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서귀포의 한 호텔 주방에서 조리 중 발생한 화재로 직원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 음식물 조리 중 부주의로 발생한 이 화재는 자체 진화에 성공했으나, 60대 직원이 부상을 입었고 280만 원 상당의 시설 피해가 발생했다.
<대한민국을 이끄는 외식트렌드 2025>에서는 외식업의 기본 가치를 지키는 것이 무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외식업계에서 QSC(퀄리티, 서비스, 위생)는 더욱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 특히 보이는 곳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 즉 주방에서의 위생과 안전 관리는 매우 중요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2024년 유독 많았던 안전사고를 돌아보며, 주방 안전에 대한 기본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보자.
현장에서 말하는 주방 안전관리의 핵심
‘순간’에 집중하고 체계적인 관리 및 교육 필요해
주방 안전관리의 가장 큰 어려움은 ‘순간’에 있다. “안전 사고는 ‘아차!’ 하는 순간에 발생한다.”고 시그니엘 부산 정용재 총괄셰프는 말한다. 특히 적정 인력 배치 부족과 과다 업무로 인한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더 그린테이블 김은희 오너셰프는 “물, 불, 금속이 있는 공간이라 미끄러지거나, 데이거나, 칼에 베이거나 무거운 도구에 몸이 상할 수 있는 상황이 매일 벌어진다.”고 설명한다.
바쁜 서비스 시간대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정 총괄셰프는 “사령탑으로서 진두지휘 하는 포지션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적재적소에 인원을 배치하고 일을 분배해, 손발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게 업무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오너셰프는 더 나아가 “바쁜 서비스 시간을 보내기 전 항상 바닥의 물기를 체크하고, 아무리 바빠도 물기가 있을 경우 이를 제거하도록 한다. 주방에서는 뛰거나 다른 사람과 부딪히는 일이 없도록 서로의 위치를 알리는 등 세세한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계절별 관리도 중요하다. 여름철에는 주방의 열기로 인한 온열질환과 탈수에, 겨울철에는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한 스트레칭이 필수다. 신규 설비 도입 시에는 사용설명서 숙지부터 시작해 정격전력, 설치공간의 이격 거리, 습도, 바닥 기울기 등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두 셰프 모두 직원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오너셰프는 “고객에게 음식이 빨리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요리사로서 다치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다. 때문에 새 직원이 들어올 경우 반드시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항상 침착하게 일하도록 한다. 다치면서까지 바쁘게 일할 필요는 없다는 점을 항상 주지한다.”고 말했다. 정 총괄셰프 역시 “안일한 생각과 대처가 큰 사고의 불씨가 될 수 있음을 항상 인지하고, 긴장감을 갖고 업무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처럼 주방 안전은 시스템과 교육, 그리고 개인의 끊임없는 주의가 필요한 분야다. 특히 바쁜 서비스 시간대에도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주 일어나는 사고 Top 3 ‘베임’, ‘화상’, ‘미끄러짐’
미끄러짐 사고는 2차 사고로 이어질 위험 높아
주방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의 유형과 빈도는 다양하다. “주방에서 일어나는 사고를 연구한 결과, 칼이나 날카로운 물건에 의한 베임사고가 87%(10명 중 9명), 뜨거운 물질에 의한 화상이 74%(열 명 중 7명)를 차지한다.”고 에스코피조리화 이임수 대표는 설명했다.
미끄러짐 사고는 28%(열 명 중 3명)로 상대적으로 낮은 빈도를 보이지만 그 위험성은 결코 낮지 않다. 2차 사고로 이어지며 주방 종사원들이 치명적인 재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방에서 신는 조리화(안전화)의 착용이 매우 중요한 이유다.
이 대표는 “주방은 칼이나 조리기구를 비롯해 불, 물, 뜨거운 기름 등으로 인해 바닥이 매우 미끄러운 환경이다. 여기에 하루 9~12시간 동안 서서 일하는 근무 환경까지 고려하면, 조리화 개발에는 미끄럼 방지 기능은 물론 장시간 착용 시 발생하는 혈액 쏠림과 발 붓기 현상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래 착용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내구성이 좋아야 하며, 미끄럼 방지는 물론 통풍이 용이하도록 하고, 발볼을 넓혀 편하게 만들어 줘야 한다.
