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을 시작하는 1월. 새해가 밝았다. 매년 마지막달인 12월은 많은 기업들이 앞다퉈 미래를 예측하는 트렌드 세미나를 개최한다. 많은 디자이너들은 미래 트렌드를 내다보기 위해 세미나에 대거 참석한다. 그중 필자는 현대L&C, 리소페, 2020노루표 컬러 트렌드, WGSN에서 주최하는 세미나에 다녀왔으며 생생한 이야기를 이번 호에 담고자 한다.
그중 올해 주목해야할 라이프스타일과 컬러 트렌드, 소재 등에 대해 두 번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
밀레니얼 세대의 비건 트렌드(Vegan Trend)
환경문제, 동물 보호등에 앞장서고 있고 윤리적 소비 운동에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밀레니얼 세대가 올해 소비의 주요 계층으로 떠오르면서 이제는 사람과의 평등을 넘어 동물 윤리 환경 이슈가 맞물려 소수의 사람만 비건을 실천하는 것이 아닌,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확산될 것으로 전망한다. 비건(Vegan)은 식물성 음식 이외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를 가리킨다. 이제는 음식뿐만 아니라, 패션업계도 이러한 비건 트렌드에 맞춰 동물의 가죽이나 털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식물성 소재를 이용한 제품을 출시하며 인테리어, 자동차, 생활용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비건의 단어를 사용 중이다. 비건을 실현하는 스타트업들은 채소를 사용해 내성 커피잔을 만들거나 버섯 균사체를 사용해 수제 스웨이드를 생산하기도 한다. 그중 눈여겨 볼만한 재미있는 사례가 비건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하고 실천하는 호텔이다. 영국 런던의 힐튼 뱅크사이드(Hilton London Bankside) 내에 위치해 있는 이 호텔은 런던 호텔 비건 스위트(London Hotel Vegan Suite)라 불린다.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고 식물성 소재와 지속가능한 소재를 사용해 환경문제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비건을 실천하는 세계 최초의 채식 호텔 객실을 선보이고 있다.
▲ <그림 1> 비건 호텔을 실행하는 World’s First ‘Vegan’ Hotel Suite Welcomed By London
가구나 벽지의 표면은 원래 파인애플 잎에서 발견된 셀루로오스 섬유로 만들었고 최초로 개발한 대체 가죽 패브릭인 피아텍스(Piatex)로 마감돼 있으며 베개와 카펫은 유기메일, 기장 씨앗 또는 대나무 섬유로 만들었다. 또한 양모 대신 면을 사용해 카펫을 제작했다. 객실 직원이 사용하는 모든 간식, 편지지 및 청소 용품에는 동물성 제품도 포함하지 않는다. 식물 기반 재료로만 만든 객실은 완전 채식주의자가 단순한 비건 식사 트렌드가 아니라, 더 넒은 비건 라이프스타일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공간을 소유하기 보다는 경험하기 열풍
이케아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가 “세계 곳곳의 커뮤니티에서 살길 원하십니까?”란 질문에서 70% 이상이 노마드(Nomad)라이프를 원하고 있으며 자신이 꿈꾸는 지역에서 살아보고 쾌적한 장소를 찾아 떠나기를 원했다. 이러한 추세로 한달살기(One-month Living), 반달살기 여행이 작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하며 익숙한 곳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에서의 로컬의 생활을 경험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는 사람들이 이방인으로서 여행지에 잠깐 스치는 것이 아니라, 여행지에 머물면서 쫓기지 않고 그 지역의 매력을 충분히 느끼기 위한 흐름으로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달살기는 생업 연장성 라이프 트렌드로 주 4일 근무제가 늘어나면서 전원생활의 로망이 담겨있다. 또한 이제는 월 몇 십만 원으로 내가 원하는 지역에서 살면서 주소지를 옮겨 다니는 어드레스 호퍼(Address Hopper)도 등장한다.
