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 마케팅을 살펴보자면 2006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저출산 문제가 대두되면서 부모들은 1~2명의 자녀에게 온갖 정성을 쏟아 부을 것이라며, 가족들이 많이 찾는 패밀리 레스토랑에 놀이방까지 형성되면서 키즈 마케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런데 최근 외식 업계에 ‘No Kids Zone’을 선언하는 새로운 분위기가 형성
되고 있다. 테이크아웃(Take Out) 혹은 김밥과 같이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점포는 키즈 마케팅을 선호하고 있는 가운데, No Kids Zone을 외치는 레스토랑이 늘어남에 가족 외식을 꿈꾸는 부모들의 고민이 늘어나고 있다.
취재 오진희 기자
업소의 낭낭한 역습, No Kids Zone
지난해 커뮤니티를 통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단어가 있다. 바로 ‘낭낭하게’라는 말이다. 이 말의 근원은 한 식당 리뷰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서비스가 실망이었어요.”라며 시작되는 이 리뷰에는 짜장면 2그릇을 시키며, 군만두와 짜장면 곱배기를 시키자니 남을 것 같아 아기가 먹을 군만두 몇 개와 짜장면 한 그릇의 양을 낭낭하게 해달라고 부탁했고 이를 거절당하자 기분이 상했다고 적혀 있었다. “이게 무슨 어려운 일이냐”라고 쓴 리뷰에 네티즌들은 “너무 낭낭히 요구했다.”며 비아냥대기 시작했다. 올해 초에는 한 카페 테이블에 아기 똥 기저귀를 놓고 간 사진이 인터넷에 올랐다. 이 사진을 시작으로 카페 쇼파 사이에 껴 있는 기저귀 등의 사진들이 퍼졌고, 순식간에 노 키즈 존(No Kids Zone)을 반기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노 키즈 존을 선언하는 식당이나 카페도 다양하게 생겨나게 됐는데, 직접적으로 문 앞 팻말을 걸어 몇 세 이하의 아이는 출입이 안 된다고 알리기도 하고 어린이용 의자와 식기 등을 구비하지 않으며 간접적으로 거절하기도 한다. 그동안 아이를 세워 요구하는 서비스, 쓰레기 무단 투기 등과 같은 개념 없는 행동, 시끄럽게 굴거나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방관한 부모들에게 식당의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애견/묘 출입 카페, 식당들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참 기이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노 키즈 존을 반기는 사회
지난 2011년 한 식당에서 뜨거운 물이 담긴 그릇을 들고 가던 종업원과 10세 어린이 손님이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어린이 손님은 화상을 입었다.
법적 공방 끝에 2013년 부산지법은 식당 주인과 종업원에게 ‘41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시야가 확보되지 않은 출입문에서 종업원은 주의해야 했고, 식당 주인은 이를 교육시켜야 했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은 자녀를 돌보지 않은 부모에게 30%의 책임을 지게 했다. 아이가 많은 식당에서 부딪히는 사고는 꼭 직원과 어린이 손님 간이 아니더라도 한 번쯤은 나게 된다. 그럼 이는 누구의 탓이 될까. 자리에 앉아 밥을 먹지 않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제재는 누가해야하는 것일까.
계속되는 갈등으로 자녀에게 공공예절 지키는 법과 타인을 배려하는 법 등을 훈육하는 부모들도 증가하고 있다.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들이 많이 방문하는 테마파크에서는 즐겁게 놀면서도 아이들이 예절을 배우고 바른 인성까지 키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줄어드는 어린이 시장에 따라 노 키즈 존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영업에는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이야기다. 어린이 시장은 점점 좁고 고급화되기 때문에 대중적인 식당가에서는 고객의 타깃을 분명하게 정해 공략하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
Welcome! Kids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키즈 마케팅을 선보이는 몇몇 업체들을 찾을 수 있었는데, SPC그룹이 운영하는 쁘띠5/CJ 푸드빌의 빕스/이바돔 감자탕이 그 예다. SPC그룹의 쁘띠5는 한남동에 위치한 프리미엄 키즈 카페다. 북유럽풍의 인테리어가 아이들은 물론이고 엄마의 마음까지 사로잡는다. 쁘띠5에서는 쿠킹 클래스 및 아트 클래스, 키즈 클래스를 진행한다. 또 파티 진행을 할 수 있는 대관 사업도 펼치고 있다.
