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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근

[최수근의 Kitchen Tools] 주방도구의 비밀, 훈장과 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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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조리사로서 훈장을 받은 사람은 많지는 않다. 대통령상이나 장관상은 많지만 국가훈장은 상훈법 제12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치ㆍ경제ㆍ사회ㆍ교육ㆍ학술분야에 공을 세워 국민의 복지향상과 국가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뚜렷한 자에게 수여하는 것으로  개인에게 국가가 준 특별한 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알기로는 박물관 자문위원인 백인수 원로과 이철기 명장이 훈장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모르는 셰프들 중에서도 훈장을 받은 분들이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박물관에서는 원로셰프님들의 상장과 함께 훈장도 전시하고 있다. 전시를 준비하면서도 같은 조리인으로서 자랑스러웠다. 국내 직능(職能) 단체 중 조리 직종에서 훈장을 받은 선배들을 후배셰프들이 기억했으면 한다. 

사진 제공_ 한국조리박물관

 

 

샹틸리(Chantilly)는 원래 로마 사람인 샹틸루스(Cantillus)에 의해 세워졌다.

 

16세기 중반 몽모랑시(Montmorency) 공작이 이탈리아에서 그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현재위치에 르네상스 양식의 성을 지은 것이다. 이후 프랑스왕실에 대항하는 군대를 양성했다는 이유로 이 가문은 몰락하게 되고, 이곳은 루이 14세의 사촌인 ‘꽁데(Conde) 왕자’에게로 넘어갔다. 꽁데 왕자는 당대 최고의 정원사였던 ‘르 노트르(Le Notre)’에 의해 설계된 이 성의 아름다운 정원에서 당시 왕인 루이 14세를 위한 연회를 자주 베풀었다고 한다. 지금의 상티이 성은 중세시대 요새였던 건물이 여러 번의 보수와 재건축을 거쳐 베르사유 궁전 축소판으로 불리며 현재의 화려한 모습을 갖게 된 것이다.

 

요리사의 책임감 ‘꼬르동 블루’ 
프랑스에서 전설같이 내려오는 이야기를 소개해보면, 1671년 그날도 샹티이성을 방문한 루이 14세를 위한 연회 준비가 한창이었다. 그런데 예정시간이 지났는데도 연회에 사용될 고기와 생선 등의 식재료가 도착하지 않았다. 3000여 명이 참석하기로 예정된 거대한 연회였던지라 요리가 늦게 나와 연회를 망칠까 두려웠던 요리사 바텔은 “이 불명예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라는 탄식과 함께 칼로 자신을 찌르고 말았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그 순간 고기와 생선을 실은 마차가 성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 사건으로 루이 14세는 요리사 바텔의 책임감 있는 행동에 감동해 훈장을 수여했는데, 이 훈장이 꼬르동 블루라고 한 다. 지금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조리학교 ‘르 꼬르동 블루’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이 사건때문인지는 몰라도 그 후 이 성에서 개발된 휘핑크림(Whipped Cream)과 함께 요리도 더욱 유명해져 지금도 성 안에는 레스토랑이 운영되고 있으며, 꽁데 박물관(Musee Conde) 정문 앞에는 레스토랑의 메뉴와 가격이 적힌 게시판이 있다.

 

 

요즘은 어린 셰프들도 해외에 나가서 많은 요리대회에 출전해 메달을 받아오고 있지만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해외 요리대회에 다수 출전한 셰프를 꼽으라면 아마도 이상정, 임성빈, 조우현 셰프 정도라는 생각이 든다. 모스크바, 필리핀, 독일, 시카고, 싱가포르 등 각종국제대회에 출전해 한국을 빛낸 모든 선후배 조리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한국의 첫 국제 메달, 눈부신 성장과 그 이면(裏面)
해외 대회에 나가려면 준비할 것이 정말 많다. 대회에서 사용할 메뉴, 식재료 공수, 사전훈련, 여행사와의 관계 등등이 복잡하다. 이런 모든 걸 해결하면서 국위 선양하는 분야는 많지 않을 것이다. 국가에서 인정하는 직능단체 중 국제대회에 나가서 활동을 많이 하는 종목 중에 단연 요리 종목은 손에 꼽힐 정도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국가대표로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한 조우현 명장에게서 “대회에 참여하는 경비를 모두 사비로 충당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일에는 국가 또는 협회에서 적극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국팀들을 보면 미국, 캐나다, 독일, 중국 등은 대부분 국가의 지원을 받아 대규모 선수단을 이끌고 대회에 출전해 국력을 과시한다. 그에 반해 우리는 개인이 모두 경비를 마련하고 준비하다 보니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국제요리대회에서 메달을 수상한 것이 1980년도에 출전한 IKA독일세계요리올림픽대회(이하 ‘독일 대회’)로 한국 서양조리의 역사상 첫 금메달을 안겨줬다. 당시 한국 대표로 백인수, 김방원,이강일, 박규약 셰프가 출전했고, 이 일이 도화선이 돼 한국 요리 수준을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눈부신 성과를 낸 것을 보면서 후배의 한 사람으로서 자랑스럽고 준비하는 과정 또한 금메달감이었다고 생각한다.

 

김방원 선배의 증언에 의하면 첫 대회인 만큼 부족한 부분은 해외셰프들의 도움이 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향후 후배 셰프들도 해외 셰프들과의 교류를 지금보다 더 활발하면 좋겠다. 

 

 

그 후 1992년에는 다시 한번 젊은 셰프들이 독일 대회에 출전해 금메달을 받았다. 독일 대회는 세계 3대 요리대회로 4년에 한 번 열리기에 전 세계의 셰프들은 이 대회를 위해 몇 년을 준비한다. 당시에도 오영섭, 이상정, 최원기, 김한수, 정필국, 신승철 등이 참가해 우리나라를 빛냈다. 지금은 나이가 들어 모두 원로 셰프가 됐다.

 

 

1994년 싱가포르 요리대회에서 우리나라는 국가대표와 개인 셰프로 출전했다. 당시 국가대표선수단은 많은메달을 받았다. 그리고 개인 부문에서는 윤봉진, 이베드로, 조우현, 김대관, 정동휘, 변성연 등이 출전하고 좋은 성적을 거둔 것으로 기억된다.

 

젊은 셰프들에게
얼마 전 청주에 있는 ‘세계 쿠킹 요리학원’에 특강을 간 적이 있다. 많은 수강생들이 있었는데 국제대회 준비를 열심히 하는 몇 팀의 모습에 감탄했다. 어린 나이에 설탕 공예, 요리 등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해 많은 메달을 수상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지금도 열심히 하고 있겠지만 지속적으로 젊은 셰프들이 기량을 쌓아서 세계에 이름을 알리기를 기대해본다.

 

최수근
한국조리박물관장/음식평론가
하얏트, 호텔신라에서 셰프를 역임했고, 영남대, 경희대 등 대학에서 후학 양성에 힘쓰다 2021년 경희대학교 호텔관광대학 조리·서비스경영학과 교수로 정년했다. 
현재 한국조리박물관장과 음식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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