이는 일정한 거쳐 없이 최소한의 짐만 들고 유목민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을 의미하며 주소를 옮겨가며 살아가는 사람들로 그 이면에는 집값 및 임대료를 내기에 비싸니까 주택을 소유하거나 장기임대를 포기하고 시골에 빈집이라던지 낡은 가옥을 리모델링해 깨끗하게 만든 후, 자기가 원하는 기간만큼 머물 수 있고 보증금 없이 월 몇 십만 원으로 내가 원하는 집을 단기로 구독형 주거 서비스를 이용한다. 이런 주거 비즈니스는 벌써 일본에서 성업 중이며 일종의 ‘노마드 하우스’로 소유하고 미래를 위해 뭔가 노력하기 보다는 현재 중심의 경험을 중시하는 향유 문화가 더 중요함을 의미한다. 런던에서 디자이너 헨리타 톰슨(Henrietta Thompson)과 에드워드 (Edward Padmore)가 하이엔드급 최고급 브랜드 가구를 매월 일정액을 지불하면 전국의 지점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는 구독형 주거 서비스 하스(Harth)를 론칭한 바 있다. 하스는 고급 브랜드 인테리어 공유 플랫폼으로 공간을 이루는 가구, 소품, 장식품까지 모두 공유하고 다양한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가구, 소품, 예술품의 스타일링을 넘어 모두 렌탈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인테리어 렌탈 서비스의 선두주자 이케아는 최근 소비자들에게 완전히 다른 제공을 하겠다는 의미로 ‘가구의 넷플릭스(Netflix of Furniture)’란 주제로 가구를 임대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했다. 소비의 주요 타깃층인 밀레니엄 세대들의 환경의식이 높아져 싸고 적당히 쓰고 버리는 가구에 대한 매력이 떨어지고 질 좋고 오래 쓰는 가구에 대한 니즈가 높아짐에 따라 구매 대신 대여하는 사업을 도입했다.
2016년 에어비앤비는 사마라(Samara)라는 혁신 연구소를 설립했다. 사마라 연구소는 주택건설과 도시 계획 등 이전과 다른 전혀 새로운 관점으로 연구하는 곳으로 단지 거주자를 타깃으로 사람에 따라 집의 구성을 바꿀 수 있는 백야드(Backyard)라는 공유 주택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백야드 프로젝트는 이전에 없던 독창적인 제조 기술과 설계방법 시공 등을 개선해 사람들이 어떻게 여행하고 생활하며 공간을 공유하는지에 대한 축적된 10년간의 데이터를 공유하는 문화 더 나아가 사회적 가치를 제공하고 책임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공유주택을 넘어 공유라는 개념의 근본부터 바꾸는 프로젝트라 정의했다. 또한 국내 ‘미스터 공간’은 1인가구와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월 5~10만 원이면 가구를 비롯해 자신에게 맞춘 홈퍼니싱의 완성된 공간을 부담없는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리스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빠르고 쉽게 언제든지 원하는 공간으로 변경할 수 있다. 그 외 현대L&C는 현대리바트와 합병을 통해 현대 렌탈 케어 서비스를 도입해 가구, 건자재 렌탈을 기획 중이며 건자재 렌탈은 의무사용기간이 길고 렌탈 이용료가 비싸 안정적인 매출과 수익구조를 기업에 가져온다는 긍정적인 분석이다. 이렇게 굴지의 많은 기업들은 물건의 소유보다 사용경험을 중시하는 밀레니엄 세대를 타깃으로 가구는 물론 인테리어까지 빌려 쓰는 시대의 경험을 중시하는 렌탈 비즈니스의 서막을 알리고 있다.
2020년 / 2021년 컬러 트렌드
올해는 블루, 화이트 블랙에 주목해보자!
