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호텔, 나쁜 호텔의 선택기준
살다보니 좋다고 하는 건 실제 해보니 효과가 없기도 하고 때론 더 나빠지는 경우도 있었다. 나는 운동을 매우 좋아하는데 무엇이 좋은 스쿼트 자세인지는 운동하는 사람들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겐 하체 건강을 위해 필수적인 동작이 누군가에겐 무릎을 닳게 하는 치명적인 동작이 된다. 그래서 좋다고 하는 것은, 나의 것으로 소화하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한다. 발품을 팔고, 책을 읽으며, 주변에 묻는다. 그래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 나는 독서, 음악의 영역에서 그런 사람을 찾았고 내가 존경하는 그 사람이 권하는 책, 음악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읽고 듣는다.
그런데 나쁘다고 하는 건 대개 나쁘더라. 예컨대 우리가 가장 관심 있는 건강만 하더라도 영양제는 뭐가 좋고, 음식은 뭐가 좋고 또 미라클 모닝이니 올빼미의 기적이니 하며 따라하지만 그게 실제 좋은지는 잘 모른다. 그런데 과음을 하지 않거나 과자를 줄이거나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은 그것을 하는 것보다 더 건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무언가 좋게 만들고 싶다면 무엇을 해야 할지 찾기보다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를 찾는 것이 베스트다.
그렇다면 가지 말아야 할 호텔인지 아닌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작년 여름 <호텔앤레스토랑>에 연재를 시작했던 「남기엽의 Hotel notes」가 지난 달로 1년을 채웠다. 특별한 협찬 없이 고객 관점에서 경험했고, 그 경험을 풀어내려 노력했다. 그래서 갈만한 호텔을 추렸고 그 결과물이 지난 1년간 연재된 19개의 호텔이다. 물론 내가 전국 모든 호텔을 간 것도 아니고 가 볼 수도 없으며, 갈 마음도 없다. 그러니 어딘가 숨겨진 보석 같은 호텔이 있음은 당연하며 내가 소개한 호텔이라 해서 반드시 정답인 것도 아니다. 실제로 어느 호텔은 내가 소개한 그 달에 큰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고, 또 다른 호텔은 내가 가장 좋은 인상을 받았던 포인트를 비용절감 명목으로 삭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까지 리뷰된 곳은 어느 호텔이든 적어도 나쁜 호텔에는 속하지 않는다(물론 내 기준). 그러니 어느 호텔에 갈지 고민이 될 때 「남기엽의 Hotel notes」가 구체적인 지표는 아니어도 추상적인 지평은 제시해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소개한 호텔을 일람하면 표와 같다(번호는 소개 순서대로 기재함).
원래는 각 호텔을 리뷰하는 글을 써보려 했으나 칼럼을 쓴 이후 안 간 호텔도 있고, 또 브랜드가 바뀐 호텔도 있으므로 이는 적절한 시기로 미뤄둔다. 다만, 위 각 호텔들의 매력을 대표하는 ‘스팟’, 이를테면 수영장을 꼭 가봐야 한다든가 혹은 프렌치 레스토랑은 꼭 가봐야 한다든가 하는 취지로 소개하는 것으로 본 칼럼을 마무리할까 한다.
가볼만한 호텔 다이닝/액티비티 19곳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Intercontinental Seoul Coex
아시안 라이브(퓨전 레스토랑)
모던하고 트렌디한 감각으로 해석한 5개국(한국, 중국, 일본, 인도, 아랍)의 아시안 요리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호텔 홈페이지 소개글인데 ‘합리적인 가격’만 제외하면 대체로 동의가 된다. 특히 직원들의 서비스는 매우 숙련돼있고 특급호텔을 초과하는 애티튜드가 인상적이다.
웨스틴 조선 서울 Westin Josun Seoul
더 나인스 게이트(클래식 프렌치)
1층에 위치한 프렌치 레스토랑이라고 하기엔 좀 더 과감하게 요리를 풀어내는 클래식 프렌치 기반 퓨전 다이닝. 나인스 게이트란 이름은 조선시대에 있었던 서울사대문과 사소문에 이은 아홉 번째 문이라는 뜻인데 건너편에 보이는 환구단이 분위기를 더하고 와인 핸들링 역시 만족스럽다. 요즘 느낌 특유의 팬시함이 없는데 그래서인지 평일에 크게 북적이지 않고, 오히려 이런 매력이 더 좋다.
