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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25 (금)

레스토랑&컬리너리

[Dining Issue] "별의 무게를 견뎌라"… <미쉐린 가이드 서울 & 부산 2025>이 보여준 한국 미식의 다양성과 과제 ①

 

세계적인 레스토랑 가이드인 <미쉐린 가이드>가 2025년 2월 27일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미쉐린 가이드 서울 & 부산 2025’ 전체 레스토랑 셀렉션을 공개했다. 이번 에디션에서는 총 234개의 레스토랑이 선정됐으며, 서울 186곳, 부산 48곳의 레스토랑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번 발표에서 2년 만에 새로운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강민구 셰프가 이끄는 ‘밍글스’는 미쉐린 2스타에서 승급해 한국의 유일한 미쉐린 3스타 레스토랑이 됐다. 한국에서는 과거 가온(2022년 12월 영업 종료), 라연(2022년까지 6년 연속 3스타 유지 후 2스타로 변동), 모수(2024년 1월 영업 중단) 등이 미쉐린 3스타를 획득했으나, 현재 운영 중인 3스타 레스토랑은 밍글스가 유일하다.


2017년 미쉐린 가이드 첫 발간 이후 9년간 꾸준히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 선정돼 온 밍글스는 한국적 미학을 강조한 인테리어 디자인과 전통과 현대를 조화롭게 결합한 요리로 최고의 영예를 안았다. 미쉐린 가이드 인터내셔널 그웬달 뿔레넥 디렉터는 “이번 선정 결과는 팀의 지속적인 헌신의 결과”라며 밍글스의 성취를 높이 평가했다.

 

한국 미식의 새 역사
밍글스, 미쉐린 3스타 획득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는 외식조리학과를 전공하고 해외 취업을 통해 경험을 쌓은 셰프다. 그에게 미쉐린 가이드는 20대 초반부터 꿈꿔온 목표였다. 발간행사 후 열린 미디어 간담회에서 강민구 셰프는 “20대 때는 미쉐린 선정 레스토랑에서 식사만 해도 설레었는데, 22년이 지나 이런 결과를 얻게 되니 실감이 나지 않는다.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과거 타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내가 가진 능력보다 큰 평가를 받아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다”고 표현했었다. 3스타를 받은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함없다. “이런 평가에 걸맞은 셰프, 레스토랑으로 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그는 덧붙였다.


밍글스는 그 이름처럼 다양한 요소가 ‘어우러지는(Mingle)’ 레스토랑이다. 전통 음식을 연구하고 존중하며 강 셰프만의 경험과 현대적 감성을 더해 새로운 한식을 선뵈고 있다. 된장, 간장, 고추장을 활용한 ‘장트리오’ 디저트는 밍글스 오픈 때부터 11년간 이어온 시그니처 메뉴로, 한국 음식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


밍글스를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전하고 싶은 가치에 대해 강민구 셰프는 명확한 목표를 갖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손님들이 ‘맛있게 잘 먹었다.’고 느끼는 것이다. “더 나아가 ‘한국 음식이 이런 매력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거나, ‘밍글스 음식을 통해 한국 음식에 대한 시각이 넓어졌다.’는 얘기를 들으면 가장 기쁘다.”고 전한 강 셰프는 “손님이 지불한 만큼의 가치를 느끼고, 맛있고 행복하게 식사하는 것, 그게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미쉐린 3스타는 “요리가 매우 훌륭해 특별히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제 밍글스는 이 최고의 평가에 걸맞은 경험을 손님들에게 제공하며, 한국 식문화의 깊이와 다양성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사명을 띠게 됐다.
 

어서 와, 스타는 처음이지
새롭게 빛나는 별들, 신규 및 승급 레스토랑 어디?

 

 

이번 <미쉐린 가이드 서울 & 부산 2025> 발표에서는 밍글스의 3스타 획득과 함께 다수의 레스토랑이 새롭게 스타를 얻거나 승급했다. 이번 셀렉션에서는 에빗이 1스타에서 2스타로 승급했으며, 기가스, 레귬, 유 유안, 이스트 등 4곳은 미쉐린 선정 레스토랑에서 1스타로 승급했다. 또한 소수헌, 에스콘디도, 뛰뚜아멍 3곳이 미쉐린 가이드에 처음 등장하며 바로 1스타를 획득했다.