이 대표는 “물과 기름이 있는 바닥에서의 미끄럼 방지 기능과 방수 기능이 일반 안전화와 비교해 가장 큰 차이”라고 강조했다.

주방용 신발은 작업화라는 특성 때문에 오랫동안 트렌드와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2004년 국내 최초로 에스코피조리화가 ‘조리화’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관심이 높아졌다. 채소를 모티브로 한 디자인을 도입하며 국내외적으로 조리화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고, 이는 신발업체들의 시장 진입으로 이어졌다.
소재 면에서도 큰 변화가 있었다. 이전에는 유럽 조리화를 바탕으로 하는 가죽 소재가 주류를 이뤘지만, 한국 주방은 물이 많은 환경이라 가죽 소재의 한계가 드러난 것. 게다가 유럽의 경우 조리화에 대한 내구성에 초점을 두다 보니 두꺼운 가죽을 사용하고, 바닥이 딱딱해 착용감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가 상품이 많았으나, 현재 국내에서는 EVA 소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대표는 기술적인 진보에 관해서도 말했다. 미끄러짐 방지를 위해 항공기 바퀴 소재를 활용한 특수 고무 깔창(Out-Sol)을 도입하고, 물빠짐과 미끄럼을 잡아주는 그립(GRIP) 문양구조도 개발했다. “특수 재질의 깔창과 미끄럼 방지 구조의 그립을 적용해 안전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이 대표는 덧붙였다.
한편 이 대표는 “신발업체가 영세하고 연구 투자를 하지 않는 환경으로 인해 고유한 기술을 개발하기보다는 다른 업체의 기술을 모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특히 과도한 가격 경쟁으로 인해 당분간 시장에 많은 조리화가 난립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장기적인 시장 전망은 긍정적이다. “고유한 기술과 경영철학을 유지하면 외식업의 발전과 함께 주방 조리화 시장도 꾸준하게 성장할 것”이라고 이 대표는 말한다. 다만 일반 신발 시장의 패션 트렌드처럼 빠른 유행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주방 안전화가 가진 본질적 특성, 즉 안전성과 기능성이 여전히 가장 중요한 가치로 유지될 것이기 때문이다.
종합적인 관리 필요한 주방
규모별로 안전 가이드라인 달라
주방 안전은 위생까지 포함한 종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주방의 규모에 따라 안전 관리의 핵심 포인트도 달라지는데, 크게 소화 설비, 위생 설비, 공조 설비, 기타 시설로 구분해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소화 설비의 경우, 소형 주방(2~3인 근무)은 주방용 소화기 1~2대, 중형 주방(5~10인 근무)은 3~4대가 필요하다. 대형 주방(10인 이상 근무)의 경우 주방용 소화기 3~4대와 함께 대형 CO2 소화기 1대를 추가로 비치해야 한다.
위생 관리를 위한 칼, 도마 소독 설비는 주방 규모에 맞춰 소형, 중형, 대형 소독고를 구비해야 한다. 특히 규모가 커질수록 더 큰 용량의 소독 설비가 필요하다.

급배기와 온도 관리도 중요하다. 모든 규모의 주방에서 규격에 맞는 용량의 후드와 급기 장치는 필수다. 온냉방 시설의 경우 소형 주방은 벽걸이형, 중형은 스탠드형, 대형은 시스템 온냉방기 설치가 권장된다.
기타 시설로는 규모와 관계없이 미끄럼 방지 바닥과 적정 조도의 램프가 필수다. 휴게 시설의 경우 소형은 작은 휴식 공간, 중형은 적당한 휴게시설, 대형은 근무 인원에 맞는 충분한 휴게시설을 갖춰야 한다.
