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석의 MICE Guide] 장소에 생명력을 불어주는 활동! 장소 브랜딩

2022.08.30 09:00:16

 

나이키, 스타벅스, 애플, 코카콜라, 맥도날드, 배달의민족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고 소비자들의 뇌리에 각인돼 있는 브랜드들은 모두 치밀한 기획과 계획 하에 브랜딩을 진행한 기업들이다. 


브랜딩이란 이름이자 심벌과도 같은 브랜드를 그 브랜드답게 만들어가는 모든 과정이다. 다시말해 브랜드 자체의 이미지와 모습을 만들어가면서 브랜드를 접하는 사람들에게 그것이 상징하는 바를 전하는 행위다(<그래서 브랜딩이 필요합니다>, 전우성 저). 


브랜딩을 마케팅의 일부로 생각하는 기업과 단체들도 많으며 그들은 마케팅 조직 내 퍼포먼스 마케터, 콘텐츠 마케터, 브랜드 마케터를 두고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브랜딩은 마케팅의 영역을 넘어 소비자가 브랜드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는 다양한 접점에서 이뤄지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여행·관광에 있어서도 브랜딩은 매우 중요하다. 성공적으로 브랜딩된 도시와 국가, 그리고 여행지는 관광객 유치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으며, 비슷한 콘텐츠와 내용물을 보유했음에도 성공적인 브랜딩 여부에 따라 승패가 가름날 수 있다. 

 

도시브랜딩의 성공작들


도시브랜딩에 있어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가 뉴욕의 ‘I♥NY’다. 뉴욕은 1965년 세계 박람회 개최로 정점에 도달한 후 뉴욕의 방문자 수는 급격하게 감소했고, 비즈니스 여행객 수도 줄었다. 미디어/광고/홍보 산업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산업이 힘든 상황에 있었으며, 1970년대 중반의 석유 위기로 시의 경제는 악화일로를 달리고 있었다. 뉴욕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I♥NY 로고와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진행했다. 캠페인은 뉴요커들에게 도시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고 뉴욕의 관광지를 정비해 나가면서 도시의 이미지를 개선해 나가고 도시의 가치를 높이게 된다. 이렇게 I♥NY 캠페인은 뉴욕을 다시 한 번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도시로 만들었다. 

 


오스트리아의 잘츠부르크는 음악을 활용해 도시브랜딩에 성공한 케이스다. 잘츠부르크는 모차르트가 태어나 25살까지 살았던 고향으로 모차르트의 이미지를 도시에 일괄적으로 접목시켰다. 모차르트의 동상을 세우고 모차르트 생가가 있는 거리를 여행 코스로 개발했으며 음악의 도시답게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세계적인 축제로 육성시켰다. 


영국의 대표 문화도시이자 축구도시인 리버풀은 전설의 록그룹 비틀즈의 고향이다. 한때 리버풀은 철강 산업으로 유명한 항구도시였지만, 이후 산업이 쇠락하면서 도시 재생과 도시 브랜딩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에 리버풀을 대표할 수 있는 비틀즈를 활용해 리버풀을 음악과 축제의 도시로 재탄생 시켰다. 


리버풀은 철저한 문화관광 전략과 스토리텔링으로 도시의 이미지를 개선해 나갔다. 비틀즈의 숨결을 찾아 돌아다니는 비틀즈 관광상품을 개발, 연간 4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끌어들였으며 비틀즈의 리더 존 레논의 이름을 딴 존 레논 공항과 매튜 스트리트, 앨버트독 항구 등 비틀즈 멤버의 이름을 곳곳에 활용했다(<뉴노멀 시대의 장소브랜딩>, 이광호 저).


잘츠부르크와 리버풀은 모차르트와 비틀즈를 활용해 도시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포지셔닝 시켰고 세계적인 관광지로 주목받을 수 있게 됐다.

