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E산업을 구성하는 국제회의, 전시회, 인센티브관광, 기업회의 중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정상 또는 고위직 공무원들이 참가하는 APEC 정상회의, G20 정상회의 등의 정부회의나 Amway, 허벌라이프 같은 대규모 인센티브단체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들이 한국에서 지출하는 비용을 통한 경제파급효과 산출 또는 국제회의에서의 선언문 및 의정서 채택, 전시회에서의 큰 규모의 계약체결 등이 대중과 정부, 그리고 지자체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수많은 국제회의 중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주최하거나 학/협회에서 주최하는 행사가 아닌 기업에서 주최하는 기업회의가 실제 전체 국제회의의 40%에 육박한다.

기업회의 개최 대상의 변화
기업회의는 경영전략 논의, 사업계획 발표, 내부교육, 인사평가 등과 같은 기업 운영과 직결된 목적으로 개최되며 참석자들은 주로 기업의 임원, 중간 관리자, 직원 등 내부 구성원으로 이뤄져 있다. 경우에 따라 외부 전문가나 파트너가 초청되기도 하지만 주로 기업 내부의 목표 달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객과의 접점강화 및 유간기관과의 협력강화 등을 목적으로 기업에서 대중이나 업계를 대상으로 회의의 대상을 외부로 열어두기도 한다.

2008년 네이버의 사내기술행사로 시작해 2010년 외부개발자에게 문호를 개방한 네이버 개발자 컨퍼런스(DEVIEW)는 매년 IT 분야의 최신 기술과 트렌드를 공유하며 국내·외 다양한 분야의 개발자들이 주목하는 대표적인 개발자 컨퍼런스로 자리매김했다. 2008년 처음의 300명 규모에서 시작해 2023년 COEX 개최시에는 그 규모가 3500명으로 늘어났다.
매년 COEX에서 개최된 카카오 AI 컨퍼런스는 카카오의 AI 연구성과와 기술 비전을 공유하는 기업회의며 현대자동차 글로벌 딜러 컨퍼런스는 현대자동차의 글로벌 비즈니스 전략을 공유하고 딜러들 간의 네트워킹을 강화하기 위해 개최되고 있다. 서울, 스위스 제네바, 독일 프랑크푸르트, 중국 상하이 및 베이징 등에서 열렸으며 행사국가와 장소에 따라 수백 명에서 수천 명이 참가한다.

포스코도 글로벌 EVI포럼을 개최, 고객과의 사업파트너십과 잠재고객과의 교류·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2018년 송도컨벤시아에서는 1400명이 참석해 에코에너지, 메가시티, 네오 모빌리티 등 미래 메가트렌드를 주도할 포스코 고유의 철강 기술력과 차별화된 솔루션을 체험했다. 뿐만 아니라 올해 프랑스 르노 R&D센터에서 ‘포스코그룹 테크데이(Tech Day)’를 개최,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와 협력 범위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비단 대기업 뿐만 아니라 블록체인 및 핀테크 전문기업 두나무가 주최하는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UDC)’도 개발자 중심 행사에서 미래 기술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이 함께하는 블록체인 컨퍼런스로 확장되면서 2022년 부산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BPEX)에서 3000명 규모로 개최됐다.
기업회의의 특성, 효율성 고려
기업회의의 특징은 위에 언급한 대규모 회의 이외에도 수시로 중·소규모 회의가 빈번히 개최되는데 있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Allied Market Research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행사 시장규모가 2017년에는 378조 5172억 원에서 2031년 1322조 원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Global MICE Insight(GMI)>, MICE산업의 가치 극대화 기업행사에서 답을 찾다. Vol.54 (2023. 10), p. 48~56)).
기업회의는 비용 대비 효과를 중시하는 측면이 강하며 이에 따라 장소 선정, 회의 진행 방식, 참가자 관리 등에서 비용 효율성을 고려한 결정이 이뤄진다. 그리고 정부 및 공공기관 회의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유연한 가격 정책을 가지고 있다. 기업회의는 종종 민감한 정보와 전략을 다루기 때문에 보안이 매우 중요하며 참석자 관리, 자료 보호, 비밀 유지 계약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기밀성을 유지하고 있다. 효율성인 측면에서 기업회의는 교통편의 편리성을 강조하며 공항과의 접근성이 좋은 주요 비즈니스 지역에서 주로 개최된다.

