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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2 (토)

레스토랑&컬리너리

[Food Insight _ 굴] 카사노바가 사랑한 굴

“나는 늘 쾌락을 숭배하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해왔다.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은 있을 수 없었다.
나는 늘 여성을 위해 태어났다고 생각했다. 그러했기에 내 능력이 닿는 한 모든 여성을 사랑했고, 또 수많은 여성의 사랑을 받았다. 식사의 기쁨 또한 열정을 다해 사랑했다.”
18세기 희대의 인물 카사노바는 온갖 쾌락의 세계를 탐식해온 인물로 유명하다. 카사노바는 이성과의 쾌락뿐만 아니라 음식에서 즐길 수 있는 쾌락에도 열정을 다했는데, 그 결과 미식 서적을 준비해 읽을 만큼 미식가로도 알려져 있다. 그런 카사노바가 매일 빠트리지 않고 즐긴 음식이 바로 굴이다. 카사노바는 매일 아침 생굴을 50개씩 먹었다. 서양에서 굴을 사랑한 유명인은 비단 카사노바뿐만이 아니다. 나폴레옹은 전쟁터에서도 끼니마다 굴을 찾았으며, 클레오파트라 역시 굴을 즐겼다.
수산물을 날로 즐기지 않는 서양에서도 굴은 날 것으로 즐기는데, 17세기 영국 작가 토마스 풀러(Thomas Fuller)는 굴을 “사람이 날로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육류”라고 표현한 바 있다.

취재 오진희 기자


주목성
굴은 바다의 우유/바다의 인삼으로 불리는데, 요즘 같이 급격히 날씨가 쌀쌀해지거나 일교차가 큰 경우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에게 특히나 좋다. 산모의 경우 감기약 복용이 어려워 감기에 걸리면 크게 고생하게 되는데, 아연이 풍부한 굴을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 굴에 있는 아연은 건강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영양소로 단백질과 세포의 유전물질 DNA 생성에 관여한다. 또한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에 대항해 싸울 수 있도록 면역체계를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한 매체는 “대부분의 감기는 콧구멍과 목에 증식하는 리노바이러스(Rhinovirus)에 의해 발생한다.”며, “이때 아연은 리노바이러스가 증식하는 것을 예방하고 리노바이러스가 목과 코의 점막에 자리 잡는 것을 방지해 감기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덧붙여 전문가들은 아연 결핍 증상으로 면역력 저하로 인한 감기 발생은 물론, 성장지연/상처 회복 지연/설사/머리카락 손실/미각과 후각감퇴 등을 언급했다.
굴에는 아연뿐만 아니라 칼슘이 풍부해 학습능력을 좋게 해줄 뿐 아니라 눈의 피로도 줄여준다. 특히 아미노산 중 타우린이 풍부해 피로회복과 혈중 콜레스테롤의 수치를 개선해줘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수산물을 날 것으로 즐기지 않는 서양에서도 굴을 대체로 생굴로 섭취한다. 과학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지만 서양에서는 영어나 프랑스어로 달력이름에 ‘R’이 있는 달에 먹으면 안전하다고 여긴다. 이러한 풍토에 근거하면 생굴을 즐기기 위해서는 지금이 딱! 제철인 것이다.


역사성
서양의 수산물 생산량에서 굴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높은데, 이는 역사적으로 동양보다는 서양에서 굴이 각광받아왔기 때문이다. 카사노바, 나폴레옹뿐만 아니라 프랑스 작가 오노레 드 발자크 (Honore de Balzac)는 한 번에 12타스(1444개)의 굴을 먹었으며, 독일의 정치가 비스마르크(Bismarck)는 175개를 먹어 객석의 사람을 놀라게 했다고 전해진다.
국내 굴 식용은 선사시대 여러 패총에서 출토되는 굴 껍질뿐만 아니라 <동국여지승람>, <전어지>, <자산어보> 등을 통해 국내에서도 오랫동안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동국여지승람>에는 강원도를 제외한 7도 70고을의 토산물로 굴이 기록돼 있으며, <전어지>에는 “조석이 드나드는 곳 돌에 붙어살며 울퉁불퉁하게 서로 맞붙어서 방과 같다.”며 굴의 형태에 대해 기록했다. <자산어보>에는 “길이가 한 자 남짓하고 두 쪽을 합하면 조개와 같다. 생김새는 일정하지 않고 껍데기는 두꺼워 종이를 겹겹이 발라놓은 것 같다. 바깥쪽은 거칠고 안쪽은 미끄럽다.”고 언급했다.
<동의보감>에서 역시 굴에 대해 기록돼 있는데, ‘육(굴의 알)은 먹으면 향기롭고 보익하며 기부의 살갗을 가늘게 하고 얼굴색을 아름답게 하니 바닷 속에서 가장 귀한 물건’이라고 전한다. 또한 ‘모려(굴, 석화)는 성질이 고르며 맛은 짜고 독이 없다. 대장과 고장을 깔깔하게 하고 해변과 소변 및 도한(자면서 땀 흘리는 것)을 그치게 하고 설전과 여자의 대하적백(帶下赤白; 적백대하, 출산 후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을 치료하고 온학(열감기 중 하나)을 없애준다.’며, “동해에서 나고 아무 때나 채취하는데 일설에는 11월에 채취하는 것이 가장 좋다. 소금물에 한참 끓인 뒤에 물에 사루어서 분으로 갈아 쓴다.”고 기록돼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일본 등 동양에서는 단순히 먹는 식용만이 아닌, 의학용으로도 굴을 이용했다. 특히 굴의 알 뿐만 아니라 굴 껍질을 불에 구워 가루를 낸 후 출혈이 있는 외상에 발라 지혈제로도 사용하기도 했다.