웨스틴 조선 부산 Westin Josun Busan
까멜리아(뷔페)
40년 넘게 해운대 안가를 지키고 있는 호텔의 뷔페는 바다 앞 호텔이 무엇인지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면 창가에 앉는 것만으로 목표 달성이라 할 만하다. 음식 역시 부산 호텔 뷔페 중 수준급이다.
콘래드 서울 Conrad Seoul
37 그릴 & 바
최고층 37층에 위치해 한강을 180도 조망하는 바. 수준 높은 바텐더의 프로페셔널 서비스와 직원들의 고객 지향 애티튜드는 고객을 언제나 감동시킨다. 버거와 피시앤칩스는 호텔바에 있기엔 아까울 정도의 식감이며 나날이 발전하는 칵테일 퀄리티를 통시적으로 감상하는 재미가 있는 곳.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Fairmont Ambassador Seoul
페어몬트 피트(헬스장)
넓은 공간을 내기 어렵다면, 이렇게라도 좁은 공간을 활용하라는 예시. 각 기구에서 운동할 때마다 거울에서 나 자신을 마주하고, 이내 숙연하게 된다. 사진은 숙연해하는 필자.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 Ryse Autograph Collection
차르(조식)
홍대 느낌을 낸 로비부터 과감하고, 청바지를 입은 데스크 직원들의 애티튜드는 캐주얼하되, 친절하다. 그 캐주얼한 멋을 따라 조식을 먹는 곳이 바로 3층에 위치한 ‘차르’ 레스토랑인데 단품 제공이지만 그래서 더 맛있다.
호텔 오노마 대전 오토그래프 컬렉션 Hotel Onoma, Daejeon, Autograph Collection
수영장·헬스장
대전에 야심차게 위치한 디자인 호텔. 홀로 우뚝 솟은 건물에 위치하고 있어 서울과는 다른 시선을 경험할 수 있고, 수영장, 헬스장은 서울 어느 호텔에 비견해도 경쟁력이 있다. 대전에서 숙박할 일이 있다면 주저할 이유가 없다.
힐튼 경주 Hilton Gyeongju
클럽라운지(이그제큐티브 라운지)
최고층에 위치한 클럽라운지는 넓은 공간감, 그리고 감성적인 인테리어가 돋보여 투숙객의 마음을 달랜다. 음료 역시 만족스럽고 직원들 역시 고도로 숙련돼 있다. 이곳에서 클럽라운지는 필수라 할 만 하다.
힐튼 부산(아난티 부산) Hilton Busan(Ananti Busan)
수영장·헬스장
국내 호텔 수영장·헬스장 중 가장 좋은 수영장·헬스장 중 한 곳이 아닐까. 사진만으로는 표현이 어려울 수 있어 직접 가보는 것이 좋다. 특히 옥상에 위치한 맥퀸즈 풀 역시 그 특유의 고즈넉한 분위기 덕에 다시 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게 된다.
포시즌스 호텔 서울 Fourseasons Hotel Seoul
유유안(중식당)
서울의 다이내믹스를 녹였다는 ‘오울(OUL)’과 고민했는데 유유안을 택했던 이유는 유유안에서만 느낄 수 있는 편안함 때문이다. 직원부터 시작해 소믈리에, 룸 모두 고객의 안락함을 위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가격만 제외.
신라 호텔 서울 The Shilla Seoul
클럽라운지(이그제큐티브 라운지)
신라호텔은 지리상 어디 밖에 나가기도 힘들고 안에 있어야 하는데 시설 대부분이 오래돼 룸 안에서도 특별한 재미를 찾기 쉽지 않다. 그래서 클럽라운지는 좋은 선택지가 아닌 유일한 선택지가 된다. 하지만 갈 때마다 느끼는 포인트인데 세심한 서비스가 부족하다.
