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어렴풋한 기억을 끄집어내면 딸기는 늦겨울이 막 기승을 부리고 봄이 시작되려는 차, 대략적으로 2월부터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딸기를 입 안 가득 질릴 때까지 먹고 나면 어느새 봄이 와있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막 겨울이 시작되려는 시즌부터 맛있는 ‘생딸기’를 맛 볼 수 있다. 그것도 다양한 디저트 업계에 러브콜을 받아, 예쁜 모양으로 눈까지 호강하면서 말이다. 빨갛게 예쁜 빛깔을 내는 딸기는 어느새 ‘겨울 디저트 왕’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취재 오진희 기자
주목성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의 <농식품백과사전>에 따르면 딸기는 비타민C가 80~90㎎으로 귤의 35㎎보다 3배 가량 많아 천연비타민C의 보고로 손꼽히는 식품이다. 때문에 딸기 6~7개를 먹으면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C의 양을 모두 섭취할 수 있다. 특히 딸기에 가장 많이 들어있는 이 비타민C는 암세포를 박멸시키는 세포의 능력을 강화시켜 항암작용을 하고 바이러스를 죽이는 힘도 가지고 있어, 면역력이 떨어지는 겨울에 섭취하는 것이 좋다. 딸기를 빨갛게 보이게 하는 색소배당체 안토시아닌(Anthocyanin)은 활성산소를 없애는 항산화제로 작용하고, 시력회복에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안토시아닌의 이와 같은 효능 때문에 안토시아닌이 듬뿍 든 블루베리, 체리, 흑미(黑米), 포도, 붉은 양배추와 같이 진한 색을 띤 것들이 사람 몸에 좋다고 말하는 것. 강한조명 아래에서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학생이나 컴퓨터작업으로 눈이 자주 피로한 사람, 시력회복을 원하는 사람은 딸기를 많이 먹는 것이 좋다.
또한 딸기는 ‘피부를 아름답게 하고 혈액을 맑게 해준다.’고 해서 피부미용을 위한 채소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는 붉은 과일에 주로 들어있는 리코펜(Lycopene)이 딸기에 많기 때문이다. 리코펜은 과일의 붉은 부분에 들어 있는 색소의 일종으로 면역력을 높이고, 혈관을 튼튼하게 해 노화를 방지한다. 더불어 딸기에는 식이섬유 펙틴(과일에 들어있는 식물성 섬유질의 일종)이 함유돼 있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현저히 낮추는 효과가 있다. 이에 콜레스테롤의 산화를 막고 동맥경화와 심장병을 막으며, 치매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역사성
서양에서는 딸기를 신성하게 여겼는데, 이는 노르드 신화 속 여신 프리그, 성모 마리아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핀란드 신화에 등장하는 프리그는 북유럽 최고의 신 오딘의 아내로 청춘, 사랑, 죽음을 다스린다.
프리그 왕비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가엾게 죽은 아이들을 천국으로 이끄는 것인데, 이 때 영혼들의 관으로 사용된 게 딸기였다. 그래서 프리그에게 딸기를 바치고, 딸기에 죽은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어 오랫동안 딸기를 먹지 않았다. 기독교 시대가 된 후 딸기는 성모마리아에게 바쳤다고 한다. 천국의 문을 찾아온 사람이 입이나 손에 딸기즙을 묻힌 상태라면 신성한 딸기를 훔쳐 먹은 것으로 간주해 지옥으로 보낸다고 믿었고, 천국에 초대받은 아이들은 지상으로 돌아올 때 머리에 딸기 꼭지가 생긴다고 믿었다. 성모 마리아의 옷에는 딸기가 수놓아져 있으며, 영국에서는 귀족의 관에 딸기 잎을 붙였다.
지위가 높은 귀족은 딸기 마크 8개, 낮아질수록 잎 수도 적었다.
현재 재배되는 딸기의 학명은 ‘Fragaria ananassa Duch’로, 18세기 무렵 북아메리카 동부지역이 원산인 ‘Fragaria virginiana’와 남아메리카 칠레가 원산인 ‘Fragaria chiloensis’가 교잡된 것이다. 그 후 약 200년간 개인 육종 전문가에 의해 딸기의 유전적 개량이 진행돼 왔으며, 최근 75년간 미국과 일본 정부의 주도하에 개량속도가 가속화 됐다. 재배종 딸기가 일본에 전래된 것은 1800년대 초이며, 일본인에 의해 1900년대 초 국내에 처음 도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기록으로는 1960년대에 수원 근교에서 ‘대학1호’를 재배한 것이 시초다.
