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민들에게 버섯을 먹지 못하도록 금지령을 내린 이집트의 파라오들, 달걀버섯을 진상하면 버섯 무게와 같은 양의 황금을 하사했던 네로 황제. 진시황제가 찾던 불로초는 영지버섯이었으며, 서너 시간만 자고도 활력이 넘쳤던 나폴레옹은 버섯이 상위에 오르지 않으면 신경질을 냈고, 조선시대 최장수 왕인 영조 대왕은 송이버섯의 광팬이었다. 서양에서는 ‘산 속의 소고기’, ‘채소 스테이크’라고 불리며, ‘버섯 장수는 장수한다.’는 속담까지 있을 정도로 버섯은 건강식품이란 인식이 강하다.
백악기 초기부터 지구에 존재해 다양한 속설을 갖고 있고, 현재까지 보양식 및 다양한 요리에 활용되는 버섯. 웰빙 바람에 힘입어 버섯 산업이 강세를 보이는 듯 하지만, 일각에서는 FTA, 종균/배지 연구 산업 부진으로 국내 버섯 산업은 정체기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최고의 보양식으로 즐기는 국내 자연산 송이버섯부터 부담없이 밥상에 오르는 느타리 버섯무침까지 다양한 식문화를 이끄는 ‘버섯’을 들여다보자.
취재 오진희 기자
주목성
봄에는 춘곤증을, 여름에는 무더위를, 가을에는 쌀쌀해진 날씨를, 겨울에는 눈보라를 이겨내기 위해 ‘보양식’을 찾는다. 계절별로 선보이는 보양식에 버섯을 종종 찾아 볼 수 있는데, 버섯이 메인으로서의 역할 뿐만 아니라 여러 식자재들과 함께 컬래버레이션을 멋지게 소화해내 활용성이 좋기 때문이다. 다양하게 선보이는 버섯 요리를 보면 봄/여름/가을/겨울을 막론하고 남녀노소 좋아함을 알 수 있다.
버섯은 아미노산과 지방, 철분, 비타민, 미네랄 등과 같은 인체에 중요한 영양성분뿐만 아니라 제 6의 영양소로도 불리는 식이섬유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다. 또한 피 속의 콜레스테롤을 낮춰줘 고혈압과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면역강화에 유익하다. 대부분의 식용 및 약용버섯들이 항종양과 면역조절물질을 함께 가지고 있는데, 그 중 중요한 다당류 성분에는 글루칸(Glucans)과 글리칸(Glycans)이 있다. 특히 버섯은 암을 예방한다는 베타글루칸을 함량하고 있어, 항암제로도 사용되고 있다.
버섯 항암제는 천연식품의 성분이라 부작용이 거의 없다고 알려졌으며, 기존의 항암제처럼 정상 세포까지 무차별 공격하지도 않는다. 베타글루칸은 가열해도 거의 파괴되지 않기 때문에 버섯을 꼭 생으로 먹을 필요는 없다. 다만 버섯을 먹을 때는 꼭꼭 씹어 먹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침과 섞이면 소화효소(아밀라제)가 분비돼 수용성인 베타글루칸이 더 잘 빠져나오기 때문이다. 버섯 불린 물이나 버섯 조림 국물도 버리지 말고 챙겨 먹으라고 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역사성
버섯은 지구에서 백악기 초기인 약 1억 3000만 년 전부터 존재했다고 알려져 있다. 처음으로 인공 재배된 버섯은 목이버섯으로, 서기 600년 경 재배가 시작됐다.
이후 팽이/표고/복령/양송이버섯 등이 재배됐다. 느타리 같은 주요 버섯들은 1900년대가 돼서 재배가 이뤄졌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개발돼 보급된 버섯 종류는 50여 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공통적으로 많이 재배/이용되는 버섯은 10종 정도다.
우리나라에서 역시 고대사회부터 버섯이 존재했다고 보고 있는데, 버섯이 기록된 최초의 문헌은 김부식의 <삼국사기>(1145)다. <삼국사기>에는 성덕왕 3년(704) 정월에 웅천주(현재의 공주)에서 금지(金芝 ; 木菌, 나무에 달린 버섯)를 진상했고, 성덕왕 7년 정월에 사벌주에서 서지(瑞芝 ; 地下菌, 땅 속에 있는 버섯)를 진상물로왕에게 올렸다고 기록돼 있다. 또한 허준의 <동의보감>(1610)에도 19종류 이상의 버섯이 기록돼 있으며, 조선후기 실학자 홍만선의 <산림경제>라는 책에도 송이와 복령 등의 버섯이 식용과 약용으로 사용됐다고 적혀 있다. 국내 버섯 재배는 일제 강점기 때 일부 버섯 재배방법이 들어와 소규모로 시작됐다. 1935년 표고를 필두로, 1955년 양송이버섯 인공 재배가 이뤄졌다. 현재 국내에서 인공재배가 가장 크게 이뤄지고 있는 버섯은 느타리와 팽이로, 느타리버섯은 1960년대 초기의 원목 재배에서 1970년대 볏짚·폐면 균상 재배법이 개발돼 재배 면적이 급속히 확산됐다. 이후 노동력 부족과 연중 안정 생산을 위해 기계화가 가능한 병 재배와 상자 재배 그리고 봉지 재배 기술이 개발돼 전국적으로 확대됐다. 팽이버섯은 1980년대 초반 국내에서 인공 재배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초반 대구광역시 달성군과 인접한 이서면 일대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서면 팔조리와 서원리 등에는 수십 개의 기업형 버섯 농장이 들어서 있는데, 그린피스 농장과 대흥 농장 등이 대표적이다. 두 농장을 중심으로 다른 지역보다 빨리 선점함으로써 팽이버섯 집산지가 됐다.
