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르도와인, 존탁호텔, 니스 트럭테러…
일주일에 닷새만을 일하고 휴가기간 동안에도 급여를 준다는 제도를 통해 일하지 않고 논다는 행위가 어떻게 GDP의 7%를 차지하는 거대 산업으로 커지게 됐는지는 지난 7월호에서 간단히 소개했다. 그렇게 발달한 유럽의 휴양지들을 꼽자면 스페인의 이비자, 말요르카, 코스타 델 솔, 이탈리아의 아드리아해안, 프랑스의 지중해 연안, 에게해의 그리스 섬들을 떠올릴 수 있겠다. 하지만 그중에서 대표적인 곳을 꼽으라면 남불의 상 트로페Saint Tropez가 아닐까? 이곳을 다녀와야 유럽에서 좀 놀아봤다고 할 수 있으리라.
사실 프랑스 해안지역은 어디든 역사적으로 영국인들, 러시아인들과 관련이 있고 지금도 곳곳에 자취가 남아 있다. 금세기의 셀레브리티 이전에 이미 19세기 말 철로가 놓이면서 당시의 셀레브리티들이었던 전 유럽의 왕족, 귀족들, 멀리서는 러시아의 황족들이 전용열차로 드나들기 시작했었다. 프랑스 땅 절반을 영국왕실에 혼수로 가져간 엘리에노르Elinor d'Aiquitaine 왕비와 관련된 보르도지역 전체는 물론이고 한국 최초의 서양식 호텔의 주인이었던 러시아인, 앙투아네트 손탁Antoinette Sontag 여사가 말년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 칸느Cannes, 최근 벌어진 테러의 장소로, 19세기 영국인들을 위해 지어진 니스Nice의 프로므나드 데 장글레Promenade des Anglais(영국인산책로)가 있다. 상 트로페도 영국과의 전쟁, 영국군을 포함한 연합군의 반격기지로 활주로가 설치되는 등의 역사가 있다.
전설의 탄생Un mythe est né
상 트로페 지역이 세계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1950년대 브리짓 바르도Brigitte Bardot가 출연했던 새로운 양식의 영화들Nouvelle Vague이 이곳에서 촬영되고 이러한 휴양지에 어울리는 가벼운 음악Ye-ye이 유럽에서 인기를 끌면서였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작은 어촌에 불과하던 이곳이 가십거리가 된 것은 당시 막 도입되기 시작한 제트기를 타고 세계 대도시를 오가며 파티를 벌이던 극소수의 부자들 때문이다. 당시 몇몇 대도시를 제외하면 제트기가 내릴 수 있는 활주로가 있는 곳이 몇 군데 되지 않았는데 마침 2차 대전 후 활주로가 비어 있던 이 작은 마을은 ‘젯 셋Jet set’이라 불린 유럽과 미국의 초상류층들이 사람들의 눈을 피해 휴양을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라 레제르브가 자리한 라마튜엘은 향락으로 너무나 유명한 상트로페와 가까운 언덕으로 땅은 내륙에서 코르시카 섬을 향해 튀어나온 곶이다. 프랑스 남부 해안은 마르세이Marseille를 중심으로 왼쪽의 오목한, 론Rhone강 하구과 오른 쪽의 볼록한, 알프스산맥 남쪽으로 구분할 수 있다. 왼쪽으로는 최근 천일염 논란으로 유명해진 카마르그Camargue, 로마 유적으로 유명한 아를Arles, 님므Nimme, 몽펠리에Montpellier, 지난 7월호에 소개한 라 그랑드 모트La Grande Motte 등이 펼쳐지고 스페인과의 국경을 이루는 피레네 산맥으로 다가가면서 나르본느Narbonne, 페르피냥Perpinan이 있는데 국내 여행자들에게는 덜 알려진 지역들이라 하겠다. 오른쪽으로는 로제와인의 대표인 방돌Bandol, 군사상 중요한 툴롱Toulon, 상 트로페St.Tropez, 영화제로 유명한 칸느Cannes, 휴양도시 앙티브Antibes, 향수의 수도인 그라스Grasse, 니스Nice 그리고 모나코Monaco를 거쳐 이탈리아로 연결되는 프랑스 남부의 코트 다주르Côte d'Azur(쪽빛 바다) 지역의 도시와 관광지들이 있다.
건축가와 건축주L'architecte et le client
쟝 미셀 빌모트는 1950년대 지어진 건물의 구조를 살려내 5성급 호텔-스파를 만들었다. 지어진 그 해, 세계적인 디자인 잡지 ‘월페이퍼’가 주는 디자인상의 2011년 ‘베스트 뉴 호텔’로 지명됐고 이듬해에는 프랑스 관광청으로부터 5성급 시설 중에서 그 특별함을 인정받아 ‘팔라스Palace’로 구분됐다.(‘팔라스’의 구분은 7월호에도 설명했는데 2015년 기준으로 프랑스에는 310개의 5성급 호텔이 있고 그 중 특별한 16개의 호텔을 팔라스Palace라고 한다. 파리에는 70개의 5성급 호텔이 있고 그중에 팔라스Palace 는 만다린 오리엔탈Madarin Oriental 포함 8개다.)