이번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선정 결과를 분석해 보면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지점이 발견된다. 첫째, 요리 장르의 다양화다. 올해에는 한국 최초의 비건, 멕시칸, 아시아 컨템퍼러리 등 다양한 요리 스타일이 미쉐린 스타로 인정받아 업계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특히 비건 레스토랑 레귬의 1스타 획득은 글로벌 미식계에서도 주목할 만한 사건이다. 세계적으로 비건 파인다이닝이 미쉐린 스타를 받은 사례는 매우 드물다. 뉴욕의 ‘일레븐 매디슨 파크’가 비건으로 전환한 후에도 미쉐린 3스타를 유지하며 미국 최초의 미쉐린 3스타 비건 레스토랑으로 자리 잡았고,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티안’과 스페인 마드리드의 ‘엘 인베르나데로’ 등이 미쉐린 1스타를 획득한 바 있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현재 레귬이 유일한 미쉐린 스타 비건 레스토랑으로, 아시아 식문화에서 비건 파인다이닝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국에서는 이전에 사찰음식을 선뵈는 ‘발우공양’이 미쉐린 스타를 받았으나 2020년 가이드에서 제외된 이후, 미쉐린 스타를 받은 비건 레스토랑이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레귬은 이러한 공백을 채우며 한국 비건 요리의 명맥을 미쉐린 세계에서 다시 이어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에스콘디도는 한국 최초의 미쉐린 스타 멕시칸 레스토랑으로, 그간 서양 요리에서 프랑스와 이탈리아 요리가 주류를 이루던 한국 파인다이닝 시장에 새로운 다양성을 더했다. 이스트는 아시아 컨템퍼러리 요리의 새로운 지평을 열며, 한국 식재료와 아시아 각국의 맛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역적 다양성도 눈여겨볼 만 하다. 이번 발표에서는 그간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의 격전지였던 강남을 벗어나 자신만의 철학으로 승부하는 레스토랑들이 새롭게 주목받기도 했다. 소수헌은 중구 만리재로에 위치한 고즈넉한 고택에 자리하고 있어, 전통 한옥의 정취 속에서 정교한 스시를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라연이나 호빈, 라망 시크레 등 호텔의 레스토랑 미쉐린 스타를 획득해온 서울의 중심부에서 독립 레스토랑으로는 처음 별을 품게 됐다. 한편 뛰뚜아멍은 ‘힙스터 성지’로 주목받는 성수동이나 서울숲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송정동의 외진 곳에 위치해 있지만, 주변 입지와 상관없이 음식의 질과 셰프의 철학만으로 미쉐린의 인정을 받았다.


이는 더 이상 ‘미쉐린=강남’이라는 공식이 절대적이지 않으며, 레스토랑의 위치보다 셰프의 철학과 실력이 더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의 미식 지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다양한 지역에서 미식 경험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광둥식 중식당 유 유안은 4년 만에 다시 1스타를 획득했다. 업계에서는 잃었던 스타를 다시 받는 것이 처음 획득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평가하는데, 유 유안은 이러한 어려운 과정을 성공적으로 극복해 낸 것.


이로써 서울은 미쉐린 3스타 1곳, 미쉐린 2스타 9곳(1곳 승급), 미쉐린 1스타 27곳(3곳 신규 선정, 4곳 승급)을 포함해 총 37개의 스타 레스토랑을 보유하게 됐다. 여기에 빕 구르망 58곳(10곳 신규 선정), 미쉐린 그린 스타 2곳(유지), 미쉐린 선정 레스토랑 91곳(10곳 신규 선정)이 더해져 서울의 다양한 미식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다.


부산은 미쉐린 1스타 3곳(모두 유지), 빕 구르망 19곳(4곳 신규 선정), 미쉐린 그린 스타 1곳(유지), 미쉐린 선정 레스토랑 26곳(2곳 신규 선정)으로 총 48개 레스토랑이 선정되며 매력적인 미식 여행지로서의 면모를 한층 더 강화했다. 이번 에디션에는 새로운 레스토랑이 총 29곳 추가돼 한국 미식 문화의 지속적인 발전과 다양화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한편 지속가능한 미식을 실천하는 미쉐린 그린 스타 레스토랑으로는 5년 연속 선정된 꽃, 밥에피다, 기가스, 지난해 처음 선정된 부산의 피오또가 올해 역시 이름을 올렸으며, 2025 미쉐린 소믈리에 어워드는 정식당의 김민준 소믈리에, 2025 미쉐린 멘토 셰프 어워드는 레스토랑 라연의 김성일 셰프, 2025 미쉐린 서비스 어워드는 소수헌의 이은주 매니저가 각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유리천장은 남아 있는가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과 젠더 다양성


