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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의 Brand & IP Law] 내가 사용하려는 상표를 타인이 먼저 출원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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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사업자 김씨는 최근 외국의 유명한 호텔 프랜차이즈와 계약을 맺어 자신이 인수한 호텔에 외국의 유명한 호텔 브랜드를 사용해 재오픈하기로 하고 내부 인테리어 등 리노베이션 공사를 한창 진행하고 있다. 새로 오픈하는 외국계 프랜차이즈 호텔은 해외에서는 이미 많이 알려졌으나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브랜드라서 김씨는 지난 몇 달간 많은 비용을 들여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언론에서도 많이 다뤄진 바 있어서 내심 호텔의 성공에 큰 기대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뜻밖에도 최근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자신이 사용권을 취득한 호텔 브랜드를 외국 상표권자와 협의해 한국 특허청에 상표 등록하려고 특허법인을 찾아 갔는데. 전혀 일면식도 없는 타인이 이미 한국 특허청에 한 달 전 동 호텔명과 같은 상표를 호텔경영업을 지정상품으로 해서 이미 출원해 놓은 것이다. 자신이 먼저 상표 출원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지만 이미 지난 일이고 당장 타인의 상표가 특허청에 등록된다면 호텔 오픈도 불투명한 상태가 된다.


김씨는 타인의 행태가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짐작이 되지만 당장 타인의 상표권 취득을 어떻게 저지해야 하는지, 상표권 취득을 막을 수는 있는지, 아니면 타인에게 상표권을 많은 돈을 주고 사와야 하는지 등등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 보기로 했다.  


이번 호에서는 자신이 사용 중인 또는 사용하려는 상표를 타인이 먼저 특허청에 상표 출원을 한 경우, 타인의 상표 등록을 저지할 수는 있는지, 한다면 언제 어떻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살펴본다



타인의 선 출원 상표의 등록을 저지시킬 수 있는 경우
우리 상표법은 선 출원주의를 채택하고 있어서 먼저 출원한 사람에게 상표권을 취득할 수 있는 우선순위가 부여된다. 그러나 일정한 경우에 선 출원주의의 엄격한 적용이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해칠 우려가 있을 수 있으므로 이 경우 선 사용주의를 가미해 출원된 상표가 선 등록 상표와 동일 유사하다든지, 식별력이 없다든지 하는 여타 거절이유가 없더라도 주지 저명 상표와 같이 소비자에게 많이 알려진 상표의 경우에는 타인이 이미 구축해 놓은 영업상의 신용(Goodwill)에 편승해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 하거나, 비록 그러한 적극적 의도는 없더라도 출처의 오인 혼동을 유발하거나 소비자들을 기만할 우려가 있는 경우 선 사용상표의 국내 등록 여부를 불문하고, 제3자의 상표등록을 불허하고 있다. 다음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 주지상표와 동일 유사한 상표
타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수요자들에게 널리 인식된 상표(주지상표)와 동일 유사한 상표로서 그 타인의 상품과 동일 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상표(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9호)는 등록 받을 수 없다. 주지상표는 원칙적으로 국내에서 주지돼야 한다. 다만 국내에서 실제로 시판되지는 않더라도 외국의 유명상표 등과 같이 국내의 거래 업계에 주지돼 있는 경우에는 주지상표로 본다.


주지상표인지 여부는 상표의 사용기간, 사용지역, 매출, 시장 점유율, 광고선전 실적, 라이선스, 이전에 주지상표임을 인정한 심판결례 등의 간접 증거를 제시해 주지상표임을 주장할 수 있다. 사용기간이 길어지면 주지성이 높아질 수 있으나, 이를 획일적으로 적용하지는 않고, 대중성이 강한 매체를 통한 단기간의 대대적인 광고선전 등을 통해서도 주지성이 취득될 수 있다.


그러나 결국 주지상표인지 여부는 소비자가 해당 상표를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느냐의 문제기 때문에 소비자의 인식도가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객관적인 인지도 조사(소비자 Survey) 등의 방법으로 주지상표임을 주장할 수 있다. 과거에는 소비자 인지도 조사의 경우 가장 확실한 입증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비용이 많이 들고, 조사 결과의 신뢰성 문제로 특허청이나 법원에서 증거로 인정받는데 많은 제약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인지도 조사 기법과 조사기관들이 많이 등장해서 조사의 신뢰도도 높아지고 비용도 많이 내려갔다. 최근 특허청에서 인지도 조사를 위한 설문 조사 요령을 발표해 향후 인지도 조사의 신뢰성 문제를 뛰어 넘어 주지성 여부 등의 판단에 설문조사 결과를 적극 활용할 계획을 밝혀 주목된다. 이 가이드라인에는 설문조사 기관 요건, 수요자의 대표성, 최소 표본수, 질문 형태 등에 대해 최소한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 저명상표와 혼동을 일으키거나 희석화할 염려가 있는 상표
수요자들에게 현저하게 인식돼 있는 타인의 상품이나 영업(저명상표)과 혼동을 일으키거나 그 식별력 또는 명성을 손상시킬 염려가 있는 상표(상표법 제34조 제1항 11호)도 등록받을 수 없다.


