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 호텔업이 발달한 이유
베트남 하노이에서 비행기로 1시간 50분 걸리는 홍콩, 10년 전 방문한 적 있던 이곳에 지난해 12월, 연말 호텔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끼고 구정 햄퍼 세트와 새로운 식음료 트렌드를 경험하기 위해 방문하기로 하고 그 전에 홍콩 역사에 대해 잠깐 공부를 해봤다.
홍콩의 기원지인 광동성 일대는 고대의 월(越/粵) 내지 남월(南越) 지방이라고 했는데 ‘월나라보다 남쪽’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름이다. 이들은 진나라 및 한나라 등 한족 왕조의 정복으로 인해 복속되고 전란을 피해 중국 대륙 중 북부의 한족들이 남쪽으로 이주해 섞여 들어와 한족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 DNA도 홍콩인이나 광둥성, 광시좡족자치구, 하이난성 쪽의 한족은 중원이나 화북 지방의 한족보다 오히려 베트남인, 태국인과 유사하다. 또한 이곳 홍콩은 원나라 때 베트남과 미얀마를 정벌하는 기지로 사용됐으며 명나라가 들어서면서 포르투갈에 마카오를 떼 주고 세금과 서양 문물을 배우기 시작한 곳이기도 하다.
1841년, 제 1차 아편전쟁 후 영국 해군에 의해 점령된 홍콩은 1898년 홍콩과 인접한 북부섬(新界, 신계)을 99년간 조차했으며 유효기간은 1997년까지였다. 19세기의 홍콩은 영국의 주요 무역항이었으며 영국의 물산 집산지로서 활용되는 자유무역항으로 선언됐고 이후 일본의 군정시대를 거치면서 1970년대 이후 지리적 장점과 정치적 안정의 덕으로 동아시아의 금융권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이렇게 홍콩의 역사를 들여다보니 홍콩에서 서구 문화의 하나인 호텔이 발달한 이유를 알 수 있고 목이 좋은 사거리마다 일본의 체인 식당들이 자리 잡은 이유도 어렴풋이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홍콩은 여러 국제적인 체인 호텔들의 전쟁터인데 그중에서 1928년에 오픈한 페닌슐라 호텔(The Peninsula Hotels)은 홍콩 & 상하이 호텔(Hongkong and Shanghai Hotels)에 의해 운영되는 럭셔리 브랜드로 홍콩에서 가장 오래된 호텔이다.
짧은 시간에 홍콩 호텔들의 구석구석을 보기 위해서 숙소도 구룡반도와 홍콩섬으로 나눠서 잡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동 시간을 절약했다.
구룡반도의 호텔
오랜 역사를 담고 있는 페닌슐라 홍콩
1928년에 오픈한더 페닌슐라 홍콩은 구룡반도 침사추이(Tsim Sha Tsui)에 위치해 있으며 1976년 필리핀 마닐라, 1988년 미국 뉴욕 등 전 세계에 12개의 체인을 운영 중이다. 2012년에는 삭스핀 수프를 메뉴에서 금지시켰으며 최근에는 세계 환경 운동본부로부터 닭장에서 자란 닭이 생산한 달걀을 사용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세계 대형 체인 경쟁 호텔인 만다린 오리엔탈, 하얏트 그리고 인터컨티넨탈 호텔 등은 2025까지 Cage-Free 달걀을 사용하기로 약속했으며 이에 홍콩 & 상하이 호텔 그룹도 2025년까지 Cage-Free 달걀만을 사용하기로 약속했다.
호텔 외부에서부터 많은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고 입구로 가는 담벼락에는 호텔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오래된 사진으로 장식돼 있으며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오래된 호텔의 역사를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많은 호텔 손님과 관광객들로 인해 조금은 분주하고 소란스러웠지만 마치 박물관처럼 충분히 방문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었다. 한켠에 진열돼 있는 구정 선물 세트가 이 호텔의 수준을 가늠케해 줬다.
방문 전에 가장 많은 기대를 가진 로즈우드 홍콩
비교적 최근인 2019년 3월에 오픈한 로즈우드 홍콩(Rosewood Hong Kong)은 빅토리아 하버 바로 앞에 위치, 환상적인 뷰를 가지고 있으며 쇼핑몰 K11 뮤제아(K11 Musea)와 이어진 호텔로 이곳에 묵는다면 멋진 뷰는 물론 쇼핑몰과 스타의 거리 구경으로 시간가는 줄 모를 것이다. 홍콩에 본사를 둔 로즈우드 호텔 그룹은 16개국에 28개의 호텔을 운영하는 국제적인 브랜드인데 필자가 하얏트 근무시 하얏트 호텔리어들이 로즈우드 호텔로 많이 스카우트됐다는 이야기를 들어 평소 관심이 많은 곳이었다. 홍콩의 로즈우드는 글로벌 플래그십으로 특화해 아주 공을 많이 들인 호텔로 65층 높이의 건물에 43층을 차지, 총 322 객실, 91개의 스위트 룸과 8개의 레스토랑과 바를 운영 중이다.