<규모별 안전 주방 환경>
구 분 | 소형(2~3인 근무) | 중형(5~10인 근무) | 대형(10인 이상 근무) |
소화기 비치 | 1) 주방용 1~2대 비치 | 1) 주방용 3~4대 비치 |
1) 주방용 3~4대 비치 2) 대형 CO2 소화기 1대 비치 |
칼, 도마 소독 | 1) 소형칼, 도마소독고 | 1) 중형 칼, 도마소독고 | 1) 대형 칼, 도마소독고 |
급·배기, 온도 |
1) 규격에 맞는 용량의 후드와 급기 장치 2) 벽걸이 온·냉방기 |
1) 규격에 맞는 용량의 후드와 급기 장치 2) 스탠드형 온·냉방기 |
1) 규격에 맞는 용량의 후드와 급기 장치 2) 시스템 온·냉방기 |
기타 | 1) 미끄럼 방지 바닥 2) 알맞은 조도의 램프 3) 작은 휴식공간 |
1) 미끄럼 방지 바닥 2) 알맞은 조도의 램프 3) 적당한 휴게시설 |
1) 미끄럼 방지 바닥 2) 알맞은 조도의 램프 3) 인원에 맞는 휴게시설 |
자료 제공_ HKC 장재규 고문
주방은 불과 칼을 사용해 음식을 만드는 공간이기에 본질적으로 위험에 노출돼 있다. 특히 상업용 주방의 경우 대량 조리를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특성 때문에 다양한 위험 요소가 존재한다. 주요 안전사고 유형은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화재 위험이다. 불을 사용한 조리 과정에서 언제든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둘째, 칼이나 날카로운 도구 사용으로 인한 절단이나 베임 사고다. 셋째, 기름이나 물기가 있는 바닥에서 발생하는 낙상과 찰과상 문제가 있다. 넷째, 최근 학교 단체급식 조리 종사원들의 폐암 발생으로 이슈가 된 조리흄 문제처럼 작업자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환경적 요인이 있다.
이처럼 위험이 상존하는 주방에서는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잠깐의 방심만으로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기에,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자연스럽게 위계질서와 엄격한 군기 문화가 형성되기 마련이다.
“안전한 주방의 3가지 조건은 동선, 설비, 온도”
㈜HKC 장재규 고문
주방기기 전문기업 HKC의 장재규 고문은 40여 년간 주방 시스템 선진화를 연구해 온 전문가다. 경주도큐호텔에서 시작해 HRS에서 19년간 호텔과 외식분야 업무를 섭렵했다. 2011년에는 ‘미래주방환경연구소’를 설립해 우리나라 외식업계에 시대를 앞선 아젠다를 제시해 왔으며, 2012년 종합주방기기와 위생기기, HACCP 기자재 등을 생산하는 HK그룹의 별도 법인 ㈜HKC를 설립, 업계 최고 전문 컨설팅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주방 설계 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 안전 요소는 무엇인가?
환경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주방은 여러 조리사들이 장시간 근무하는 공간이기에 동선 설계가 핵심이다. 또한 메뉴에 가장 적합한 기구들이 설비돼야 하며, 위생적인 설비와 쾌적한 급배기 설비, 적정 온도와 조명 등 통합적인 고려가 요구된다.
조리 동선과 주방 안전은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주방의 동선은 안전과 효율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주방 내 조리사들의 이동이 잦은데, 서로 부딪히거나 좁아서 피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특히 기물이나 식재료, 완성된 요리를 운반할 때는 더욱 겹치지 않는 동선이 필요하다. 동선이 잘못 설계됐을 경우 세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 사고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둘째, 작업자가 쉽게 피로해진다. 셋째, 조리 능률이 현저히 떨어진다. 따라서 주방 설계 단계에서부터 효율적이고 안전한 동선 구성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신규 오픈 주방과 리뉴얼 주방의 안전 설계에서 차이점이 있다면?
신규 오픈 주방과 리뉴얼 주방은 설계 접근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신규 오픈 주방의 경우, 근무할 조리사가 필요로 하는 기구, 장비, 기물들을 미리 설계에 모두 반영할 수 있어 설계가 수월하다. 기구나 장비의 셋팅도 정확하게 이뤄지고, 기물의 사용과 보관도 체계적으로 계획돼 깔끔하고 반듯한 주방이 완성된다.
반면 리뉴얼 주방은 여러 제약이 따른다. 전임자가 사용하던 기구나 설비 중 필요 없는 것은 제거하고 새로운 장비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사이즈가 맞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배수, 급수, 가스, 전기 설비들을 다시 설치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조리사와 설계자 모두에게 어려움이 있다. 특히 주방의 모든 설비가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전기, 가스, 급수, 배수, 후드 장비까지 모든 요소를 재설계하는 과정이 더욱 까다롭다.
