다. 결국 한국에 정착하게 됐고, 지금은 이곳에서 제 요리 인생을 이어가고 있다.
도산공원으로의 이전과 ‘에빗 3.0’ 새로 선뵈는 계기가 궁금한데.
처음 문을 열었던 역삼동의 공간은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그래서 이전을 결심했고, 새로운 공간에서는 주방의 구역을 분리할 수 있게 됐다. 새로운 요리와 식재료 탐구에 더욱 자유로워졌고, 레스토랑의 창의성과 발전 가능성을 크게 넓힐 수 있게 된 것 같다.
에빗 3.0은 이러한 성장의 과정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1.0은 첫 시작이었고, 2.0에서는 인테리어와 서비스 방식의 대대적인 변화를 겪었다. 그리고 3.0은 레스토랑이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음을 상징하는 이정표라고 할 수 있다. 에빗이 걸어온 발자취와 성장 과정, 유산(Legacy)들을 손님과 공유하고 싶었다. 앞으로도 새로운 모습으로 발전해 나가는 레스토랑이 되고 싶다.
프로페셔널 요리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스포츠 경기와 매우 유사하다. 혼자 요리하는 것이 아니라 10명의 팀원들이 하나의 동작으로 함께 움직여 요리를 완성한다. 마치 풋볼팀처럼 모든 구성원이 높은 수준에서 협업해야 훌륭한 요리가 탄생할 수 있다.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서는 실제로 한 사람이 요리 전체를 만들지 않는다. 생선, 소스, 가니시 등 모든 요소가 다른 곳에서 와서 하나의 요리로 완성되는 과정이 진정한 프로페셔널 요리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낯설지만 친숙한 비건 미식 경험 되길”
레귬(Légume) 성시우 셰프
(2025년 미쉐린 1스타 승급)
레귬만의 독특한 요리 철학이 있다면?
서양 요리처럼 보이지만 먹었을 때는 한국인에게 친숙한 풍미나 식감이 느껴져 이질감 없이 다가오도록 한다. 예를 들면, 모양은 파스타 같지만 먹으면 고사리 무침의 맛이 나는 식이다. 마치 트롱프레유(Trompe L´oeil)라는 미술 기법처럼 말이다. 담음새부터 예상을 뒤엎는 경험을 제공하려 한다.
코스 구성에서는 두 가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나는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친숙한 재료로 요리하는 것, 다른 하나는 셰프로서 특이한 재료나 잘 알려지지 않은 식재료, 또는 한정적인 조리법을 새롭게 해석하는 것이다. 대표 메뉴인 버섯 요리는 이러한 레귬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여준다. 고기와 비슷한 식감을 제공하면서 채소의 최고의 감칠맛을 선뵈는데, 손님들이 “이 버섯으로 어떻게 이런 맛이 나지?”하며 놀라워한다.
재료 선택에 있어 어떤 어려움이 있나?
기후 변화로 인해 봄 채소의 수확 시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예전에는 3월에 나오던 채소들이 이제는 4월, 5월로 밀려나고 있다. 냉이, 달래 같은 봄나물의 수확 기간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 안타깝다. 최대한 봄의 기운을 담은 재료들을 빠르게 활용하고, 한꺼번에 나오는 채소들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재료 하나하나에 담긴 계절의 에너지를 손님들에게 전달하고 싶다.
비건 레스토랑으로서 한국 외식 문화에 어떤 기여를 하고 싶은지?
현재 아시아에서 비건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으로는 레귬이 유일하다. 정말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단순히 비건 요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하나의 새로운 식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에게 채식은 아직 낯선 경험이기에, 손님들에게 새로운 맛과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자 한다. 채식이 단순히 채소를 먹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즐거운 미식 경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
“식재료의 진정성을 담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 유 유안(YU YUAN) 토 콱 웨이 셰프
(2025년 미쉐린 1스타 승급)
어떤 요리 배경과 경험을 가지고 유 유안에 합류하게 됐나?
홍콩에서 태어나 요리를 배웠으며, 셰프로서 31년의 경력을 쌓아왔다. 홍콩, 자카르타, 싱가포르, 부산, 베이징, 광저우 등 여러 도시에서 근무했다. 특히 광저우에서는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인 임페리얼 트레져의 시니어 수 셰프로 일했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에서 유 유안이 다시 미쉐린 스타를 획득할 수 있도록 도울 자신이 있냐는 제안을 받고 이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다양한 국가에서의 경험이 현재 유 유안의 메뉴 구성과 맛의 깊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새로운 헤드셰프로 유 유안의 미쉐린 스타 재획득을 위해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유 유안의 헤드셰프로 부임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메뉴 전반에 걸쳐 광둥 요리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전통을 기반으로 혁신을 더하는 것이었다. 다양한 지역의 식재료를 활용하되, 그것을 전통 광둥식 조리법으로 풀어내 새로운 메뉴를 선뵈려 노력했다.