1층 로비에서 왼쪽에 위치한 Butteyfly Patisserie는 인테리어에서 오는 고급스러움이 눈을 즐겁게 한다. 중앙을 중심으로 쇼케이스가 각각의 면에 배치돼 있고 그 안쪽으로 들어가면 The Butteyfly Room에서 격조 높은 애프터눈 티를 즐길 수 있다. 5층으로 올라가면 미쉐린 1스타 중식당인 The Legacy House가 왼쪽에 있으며, 오른쪽에는 푸드코트로 들어가는 느낌의 식당들이 한 공간에 나뉘어져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공간은 ‘Bayfare Social’이라는 스페인 식당인데 해산물 코너, 타파스 코너, 디저트 코너 등이 각각 나눠져 있고 그 안쪽에 ‘Henry’라는 미국식 스테이크 하우스가 자리 잡고 있으며 입구 쪽에 있는 드라이 에이징 쇼케이스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Henry 반대쪽에는 ‘Chaat’라는 1스타 미쉐린 인도 식당이 자리 잡고 있는데 필자가 방문한 날이 월요일이라 문을 닫아 다음날 다시 방문했다. 이 인도 식당은 인도의 길거리 음식과 전통적인 홈메이드 음식을 선뵈는 곳으로 많은 홍콩인들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로 만석이었다. 세련되고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활기찬 분위기, 멋진 홍콩의 야경 등이 어우러져 많은 영감을 받은 공간이었다.
좋은 위치로 뷰를 자랑하는 리젠트 홍콩
2023년 11월 인터컨티넨탈에서 리젠트 홍콩(Regent Hong Kong)으로 간판을 바꾼 이곳은 홍콩 침사추이에서도 가장 위치와 뷰가 좋은 호텔이다. 1980년부터 리젠트로 운영되다 인터컨티넨탈에서 다시 리젠트 홍콩으로 화려한 컴백을 한 이곳은 밀라노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홍콩 태생 디자이너인 치윙로가 레노베이션을 총괄했다고 한다.
다이닝으로는 미쉐린 2스타의 광둥 레스토랑인 라이칭 힌(Lai Ching Heen), 스테이크 하우스(The Steak House), 다양한 음식을 즐길수 있는 뷔페 식당인 하버사이드(Harbourside) 그리고 로비 라운지(Lobby Lounge)가 있는데, 모든 아울렛이 굉장한 뷰를 자랑한다.
인터컨티넨탈 그랜드 스탠포드 홍콩
필자가 2박을 한 인터컨티넨탈 그랜드 스탠포드 홍콩(Intercontinental Grand Standford Hong Kong, IHG Hotel)은 위치적으로 스타의 거리 안쪽에 있어 스타우드 호텔이나 리젠트에 비해서 뷰는 떨어지지만 그래도 하버뷰를 조금 감상할 수 있다. 침사추이 지하철에서 2블록, 스타의 거리에서는 약 10분 떨어져 있다. 아울렛으로 클럽은 1층에, ‘Café on M’이라는 올데이다이닝 식당은 Mezzanie층, 즉 1층과 2층 중간 공간에 있어 좀 답답하고 협소했으며, Tiffany’s New York Bar는 그라운드 층에, ‘Hoi King Heen’이라는 중식당은 지하 2층에 위치해 있다.
마지막으로 Theo Mistral by Theo Randall 역시 M 층에 있었으며 하버뷰 및 고가다리 초입 뷰라 좀 아쉬웠다. 홍콩의 방문 목적 중 하나였던 이곳 이태리 식당 셰프와의 협업 이벤트를 위해 미팅을 진행하며 음식을 맛 볼 수 있었다. 시칠리 출신의 이태리 셰프인 파비오 (Fabio)는 이태리인 특유의 밝은 인성으로 미팅 내내 즐거운 기억이 남는다.
여행하기 좋은 위치에 있는 하얏트 리젠시 홍콩 침사추이
하얏트 리젠시 홍콩 침사추이(Hyatt Regency Hong Kong, Tsim Sha Tsui)는 위치가 좋아 구룡반도를 여행하기에는 적합하다. K11쇼핑몰과 연결돼 있고 로비는 L층이며 이곳에 올데이다이닝 식당인 Café와 Hugo’s, Regency Ballroom, Salons이 있다. 3층에는 1920년에 지어진 중국 다실을 이미지화한 The Chinese Restaurant과 홍콩의 화려한 나이트 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Chin Chin Bar가 위치해 있다.
