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바닷가 작은 마을에 신앙과 봉사를 천직으로 여기며 사랑과 추억을 모두 마음속에만 간직한채 살고 있었던 마티나와 필리파 두자매에게 파리의 최고 요리사이자 전쟁으로 남편과 아이를 잃은 바베트가 찾아와 같이 생활하게 된다. 어느날 바베트는 복권이 당첨되어 꽤 많은 돈을 갖게 된다. 두 자매는 복권에 당첨된 바베트가 떠날 것으로 생각했는데 유틀란드에 남아 그 돈으로 두 자매와 친구들을 위해 프랑스 스타일의 호사스러운 식사를 준비하게 된다. 이는 작고하신 가난했던 목사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만찬자리였던 것이다. 이 내용은 영화 ‘바베트의 만찬’의 줄거리로 19세기 말을 배경으로 한 1987년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는 프랑스 요리의 진수와 최고의 와인과의 마리아주(mariage: 와인과 음식의 조화)를 보여준다. 바베트는 12명의 만찬을 위해 프랑스에서 최고급 와인과 음식 재료를 구해 요리를 준비한다. 프랑스의 3대 진미인 철갑상어의 알을 소금에 절인 요리인 ‘캐비아(caviar)’, 거위 간요리인 ‘푸아그라(foie gras)’, ‘송로버섯(truffle)’이 등장한다. 그리고 1846년산 빈티지인 ‘클로드 부죠(Clos de Vougeot)’, ‘뵈브 클리코 퐁사르뎅(Veuve Cliequot Ponsardin)’, ‘뉘 생 조르주(Nuit-St-Georges)’, ‘아몬티야드(Amontillade)’ 등의 와인을 마시며 즐긴다. 그러나 그들이 먹는 요리의 진가도 모른 채 와인을 마시며 즐긴다. 파티가 끝나고 두 자매의 이별의 순간이 되었을 때 바베트는 복권 당첨금이 모두 만찬에 쓰였다고 고백한다.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하는 자매에게 “예술가는 가난하지 않아요. 자신이 최선을 다하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으니까요.” 부르고뉴 최고의 피노누아 와인인 클로드 부죠와 뉘 생 조르주, 샹파뉴지방의 역사성 있는 샴페인인 뵈브 클리코 퐁사르뎅, 스페
인 쉐리와인인 아몬티야드 등 최고의 와인들과 세계 3대 음식으로 알려진 캐비아, 푸아그라, 트러플을 요리사인 바베트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기꺼이 투자하고 지불한다. 이 영화는 프랑스 사람들의 마인드와 사고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삶의 최고의 행복과 가치를 위해서는 최고의 비싼 요리와 와인을 기꺼이 내놓을 수 있다는 모습을 보게 된다.
프랑스 사람들에게 와인은 문화의 소산이며 자랑거리이자 자존심
프랑스 사람들은 자국 와인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프랑스와인과 관련해서 사업을 하거나 종사하는 사람들을 만나 와인에 대한 평가를 들어보면 프랑스 외의 타국의 와인에 대해서는 테스팅 평가가 평가절하되거나 좋은 평가를 하지 않는다.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자연과 토지 그리고 기후와 강수량 등 총체적인 자연환경이 반영되어 나타나는 천혜적 자연조건인 떼루아(terroir)*가 무엇보다도 중요한 그들에게 있어서 인위적인 관개수 제공이
나 인간의 노력들을 인정하지 않는 그들의 포도재배의 사고와 관념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오로지 자연적인 상황에서 뿌리를 내려 영양분과 물을 공급받아 포도를 자라게 하는 홀로서기를 하는 포도나무만을 인정하는 것이라 하겠다. 아울러 프랑스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품종들인 세파쥬(Cepages)가 개발되어 전세계에서 와인의 대표품종으로 자리 잡고 수확되고 있다. 프랑스 사람들은 자국의 언어에 대해서도 자부심이 대단하다. 최근에는 프랑스에서 영어사용이 용이하지만 10여년 전만해도 프랑스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프랑스의 파리에서도 언어소통이 안되어 어려움을 겪는 것은 다반사였다. 지나칠 정도의 자존심이 그들의 문화이며 와인문화에도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인의 경우 해외여행보다는 국내여행을 선호하는데 ‘바캉스(vacance:국내여행)’라는 말이 프랑스어이다. 프랑스인들은 자국의 것들을 선호한다. 그래서 여행도 프랑스의 아름다운 해변이나 휴양지에 가서 즐기는 것을 좋아한다. 각 지역의 아름다운 풍광과 유명한 음식 그리고 지역성 있는 와인들을 기꺼이 즐기기에 충분한 이유이기도 하다.