기업회의는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시장 특성상 정부 또는 지자체의 지원금이 없더라고 행사를 개최하는 데 무리가 없었고, 사업추진에 있어서 높은 자유도를 추구하는 민간기업의 특성상 지원사업과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가 쉽지 않았다. 따라서 MICE산업에서 국제회의나 인센티브 단체, 전시회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다. 하지만 2022년 기업회의를 국제회의 범주에 추가하는 내용의 국제회의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국제회의산업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기업회의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공공 주도의 ‘외발’ 성장을 해 온 MICE산업이 균형 성장의 새로운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받음과 동시에 해외에서 열리던 기업행사가 국내로 돌아오는 유턴 사례에 희망을 품고 있다. 그동안 상당수 국내 기업들은 많은 국제 관계자가 모이는 글로벌 관광도시 및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해외에서 행사를 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나라 서울의 글로벌 브랜드 위상도 뉴욕, 런던, 도쿄에 버금가고 있으며 특히 K-컬처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여러 도시들이 국제회의 개최지로 각광받고 있다. 정부의 국제회의 관련 기업회의 지원체계가 구축되는 지금, 다수의 글로벌 기업회의를 유치하고 기업회의 목적지로 부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기업회의의 유치 전략
기업회의는 학/협회 회의와는 다르게 유치과정에 있어 정형화된 프로세스가 없으며 기업마다 접근방법도 상이하다. 무엇보다 대외적으로 그 기업의 행사 담당자가 누구인지 공표되지 않으며 그렇기에 행사 담당 실무자 및 책임자와의 접촉도 어렵다. 일부 기업에서는 기업회의 전담 팀을 구성, 회의 준비부터 종료까지 전 과정에서 밀착 지원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에서는 행사의 기획 및 운영을 대행사에 의뢰하고 있다. 그렇기에 기업회의 유치 담당자들은 실제 기업의 행사 담당자를 컨택하기 힘들어 대행사를 통해 제안을 넣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로 인바운드로 들어오는 기업회의나 인센티브 관광도 유사하다. 기업과 직접 접촉해서 유치하거나 행사 운영에 관여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해외기업이 지정한 해외의 아웃바운드 대행사 또는 여행사와의 접촉 및 교류를 통해 행사를 유치하고 있다. 해외기업은 회의 및 투어에 있어 본인들이 지정한 대행사에 많은 권한을 주고 있으며 대행사에서는 국가 및 도시, 그리고 Venue 선정에 있어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렇기에 대행사를 건너뛰고 기업을 직접 접촉할 시 기업뿐만 아니라 현지 대행사로부터 부정적인 반응 및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기업회의의 특성, 담당자와의 신뢰관계 중요
기업회의의 또 다른 특성은 학/협회 회의 및 정부회의와는 다르게 교통접근성과 비용효율성, 그리고 비즈니스 도시를 상대적으로 우선시한다는 점이다. 정부회의는 의미와 상징성, 그리고 균형개최의 명분으로 지자체에서도 다수 개최되며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을 시 우선적으로 고려되고 있다. 학/협회 회의의 경우도 보통 춘계학술대회와 추계학술대회로 1년에 2번 개최시 1번은 수도권에서, 다른 한 번은 지방에서 개최되는 경우가 많다. 국제학술대회나 세계총회의 경우 여러 지자체의 행·재정적 지원에 힘입어 지방에서 열리는 경우도 다수다.
그에 반해 기업회의의 경우 높은 자율성을 추구하며 예산적 지원보다는 효율성을 중요시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기업 내부 임직원 뿐 아니라 거래처나 파트너사 임직원의 참여율 제고를 위해 서울을 개최지로 선호하는 경우가 많으며 보통 한번 개최된 장소에서 꾸준히 개최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지자체에서 기업회의의 유치를 위해서는 단순한 홍보지원이나 예산지원보다는 가려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통이 불편한 Venue에서는 셔틀버스 제공을 통한 문제해결이나, IT 컨퍼런스의 경우 동시간대 많은 인원이 접속해도 문제가 되지 않을 성능 좋은 와이파이의 제공 등이 그 예시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기업회의는 최상의 서비스와 Venue의 빠른 응대를 원한다. 그렇기에 주로 호텔을 선호하며, 특히 서울에 있는 4~5성급 호텔에서 많이 개최된다. 서울의 4~5성급 호텔의 경우 대부분 행사에 대한 전담직원이 붙으며 케이터링도 자체 조달 가능하기에 빠르고 효율적인 응대가 가능하다.

하지만 서울 이외의 호텔이나 전시컨벤션센터도 충분히 빠른 응대와 고퀄러티의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오히려 서울과 차별화된 문화/관광 콘텐츠로 기업에 어필할 수도 있다. 제주도는 제주의 매력적인 환경과 관광지, 그리고 현대적인 컨퍼런스 시설을 바탕으로 구글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회의 장소로 각광받고 있으며 경주 또한 우리나라 대표적인 역사도시로서 어필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수원에서 개최된 WPC 회의는 분기별 대륙을 순회하며 개최되는 기업회의로 무선 충전분야의 국제표준화를 주도하는 무선전력위원회(WPC)에 소속된 삼성, 엘지, 애플, 노키아 등의 글로벌 기업 임직원들이 참여했다. 삼성전자 본사가 위치한 도시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보유한 도시로서의 매력도 있지만 무엇보다 7개월간 미국에 위치한 WPC 담당자와 수원컨벤션센터 담당자의 끈질긴 협상과 노력의 결과로 이뤄진 성과였다. 시차를 뛰어넘는 업무조율, 부대서비스 등과의 중간 커뮤니케이션 역할 등 담당자는 회의 기획과 운영에 있어 WPC 담당자와 한몸처럼 움직였다.
지자체에서는 해당지역에 위치한 기업을 활용해 기업회의를 유치하는 방안을 강구할 수 있다. 울산의 경우 현대중공업과 금호석유화학의 회의를, 수원의 경우 삼성전자 회의를, 기계산업 중심지인 창원은 두산에너빌리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의 회의를 다수 유치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 컨벤션센터 개장을 준비하는 코엑스 마곡의 경우, LG사이언스파크 등 정보기술(IT)과 바이오, 환경(GT) 분야 기업이 입주한 산업단지를 연계한 B2B, B2C 행사 유치를 기대하고 있으며 2026년 개장을 목표로 하는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의 경우 포스코 포항제철소, 포스텍 등에서 연간 100회 이상 개최되는 각종 심포지엄과 포럼 수요를 흡수할 계획이다.
기업회의 유치 담당자는 단순 회의 개최지원이 아닌, 최상의 서비스 제공과 함께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시장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기업의 회의담당자와 유대관계 형성을 통한 신뢰관계 구축이 중요하다.
그동안 국제회의 10건 중 4건이 기업회의임에도 불구하고 법률상 범주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이제 정부에서도 국제회의 관련 기업회의 정의와 유형을 체계화함과 동시에 국제회의산업법상 기업회의 세부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맞아 우리나라도 글로벌 기업들이 찾는 기업회의 개최지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며, 그럼으로써 MICE산업의 숨은 마지막 퍼즐을 맞출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