홍콩 섬의 호텔
맛의 향연을 보여주는 포시즌스 호텔 홍콩
홍콩 방문 중 가장 기대가 컸던 포시즌스 호텔은 ICF Mall과 연결돼 있으며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을 8개나 보유하고 있다. 로비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띠는 ‘더 라운지’는 웅장한 유리 아트리움으로 디자인돼 있으며 홍콩 현지 음식은 물론 홍콩 애프터 눈 티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전 세계베스트 바’에 선정된 바 있는 아르고(ARGO), 전통 프랑스 식당인 미쉐린 3스타의 카프리스와 카프리스 바, 세계 최초로 미쉐린 3스타를 받은 중식당인 Lung King Heen 룽킹힌은 Executive Chinese Chef인 Chan Yan Tak의 해산물 요리와 딤섬을 맛볼 수 있다. 스시 사이토 Sushi Saito는 정통 오마카세 다이닝으로 매일 아침 도쿄 도요스 시장에서 직접 신선한 재료를 공수 받는다고 한다.
일식 덴푸라와 테판야끼 식당인 SHUN은 에도 시대 덴푸라와 테판야끼 오마까세를 일본 전통 요리법으로 재현한다고 한다. 이탈리안 식당 NOI BY Paulo Airaudo는 미쉐린 2스타 이태리 오마카세 식당으로 신선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이 외에 ICF 몰에 다양한 식음료 식당이 있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구경할 수 있었다.
전 세계의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그랜드 하얏트 홍콩
아시아권에 위치한 하얏트 호텔 중 교과서와 같은 곳, 그랜드 하얏트 홍콩(Grand Hyatt Hong Kong)은 로비에서부터 하얏트 호텔의 명성을 느낄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라서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니 예쁜 크리스마스 장식과 다양한 크리스마스 케이크와 선물 세트를 판매하고 있었다. 조식을 즐길 수 있는 그랜드 카페는 그야말로 전 세계 산해진미가 깔려 있으며 섹션마다 잘 정돈돼 있었다. Tiffin은 점심, 저녁 뷔페는 물론 애프터 눈 티까지 즐길 수 있는 식당으로 Mezzanine층에 있지만 개방감이 있었다. 2층 입구부터 셰프가 그리시니를 만드는 모습을 연출하는 이태리 식당인 Grissini와 호텔 외부 입구에 따로 출입구가 있는 Grand Hyatt Steakhouse, 광동식 중식당인 One Harbour Road, 11층 lish Garden에 위치한 The Grill은 다양한 그릴 음식을 제공한다. 전통 일식당인 Kaetsu Teppanroom, 그리고 Champagne Bar, Waterfall Bar까지 이곳 그랜드 하얏트에 묵는다면 다양한 전 세계의 음식을 한 곳에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탁월한 서비스와 세심한 배려의 만다린 오리엔탈 홍콩
1963년 홍콩을 거점으로 하는 영국계 종합상사인 자딘 매디신(Jardine Matheson)의 헨리 케스윅 회장의 지지 하에 당시 영국식민지였던 홍콩 센트럴에 만다린 홍콩이 처음으로 오픈했다. 1974년에 태국 방콕의 더 오리엔탈 방콕을 매수하면서 1985년에 현재의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그룹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2024년 기준,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그룹(Mandarin Oriental, Hong Kong)은 38개의 호텔과 9개의 레지던스를 운영 중으로 현대적인 럭셔리의 대명사인 만다린 오리엔탈 브랜드는 탁월한 서비스와 세심한 배려로 포시즌의 주요 라이벌이다.
몇몇 브랜치는 체크인을 방에서 할 수 있으며 미쉐린 2~3스타를 받은 최고급 레스토랑을 입점시키고 있다는 특징도 가지고 있다. 만다린 오리엔탈 홍콩에는 미쉐린 2스타와 그린 스타를 받은 Amber, Richard Ekkebus 셰프가 이끄는 SOM, 미쉐린 3 스타를 받은 Sushi Shikon, 미쉐린 1스타의 Kappo Rin등이 7층에 입접해 운영 중이며 The Oriental Spa의 Signature 서비스는 만다린 오리엔탈 홍콩에서만 제공된다.
관광객에게 딱 좋은 인디고 홍콩
홍콩 아일랜드로 이동하면서 묵은 인디고 홍콩(Indigo Hong Kong Islands)은 완차이에 위치, 현지 명소와 관광지가 가까워 이동이 편리하며 근처 맛집도 다양하게 있어서 천천히 구경하면서 홍콩 아일랜드를 체험하기에 좋은 호텔이다. 호텔 인근에 전통 시장이 있으며 트램역, 지하철역 등이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어 관광객에게는 매우 적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