이번 <미쉐린 가이드 서울 & 부산 2025> 발표에서 새롭게 별을 획득하거나 승급한 레스토랑들 중 단독 여성 오너 셰프가 운영하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현재 한국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중 여성 셰프가 이끄는 곳은 모두 공동 운영 형태다. 미쉐린 1스타 한식당 온지음의 경우 조은희 셰프와 박성배 셰프가 함께 이끌고 있으며, 1스타 컨템퍼러리 레스토랑 소울(김희은 셰프, 윤대현 셰프), 부산의 1스타 및 그린스타를 2년째 유지하고 있는 피오또(김지혜 셰프, 이동호 셰프), 2024년 1스타에서 2스타로 승급한 미토우(권영운 셰프, 김보미 셰프)의 경우 셰프 부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형태다. 단독 여성 오너 셰프가 운영하는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은 현재 한국에 한 곳도 없다. 2020년 기준으로 서울의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31개 중 여성 셰프가 단독으로 이끄는 식당은 △조은희 셰프의 ‘온지음’, △최은미 셰프의 ‘곳간’, △노영희 셰프의 ‘품’, △최해영 셰프의 ‘스테이’, △조희숙 셰프의 ‘한식공간’ 등 다섯 곳이 있었지만 지금은 스타에서 제외됐거나 문을 닫은 상태다.


미쉐린 그린스타를 보유한 ‘꽃, 밥에피다’는 빕 구르망 카테고리에 속해 있으나, 송정은 대표가 이끌고 있는 식당이다.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은 아니지만, 이 레스토랑은 지속가능한 한식을 선뵈며 미쉐린 가이드에서 환경적 가치를 인정받아 그린스타를 획득했다.

 

 

미쉐린 가이드가 2020년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적인 레스토랑에서 여성 헤드셰프의 비율은 5%에서 많게는 1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미국의 경우 블룸버그 뉴스는 상위 15개 레스토랑 그룹에서 일하는 헤드 셰프 160명 중 여성은 6.3%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에서도 600개가 넘는 스타 레스토랑 중 여성 셰프가 지휘하는 레스토랑 수는 10%에 못 미친다.


이런 상황에서 소수의 여성 셰프들은 그들만의 영역을 개척해왔다. 프랑스에서는 앤 소피 픽(Anne Sophie Pic)이 유일한 여성 3스타 셰프로, 전 세계적으로 미쉐린 스타 10개 이상을 보유한 여성 셰프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영국에서는 클레어 스미스(Clare Smyth)가 37세에 영국 최초로 미쉐린 3스타를 받은 여성 셰프가 됐으며, 2017년 오픈한 자신의 레스토랑 ‘코어’는 2년 만에 2스타를 획득하는 성과를 이루기도 했다.


미쉐린 가이드가 2021년 3월 여성의 날을 기념해 발행한 기사에 따르면, “아시아 전역의 명망 높은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22곳을 비롯해, 수많은 여성 셰프가 다양한 빕 구르망과 플레이트 레스토랑을 이끌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이 숫자는 전체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일본은 훨씬 더 보수적인 태도를 보인다. 미쉐린 3스타 셰프인 오노 지로의 아들은 월스트리트저널 스피크이지(Speakeasy)와의 인터뷰에서 “여성은 생리적 주기로 인해 미각의 불균형을 이루기 때문에 스시 요리사가 될 수 없다.”는 충격적인 성차별적 발언을 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도 일본계 셰프 니키 나카야마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셰프의 테이블>에 출연해 실력을 인정받았음에도 “셰프가 여자라는 이유로 레스토랑을 나간 손님들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역설적이게도, 가정에서는 부엌일을 여성의 몫으로 여기면서 프로페셔널 레스토랑 주방은 남성의 영역으로 간주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전통성과 격식을 중시하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일수록 이러한 젠더 불균형이 심각하다.