접근성
동/서양에서 역사가 깊은 굴은 생산의 역사도 깊은데, 기록에 의하면 유럽에서는 기원전 95년경 로마인 세르기우스 오라타(Sergius Orata)에 의해 키우기 시작했다. 동양에서는 송나라 시대(420년 경)에 대나무에 끼워서 생산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단종 2년(1454년) 공물용으로 생산한 굴에 대한 기록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국내 굴 양식의 시작에 대해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1908년 경의 조사에 의하면 광양만 내의 섬진강 하구에서 일부 양식하고 있었다. 이때의 양식방법이 어떠했는지는 밝혀진 바 없지만, 돌이나 패각 같은 것을 바다에 던져 넣는 방법인 바닥식(투석식)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1908년 이후부터는 일본인에 의해 영산강 하구와 송전만 등에서 양식업이 시작됐다. 양식방법은 주로 소나무/대나무 등을 세우는 홍립식(篊立式)이었고, 1930년대에 이르러 가지줄(수하연)을 수직으로 매달아 양식하는 수하식(垂下式)이 개발됐다. 수하식은 수면을 입체적으로 이용하므로 생산성이 높고 굴의 질도 높다. 국내 굴양식은 1950년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광복 이후 김 수출의 격감으로 곤경에 빠진 김 양식 영세어민을 구제하기 위해 정부에서 굴 생산의 증대를 위한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한 것. 양식방법도 1950년대 말부터는 뗏목수하식 방법을 사용해 생산성을 크게 높였으며, 1960년대에는 연승수하식을 개발해 발달했다. 1980년대 들어와서도 생산량은 계속 증가했다.
한동안 국내 가공 굴 수출업계는 미국식품의약국(FDA)의 한국산 패류 수입금지 조치와 일본발 방사능 공포 여파로 수출량이 반 토막 나는 등 타격을 받았지만, 아직 호재가 없는 내수시장과 달리 최근 수출 시장이 부쩍 활기를 띠고 있어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시장성
지난 11월 15일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세계 최대의 굴 소비시장인 중국에 국내의 청정 생굴이 수출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aT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지난 11월 13일부터 15일까지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한 K-시푸드 페어에서 경남 통영의 굴 생산 업체 ‘진화’가 중국 업체와 연간 200톤의 수출 계약이 성사됐다고 전했다. 이번 수출 계약은 지난해 국내 전체 생굴 수출량(178톤)을 넘어서는 규모로, 앞으로 5년간 1000톤을 수출하는 장기 계약이다. aT농수산식품유통공사 관계자는 “국내산 굴을 세계 최대의 굴 소비시장 중국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굴 최대 소비시장인 중국에 진출함으로써 국내산 굴은 1만 원이 넘는 고가에 팔리는 프랑스산 굴을 대체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내산 굴은 중국 베이징 일대를 중심으로 8.7%의 점유율에 불과했다. 중국의 음식점들은 따로 떨어져 있는 개체 굴을 원했지만 국내에선 덩어리로 자라는 수하식으로 굴 양식을 하기 때문에 별도 작업장에서 개체를 분리하고 살균, 선별하는 작업을 거쳐야 했다. 국내 굴 생산 업체들에게 중국 굴 시장은 컸지만 인건비와 시설투자 비용, 높은 폐사율 등으로 인해 생굴의 중국 수출은 어려웠다. 그러나 생굴 수출 도전에 나선 진화가 베이징에 지사를 두고 활동하다 중국 내 최대 굴 수요처인 상하이에 직수입 채널을 뚫게 됐다. 진화의 정상렬 사장은 “중국인들의 소득이 늘어나면서 굴 등 수산물 수요가 커지는 것 같다.”며 “중국 바이어들이 통영 굴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패류 위생협정에 의해 관리되는 지정해역에서 생산된다는 점을 높이 샀다.”고 전했다.
이번 K-시푸드 페어에서는 굴 요리 전문 셰프를 초청해 ‘굴 요리 쿠킹쇼’를 진행하고 만찬메뉴로 제공했는데, 중국 측 참석자들은 국내산 굴의 신선도와 품질에 만족한 것으로 보고있다. aT 관계자는 “국내산 굴의 우수성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계기로 수출 시장에서의 우리 굴 시장은 더욱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발전성
정부는 수출 수산물 통합 브랜드 ‘K-Fish’를 출범해 수산업의 미래 산업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수출 진흥 정책을 통해 2017년까지 30억 달러의 수산물을 수출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굴의 수출 시장의 발전성은 충분히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내수시장에서는 이렇다 할 변화가 없다.
국내에서는 굴에 대한 호불호가 강하게 나타난다. 특히 특유의 비릿한 냄새와 먹고 난 뒤의 잔여감으로 젊은 층에게는 크게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지난 11월 4일 열린 농업인의 날 기념행사 ‘추수’ 갈라 디너에서 류니끄의 류태환 오너셰프는 굴을 훈제한 요리법을 선보여 굴을 좋아하지 않았던 이들의 입맛도 사로잡은 바 있다. 류 셰프는 “이번 행사를 위해 오랜시간 훈제한 굴을 선보였다. 기존에 선보였던 요리는 아니다.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요리법”이라며, “다양한 굴 활용을 통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어필 할 수 있을 수 있다. 굴을 갈아서 소스에 섞어 선보일 수도 있고, 졸여서 체에 거른 뒤 직접 소스 베이스를 만들 수도 있다. 굴 특유의 풍미는 살리면서 강한 임팩트를 고객들에게 선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굴수하식수협 관계자는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몸에 좋은 우리 굴을 알리기 위해서 매년 통영에서 축제를 개최하고 있으며, 지난 11월에는 국회의사당에서 통영 굴 시식회를 열기도 했다.”며, “다양한 굴요리를 위한 레시피 팸플릿도 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5년 12월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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