특히 딤섬 전문가인 칭빙 우 셰프와의 협업은 유 유안의 메뉴 혁신에 큰 영향을 미쳤다. 내가 어린 시절부터 쌓아온 광둥식 딤섬에 대한 깊은 이해와 경험을 바탕으로, 우 셰프와 함께 창의적인 딤섬 메뉴를 개발하는 데 많은 영감을 주고받았다.
우 셰프와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전통과 혁신의 조화, 그리고 현지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광둥 요리의 진수를 선뵈는 동시에, 트렌드를 반영한 새로운 메뉴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유 유안이 한국 내 최고의 광둥 요리 레스토랑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광둥 요리만의 특징과 매력, 그리고 한국 시장에서의 유 유안의 역할은 무엇인가?
중국 요리는 지역별로 광둥, 산둥, 둥베이, 쓰촨, 후난 등 다양한 스타일이 존재한다. 한국에서는 산둥이나 둥베이 요리를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정통 광둥 요리를 선보이는 곳은 흔치 않다. 특히 홍콩 출신 셰프가 직접 주방을 이끄는 경우는 더욱 찾기 어려운 편이다.
유 유안에서 제공하는 광둥 요리는 중국 남방의 요리로, 섬세하고 정교한 맛이 특징이다. 한국에서 흔히 접하는 북방 요리와는 사뭇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광둥 요리의 진수를 한국 고객들에게 소개하고, 더 많은 분들이 그 맛에 빠질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물론 글로벌 브랜드인 포시즌스 호텔에 자리한 만큼, 현지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광둥 요리의 정통성을 유지하되 한국인의 선호도를 고려한 메뉴 구성과 맛의 변주를 시도하고 있다. 일례로 일부 신메뉴에는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매운맛 요소를 가미해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아직 한국에서 미쉐린 스타를 받은 중식당의 수가 많지는 않지만, 유 유안은 최고의 식재료와 최상의 조리 기술, 그리고 서비스를 바탕으로 고급 중식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자 한다. 앞으로도 광둥 요리의 진정한 가치를 알리는 동시에 한국 미식 문화를 선도하는 레스토랑이 되길 희망한다.
나는 유 유안이 가진 잠재력과 가능성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최고의 셰프와 스태프들이 함께 노력한다면 어떤 도전도 극복할 수 있다. 고객 여러분께 잊지 못할 미식 경험을 선사할 수 있도록, 그 누구보다 앞장서겠다.
“익숙함 속 즐거움 주는 요리 전한다.”
이스트(y´east) 조영동 셰프
(2025년 미쉐린 1스타 승급)
‘이스트(y´east)’의 이름에 담긴 의미와 아시아 컨템포러리 요리에 집중하게 된 계기는?
이름에는 세 가지 의미가 있다. 한국을 포함해 중국, 일본, 대만, 홍콩 등 동아시아 음식 문화의 현대적 재해석, 내 이름의 일부(동녘 동)와 관련된 개인적 의미, 그리고 ‘효모’를 연상시키는 재미있는 단어라는 점이다. 호주와 덴마크에서 서양 요리를 배웠지만, 정작 내 입맛에는 아시아 요리가 가장 맛있었다. 동양인 셰프로서 자부심을 갖고 나만의 요리를 선뵈고 싶어 아시아 컨템포러리 요리에 집중하게 됐다. 아시아 각국의 식재료와 조리법에는 서양 요리에서 찾을 수 없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미쉐린 가이드> 발표 이후 2주가 지났다. 소감을 말해달라.
미쉐린 가이드 발표 후 예약이 들어오는 속도가 이전보다 빨라졌고 대기예약도 많이 늘었다. 또한 레스토랑의 존재를 이제야 알게 된 사람들로부터 관심과 문의가 쏟아지고 있어 미쉐린 효과로 인한 인지도 상승을 체감하고 있다.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 숫자가 늘어난 것은 한국 식문화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다양한 장르의 레스토랑이 인정받은 점이 고무적이다. 다양한 장르의 레스토랑이 스타를 획득했다는 건 곧 한국 외식 산업의 스펙트럼이 그만큼 넓어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이런 변화의 흐름이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 셰프로서 나 역시 더 좋은 음식과 서비스를 선뵈기 위해 꾸준히 노력할 생각이다. 미쉐린의 평가에 안주하지 않고, 이를 발판 삼아 한국 외식 문화를 선도하는 레스토랑으로 발전해 나가고 싶다.