한국 요리계의 젠더 불균형 역시 이러한 글로벌 맥락 속에 존재한다. KBS 2TV에서 방영하는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프로그램에서 정지선 중식 셰프는 “처음 중식당에 취업했을 당시 선배들에게 국자와 중식도로 맞으면서 일했고, 손가락이 기계에 다쳐 30바늘을 꿰매는 부상에도 응급 처치만 하고 빠르게 복귀해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매장을 처음 오픈할 때 업계의 텃세와 무시로 인해 대표를 남편으로 등록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과 가정의 양립 문제도 전 세계 여성 셰프들의 공통적인 도전이다. 밍글스의 강민구 셰프는 “셰프라는 직업이 굉장히 나쁜 남편, 나쁜 아빠”라고 털어놓았다. 그는 가족의 희생과 지원이 있었기에 셰프로서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성 셰프들에게는 이러한 일-가정 균형의 문제가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여성 셰프들은 연대를 통해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고 있다. 미쉐린 1스타 한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김희은 셰프는 “여성 오너 셰프들 간의 연대가 큰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정지선 셰프는 “차별을 이겨낸 여성 오너 셰프들이 자랑스럽다. 외로웠는데 이제 외롭지 않다.”고 응답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흑백요리사>의 흥행으로 요리사가 전문직을 넘어 슈퍼스타로 또 한번 도약한 요즘, 그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여성 셰프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중문화에서 요리사의 이미지가 갈수록 각광받는 반면, 실제 미쉐린의 세계에서 여성 셰프의 위치는 여전히 주변부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은 더욱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국을 포함한 세계 미식계가 진정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젠더 다양성의 확대가 필수적이다. 여성 셰프들이 동등한 기회와 인정을 받으며 자신의 창의성과 철학을 발휘할 수 있을 때, 전 세계 미식 문화는 더욱 풍성하고 다양한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부산 미식 산업의 현실과 과제
미쉐린 가이드 이후의 성장통


한편 부산 미식 시장은 올해 서울과 비교해 현저한 차이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부산시는 올해 실적이 왜 이렇게 안 좋았냐면서 업장들에 책임을 돌렸다고 한다. 그러나 남의 탓으로 돌리기 전에 실상을 제대로 들여다보자. 올해 ‘실적’을 따지기보다 현 상황에서 부산이 미쉐린 가이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은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부산의 다이닝 씬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부산’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해산물, 국밥, 곰장어 정도에 그치며, 부산의 먹거리가 아직까지 다양하게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미식 발전을 위한 간담회나 지원 프로그램도 찾아보기 어렵다.


인력 수급 역시 큰 문제다. 인재들이 대부분 서울로 향해, 부산에서는 전문 인력 채용이 어렵다. 전문성 있는 셰프와 서비스 인력의 부재 또한 부산 미식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주요 원인이다.


관광객들의 소비 패턴도 문제로 지적된다. 주로 해운대나 광안리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바다를 바라보며 회를 먹는 정도의 경험에 만족하는 경우가 많아, 다양한 미식 경험을 추구하지 않는 패턴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가이드 등재에 대한 압박이 업장에게 전가되는 문제다. 가이드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것을 업장의 책임으로 간주하는 상황에서, 업장이 받는 스트레스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울과 부산의 미식 격차가 앞으로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의 미식 산업이 미디어의 주목을 받으며 발전하는 동안, 부산은 체계적인 지원 없이 개인의 노력에만 의존하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수요가 없는데 공급만 강조하는 행정을 업자들은 그냥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인가? 견디기 힘든 환경에서 버티며 기반을 다져왔음에도 추가적인 지원이나 인프라 개선이 없다는 점이 큰 문제로 지적된다. 게다가 <미쉐린 가이드 부산>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데, 계약 기간이 만료된 후 투자자가 없다면 부산 미쉐린이 철회될 가능성도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더욱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요한 점은, 미쉐린 스타 수가 늘어나는 것만이 부산 미식의 발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식문화와 미식 자체가 발전하면 미쉐린 스타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다만, 그 과정이 빠르게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적인 어려움이다. 부산의 미식 문화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이닝 씬의 기반이 탄탄해져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다양한 형태의 레스토랑이 많아지고 셰프층이 두터워져야 한다. 부산에서 요리하려는 셰프들, 특히 고향이 부산인 셰프들이 좋은 레스토랑을 많이 차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 등의 논의는 과연 얼마나 이뤄지고 있는가를 먼저 생각해 보자.