이 규정의 앞단은 저명상표가 일반 수요자들에게까지 광범위하게 알려져서 본 상품 및 영업과 관련한 수요자뿐만 아니라 다른 상품 및 영업과 관련한 수요자에게도 출처의 오인 혼동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경우 상표의 등록을 배제해 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공익적 성격이 강한 규정이다. 반면 후단은 소위 희석화(Dilution) 이론을 상표법에 도입 법제화한 것으로 상표에 화체된 상표권자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해 이를 보호하기 위한 사익보호의 성격이 강하므로 수요자의 출처의 오인 혼동이 없다 하더라도 저명상표의 식별력을 감소시키거나(Blurring), 명성을 손상(Tarnishing) 시킬 우려가 있는 경우 등록을 불허하고 있다.


통상 사용 상품과 관련이 없는 이종 상품에 상표가 사용되는 경우 소비자들의 오인 혼동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저명상표의 경우 오인 혼동의 범위를 넓게 보거나, 희석화 이론으로 오인 혼동의 염려가 없는 경우에도 식별력이 손상된다는 논리로 등록을 거절하거나, 해당 상표의 좋은 이미지나 명성이 손상될 수 있어서 등록을 배제한다는 논리다. NIKE를 과자에 사용하거나, CHANEL을 노래방에 사용하는 경우에 많은 소비자가 같은 상품이나 영업이 NIKE나 CHANEL과 직접 관련이 없다고 인식해 출처의 오인 혼동의 우려가 없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저명상표의 식별력이나 명성이 손상될 수 있다는 이유다. 저명상표의 입증은 주지상표의 경우와 대동소이하나 소비자의 범위나 지정 상품이나 영업과의 관계에서 제한 없이 일반적이라는 차이가 있다.


- 상품의 품질을 오인하게 하거나 수요자를 기만할 염려가 있는 상표
이 규정은 상품의 품질에 관해 소비자들의 오인을 유발하거나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순수한 의미의 소비자 기만의 경우뿐만 아니라 출처의 오인 혼동으로 인한 소비자 기만까지도 포함한다(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12호). 다만, 출처의 오인 혼동에 의한 소비자 기만을 이유로 본 조를 적용하기 위해서는 상표가 반드시 주지 또는 저명상표여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국내의 수요자에게 특정인의 상품 또는 상표라고 알려져 있어야 한다. 또한 해당 상표에 대해 소비자들이 인식하는 상품과 실제로 사용되는 상품과의 사이에 경제적인 견련 관계(서로 얽혀 있는 관계)가 인정돼야 한다. 출원인의 기만의사 유무는 불문한다.


특정인의 상표로 알려져 있다는 사실은 주지 또는 저명 상표의 예시에서와 같은 방법으로 주장하는 사람이 입증해야 한다.


- 부정한 목적을 가지고 사용하는 상표
국내 또는 외국의 수요자들에게 특정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인식돼 있는 상표와 동일 유사한 상표로서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 하거나 그 특정인에게 손해를 입히려고 하는 등 부정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상표(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13호)는 등록 받을 수 없다.


본 호는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의 소비자에게만 알려진 경우에도 적용된다. 국내외에서 특정인의 상표라고 알려져 있는 상표가 국내에 등록돼 있지 않음을 기회로 제3자가 부정한 방법으로 타인의 상표를 선점해서 정당한 상표권자의 사용을 배척하거나 부당한 이득을 얻으려고 하는 등 부정한 목적을 가지고 출원하는 상표의 등록을 배제해 건전한 상거래 질서를 유지하고 모방상표로 인한 소비자의 오인 혼동을 방지하기 위한 규정으로 1997년 개정법에서 처음 도입됐다. 도입 당시에는 특정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으로 ‘현저하게’ 인식돼 있어야 적용가능한 것으로 했으나 모방상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2007년 법 개정에서 ‘현저하게’라는 요건을 빼고 단지 특정인의 상품표지로 알려져 있으면 적용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한 바 있다.




특히 본 호에서 특정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이라는 인식의 유무는 주지·저명 상표를 입증하기 위한 직·간접 증거자료 이외에 출원인이 타인의 상표임을 알고 있었는지 아니면 우연히 출원한 것인지 이를 통해 부정한 기대 이익이 기대되는지 여부 등 출원 당시의 정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부당한 기대이익에 편승한 출원으로 보이면 그 거래계에서 최소한의 범위의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므로 이 경우에 특정인의 상표로 알려졌다는 유력한 증거로 제시할 수 있다.