프랑스 사람들에게 와인은 문화의 소산이며 자랑거리이고 자존심이다. 헤밍웨이가 좋아했던 특1급 그랑크뤼 클라세(grand cru classe) 마고(Margaux)를 패전국 독일의 사과를 받아낸 장소로 사용한 것만 보아도 대표적 와이너리가 프랑스의 대표성을 지닌 장소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라 하겠다. 프랑스는 카페와 레스토랑 문화의 나라다. 파리에서도 카페에 앉아 대화를 즐기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특히 노천카페에서 커피, 와인**, 맥주 등 음료를 즐기면서 주위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대화를 즐기는 파리시민들을 보게 된다. 와인이 일상화가 되다보니 점심시간에도 식사시간이 긴만큼 와인 반병정도를 식사와 함께 하게 되고 음주운전으로 인한 자동차 접촉사고가 자주 일어나기도 한다. 레스토랑에서도 좋은 음식, 즉 미각을 즐기기 위해 정장을 착용하고 예약을 미리하고 방문하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그들은 좋은 음식과 함께 좋은 와인을 마시는데 삶의 기쁨과 행복을 느끼고 살고 있다. 프랑스인들이 와인을 즐길 수 밖에 없는 신념이 있다. 외국에서도 많이 소개되고 인식되어 와인 특히 레드 와인의 소비가 증가한 ‘프렌치 패러독스(franch paradoxe)’의 발표이다. 프랑스 음식의 양은 화려하고도 많은 편이다. 프랑스인의 동물성 지방섭취는 서구의 미국, 영국, 독일 등의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편임에도 불구하고 심장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적고 평균수명도 유럽국가 가운데서 여성이 84.3세(아이슬랜드 통계청, 2011. 2.자료)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남성도 77.8세로 천수를 누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http://new.nate.com: 서울신문, 2011.7.18).
레드 와인에 들어있는 떫은맛을 내는 폴리페놀 성분이 혈중 콜레스테롤의 함량을 낮춰 고혈압과 동맥경화 등과 같은 심장질환을 예방하게 한다는 이야기가 소개되면서 레드 와인을 중심으로 소비가 증가하게 되었다. 폴리페놀은 품종, 재배지역, 와인제조 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특히 프랑스의 남부지역에서 많은 성분이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남프랑스의 카오르(Cahor)지역이 프렌치 패러독스의 고향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지역은 장수지역으로도 소개되고 있다.