해외 선진 주방과 비교해, 국내 주방 안전 설계에 요구되는 보완점은?
국내 주방과 해외 선진 주방의 가장 큰 차이점은 ‘드라이 키친’ 시스템의 적용 여부다. 해외 선진 주방은 드라이 키친과 시스템 쿠킹을 선호해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을 유지한다.
반면 한국의 주방은 물 사용량이 많다. 조리 과정에서는 물론, 청소 시에도 호스로 물을 뿌려 씻어내는 방식을 선호한다. 이는 심각한 위생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수분이 많은 환경은 박테리아 번식의 최적 조건이 돼 식중독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행에 익숙해진 조리사들은 드라이 키친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 드라이 주방이 아니면 허가를 내주지 않을 정도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법적 기준 마련을 통해 드라이 키친 시스템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외식주방 전문 컨설팅업체로서 자주 받는 질문이나 요청사항이 있다면?
최근 가장 많은 문의는 가스 주방에서 전기 주방으로의 전환에 관한 것이다. 가스 주방은 이산화탄소, 일산화탄소, 열, 소음 등으로 조리사들이 쉽게 피로감을 느끼게 된다. 이에 작업자들이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일하기를 원하면서, 전기 관련 제품, 전기 용량, 가격 등에 대한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주방 바닥재 시공에 관한 문의가 많다. 현재 대부분의 주방에서 사용하는 타일 바닥은 깨지기 쉽고 미생물 발생의 온상이 되며, 미끄러운 표면으로 인한 안전사고의 위험도 크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내구성 있는 바닥재, 즉 깨지지 않고 미끄럼 방지가 되며 틈이 없고 방수까지 가능한 바닥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SG 경영 시대에 맞춘 친환경 주방 설계와 안전성은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지?
탄소중립 경영 시대를 맞아 간편식 에코레스토랑이 늘어나면서 주방기기의 전기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친환경 주방 설계는 고객의 니즈를 기반으로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첫째, 안전을 위한 미끄럼 방지 바닥과 물기가 없는 드라이 키친 구축이다. 둘째, HMR(가정 간편식)과 RMR(레스토랑 간편식)에 적합한 기기와 고객 맞춤형 메뉴 서비스를 위한 장비 도입이다. 셋째, 스마트 키친과 스마트 레스토랑이 조화를 이루는 시스템 구축이다.
또한 자동화 기기 도입을 통한 시스템 키친화, 자동 화재 감지 및 자동 소화설비 시스템 도입 등 안전성을 높이면서도 친환경적인 요소를 갖춘 주방 설계가 이뤄질 것이라 예상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조리사와 설계자 모두 새로운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이 요구된다.
주방 안전 트렌드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
‘시스템화’와 ‘환경 개선’, 그리고 조리 현장의 ‘자동화’
미잔플러스 원용휴 이사는 최근 주방 안전의 핵심 키워드로 ‘시스템화’와 ‘환경 개선’을 꼽았다. 특히 화재 예방과 조리흄(Cooking Fume) 이슈로 주방 배기 후드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과거에는 불을 사용하거나 가열로 인한 연기가 발생하는 장비 위에만 후드를 설치했지만, 최근에는 주방 천장 전체를 시스템 후드로 설치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이러한 시스템 후드는 단순 배기를 넘어 자동청소, 화재 예방, 방재 시스템을 통합적으로 제공한다.
주방 벽면이나 바닥재에도 큰 변화가 있다. 청소가 간단하고 위생적인 관리가 쉬우며 내구성이 뛰어난 스테인레스 마감재를 많이들 사용하는 추세고, 바닥재 경우에도 기존에는 비용 절감과 작업 편의성을 위해 타일이나 콘크리트 마감이 일반적이었으나 미끄럼 방지 기능과 방수 기능이 있는 몰탈이나 레진 등 새로운 바닥재 사용이 증가했다. 초기 비용은 높지만 작업자의 안전과 위생관리, 아랫층 누수 개선, 바닥 내구성 증가 등 다양한 이점이 있다.