접근성
<RDA Interrobang 제 19호 - 버섯 연대기>에 따르면, 19세기 말 버섯 생산의 혁명이라 불리는 ‘배지살균법’과 ‘버섯균 접종기술’이 개발되면서 본격적인 버섯재배 시대가 도래했다. 파스퇴르연구소에서 개발한 이 기술들로, 깨끗한 배지와 버섯균의 순수배양이 가능하게 돼 버섯의 대량생산이 시작됐으며, 국내 버섯 산업은 초기의 수량성 낮은 원목재배에서 벗어나 1960년대 볏짚 재배법과 1970년대 솜 재배법 등을 개발하며 크게 성장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민경택 연구위원은 <세계농업 제 179호 - 중국의 버섯종균산업 현황>을 통해 “지난 20년 동안 빠르게 성장해 왔지만 일각에서는 최근 국내 버섯산업은 생산과 소비에서 정체 상태에 있다.”며, “버섯산업이 도약하기 위해서 기후 변화에 대응하면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종균과 재배기술 개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실 중국과의 FTA가 올해 체결되면서 버섯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접근성은 좋아졌다. 특히 올해는 인공 재배 버섯뿐만 아니라 자연송이 출하량이 2배나 급증해, 지난해 1kg에 100만 원이었던 자연송이가 지난달에는 1kg에 50만 원까지 떨어져 추석 선물로 각광받았다.
시장성
국민소득 증가에 따른 1인당 버섯 소비량의 변화를 우리나라와 일본 간에 비교해본 결과 우리나라는 국민소득이 35달러 증가할 때 마다 1인당 버섯 소비량이 10g씩 증가하는데 일본은 국민소득이 166달러 증가할 때마다 10g씩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우리의 버섯 소비 증가 속도가 일본보다 빠른 것을 알 수 있다. 국내 버섯 소비는 2000년 이후 일본을 앞섰으며, 향후 소득 증대와 소비자 기호의 변화에 따라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여전히 버섯 소비에 대한 촉진은 필요하다. 한국농수산대학 장현유 교수는 “현재 국내 버섯 농가 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전체 생산량은 늘어나고 있다.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잃은 것”이라며, “국내 버섯 산업은 수출확대에 주력하고 있는데, 내수시장 활성화에도 노력했으면 좋겠다. 국내 소비자들은 기능성 버섯을 선호하는데 표고버섯 원산지 표시 규정 등을 강화해 국내 버섯이 더욱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표고버섯은 옥수수 줄기와 나무 톱밥 등으로 만든 압착대목(배지)에 표고버섯 종균 등을 접종해 재배하는데, 현재 표고버섯 종균을 접종한 배지를 수입해 생산된 표고버섯의 경우 ‘국내산’ 표고버섯으로 표기된다. 이는 생산은 국내에서 이뤄졌으며, 종균에 대한 원산지 표시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발전성
버섯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버섯은 세계적으로 약 2만 여 종이 알려져 있으며 그 중 식용으로 개발 가능한 것은 2000여 종, 국내에 분포하는 버섯류로는 1600여 종이 기록돼 있다. 이들 중 국내에는 20여 종이 재배되고 있으며, 대부분 식품 또는 기능성 식품으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식지 않은 ‘웰빙’ 바람에 국내 소비자들은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뜨거워 대표 건강 식자재인 ‘버섯’의 활용이 용이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버섯이 메인 메뉴보다는 밑반찬 및 국물용으로 많이 사용돼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버섯은 건강식품으로 알려져 있긴 하지만 어떤 버섯이 어디에 좋은지 등 구체적인 내용이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버섯 소비가 메인 메뉴로까지 이어지지 않는 것이다. 버섯 종류와 효능에 대해 파악한 뒤 레스토랑 등에서 적극 홍보한다면 메인 메뉴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한편 현재 ‘골든 시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종균 배양 등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고 있으며, 올해 초 세계적 버섯 트렌드에 맞춰 유기농 버섯 사업단을 구축해, 앞으로의 활동 결과가 기대되고 있다.
<2015년 10월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