훌륭한 자연환경, 다양한 품종개발, 블랜딩 기술, 철저한 등급 관리 등이 경쟁력
프랑스는 첨단기술과 함께 문화를 수출하는 국가로 와인수출의 증가도 눈에 띄고 있다. 최근 프랑스 와인·주류 수출연합회에 따르면 2011년 주류수출액이 101억 유로(약 14조 86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도 86억 유로(약 12조 6500억원)보다 10.5% 증가한 수치이다. 생산지역별로는 보르도와인 수출액 19억 6600만 유로(약 2조 9000억원), 브르고뉴 6억 5000만 유로, 꼬뜨뒤론 3억 1100만 유로 순이다(조선일보, 2012.2.17: A16면). 자국의 문화수출이 많은 프랑스에서 문화의 중심이 되는 상품으로 와인을 가장 비중있는 상품으로 수출하는 것이다. 수출소비가 큰 미국,
영국, 중국, 싱가포르, 일본 등 전 세계로 수출을 늘려가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프랑스 와인의 경쟁력은 훌륭한 자연환경, 포도질병의 퇴치 노력, 다양한 품종개발***, 블랜딩 기술, 새로운 와인제조기술 개발, 철저한 등급 관리 등이라 할 수 있다. 프랑스 사람들은 미각에 민감하다. 그래서 와인은 이들에게 벗이자 기쁨의 원천이 되고 있다. 정신적인 안정과 휴식을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다. 프랑스 문인들과 시인들에게 와인은 영감의 원천이기도 했다. 샤토 마고(Chateau Margaux), 샤토 라피드 로칠드(Chateau Lafite-Rochschild), 샤토 라투르(Chateau Latour), 샤토 오브리옹(Chateau Haut-Brion), 샤토 무통 로칠드(Chateau Moton-Rothschild) 등 보르도의 세계최고의 특1등급 와인이 상징이며 비중이 높은 프랑스에서 최근 생활양식
의 거품이 줄어드는 생활을하는 젊은 층은 소형차, 간소한 결혼식, 활성화된 벼룩시장을 이용하고 와인의 소비보다도 맥주(la biere) 소비를 선호하는 변화가 보이고 있는바 이는 프랑스의 내부적인 도전이기도 한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프랑스는 국내에서도 소팩사(프랑스농식품진흥공사) 등을 통해 자국와인을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보르도 그랑크뤼 시음회, 론 와인시음회, 알자스 와인시음회, 소팩사 한국소믈리에 대회 등 전문가와 관련업체를대상으로 마케팅과 홍보활동을 펼쳐가고 있다. 프랑스 특유의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마케팅활동과 전략은 특히 프랑스 와인에 동반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1976년 파리의 심판의 결과는 미국의 승리로 프랑스에 예상 외로 패배를 안겨주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후에 재대결에서도 프랑스의 완패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와인이 세계 최고의 와인생산국가이며 대표국가라는데 이견을 두는 사람은 없다. 그만큼 프랑스 와인은 세계최고의 상품으로 자리 매김 하고 있는 것이다.
‘바베트의 만찬’ 영화를 통해서 최고의 와인과 요리가 준비되는 가치 있는 만찬이라면 주저하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많은 돈을 투자 하는 마인드, 프랑스인의 와인에 대한 철저한 자부심, 천혜의 조건인 프랑스만의 떼루아, 프랑스의 격식 있는 레스토랑과 자유로운 카페 문화, 프랑스 레드 와인의 신비한 효능을 알리게한 프렌치 패러독스의 개념과 인식, 프랑스 와인의 수출 경쟁력, 프랑스 신세대의 와인에 대한 태도와 변화 등이 현재 프랑스 와인문화의 현재 모습이라고 얘기할 수 있다.
* 프랑스 토양은 수세기-수백세기에 걸쳐 만들어진 지역의 소산물로 특히 독특하고 특별한 것이다.
** 프랑스인들은 1인당 61리터의 와인소비를 한다. 1인당 와인소비가 룩셈부르크 다음으로 많다. (http://100.naver.com)
*** 프랑스의 재배품종은 130개 정도에 이른다. 위니블랑, 샤르도네, 소비뇽블랑, 세미용, 뮈스카데, 쉬냉블랑, 리슬링, 카리냥, 그르나슈, 메를로, 카베르네쇼비뇽, 쉬라, 가메, 생쏘, 피노누아 등 레드와인의 종류도 다양하다.
연성대학교 고종원 교수
고종원 교수는 경희대학교 경영학박사(국제경영전공)로 일본 OGM 와인전문가과정 이수, 중앙대학교 와인아카데미 와인마스터 취득, 미국호텔협회 총지배인(CHA) 자격증과 공인 와인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했다. 현재 안양과학대학 호텔관광과 교수(학과장)로 재임중이며 안양과학대학 평생교육원 와인CEO/소믈리에과정 주임교수, 한국평생능력개발원 식음료검정위원회 와인관리사 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세계의 와인(공저, 기문사) 외 다수의 저서와 논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