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석의 MICE Guide] 종합선물세트, 국제회의

2019.11.04 09:20:51



11월 25일부터 26일, 2일간 부산에서 한·안세안 특별정상회의가 개최된다. 이번이 세 번째 개최되는 회의로 아세안 10개국 정상 및 기업인 등 4000여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다. 이 회의로 인해 벡스코 주변 호텔은 모두 만실이며 관광업계 또한 쇼핑·관광·엔터테인먼트 측면에서 큰 파급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제회의에 있어 2000년 이전에는 그 인지도가 미약했으나 2000년 ASEM 회의, 2005년 APEC 회의, 2010년 G20 회의, 2012년 핵안보 회의를 통해 국제회의 목적지로서 인지도를 쌓았으며 2018년 기준 UIA(국제협회연합) 2위, ICCA(국제컨벤션협회) 12위를 기록하는 등 국제회의 유치 및 개최에 있어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춘 국가로 평가되고 있다.

국제회의는 복합성 및 타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매우 크다는 특성이 있다. 준비과정이나 운영 등에 있어 회의 장소 및 시설ㆍ숙박ㆍ교통ㆍ쇼핑ㆍ관광 등 복합적인 요소가 결합된 하나의 세트(Set)이기 때문이다. 또한 국제회의 개최는 일정 기간 많은 사람들이 일시에 참석하는 대규모 행사기 때문에 개최지역이나 국가에 경제적ㆍ사회문화적ㆍ정치적ㆍ관광적 측면에서 큰 영향을 미친다. 국제회의 참가자들은 일반 관광객보다 약 2배 많은, 2941달러(2017년 기준)의 지출을 하고 있으며 평균 체류일수도 더 길고 계절 변화의 영향을 적게 받으므로 관광 비수기 타개책으로 활용된다. 더 나아가 관광업계의 마케팅 및 신시장 개척에도 직접 기여할 뿐만 아니라 제반 경제ㆍ사회 분야의 국제화 및 국위 선양에도 이바지한다. 국제회의 참가자는 대부분 해당국의 정치ㆍ경제ㆍ과학ㆍ기술ㆍ문화 등 관련 분야의 전문가로서 지도적인 위치에 있으므로 홍보 효과 및 경제교류 촉진에도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런 여러 가지 효과 때문에 국제회의는 관광산업의 꽃이자 종합선물세트라고 일컬어지며 세계의 여러 국가 및 도시들은 국제회의 유치를 위해 총성 없는 전쟁을 하고 있다. 비단 세계에서뿐만 아니라 국내의 여러 도시들 사이에서도 국제회의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각 도시별로 국제회의 유치를 위해 최전선에 있는 전담조직이 컨벤션뷰로(CVB)며 현재 우리나라에는 서울, 부산, 제주, 대구, 광주, 인천, 경주, 경남, 경기, 고양, 수원 등의 도시들이 컨벤션뷰로를 운영하고 있다. 국제회의 유치를 위해서는 컨벤션뷰로만의 힘으로만할 수 없으며 컨벤션센터, 호텔, F&B, 관광지 등의 시설들과 서로 협업해야만 가능하다. 또한 많은 경우 컨벤션센터와 호텔에서 자체적으로 유치하기도 한다.
인지도 있는 국제회의의 유치를 위한 과정과 그 파급효과의 사례는 무수히 많다. 2012년 경기컨벤션뷰로는 Harvard World Model United Nation(이하 WorldMUN)이라는 2500명(외국인 2400명) 규모의 세계대학생 모의유엔총회를 유치하기 위해 한국외국어대학교, 킨텍스, 엠블호텔, 유관 관광지 등과 연합해 유치단을 꾸리고 제안서를 만들어 유치 활동을 시작했다. 하버드대학교 본부와의 지속적인 업무협의 및 답사 지원 등 관련 기관들이 최선을 다했으나 호주 멜버른에게 패하고 말았다. 2013년에 다시 의기투합해 유치를 추진했으나 벨기에의 브뤼셀에 패하고 2014년에서야 이탈리아 로마,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등의 도시들과 경합 끝에 유치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렇듯 일정 규모 이상의 국제회의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유치 단계부터 철저하고 세심하게 준비해야 하며 특히 관련 기관 간의 협력이 필수다. WorldMUN 2015 개최에 따라 행사 기간 동안 킨텍스 제2전시장 전 회의실 사용, 엠블호텔 377실 만실, 부대행사로 서울 세빛섬에서의 갈라디너, DMZ, 원마운트, 경복궁 등 행사장 인근 관광지 방문의 관광 효과가 있었다. 