 

국가 브랜딩의 성공사례


국가 단위에 있어 캐나다도 단풍잎을 활용해 국가 이미지를 수립하고 브랜딩한 성공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단풍잎은 캐나다 국기에 새겨져 있으며 캐나다를 가장 잘 내세울 수 있는 가을을 상징한다. 캐나다 가을의 단풍잎은 캐나다 구석구석에 퍼져 있으며 캐나다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캐나다는 역사가 짧기에 앙코르와트, 만리장성, 타지마할, 에펠탑과 같은 유적지가 없다. 하지만 오랜 생활 함께해온 단풍잎을 국가 상징으로 정하고 공식 디자인으로 채택했다. 캐나다는 국기의 빠른 보급과 정착을 위해 캐나다 국기를 활용한 일련의 우표 시리즈를 발간했었으며 정부 홈페이지 곳곳에서도 단풍잎을 발견할 수 있다. 캐나다 최대 규모의 주유소망을 보유한 페트로 캐나다의 심벌도 단풍잎이며, 캐나다의 메인 항공사인 에어캐나다의 상징도 단풍잎이다.

 

 

 

캐나다 최대의 맥주 회사인 몰슨 캐나디언의 맥주캔에서도, 캐나다의 대표적 은행인 TD의 비자카드에서도, 국영철도인 VIA Rail에서도 단풍잎을 사용하고 있다. 더 나아가 마트에 있는 다양한 캐나다 제품에서도 단풍잎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캐나다 사람들은 국가 상징으로 단풍잎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있으며 지금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그 누구라도 단풍잎만 보면 캐나다를 연상할 수 있게 됐다(<한국을 팔아먹는 사람들>, 한국관광공사 저).

 

 

 

브랜딩에 매진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도시와 국가


우리나라도 도시와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브랜딩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 해양도시로 브랜딩돼 있는 부산, 인권도시 광주, 그리고 과학도시 대전을 비롯해 도시별로 도시이미지 제고와 관광객 유입을 위해 브랜딩에 매진하고 있다. 전라북도 임실군은 인구 3만 명의 작은 군이지만 임실치즈라는 지역브랜드와 한국 치즈의 원조란 명성으로 도시를 브랜딩하고 있다. 도시 브랜딩에 있어 도(道) 단위의 경우 여러 개의 시·군으로 이뤄져 있어 정체성 정립과 일관성 유지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 각각의 도시의 경우 도시의 특색과 지향하는 바를 비교적 용이하게 브랜드에 녹여낼 수 있지만 도 단위의 경우 도시별 특색과 지향점을 모두 어우를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경기도는 31개의 시·군으로 구성돼 있으며 각 시·군이 가지고 있는 특색과 매력은 저마다 다르다. 

 


또한 경기도는 서울을 둘러싸고 있어 접근성이 좋은 반면 상대적으로 서울에 묻혀 외국인 관광객에 있어 인지도가 높지 않다. 중국의 허베이성과 미국의 뉴욕주가 비슷한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베이징을 품고 있는 허베이성은 중국의 찬란한 문화를 두루 만날 수 있는 지역이다. 석가장과 보정, 승덕 등 유서 깊은 도시들이 포진해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대표적인 협곡중 하나인 태항산대협곡과 감숙성 가욕관까지 이어지는 만리장성의 동쪽 끝 요새인 산해관도 허베이성에 자리하고 있다. 미국 뉴욕주도 도시 뉴욕을 둘러싸고 있으며 버팔로의 나이아가라 폭포, 시라큐스의 핑거레이크 등 여러 유명 관광지가 있다. 하지만 뉴욕주의 여러 도시들과 허베이성의 도시들은 도시 뉴욕과 베이징의 그늘에 가려져 전 세계적으로 크게 이목을 끌지는 못하고 있다. 경기도와 허베이성, 그리고 뉴욕주의 경우 다채롭고 매력적인 여행지를 보유하고 있지만 수퍼스타 도시의 그늘에 가려져 아직까지 여행객에 발견되지 않은 숨겨진 보물같은 장소로 생각돼 경기도는 ‘Hidden Treasure, Gyeonggi!’라는 슬로건을 만들게 됐다. 
  