미셀 레비에르 호스피탤리티 그룹은 제네바, 파리, 라마튜엘의 라 레제르브 호텔 이외에도 코 데스투르넬 와이너리의 호텔La Chartreuse Cos d'Estrournel, 융프라우 빅토리아Victoria Jungfrau, 루체른 팰리스Palace Luzerne, 취리히 호수의 에덴Eden au lac Zurich, 베른 벨뷰 팰리스Bellevue Palace Bern, 그리고 세일러Seiler Hotels 그룹을 통해 몽 세르방 팔라스Mont Cervin Palace, 몬테 로자 호텔Hotel Monte Rosa을 소유하고 있으며 자신의 이름을 딴 샴파뉴, 한국에도 소개된 헝가리 귀부와인 헷졸로Tokaj Hetszolo, 너무나도 유명한 코 데스투르넬Cos d'Estournel의 와이너리를 소유하고 온라인 와인숍Vins & Privilèges과 두 개의 헬스케어회사를 운영하는 종합 호스피탤리티 그룹이다.
절대적인 평온함Une serenité absolue
미셀 레비에르에게 라 레제르브 호텔로는 제네바와 파리에 이어 세 번째였다. 세계의 셀레브리티들이 반한 멋진 자연환경에 녹아들어 푸른 참나무와 소나무가 그늘을 드리운 언덕의 가운데 자리한 라 레제르브 라마튜엘은 그 우아함을 가벼이 강요하지 않는, 농밀한 휴식처이다.
쟝 미셀 빌모트의 지휘 아래 근대건물은 21세기의 럭셔리한 호텔로 탈바꿈한다. 버려진 폐허로부터 건물의 덩어리를 읽어냈고 건물의 흙벽과 벽돌들을 살폈다. 아주 모던한 선을 자랑하는 이 건물과 12채의 임대형 빌라를 포함하는 부지는 9000㎡(3000평)에 달하는데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빌라로 둘러싸인 건물의 미래적인 지붕선이다. 이런 구석진 처소를 찾는 도시의 은자들은 웬만한 번쩍이는 것에는 눈도 깜빡 하지 않을 테니 첫인상에 디자인의 성공여부가 달려있다. 디자인 팀은 기존 건물의 배치를 최대한 존중하며 지중해와 나무로 덮인 언덕과 경쟁하지 않고 오히려 풍광을 끌어안고 장소를 만들어냈다.
19개의 스위트(100㎡)를 포함하는 28개의 방에는 각각 프라이빗 테라스 혹은 정원이 딸려 있어 말 그대로 지중해의 쪽빛에 물들 것 같고 주변의 자연을 받아서 황토색, 흰 색 그리고 모래빛의 멋들어진 색조를 머금은 자연재료들로 꾸며졌다.
빌모트는 파올로 렌티Paolo Lenti, 타이 핑Tai ping 등의 최고급 카페트, 마르크 가이센Marc Geisen, 키퍼Kieffer의 마, 면으로 된 커튼, 한스 웨그너Hans Wegner, 핀 율Finn Juhl, 플렉스폼Flexform, 모로조Moroso, 폴트로나 프라우Poltrona Frau, 비앤비 이탈리아B&B Italia, 로다Roda의 현대식 가구들을 적절히 섞어 전체적으로 지나치지 않은 선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그 모든 중심에는 1000㎡(300평)의 스파, 10개의 트리트먼트 캐빈, 솔라리움, 2개의 실내외 수영장, 하맘이 네 개의 프로그램(스트레스 해소, 피트니스, 슬리밍 그리고 뷰티)으로 짜여 있고, 바 그리고 레스토랑이 더해져서 부족함이 없는 이 호텔을 완성하고 있다.
라 레제르브 라마튜엘은 리딩호텔스Leading Hotels(www.lhw.com), 화이트라인호텔스White Line Hotels(www.whitelienhotels.com) 그리고 디자인호텔스Design Hotels(www.designhotels.com)의 멤버 호텔이다.
류근수
빌모트 에 아쏘씨에 한국지사 대표
대구 출신으로 지난 20년간 서울, 파리 그리고 오포르투의 여러 건축회사에서 건축 관련 실무경험을 쌓았다. 2009년부터 파리 소재 빌모트사에서 근무하며 니스 축구장 복합 개발, 오를리 CBD 개발, 튀니지 리조트 호텔 등의 도시/건축사업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