가족들과 편안하게 갈 수 있는 이바돔 감자탕의 경우에도 가족 고객 공략을 위한 키즈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숍인숍 개념으로, 한 매장 안에 감자탕 외식과 키즈랜드, 카페, 전통한옥의 느낌을 모두 경험할 수 있도록 2세대 매장으로 변화한 것. 이에 지난해 ‘2014 한국프랜차이즈 대상’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한 바 있다.
CJ 푸드빌의 빕스는 패밀리 레스토랑 중에서는 가장 적극적으로 키즈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데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레스토랑 내 놀이방과 키즈 맞춤형 샐러드 바를 마련하기도 했다(매장에 따라 상이).
가족이 함께 즐기는 공간 ‘빕스’…
아이 무시할 수 없어
빕스는 업계 최초로 어린이들만의 전용 샐러드바인 ‘키즈 파티 테이블’을 도입하는 등 키즈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오픈한 부산 센텀시티 홈플러스 점과 광교 아브뉴프랑점에서는 ‘키즈 파티 테이블’을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키즈 파티 테이블은 ‘동글 토마토 냠냠 소시지’, ‘키작은 핫도그’ 등 재미있는 이름의 키즈 메뉴를 출시하고 어린이 전용 그릇을 별도로 배치하는 등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시설이다.
야탑점에서는 ‘쿠킹 클래스’를 운영 중이며 매장 견학 프로그램, 돌잔치 등 키즈 고객들을 위한 맞춤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수유실, 놀이방 등 영유아를 위한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빕스 관계자는 “어린이 안전사고 예방 차원에서 매장 내 놀이방에 ‘어린이 안전수칙’ POP를 게시하고 있다.”며, “대방점, 광교점, 센텀시티점 놀이방에는 안전성이 우수한 벽지, 두꺼운 포 등을 사용하고 정기적인 청소와 소독(향균 크리닝)으로 사후관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패밀리 레스토랑’이라는 말 그대로 가족이 함께 즐기는 공간으로 노 키즈 존을 실행하는 곳과는 반대로 어린이들이 직접 이용할 수 있는 키즈 샐러드 바, 어린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별도의 놀이방이라는 공간을 만들어 엄마들뿐만 아니라 함께 식사하는 다른 고객들에게도 편안함을 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특히 자식/손자에게 만큼은 주머니를 열게 한다는 식스포켓(부모/조부모/외조부모)이 늘면서 키즈 산업의 성장세는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 키즈 존, 과연 정답일까?
노 키즈 존을 반기는 분위기에 아이를 둔 부모의 경우 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개념 없이 군 몇몇의 부모 때문에 가족이 함께 외식할 수 있는 레스토랑이 현저히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키즈시즘’이라는 의견도 나오기 시작했다. 키즈시즘이란 레이시즘(인종차별)에 빗대어 아이에게 가해지는 차별대우를 말한다. 카페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들, 커피 한 잔 혹은 아무도 안 보이는 자리에 아무것도 안 시키고 앉아서 몇 시간이고 공부하는 학생들 등 타인에게 불쾌감과 불편함을 주는 것은 아이들만이 아니다. 외식업계 내부에서도 “무조건적인 비판 보다는 효용성을 따져 현명하게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실제로 지난 사건으로 인해 뜨거운 음식이 오가는 식당을 방문할 때 아이들을 배려하는 시설이 갖춰져 있는지 확인하고 이용하는 부모들이 늘고 있어, 매출 신장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키즈 마케팅은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를 높일 수 있으며, 2차/3차 산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부모 역시 공공장소에서의 예의를 아이들에게 잘 교육해야하지만, 외식업계에서도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2015년 10월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