접근성
경상북도농업기술원은 “과실이 크고 수량이 많은 ‘대학1호’ 품종은 수원근교에 널리 재배됐으나 당도가 낮고 착색이 불량하며 과실이 물러 저장성이나 수송성이 떨어졌다.”며, “이에 1970년대부터는 대부분 ‘다나’, ‘춘향’, ‘보교조생’, ‘홍학’ 등 주로 다른 품종으로 교체됐다. 1970년대 말에는 ‘여홍’이 일본에서 도입돼 경남 밀양 삼랑진읍에서 재배했다.”고 전했다.
국내에는 딸기 품종을 육성하는 민간종묘회사는 없고 국가 연구기관에서만 딸기 품종을 육성하고 있다. 현재까지 개발된 국내 육성 품종은 다양한데, 2000년 이전 품종은 고품질/신품종으로 대체되면서 사장됐다. 국산 품종 재배율은 지난 2000년도부터 꾸준히 늘어나 지난해 78%까지 도달한 수준이며 종자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변모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국산 기능성 딸기 품종 육성해 딸기의 국산화 비율을 9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장성
국내 딸기 산업은 비닐하우스와 같은 백색혁명으로 재배면적이 증가해 왔다. 1985년까지는 대부분이 맨 땅(노지)에서 재배됐으나, 90년대부터 하우스가 보급되고 시설재배로 전환되면서 생산성이 향상되고 소득도 증가하게 됐다. 노지재배보다 시설재배가 단위 면적당 2대의 생산성을 보인다고 한다. 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의하면 향후 인구고령화와 노동력 부족의 영향으로 딸기 재배면적은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보여 2017년 5727ha, 2022년 5568ha가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딸기 단수는 다수확 재배품종인 설향 증가와 고설 재배 증가 등의 기술보급으로 향후 연평균 2%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의하면 2012년 딸기 수출액은 2244만 1475달러에 달했으며, 수출량은 215만 1921kg임을 알 수 있다.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은 “주목할 것은 수출국의 다변화”라며, “기존 신선딸기는 주로 일본으로 수출했으나, 2004년 이후 동남아시아(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 등)로 수출이 증가하면서 2010년까지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2012년 딸기가 가장 많이 수출된 국가는 홍콩으로 805만 256달러를 기록했고, 그 뒤를 싱가포르 일본 등이 따르고 있다.
발전성
국내에서 딸기가 겨울 과실로 바뀐 것은 하루아침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봄에는 다양한 과일들이 많이 출하되지만, 겨울은 감귤 정도 밖에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겨울딸기를 재배하는 농가가 늘어났다.”고 전했다. 실제로 겨울과 봄 비슷했던 딸기 매출 비율이 2010년을 기점으로 봄 보다는 겨울에 더 많은 매출을 올리며 차이를 벌리고 있다.
특히 겨울딸기는 디저트 업계에서 사랑받고 있는데, 새하얀 생크림 위에 빨갛게 잘 익은 딸기 하나를 얹으면 여심(女心)을 흔드는 디저트가 된다. 코리안 디저트카페 ㈜설빙은 겨울시즌메뉴 ‘생딸기 시리즈’로 딸기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설빙의 ‘생딸기 시리즈’는 2014년 겨울 첫 선을 보인 메뉴로 겨울 내내 높은 판매량으로 한겨울 설빙의 매출을 견인한 효자상품이다. 지난해 11월 설빙은 ‘생딸기 설빙’, ‘프리미엄 생딸기 설빙’ 그리고 ‘생딸기 찹쌀떡’과 함께 신메뉴 ‘한딸기 설빙’을 더해 4종의 ‘생딸기 시리즈’를 출시하며 본격적인 겨울시즌의 시작을 알렸다. 설빙 ‘생딸기 시리즈’는 판매점유율 65% 돌파했으며, 신메뉴 ‘한딸기 설빙’은 판매점유율 40%를 넘겼다.
설빙 홍보실 김동한 팀장은 “겨울에 재배되는 하우스 딸기는 맛과 질이 좋다. 빨간 딸기는 크리스마스에도 잘 어울려 비주얼 측면에서도 겨울과도 잘 어울린다.”며, “이번 생딸기 시리즈는 ‘언제 론칭하냐’며 고객들의 문의가 있을 정도로 니즈가 높았다. 앞으로도 디저트 업계에서는 겨울에 딸기를 주목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6년 1월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