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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6 (화)

노아윤

[노아윤 기자의 생각 모으기] 60년 헤리티지의 가치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전념하거나 한 가지 기술을 전공해 그 일에 정통하려고 하는 철저한 직업 정신, ‘장인정신’에 대한 설명이다. 그런데 장인정신은 단지 한 가지 분야의 경력이 길다고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진정한 장인은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정진해나간다. 하나의 직업적 소임을 60년 동안 다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지난 10월 7일, 2주간 진행되는 위스키 발베니의 헤리티지 전시가 오픈했다. 이번 전시는 발베니의 60년을 이끈 몰트 마스터 데이비드 스튜어트(그는 올해 8월을 기점으로 몰트 마스터 직을 물려주고 명예 앰배서더가 됐다)의 위대한 업적과 장인정신, 그가 고수했던 발베니의 전통을 되새기기 위해 마련됐고, 당사자인 데이비드가 직접 방한해 의미가 더욱 깊었다.

 

전시는 60년 동안 발베니를 위해 헌신한 몰트 마스터의 역작들을 과거로 거슬러가며 관람하는 스토리로 구성됐고, 중간 중간 그가 지키고자 했던 발베니의 전통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대개 다른 나라에서는 단순 사진전의 형태로 진행됐던 헤리티지 전시가 국내에서는 어떻게 수소문했는지 귀한 빈티지의 한정판 소장품들이 줄줄이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알고 보니 각 소장품들의 컬렉터가 데이비드를 위해 기꺼이 대여를 해준 덕분이었고, 심지어는 데이비드조차 잊고 있었던 라벨이 있어 그도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한편 그의 60년 경험에 찬사를 보내기 위해 만든 ‘발베니 60년’은 국내에 단 2명의 컬렉터의 손에 들어갔다. 그 값어치는 자그마치 3억 3000만 원. 

 

개별 인터뷰 시간이 주어져 데이비드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있었는데 마지막 질문이 그의 장인정신에 대한 것이었다. 각종 IT와 AI 기술력이 진보하며 많은 것들이 자동화되는 시대에 ‘정통’, ‘수제’, ‘프리미엄’의 수식어가 붙는 위스키를 만드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물었고, 그는 발베니의 창립자인 윌리엄 그랜트가 다시 증류소에 살아 돌아온다고 해도 지금과 다를 것 없는 증류소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답했다. 17살에 입사해 60년의 세월을 발베니에서 보냈으니 자연스럽게 발베니의 철학이 깃든 것이라 속단할 수 있지만 데이비드의 장인정신은 단순히 흐르는 세월에서 빚어진 것은 아니었다. 

 

장인정신과 수작업은 과거부터 현대까지 인류의 발전과 문화를 이끌어온 중요한 가치 중 하나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기술의 발전과 자동화 등으로 인해 수작업에 대한 가치가 상대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데이비드는 매일 아침마다 30종이 넘는 위스키의 플레이버 노트를 기록하고, 어제 빚은 위스키와는 또 다른 풍미와 향을 기대하며 오크통의 위스키를 최소 12년 이상 기다린다.

 

몰트 마스터로서 갖춰야 할 덕목으로 망설임 없이 ‘인내심’을 이야기한 그였다. 대체할 수 없는위스키 장인이자 발베니의 ‘자부심’ 그 자체로 추앙받는 데이비드 스튜어트. 그를 통해 경력이 기술과 실력을 증명해주지 않는 환대산업에서 장인정신은 어떻게 발현되는지 알게 됐다. 이번 전시는 물론, 그의 직업적 철학을 엿볼 수 있었던 짧지만 강렬했던 대담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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