가스 등 직접 화력 장비에서 불꽃이 없는 전기식, 특히 인덕션으로의 전환도 늘고 있다. 건물의 고층화로 인해 화재 예방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이러한 전기 주방 도입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식재료 측면에서도 변화가 있는데, 전처리된 식재료 사용도를 높여 칼이나 날카로운 도구 사용 빈도를 줄이고, 작업자의 안전과 작업 환경의 위생을 개선하고자 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이처럼 주방의 건축 환경적 측면에서 많은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작업자들은 베임이나 화상의 위험에 노출돼 있어 추가적인 안전 대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조리 현장의 자동화 바람이 거세다. ㈜HKC 장재규 고문은 “최근 학교 급식 주방을 선두로 시범적 로봇 장비를 이용한 조리를 하고 있다. 이는 대량으로 많은 양의 튀김이나 볶음 요리를 할 때 나오는 유해 가스(조리 흄)로 인해 폐병 등 장애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변화는 최근 확산되고 있는 서빙 로봇 트렌드와 맥을 같이 한다. 장 고문은 “홀에 서빙로봇이 음식을 배달이 늘어나듯 조리 분야에도 조리사를 돕는 기계나 장비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리 웍, 조리 오븐, 자동 튀김기, 자동 반죽기, 자동 빵 성형기 등 기본적인 조리 보조 장비는 물론, 조리 흄 저감 후드, 조리 흄 차단 멀티쿠커 등 작업자의 안전을 고려한 특수 장비까지 그 스펙트럼이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주방의 자동화는 이제 효율성 향상을 넘어 조리 종사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핵심 수단이 돼 가고 있다.
그동안 주방에서 발생하는 직업병과 안전사고는 개인의 부주의나 관리 소홀의 문제로 여겨져 왔지만, 이는 시스템적 해결이 필요한 구조적 문제에 가깝다. 대량 조리가 필요한 단체 급식 현장에서 시작된 이러한 변화가 여타 상업용 주방의 표준으로 자리 잡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건강과 안전을 지키면서도, 일정한 품질의 음식을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메뉴 특성에 맞는 맞춤형 안전 관리와 사고 예방 위한 지속적 노력 필요해”
미잔플러스 원용휴 이사
20년 이상 주방설비 업계에서 경험을 쌓아온 미잔플러스 원용휴 이사는 CJ프레시웨이 상업용주방 사업부에서 6년간 수입주방장비와 사업팀 기획업무를 담당했다. 이후 일렉트로룩스 프로페셔널(Electrolux Professional) 한국 지사장으로 10년간 근무하며 국내 제품 판매와 관리 지원 업무를 총괄했다. 해외 업체의 한국 지사장으로 근무하면서, 다양한 해외 주방 트렌드를 접하고 국내 적용 사례를 살펴볼 수 있었다. 현재는 세기 인더스트리와 외식업계 상업용주방 시설 컨설팅도 하고 있다.
해외와 비교할 때 국내 주방 안전 기준의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국내 주방도 현대화돼 있고 많은 안전 기준에 맞춰 개선돼 있어, 단순히 해외와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주방에서 만드는 메뉴와 작업 프로세스의 차이에 따른 맞춤형 안전 관리다.
메뉴 특성별로 살펴보면, 굽거나 튀기는 요리가 많은 주방의 경우 기름기로 인한 화재와 미끄럼 예방에 대한 기준 강화가 필요하다. 한편 삶거나 찌는 요리가 많은 주방에서는 과습한 환경 개선과 작업자의 화상 예방이 중요할 테고, 국이나 탕 등 국물 요리가 많은 주방의 경우 무겁고 뜨거운 조리물 이동에 대한 안전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결국 안전에 대한 개선은 현장에 있고, 각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막상 해외에서 성공적으로 사용 중인 안전 관련 가이드나 장비들을 국내에 도입했는데 시행착오를 겪거나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국내 주방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안전 기준 수립이 더욱 중요하다.
해외의 경우 인덕션을 사용하는 업장이 꽤 많은 것으로 안다. 국내 현황은 어떠한가?