롯데 아트빌라스 제주 Lotte Art Villas Jeju
룸(켄고쿠마)
룸을 추천한다. 룸 안을 즐기라고 만들어놓은 공간이고 다른 선택지도 없다. 룸 안에서의 경험은 압도적이다.
JW 메리어트 서울 JW Marriot Seoul
마고 그릴(프렌치 레스토랑)
차원이 다른 서비스와, 매년 꾸준히 노력하는 음식, 그리고 소믈리에의 친절함이 그날의 디너를 완벽하게 만든다. 스테이크에 밥을 먹는 취향은 은근히 많은데 그런 취향에조차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점이 완벽한 로컬라이제이션이라 할 만 하다. 와인을 좋아한다면 소믈리에에게 슬쩍 와인 창고를 구경시켜달라고 하면 친절하게 안내받을 수 있다.
쉐라톤 그랜드 인천 Sheraton Grand Incheon
클럽 라운지(이그제큐티브 라운지)
22층에 내려 오후 시간쯤 가면 센트럴 파크에 살짝 내려앉은 노을을 칵테일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직원들의 컨시어지 서비스가 매우 훌륭하고 파크뷰와 정반대 바다를 조망하는 미팅룸 역시 여러분의 업무 효율을 높여줄 것이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수원 Courtyard Marriot Suwon
키친(조식)
위치, 직원들의 숙련도 및 동선 모든 것이 코트야드 메리어트의 스탠더드를 뛰어넘는 이 호텔에서 반드시 가 봐야 할 곳은 조식당. 따뜻한 핫푸드와 지친 몸을 녹여줄 콜드푸드의 조화가 인상적이며 조식답지 않은 다채로운 주스, 시리얼 요거트 등 모든 것이 준비돼 있다. 수원 출장 때마다 반드시 들르는 곳.
아난티 남해 Ananti Namhae
다모임(레스토랑, 뷔페)
지금은 ‘아쁘앙’으로 바뀌었다고 하는데 바다를 조망하며 먹는 해산물은 신선하고, 한식 맛이 지친 피로를 달랜다. 조식에서 나오는 샴페인은 동남아의 어떤 리조트를 떠올리게 한다.
히든베이 호텔 여수 Hidden Bay Hotel Yeosu
헬스장
바다를 보며 뛰고 바다를 보며 웨이트를 하고 바다를 보며 스트레칭할 수 있는 모든 공간이 3분할로 투숙객을 맞이한다. 웨이트에만 3분할이 통용되지 않음을 히든베이 호텔 여수에서 느낄 수 있다.
그랜드 하얏트 제주 Grand Hyatt Jeju
녹나무(한식당)
숙성된 제주 흑돼지를 고도로 숙력된 직원이 테이블 화로에서 구워주는데 가히 삼겹살이 호텔의 옷을 입을 때 어떻게 피어나는지 보여주는 식당이라 할 만 하다. 비빔밥, 된장찌개 역시 고기의 묵직함을 적절하게 달래주며 여기에 한라산 소주까지 곁들이면 제주의 밤이 완성될 것이다.
파라다이스시티 인천 Paradise City Incheon
라운지 파라다이스(로비 라운지)
4박자로 쪼개지는 박자에 적절한 선율이 감도는 넓은 라운지는 편안한 공간감을 선사하고 여기에서 직원의 안내를 통해 마시는 차는 라운지 파라다이스의 별미다. 추운 날씨, 갯벌에서 열심히 손낚시를 하고 이곳에 와서 따뜻한 라멘을 먹을 때의 온기는 쉽게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앞서 좋다고 하는 건 실제 해보니 효과 없기도 하고 때론 더 나빠지는 경우도 있었다고 쓴 바 있다. 하나 빠뜨린 건, 좋다고 해서 해봤더니 기대를 초과해 매우 좋았던 적도 꽤 있다는 것이다. 좋은지 안 좋은지 알기 위해선, 해봐야 한다. 그래서 참고가 될 레퍼런스를 위해, 이 글이 작성됐다.
남기엽 변호사
현재 SBS 시사프로그램 법률자문 및 시사저널 법률 칼럼을 기고하고 있으며 그외 남변의 미술노트, 음악노트 등을 연재 중으로 호텔에 대한 애정이 매우 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