추구하는 요리의 방향성과 레스토랑 운영에 있어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 그리고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이스트만의 독특하고 ‘재미있는’ 요리를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개성 있는 맛과 스타일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다. 그냥 맛있는 음식을 선보이는 것을 넘어, 손님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싶다. 이를 위해 메뉴마다 이스트만의 정체성을 담으려 노력하고 있다.
레스토랑 운영에 있어서는 합리적인 가격 정책을 고수하려 하고 있다. 식자재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그래도 더 많은 손님들이 오실 수 있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이스트의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할 것이며, 요리뿐 아니라 서비스, 인테리어 등 모든 면에서 퀄리티를 높이고 싶다. 궁극적으로는 현재 팀원들과 함께 새로운 알라카르트 레스토랑을 오픈하는 것이 목표다.
“원재료와 소스의 조화 ”
뛰뚜아멍(tutoiement) 김도현 셰프
2025년 미쉐린 1스타 신규 진입
세련된 프랑스 요리와 친근한 분위기를 조화롭게 이루는 방식은?
프랑스에서 가장 좋았던 경험은 집에 친구를 초대해 편안한 분위기 속에 맛있는 요리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레스토랑에서는 친근한 분위기를 만들면서도, 좋은 퀄리티를 유지하고 싶었다. 서비스적인 측면에서도 너무 격식 차리지 않고 손님들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1인 셰프 시스템을 선택한 이유기도 하다. 여러 의미로 자유로운 요리를 위한 공간인 셈이다. 결국 전체적인 큰 개념은 ‘친구에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한다.’는 것이다. 요리의 퀄리티는 현재 컨디션에서 가능한 최상을 추구하고, 친근한 장소와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공간 구성, 편안하고 친절한 서비스를 통해 세련된 프랑스 요리와 친근한 분위기의 조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각 코스를 ‘악장’이라 표현하는데, 메뉴 구성의 핵심은 무엇인가?
연극을 보거나 여행을 하듯 하나의 좋은 경험이 되도록 주제를 가지고 각 디시의 완성도뿐만 아니라 전체의 흐름을 잘 조율하려 노력하고 있다. 1막이라고 할 수 있는 뛰뚜아멍의 여름, 가을, 겨울, 봄 코스를 4 시즌에 걸쳐 제철 재료로 계절감을 표현했고, 2막 1장은 산미와 허브, 2막 2장은 고소함과 달콤함이라는 주제로 구성하고 있다. 3막 1장으로 넘어오면서는 ‘그윽함’이라는 주제로 손님들을 만나고 있다, ‘그윽함’이란 단순히 맛의 깊이만이 아니라, 요리가 주는 감정적 여운을 의미한다. 마치 오래 기억에 남는 음악이나 영화의 엔딩처럼, 손님의 마음속에 깊이 남는 경험을 만들고 싶다.
앞으로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방향이 있다면?
요리에서 원재료가 가진 맛과 소스의 중요성과 감동을 알리고 싶다. 뛰뚜아멍의 색깔이 있는 소스를 만들고, 소스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다. 특히 유지방을 활용한 소스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셰프는 자연과 고객을 잇는 중간자”
소수헌(素手軒) 박경재 셰프
2025년 미쉐린 1스타 신규 진입
중구에서 소수헌을 오픈하게 된 계기는?
한국적인 조용하고 아늑한 공간에서 편안한 식사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었다. 한옥은 한국 사람들이 편하게 느끼는 공간이고, 100여 년이 된 공간이라 고요한 느낌도 좋았다. 우연히 현재 공간을 알게 되었는데, 주변에 다른 건물이 붙어있지 않아 도심 속에 있어도 한적한 느낌이 드는 것이 좋았다. 일식과 한국 문화가 부딪힐 것 같지만, 의외로 잘 풀면 융화가 잘 될 것 같았다.
최근 한국 스시 다이닝 트렌드와 발전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중저가 오마카세부터 고급 오마카세까지 다양해지고 있는 최근 현상은 스시의 스펙트럼이 그만큼 넓어지고 발전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밥의 온도나 설탕 사용 등에서 변화가 있어 왔듯이, 자신만의 철학과 고객에 대한 마음가짐은 유지하되 형태나 맛은 트렌드에 맞게 변화해야 도태되지 않는다.