주방은 불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고온 환경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여름철에는 고객 공간과 달리 주방에서는 에어컨을 켜도 조리용 불 때문에 덥고, 겨울철에는 환기가 어려워 폐가스가 나오는 공간에서 일해야만 한다. 이러한 환경 때문에 셰프들은 긴팔 조리복을 입기 어려운데, 결과적으로 화상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곤 한다.
인덕션은 유도전기를 사용해 가열하기 때문에 불꽃이 없고 조리 용기에만 열을 전달한다. 기존 가스 장비와 달리 외부로 유출되는 열이 없어 주방을 시원하게 유지할 수 있고, 폐가스 배출도 없다. 하루 종일 불 앞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의 건강에는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가스의 에너지 효율이 45~50%인데 반해 인덕션은 95% 수준으로, 운영비 절감 효과도 뛰어나다.
현재 많은 호텔과 레스토랑에서 인덕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고층건물이나 지하에 있는 레스토랑의 경우 화재안전성과 작업자의 안전을 고려해 인덕션 선호도가 높다. 다만 인덕션 설치를 위한 전기공사 등 초기 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기존 건물에서의 도입은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강한 화력을 필요로 하는 중식당 등에서는 인덕션 사용을 주저할 것 같은데.
중식 조리의 핵심은 웍(Wok)을 이용해 빠르게 튀기거나 볶는 과정에서 재료의 수분을 조절하고 기름의 향을 더하는 것이다. 특히 웍을 빠르게 움직이며 화구의 열로 기름 온도를 올려 불맛을 살리는 퍼포먼스는 대중들이 기대하는 중식의 필수 요소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전통적 조리 방식 없이도 중식의 맛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로 국내외 많은 중식당에서 안전을 위해 인덕션 웍을 도입해 다양한 메뉴를 성공적으로 선뵈고 있다. 그러나 셰프들이 추구하는 맛과 메뉴의 품질은 요리의 본질이기에, 단순히 편의성이나 안전 문제만으로는 전환이 쉽지 않다. 이는 최근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서 편리한 전기식 콤비오븐 대신 숯이나 차콜을 이용한 직화구이 오븐을 선택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결론적으로 인덕션은 안전하고 쾌적한 주방 환경 조성에 도움이 되지만, 모든 조리 방식을 대체할 수는 없다. 진정한 안전한 주방을 만들기 위해서는 주방의 다양성과 메뉴의 복잡성을 포괄할 수 있는 엄격한 안전 가이드, 그리고 작업자들의 안전의식이 함께 확보돼야 할 것이다.
안전 교육도 상당히 중요한데, 효과적인 교육 방법이 있다면?
주방 안전에 대한 인식은 대형 브랜드 호텔을 중심으로 체계화돼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안전 관리는 작업자의 안전보다는 조리 결과물이나 위생적인 환경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장비나 작업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도구에 대한 안전 관리는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안전 교육은 작업자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중요하지만, 단순히 작업자의 기술로 위험을 회피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안전한 작업동선 확보, 안전장비 구비 등 사고 발생 이전에 위험 요소를 제거할 수 있는 예방적 매뉴얼 구축이 필요할 것이다.
호스피탈리티업계, 안전 관리의 혁신 필요한 때
반응적 안전 관리에서 예방적 안전 문화로
호스피탈리티 업계에서 안전 관리의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여전히 반응적 안전 관리 방식에 얽매여 있다. DNV F&B실 김철수 심사위원은 “잦은 인력 변동으로 인해 안전에 대한 관심과 인식이 상대적으로 낮고, 체계적인 관리가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존의 안전사고 예방 관리는 주로 안전담당자 중심의 현장 점검 및 지적 위주의 방식”으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각 업장의 특성에 맞는 안전 관리 인증 체계를 도입해 보다 체계적인 관리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호텔과 다이닝 업장의 안전 인증은 크게 산업안전보건과 식품안전 두 측면에서 접근해 볼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통용되는 안전보건 관련 인증은 크게 국제 인증인 ISO 45001과 국내 인증인 KOSHA-MS로 구분된다. ISO 45001은 글로벌 기준으로 통용되는 안전보건경영시스템으로, DNV와 같은 국제 표준 인증 기관에서 심사를 수행한다. KOSHA-MS는 국내법과 연계해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안전보건경영시스템으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심사와 인증을 담당하고 있다.