로컬 정체성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 샌프란시스코 같은 도시처럼 지역적 특색을 살린 이야기가 필요하다. 부산에서 열리는 미식 행사에서 캐비어, 트러플, 이베리코 같은 수입 식재료만 쓰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생각해 보자. 부산만의 차별화된 정체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지역 농부와 축산업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한편, 부산시는 2025년에 외국인 관광객 300만 명 유치를 목표로 미식관광, 야간관광, 의료·건강관리, 해양레저 등 다양한 분야의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부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각에서는 서울시를 비롯한 대도시 지방자치단체의 리더십 또한 미식산업 지원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소문도 돈다. 일부 지자체 수장들이 미식 관련 사업을 단순히 ‘식당 홍보’로 치부하며 공적 자금 투입의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이는 미식산업이 단순한 ‘맛집’ 홍보가 아닌, 문화적,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중요한 산업이라는 인식이 아직 지자체 차원에서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국의 지자체가 미식산업의 가치와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지원 정책을 마련할 때, 비로소 한국의 미식문화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셰프들과 레스토랑들의 노력과 도전에 대한 책임을 묻기 전에, 지자체는 먼저 미식산업에 대한 제대로 된 정책과 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자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미식 시장을 외부적 요인 탓으로 돌리기보다, 그 시장이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진정한 지자체의 책무일 것이다.

 

미쉐린의 양날의 검
영광과 부담 사이

 

 

미쉐린 스타 획득은 레스토랑에게 명예와 부담을 동시에 안겨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타를 받은 레스토랑들은 위상과 인지도가 단숨에 바뀌는 변화를 겪게 되지만, 이러한 명예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도 함께 가져온다.


미쉐린 스타 획득 후 나타나는 주요 변화 중 하나는 고객층의 변화다. 별을 받기 전에는 해당 레스토랑의 음식과 철학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찾아오는 고객들이 주를 이루지만, 별을 받은 후에는 단순히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방문하는 이들이 급증하는 현상이 관찰된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접근성을 높였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음식 자체보다는 평가를 위해 방문하는 고객이 늘어난 점은 미식문화 발전에 우려되는 지점이다.


또, 외국 손님들은 식사 순간 자체를 즐기는 데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한국 손님들은 종종 목적지향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이 업계의 목소리다. 식사를 문화적 경험으로 즐기기보다는 평가하러 오거나 비즈니스 수단으로만 활용하는 패턴이 관찰되는 것이다. 미식문화가 문화적 경험으로까지는 아직 승화되지 못하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미쉐린 스타를 받은 이후 오히려 기존에 자주 방문하던 단골 고객층이 줄어들고, 맛집 리스트를 체크하듯 방문했다가 실망감을 표현하는 손님들이 늘었다는 점이다. “경험이 적으니까 여기 와서 실망을 얻는 경우가 많다.”는 표현처럼, 레스토랑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채 방문한 손님들이 “이 돈 주고 왔나.” 같은 반응을 보이거나, 심지어는 레스토랑 방문 자체가 동석자 간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한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 미식문화는 눈에 띄는 발전을 보였다. 이것은 업계 사람들 대부분이 인정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성숙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다. 미쉐린 스타와 같은 외부 평가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음식을 통한 경험과 즐거움보다는 ‘값어치’를 따지는 소비자 태도는 진정한 미식문화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다.


한편 다양성을 추구하는 레스토랑의 성공은 한국 미식 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이 진짜 레스토랑 수준이 높다.”며, 특히 해외에 나갔다 오면 오히려 한국의 음식 문화 수준이 높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말한다.


미식업계의 바람은 한국에서 다양한 장르들이 각자의 카테고리로 인정받아 폭넓은 선택지가 생기는 것이다. 과거 프렌치 요리가 한국에 정착한 것처럼 새로운 장르들이 각자의 카테고리 안에서 자리잡기를 희망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쉐린 스타는 레스토랑에 영광과 부담을 동시에 안겨준다. 이제 중요한 것은 단순히 별의 숫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즐기는 문화적 성숙도를 높이고 다양한 미식 경험을 존중하는 소비자 인식의 변화다. 국가 차원에서의 관심과 지원, 업계의 노력,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가 합치를 이룰 때, 비로소 한국의 미식문화는 진정한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 [Dining Issue] "별의 무게를 견뎌라"… <미쉐린 가이드 서울 & 부산 2025>이 보여준 한국 미식의 다양성과 과제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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