현재 한국과 일본의 스시는 큰 차이가 없어졌다. SNS와 정보 공유로 형태나 레시피가 비슷해졌고, 한국 셰프들이 일본에서 공부하며 기술 격차도 줄었다. 오히려 한국 셰프들이 더 노력하고 있다고 본다. 비록 재료 수급의 어려움 등 제약이 있지만, 전반적으로 수준은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도 고객과 함께 변화하며 한국만의 스시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셰프로서의 삶을 통해 지켜온 철학과 후배 양성에 대한 생각을 말해달라.
셰프는 자연과 고객을 잇는 중간자다. 모든 식재료는 생명체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재료가 지닌 고유의 맛을 최상의 상태로 손님들에게 전하는 것이 셰프 역할이라고 본다. 식재료를 다룰 때는 단순히 요리를 만드는 게 아니라, 그것을 예술의 경지로 승화시킨다는 마음가짐을 유지하고, 후배 양성에 있어서는 직접적인 가르침보다 내 삶 자체가 본보기가 돼야 한다고 여긴다. 열정을 갖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후배들에게는 가장 큰 교육이 될 것이다. 매일매일 바르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그것이 후배들에게 자연스레 스며들 것이라 믿는다. 요리와 인생, 두 가지 모두에서 진정성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 셰프로, 한 인간으로 변함없는 신념이자 철학이다. 초심을 잊지 않고 정직하게 살아가려 노력하는 한편, 곁에서 배우는 후배들 역시 그런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선배로서의 소명이 아닐까.
“멕시코 요리, 역동적 변화에 매력 느껴”
에스콘디도(esconido) 진우범 셰프
(2025년 미쉐린 신규 진입)
멕시코 요리에 매력을 느끼게 된 계기와 이를 대하는 셰프만의 철학이 있다면?
멕시코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캘리포니아에서 자란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엔 고수와 양파가 들어간 단순한 타코만 접했지만, 직접 멕시코를 방문하면서 그 음식 문화의 놀라운 다양성과 깊이에 매료됐다. 타코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은 호기심이 결국 나를 멕시코로 이끌었고, 그 여정에서 멕시코 요리의 진정한 매력에 빠지게 됐다.
나는 멕시코 음식을 고정되어 있는 것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스페인 식민시대부터 독립 이후, 그리고 글로벌화의 흐름 속에서 현재까지 끊임없이 변화해 온 역동적인 문화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나 역시 한국의 조리법을 접목하며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지만, 동시에 멕시코 요리의 전통과 본질, 각 재료가 지닌 고유한 의도를 존중하려 노력한다. 단순히 표면적 모방이 아닌, 그 근간을 이루는 정신을 이해하고 재해석하는 것이 내 철학이다. 앞으로도 멕시코 요리가 가진 매력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면서 시대에 맞게 진화시켜 나갈 것이다.
멕시코 요리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
몰레(Mole). 많은 사람들이 소스로만 생각하지만, 내게 몰레는 멕시코 음식의 정점이다. 수많은 재료가 들어가지만, 단순히 재료를 섞는 게 아니라 각 재료가 특정한 역할을 하도록 만든다. 한 재료만 말해도 그 맛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섬세하고 깊은 요리라고 생각한다. 몰레에는 멕시코 요리의 정수가 담겨 있고, 이를 통해 멕시코 음식 문화의 깊이를 경험할 수 있다.
멕시칸 파인다이닝을 한국에서 선뵈며 겪는 어려움과 극복 노력은?
멕시코의 신선한 재료를 한국에서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하지만 이런 결핍이 오히려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한다. 없는 재료를 대체할 수 있는 식재료를 끊임없이 탐구하고 실험하면서 요리가 더욱 풍성해진다. 토마티요(Tomatillo) 같은 특정 재료가 없다면, 그와 비슷한 맛과 식감을 내는 다른 재료를 찾아내는 식이다.
파인다이닝과 대중성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도 중요하다. 나만의 주장을 고집하기보다는 손님들에게 잘 전달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다이닝 방식과는 조금 다르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를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요리의 본질적 가치를 설명하는 데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비싸다고 좋은 요리가 되는 것도 아니고, 가격이 저렴하다고 퀄리티가 낮은 것도 아니다. 요리의 진정한 가치는 재료를 대하는 공정함, 식감과 맛의 조화에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런 부분들을 한국의 식문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풀어내는 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