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석의 MICE Guide] MICE와 도시 서로의 색을 입다

2021.06.25 08:50:58

전 세계에서 무수히 개최되는 수많은 MICE 행사들. 다양한 주제와 다양한 방식의 행사 운영 및 진행으로 차별화를 두고 저만의 특색과 콘텐츠로 무장한다. 비슷한 주제의 유사 형식의 MICE도 많지만, 자세히 보면 모두 저만의 색깔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글로벌 MICE 시장에서 그동안 MICE가 관광산업의 일부로 여겨지는 추세가 있었지만, 이제는 관광뿐만 아니라 도시 경제와 도시브랜딩의 지속가능한 성장 지표가 됐다. MICE 행사의 성격과 주제, 테마를 결정하는 주요한 요소는 바로 개최도시의 특성이다. 

 

해당 도시의 산업, 문화, 경제, 환경, 스포츠적 요소가 주최자들의 개최지 선정에 중요한 요소로 반영되며 실제 많은 MICE 행사들은 그 도시의 지역적 특성에 기반해 개최된다. 부산의 해양, 대전의 과학, 제주의 자연 등 지역의 이미지와 경쟁력을 토대로 한 MICE 행사들은 정체성 확립에 유리하며 지역과 세계의 링크를 활용하기에도 유리하다.

 

 

 

 도시의 지역적 특성에 기반한 MICE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중 하나가 DMZ다. DMZ는 역사·정치·사회적으로 많은 이슈들을 포함하고 있으며 남한과 북한 사이의 다리역할을 하는 곳이다. DMZ가 위치한 곳은 남한에서는 경기도와 강원도, 인천이다. 이 세 지자체는 DMZ를 활용해 다양한 관광상품을 만들고 MICE 행사들을 개최하고 있다. 경기도가 주최하는 DMZ 포럼은 매년 킨텍스와 파주일대에서 개최되며 ‘평화’와 ‘생태환경’을 주제로 2012년부터 개최되고 있다. DMZ 일대에서 개최됨으로서 포럼은 당위성을 얻고 지역의 특색을 가장 잘 담을 수 있다.

 

서울 다음으로 국제기구가 많은 도시로 유명한 인천은 2006년 UNESCAP 산하 UNAPCICT 설립 이후 14년간 UNESCAP 동북아 사무소,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World Bank 한국사무소 등 15개 이상의 국제기구를 유치했다. 또한 송도 컨벤시아와 주변 호텔들, 쇼핑센터 등의 인프라를 기반으로 2018년 국내 최초로 국제회의 복합지구로 지정됐다. 국제회의 복합지구 및 국제기구 메카로서 국제 기구-MICE 커리어페어를 기획해, 국제기구 및 MICE분야에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과 기관들 간의 1:1 채용상담, 국제기구·NGO 진출 설명회, 취업멘토링, 국제기구 모의면접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는 구직자들에게 있어 제일 인기 있는 커리어페어 중 하나로 각광받고 있다.
 

 

 

부산은 조선해양산업의 중심으로 포지셔닝돼 있고, 이에 기반한 여러 전시회 및 컨퍼런스가 개최되고 있다. KORMARINE은 부산을 대표하는 조선해양 전시회로 코로나19 이전 90개국 3만 5000명 이상이 참관했다. 여기서 투자설명회, 각종세미나 및 전문세션도 동시 개최됐다. 40년이상의 역사를 가진 KORMARINE은 부산에 있어 큰 지역 경제파급효과 뿐만 아니라 부산 조선해양산업의 국제적 네트워크 확대, 공동사업 진행 등 여러 비즈니스 기회도 창출하고 있다.

 

 

경주는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 불리며 신라 천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고도다. Crown City로도 불리며 불국사, 석굴암, 안동하회마을 등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경주는 오랜 역사와 문화유적을 바탕으로 한 특성에 기반해 국내 유일의 문화재 박물관 전문전시회인 국제 문화재산업전을 매년 개최하고 있다. 문화재산업관을 주축으로 문화재 정책 워크숍, 문화재 잡페어 등의 부대행사를 개최,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전시회로 육성하고 있다. 더 나아가 경주는 세계유산도시로서 세계유산도시기구 아시아 태평양 지역 총회, 세계유산도시기구 세계총회를 유치했다.
 

 

제주도는 자연과 평화, 관광의 이미지로 전 국민에게 인지되고 있으며 이러한 이미지를 해외로도 뻗쳐나가기 위해 매년 제주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제주포럼은 2001년 ‘제주평화포럼’이라는 명칭으로 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를 추구하고 공동번영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의 장으로 출범했다. 제주포럼은 전문가만이 참여하는 국한적인 포럼의 형태를 넘어 정·관계, 경제계, 학계, 언론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할 뿐만 아니라 세계지도자들이 참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렇게 제주도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지역적 특성에 기반한 도시브랜딩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러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제주평화연구원에서 포럼의 연구기능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지역 이미지를 창출하는 MICE

 

개최도시의 특성에 기반해 MICE를 기획하는 경우도 많지만, 그와는 반대로 MICE가 지역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사례도 많다. 창원은 전통적으로 기계산업 중심의 국가산업단지로 유명하며 한국 기계공업의 요람으로도 불린다. 창원은 마산 자유무역지역과 함께 경남 중부지역 산업경제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로 창원은 산업도시로 인식되고 있지만 전 세계 다른 나라들에서는 창원이 산업도시인 동시에 환경도시로 인지되고 있다.