브랜딩 통해 인지도 제고하는 전 세계 관광지 


관광지들 또한 브랜딩을 통해 국내외 방문객들을 유인하고 인지도 제고에 힘쓰고 있다. 세계적인 테마파크인 디즈니랜드는 아이들에게 마법과 환상의 공간으로 브랜딩하고 있다. “고객을 귀한 손님처럼 대하고 즐겁게 하라”라는 모토로 운영되고 있는 디즈니랜드는 입장에서부터 현장 그리고 무대 뒤까지 고객에게 어떠한 인상을 줄 것인지 면밀하게 체크하고 있다. 디즈니랜드는 손님들이 놀이기구 하나를 타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디즈니 스토리를 녹여냄으로써 하나의 세계를 체험하는 느낌을 주도록하고 있으며 자신만의 문화를 고객에게 전달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전통문화 테마파크인 한국민속촌은 철저한 고증과 자문을 거쳐 사계절 변화에 따라 생활문화를 재현하고 있다. ‘웰컴투 조선’이라는 브랜딩을 한 한국민속촌은 조선시대 각 지방에서 이건 및 복원한 실물 가옥으로 조선시대마을을 구현, 비슷한 구조와 모양으로도 보일 수 있는 고려시대와 경성시대로의 배경을 거부하고 조선시대의 전통문화유산 경험만을 내세우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서울을 대표하는 테마파크 랜드마크인 롯데월드는 ‘꿈과 환상의 나라’를 모토로 최근 캐릭터를 통한 브랜딩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월드의 대표 캐릭터인 ‘로티’를 통해 캐릭터 IP를 활용,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고 최근 MZ세대 ‘핫 플레이스’인 성수동에서 로티 팝업스토어를 만들었다. 불꽃축제로 유명한 한화그룹은 매년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축제를 진행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불꽃축제를 통해 63빌딩과 한화를 브랜딩함과 동시에 불꽃축제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관광 콘텐츠로 만들었다. 

 

 

브랜딩으로 슬로건을 활용한 기업들


기업들은 고객과 직접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 주요한 브랜딩 기능을 하는 슬로건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단숨에 여행과 숙박업계를 모두 아우르는 에어비앤비는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는 낭만적인 슬로건으로 여행과 숙박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며 여행과 숙박 시장에서 그들만의 독보적인 영역을 확보했다. 바쁜 비즈니스 여행객을 위한 IHG그룹의 Holiday Inn Express는 ‘Stay Smart’ 슬로건을 사용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PR하는데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저렴한 가격과 오직 투숙만을 목적으로 간소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지만 가성비 좋고 저렴한 호텔에서 투숙하는 것이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Smart’하기 때문이라는 인식을 투영했다. 이렇게 에어비앤비와 홀리데이인 익스프레스는 슬로건을 통해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가치와 비전을 고객에게 전달하고 있다(‘브랜드에 생명력 불어넣는 슬로건’, 2022년 <호텔앤레스토랑> 4월호).

 

브랜딩의 힘, 쇼핑에서도 중요한 역할 차지해


여행에 있어 중요한 요소의 하나인 쇼핑에서도 브랜딩의 힘은 중요하다. 특히 온라인 전성시대를 맞은 지금, 백화점이 가질 수 있는 여러 가지 열악한 조건에서도 성공적으로 데뷔, 온라인에 대적하는 오프라인 공간으로서 너도나도 벤치마킹하는 핫한 장소가 된 ‘더현대 서울’은 MZ세대의 새로운 놀이공간이라는 장소로 브랜딩됐다. 더현대 서울은 공간, 디자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콘텐츠 등 백화점 경영의 모든 측면에서 MZ세대를 타깃으로 했다. 지하 2층은 MZ세대만이 알 수 있는 핫하고 힙한 브랜드로만 채웠으며 고객들이 오프라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또한 다른 백화점과는 다르게 전체 면적 중 절반만을 매장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절반을 고객 휴식공간이나 보이드로 돌렸다. 더현대 서울의 조경은 규모나 내용면에서 마치 바깥에 나온 듯 압도적인 자연을 느끼도록 만들어졌다. 더현대 서울의 성공은 MZ세대의 새로운 쇼핑공간이자 놀이공간, 우리나라 백화점의 새로운 랜드마크, 미래를 향한 울림이라는 새로운 사명과 정체성을 백화점 운영 전반에 걸쳐 일관되고 통일감 있게 풀어낸 성공적인 브랜딩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더현대 서울 인사이트>, 김난도, 최지혜, 이수진, 이향은 저).  

 

브랜딩은 브랜드의 이미지와 느낌, 아이덴티티를 고객의 마음속에 심어주는 과정이다. 성공적인 브랜딩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고 충성 고객의 수가 늘어난다. 충성 고객은 팬으로 변화되고 팬은 자발적으로 브랜드를 홍보하게 된다. 여행·관광산업에 있어서 어떻게 차별화되고 진정성 있는 브랜딩으로 고객에게 다가갈지가 향후 미래를 결정할 것이고 이를 위해 오늘도 모두가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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