노루표 페인트는 2020년 시즌에 가장 주목해야할 컬러로 블루(Blue)를 지목했다. 올해 블루는 다른 컬러들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블루 혼자서 덩그러니 존재할 것으로 예상한다. 블루 고유의 색상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블루를 선택할 때 다양한 소재 차별화로 블루만의 다양한 컬러 팔레트를 선보일 것이다. 팬톤(Panton) 또한 올해의 2020년 컬러를 클래식 블루((Classic Blue)-Panton 19-4052)를 선정했다. 클래식 블루는 해질 무렵의 하늘을 암시하듯, 생각을 자극하며 과거의 문턱을 넘어 막연한 미래,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 때 희망과 신뢰, 안정적인 토대를 만들고자 하는 우리의 소망을 드러낸다. 믿음과 신뢰를 중시하는 블루는 차분함과 자신감 그리고 주변과의 커넥션을 강조하는 컬러로 시대를 초월하고 심플한 것이 특징이며, 이 심플함은 우아하며 편안하다.
특히 클래식 블루는 우리에게 평화와 평온을 가져다주며, 선명도를 강조하며 집중력을 높혀준다. 뿐만 아니라, 중세의 회화에서 느껴지는 고귀하고 성스러운 실키한 광택과 매끄러운 촉감이 느껴지는 미네랄 블루(Mineral Blue)가 주목받으며 이는 또한 골드(Gold)와의 조합을 통해 과거의 현대의 공존을 보여주고 시적인 감정표현으로 블루의 다양한 컬러 팔레트를 선보일 것이다. 블루는 그린에서 머그까지 상당히 폭넓게 블루의 영역으로 확장돼 보여질 것이다.
두 번째로 주목해야할 컬러는 화이트(White)다. 화이트는 정지되고 정제된 느낌의 화이트가 아니라, 유기적인 상태로 흐르는 한순간의 포착된 화이트임을 기억하자. 올해의 화이트는 기억의 단편처럼 흩어지고 재구성되는 컬러로 정의하고자 한다. 특히 이번 시즌의 화이트는 빛과 함께 연출되며 투명성이 강조되고 유리와 아크릴에서 느껴지는 중첩, 톤의 변화, 착시, 착각, 인공적인 느낌으로 표현된다. 또한 두터운 실버(Sliver), Foggy White, 매트(Mat)에서 메탈(Metal)의 화이트까지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세 번째로는 블랙(Black)이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니 전 세계 미인대회에 큰 이변이 일어났다. 지난 12월 8일에 열린 미스 유니버스 대회, 미스 USA, 미스틴 USA, 미스 아메리카까지 미국 주요 미인대회 왕관이 모두 흑인 여성들에게 돌아갔다. 미인대회 모두 휩쓴 흑인 여성들이 대세일까? ‘블랙퀸’ 시대를 활짝 열며 컬러도 블랙이 2020년 시즌 큰 이슈다.
올해 블랙은 특히 블랙 쉬머(Black Shimmer)라 정의하며 차가운 블랙이 좀 더 인간적이고 친근하고 따뜻하다. 또한 건강하고 탄력 넘치는 아트로 블랙(Artro Black)으로 표현되며 블랙 스킨톤의 인간적인 검정, 약간은 미스터리하고 몽환적인 분위기의 블랙이 이번 시즌 가장 주목해야할 블랙 컬러다.
그 외 레드(Red)는 70~80년대 레트로 트렌드 강세로 더욱 깊어지고. 중성적 색감을 넘어 의미와 상징성의 진한 감성으로 나타난다. 옛 극장 간판에서 느껴지는 수채화보다는 유화 느낌의 두텁고 강한 빛바랜 듯한 레드 감상이 주류를 이룰 것이다. 특히 야수파의 강한 느낌의 레드가 도전적이며 과시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규홍
ASC Studio 대표
지난 13년 동안 LG하우시스에서 공간디자인 컨설팅 등 책임연구원을 맡아오다 올 4월 독립해 ASC Studio를 설립하고 현재 국민대학교 겸임교수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