 

 

바로 2009년에 개최된 람사르 총회 때문이다. 2008년 10월 28일부터 11월 4일까지 창원컨벤션센터에서 물새 서식 습지대를 국제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람사르 총회가 개최됐고 165개국 정부대표, 관련 국제기구, NGO 등으로 이뤄진 2200여 명이 행사에 참가했다. 이를 계기로 창원은 환경 중심지라는 상징성을 가지게 됐으며 기초자치단체로는 최초로 국제회의 도시에 지정됐다.

 

 

인천에서 매년 개최되는 아시아경제공동체포럼은 확실한 정체성과 전략, 기대효과를 바탕으로 국내의 대표적인 포럼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정치인, 관료 및 기업인 등 다양한 계층의 인사들이 참여하고 각 분야의 학자와 전문가가 중심축이 돼 포럼 결과물이나 정기 단행본 등을 발간하는 것은 제주포럼과 유사하지만, 교육과 차세대 지도자 양성에 관한 논의가 이뤄지고 아시아 가치 서베이 및 아시아 지역 통합지수의 발표는 아시아경제공동체포럼이 가진 차별화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아시아경제공동체포럼이 차별화되는 또 다른 요소는 포럼이 개최되는 인천지역의 대학과 연계가 높다는 점이다. 인천대학교 관련 학과의 교수들뿐만 아니라 인천대학교 안의 관련 연구소, 연구원, 센터가 포럼에 직접적으로 관여를 하고 있는 구조다.

 

국내 최대 규모의 국제게임전시회인 G-STAR는 세계 4대 게임쇼로 평가받고 있으며 2009년부터 부산에서 매년 개최되고 있다. 20만 명 이상이 참가하는 G-STAR는 부산을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중심지로 만들었으며 G-STAR가 부산에서 개최된 이후 부산 게임 기업의 수는 5배, 매출은 10배 이상 증가했다. 더 나아가 부산은 게임콘텐츠융복합타운을 준공하고 글로벌 게임 기업 유치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도시 이미지를 새롭게 만드는 MICE

 

전 세계적으로도 MICE가 도시 이미지를 만들어나가는 사례들이 많다. 2009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2009년 UN 기후변화회의가 개최됐다. 이 회의는 4만 5000명의 참가자를 기록했으며 코펜하겐의 국제적인 인지도를 끌어올림과 동시에 친환경 도시로 자리매김 시켰다. 코펜하겐은 유럽의 ‘녹색 수도’로 이미지를 정립하고 2025년까지 세계 최초 탄소 중립 수도가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녹색 수도로 다양한 환경 국제회의를 개최하고 있는 코펜하겐은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청정에너지 장관회의, 환경세금회의 등을 개최했다. 코펜하겐은 자전거 사용 활성화, 실외조명연구소 운영 등 녹색도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다양한 국제회의도 코펜하겐의 도시브랜딩에 크게 기여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과거 카지노와 엔터테인먼트로 유명했던 라스베이거스는 이제 MICE 도시로 더 유명하다. 라스베이거스를 MICE 도시로 자리매김하게 기여한 1등 공신 중 하나가 바로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다.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제품 박람회 CES는 코로나19 이전에 매년 15만 명 이상이 참가하고 해외에서만 6만명 이상이 참가했다. CES는 4차 산업의 발전방향과 세계트렌드를 볼 수 있는 척도이자 모든 주최자들이 목표로 생각하고 벤치마킹하는 가장 성공적인 MICE 행사다.

 

바르셀로나는 사그라다 파밀리아성당, 구엘공원 등으로 유명해 ‘가우디의 도시’라고도 불린다. 또한 유명한 축구 명문 구단 FC바르셀로나와 축구 천재 ‘메시’로 축구의 도시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매년 10만 명 이상이 참가하는 ‘모바일 올림픽’이라고도 불리는 MWC(Mobile World Congress) 개최로 세계 Top MICE 도시로도 꼽힌다. MWC가 바르셀로나에 또 다른 색을 입혀준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국 해남성 보아오에서 열리는 보아오 포럼을 꼽을 수 있다. 중국 하이난은 동양의 ‘하와이’로 불리며 매년 중국 및 인근 국가에서 찾는 휴양지로 유명하다. 보아오는 하이난에 위치한 작은 지역이었으나 2001년부터 보아오 포럼을 개최하기 시작하면서 세계의 주목을 끌게 됐다. 아시아의 다보스 포럼이라 불리는 보아오 포럼은 지역경제 통합을 통해 아시아 국가들이 발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6개 아시아 국가가 대거 참여하는 이 포럼은 보아오를 세계 지식산업의 중심도시로 자리매김했다.

지금까지 살펴 본 여러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도시와 MICE는 함께 공존한다. MICE가 도시 이미지를 만들어가기도 하고, 도시의 특성을 반영해 MICE가 기획되기도 한다. MICE와 도시는 서로의 색을 입음으로써 포괄적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지역사회의 세계화를 이룰 수 있다. 무엇보다 지역의 특화산업 육성을 견인함과 동시에 지역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발전의 촉매제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의 도시와 MICE가 서로의 색을 입고 강화된 브랜딩의 효과를 바탕으로 세계적 MICE 도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홍주석

(재)수원컨벤션센터 팀장 

경기관광공사에서 해외마케팅 및 MICE 업무를 담당했으며, 현재는 (재)수원컨벤션센터에서 국제회의 유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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