2016년 우리나라에서 진행된 최대 규모의 행사는 국제로타리세계대회였다. 총 4만 5000명(외국인 2만 1000명)이 참가한 이 대회는 유치 단계에서부터 험난한 과정을 거쳤지만 여러 유관기관이 합심해 2016년 대회를 역대 로터리대회 중 최고 성과를 기록한 대회 중 하나로 만들어 냈다. 경제적 파급효과를 살펴보면 참가자들의 총 지출액이 1135억 원, 생산유발효과 2150억 원이었다. 대회를 위해 1500대의 전세버스가 마련됐으며 대회 기간 수도권 호텔과 레지던스 등 객실 3만여 개가 만실이었을 정도로 관광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컸다. 공식 관광프로그램에도 2290명이 참가해 약 4억 4304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한국으로 유치해오는 회의 외에도 개최도시 또는 기관에서 직접 주최하는 회의도 있다. 제주포럼의 경우 제주도에서 주최하는 국제회의로서 다른 국내 포럼들과 차별화를 보이는 점은 연구기능을 가지고 있는 포럼이라는 것이다. 제주평화연구원안에 제주포럼 사무국이 있으며 연구의 내용이 포럼의 주제에 반영되기도 하고, 반대로 포럼에서 다룬 내용이 연구의 주제가 되기도 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제주포럼은 2001년부터 시작됐었으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엘 고어 전 미국 부통령, 브라이언 멀로니 전 캐나다 총리, 아니바카 바코실바 전 포르투갈 대통령 등 저명한 인사들이 연사로 참석했었다. 현재 6000여 명이 넘는 참가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제주도를 세계에 알림과 동시에 제주도 관광 및 호텔에 큰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다. 

세계지식포럼도 매일경제가 2000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매년 개최해오고 있으며 지금까지 총 4200여 명의 글로벌 연사들과 4만 6300여 명의 청중이 참여했다. 역대 연사 또한 조지 W. 부시 제43대 미국 대통령, 토니 블레어 제73대 영국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제23대 프랑스 대통령, 김용 세계은행 총재, 레르엉민 아세안 사무총장,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등 세계적으로 인지도 있는 명사들이 참석했다. 세계지식포럼은 신라호텔의 인지도 및 수익에 크게 일조하고 있다.

본 글에서 언급한 WorldMUN과 국제로타리세계대회, 제주포럼처럼 일정 규모 이상의 국제회의는 대부분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되며 그 파급효과가 인근 호텔에 미친다. 하지만 컨벤션센터에서 열리지 않는 대부분의 회의들은 호텔에서 진행, 이들 국제회의는 호텔의 수익, 인지도 제고 등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요소다. 또한 많은 참석자들이 객실과 회의 장소가 같이 있는 것을 선호한다. 그렇게 되면 교통뿐만 아니라 회의를 위해 호텔 측에서 신경쓰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2018년 그랜드하얏트에서 개최됐던 아태 간암전문가 회의는 총 800명 규모로 해외에서만 250명이 참가, 하얏트 호텔 대부분의 회의실과 330객실을 사용하고 호텔 매출에 크게 일조했다. 글로벌인프라협력포럼(GICC)은 2015년 11월에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개최됐으며 총 600명 규모(외국인 150명, 장관급 20명)의 회의로 호텔에서의 연회장 사용, F&B사용, 120개 이상의 객실 사용 등을 포함해서 참가자들에게 호텔의 인지도를 제고할 수 있었다. 지속가능관광국제회의(GSTC)는 2016년 수원 노보텔에서 개최됐는데 총 400명(외국인 90명)이 참가, 수원 노보텔 개관 후 최대 규모의 국제회의 중 하나였으며, 행사 개최 후 호텔의 수입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호텔에 대한 재방문율도 높였다. 



이러한 사례들에서 볼 수 있듯이, 국제회의는 회의 장소 및 시설ㆍ숙박ㆍ교통ㆍ쇼핑ㆍ관광 등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융복합 비즈니스 트래블이다. 특히 호텔에 있어 국제회의는 매우 중요한 고객이며 국제회의에 있어서도 호텔은 빼놓을 수 없는 인프라다. 무엇보다 국제회의는 긴 호흡을 가지고 유치가 진행된다. 뷰로, 호텔, 센터, 관광지 등 여러 유관기관이 협업해 유치를 추진하며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다년의 기간을 두고 진행되기에 담당자의 인내와 노력, 열정 없이는 유치하기가 쉽지 않다. 관광산업의 꽃이자 종합선물세트인 국제회의의 보다 많은 유치 및 개최를 통해 개최지역 및 호텔의 성장에 큰 동력이 됐으면 한다. 


홍주석
(재)수원컨벤션뷰로 차장











14건의 관련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