‘부정한 목적’을 가지고 사용하는 상표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특허청은 상표심사 기준에 몇 가지 예를 제시하고 있다. 우선, 외국의 정당한 상표권자가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저지하거나 또는 대리점 계약 체결을 강제할 목적으로 선 출원한 경우 부정한 목적을 추정하고, 창작성이 인정되는 타인의 상표를 모방한 경우에도 부정한 목적으로 출원한 상표로 추정한다. 본호는 상품이 비유사하거나 경제적 견련 관계가 없는 경우에도 적용 가능하다. 그밖에도 출원인이 과거에 모방상표 출원한 이력이 있다든지, 상표 출원을 빌미로 상표권 이전 등을 시도하려는 정황이 있다든지 하는 여러 가지 간접 증거들이 출원인의 부정한 목적을 추정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



언제 어떻게 주장하나
이번 호의 사례에서처럼 자신이 사용하려는 상표를 타인이 먼저 출원해서 선점하려는 경우, 타인의 상표가 위에서 열거한 상표에 해당하는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 그 결과 타인의 선 출원이 위에서 열거한 어느 하나 또는 복수의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심사 전이라면 우선 특허청에 정보제공의 형태로 증거와 함께 위 사실을 주장해 타인의 선 출원 상표의 등록을 저지할 수 있다.


정보제공은 상표 등록 출원에 거절 이유가 있는 경우 취지를 증거와 함께 특허청에 제출해 심사관이 심사에 활용하도록 함으로써 상표 심사의 공정성과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다. 정보제공은 제공 시기에 제한이 없고 절차도 간단하고 누구나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상표 심사 단계에서 심사관은 모방이나 부정한 목적의 출원인지, 주지·저명상표인지, 해외에서 알려졌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 자세히 알 수가 없으므로, 정보제공은 실제로 모방 출원으로 피해를 입게 되는 당사자가 정보제공 등의 방법을 통해서 타인의 부당한 출원을 저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많이 활용된다.


상표 등록 출원에 대해서 정보제공이 있는 경우 심사관은 제공된 정보 및 증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심사하되 본인이 직권으로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서 필요한 조사를 하기도 한다.


정보제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심사관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 정보제공은 정보제공자의 일방적인 주장이고 심사관이 직접 인터넷 서치도 하고 찾아볼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심사단계에서 정보제공자의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판단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 경우 보통 상표 출원 공고를 하고 이의신청을 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양 당사자의 주장을 비교해 보고 결정하기도 한다.


따라서 정보제공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실망하지 말고 출원 상표의 공고 후 적극적으로 이의신청을 통해 출원 상표가 거절돼야 함을 주장해야 한다. 이의신청은 당해 서류가 출원인에게 가서 출원인이 여기에 반박하고 의견을 내고 반대 증거도 제시할 수 있고, 이의신청인은 여기에 대응해서 자신의 주장과 증거를 보완해서 타인이 출원한 상표 등록의 부당함을 주장할 수 있다. 이의결정은 보통 양 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 본 후에 하게 돼 있어서 마치 심판이나 재판의 당사자 사건처럼 진행된다.


이의신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타인의 출원 상표는 등록된다. 이의신청 과정에서의 주장과 증거가 타인의 출원 상표를 거절시키기에는 설득력이 부족했다고 특허청에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 경우에도 이의신청 관련 상대편의 주장과 증거, 특허청의 판단 내용을 자세히 검토해 보고 추가적으로 주장할 내용은 없는지, 주장 내용의 설득력을 높일 수 있는 보완 증거를 마련할 수 있는지 등을 검토한 후 특허 심판원에 등록 상표의 무효심판을 청구해서 다퉈 볼 수 있다. 등록 상표의 무효심판은 이의신청 절차와 많이 유사하지만 좀 더 엄격한 절차와 규정에 따라 합의제로 진행되고 필요하다면 구술 심리를 요청할 수도 있다.



이번 호의 사례에서는 국내의 해외 프랜차이즈 호텔을 최초로 소개하는 것이므로, 통상 같은 상표가 국내에서 특정인의 상표로 알려졌음(주지·저명상표는 고사하고)을 주장하기에 증거가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비록 준비 기간은 짧지만 대대적인 홍보로 많은 소비자들에게 알려졌다고 판단되면 이를 주장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홍보 관련 자료와 소비자 인지도 조사를 활용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 국내에서 유명성 입증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통상 해외에서 유명하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들과 함께 타인이 부정한 목적을 가지고 있음을 주장하는 것이 효과적이기도 하다. 해당 상표가 창작성이 높다든지, 타인이 과거에 모방상표 출원이나 상표브로커 전력이 있다든지, 최근 해당 출원인으로부터 상표 이전 또는 라이선스 문제로 연락을 받은 일이 있다든지 등 타인의 부정한 목적 출원을 추정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정황 증거를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대가 아주 노련한 상표 브로커일 수 있으므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더욱 더 신중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상표가 심사 전이라면 정보제공의 형태로, 출원 공고 후에는 이의신청을 통해 다퉈 볼 수 있고, 등록된 후에도 증거 자료와 논리를 보완해서 상표 등록 무효심판을 청구해서 타인의 상표 등록의 부당성을 다툴 수 있다. 


이준석

특허법인 위더피플 대표변리사

특허법인 위더피플 이준석 대표표변리사는 특허청 차장, 심사국장, 심판장 등 특허청에서 주요 보직과 한국발명진흥회 상근부회장을 역임해 특허 및 상표의 국내외에서의 보호 관리뿐 아니라 자산화를 위한 경험과 전문성 및 다양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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