식품안전 분야에서는 별도의 인증 체계가 운영되고 있다. DNV F&B실 오원준 실장은 “국내에서는 ISO 22000과 HACCP 인증이 널리 활용되고 있다.”며, “그랜드 하얏트 인천이 2022년에 최초로 FSSC 22000 인증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호스피탈리티 산업에 특화된 별도의 안전 인증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DNV F&B실 김철수 심사위원은 “대신 각 사업장은 ‘위험성 평가’를 통해 주요 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예방 관리 계획을 수립해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표준으로 통용되는 ISO 45001 인증을 활용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ISO 45001은 전 세계 다양한 산업군에서 인정받는 유일한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 제도다. 최고경영자와 경영진의 적극적인 참여, 전 조직 구성원의 협력, 현장 작업자의 직접적인 참여를 기반으로, ‘PDCA 사이클(Plan, Do, Check, Act)’을 적용해 위험성 평가, 안전 목표 관리, 법규 준수 평가 등을 수행한다. 김 심사위원은 “단순한 사후 대응이 아닌 사전 예방 중심의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강조했다. 즉, 사고가 발생한 후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 발생 가능성 자체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접근방식인 것이다.
식품안전인증의 경우 롯데 시그니엘, 인터컨티넨탈, 워커힐 등 주요 호텔들이 ISO 22000 인증을 취득하고 있지만, 국내 호스피탈리티 업계의 ISO 45001 인증 관심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신라호텔, 롯데호텔 등 대기업 계열의 일부 사업장만이 인증을 취득했으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관심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라고 김 심사위원은 전했다.
호스피탈리티업계의 안전문화
리더십에서 시작된다
한편 호텔 및 다이닝 업계에서 자주 발생하는 주요 부적합 사례로는 잦은 인력 변경으로 인한 법정 안전교육 누락, 위험성 평가 시 작업자 참여 미흡, 안전 전담 부서의 부재로 인한 안전 관련 법규 변경 및 준수 평가 모니터링 부족, 경영진의 관심 부족으로 인한 안전 목표 관리 취약 등이 있다.
김 심사위원은 “산업안전문화가 작업현장에서 정착하기 위해서는 최고경영자 및 경영진의 지속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하는 동시에, 모든 작업 인원에 대한 교육과 의견 피드백 체계 구축을 통한 지속적인 의사소통의 중요성도 지적했다.
현재 국내 호텔 및 다이닝 업계에서 산업안전문화 관련 체계적 활동 사례를 찾기는 어렵다. 다만 글로벌 호텔 체인들은 각 기업별로 사고 예방 및 안전문화 정착을 위한 자체적인 방법과 도구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식품안전 및 품질문화 가이드라인에 주목해 볼 만하다. 오 실장은 CDC가 331개의 레스토랑 종사자를 대상으로 서베이를 진행해 발표한 ‘Food Safety Culture | Restaurant Food Safety | CDC’ 자료를 소개했다. 식품안전문화 조성을 위해 제시된 네 가지 핵심 요소는 다음과 같다.
△ Leadership(리더십) 관리자는 식품안전 교육과 정책을 제공할 것
△ Manager Commitment(관리자의 의무) 관리자는 식품안전을 최우선 순위로 둘 것
△ Employee Commitment(직원의 의무) 직원은 식품 안전에 전념할 것
△ Resources(자원) 레스토랑에는 손씻기를 위한 충분한 비누와 세면대 등 식품안전을 위한 자원을 충분히 갖출 것
이러한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안전 관리 문화가 정착된다면, 현재 호스피탈리티 업계에서 자주 발생하는 안전사고와 법규 위반 사례들은 현전히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안전 관리는 경영진의 관심과 실천에서 시작해 전 구성원의 참여로 완성되는 것임을 인지하고, 체계적인 모니터링과 지표 관리를 통해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으며,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호스피탈리티업계는 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는 사실을 주지하자. 단순히 법적 의무를 준수하는 차원을 넘어, 직원들의 안전과 고객들의 신뢰를 동시에 확보함으로써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에도 기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