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두 지방시설이 있습니다. 지방호텔과 지방서점, 이 두 시설은 가구라는 요소가 어떻게 환대시설의 아이덴티티가 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잘 쓰면 약이 되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되는 것이 디자인과 가구입니다.
지방호텔_ 씨마크호텔
씨마크호텔은 남해 사우스케이프와 함께 지방에 위치한 대표호텔로 불리한 지리조건을 공유하지만 전혀 다르기도 합니다. 씨마크호텔은 무엇보다 바닷가에 자리한 순백색의 건물로 유명하죠. 이 건물을 디자인한 건축가는 백색 건축물로 유명한 미국 건축가 리차드 마이어입니다. 건축 공부를 한 이들에게는 모더니즘을 계승한 ‘뉴욕 파이브’의 일원으로 그들 중에서도 르코르뷔지에의 건물이 가진 형태미를 가장 잘 소화한 인물로 알려져 있죠. 순수한 형태를 드러내기 위해 흰 색만을 쓰는 그의 건축은 바르셀로나, 프랑크푸르트, 그리고 LA의 미술관이 대표작이고 호텔은 사실 그다지 알려진 작업이 없었습니다.
사실 경포대, 이 자리에 호텔을 설계한 것은 리차드 마이어가 세 번째쯤 될 겁니다. 그 전에는 재일교포 이타미 준이 설계를 했었고 그 전에는 또 다른 외국건축가가 설계를 했다고 합니다. 서로 맞지 않았겠죠. 결국 현대그룹 관계자의 자녀분이 리차드 마이어 회사에 근무하고 있어서 그를 소개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그 외에도 조경은 뉴욕 하이라인 공원으로 국내에 잘 알려진 제임스 코너가, 한옥은 북촌 취죽당의 황두진 건축가가 설계했습니다.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조명설계를 맡은 옵제르바투아르 인터내셔널은 쟝 죠르쥬, 알랑 뒤카스 등의 레스토랑을 도맡아 하는 유명한 회사입니다. 이번 경우에는 모더니즘 건물이 날 것으로 한국에 직접 들어온 것이라서 말 그대로 직수입된 ‘서양건물’인데 한옥이 함께 있어서 그 대조가 재밌습니다. 한편으로는 좀 더 적극적으로 합쳐졌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이번 여행에는 국내 최고급 리조트회사의 관계자 두 분, 지난 호에서도 함께 했던 블로거, 인테리어디자이너, 상업개발자가 동행했습니다. 소문으로만 듣던 그 면목을 송지혜 매니저의 상세한 안내로 볼 수 있었습니다. 로비에서는 페디매트도 건축공간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 조금 방해가 됐었는지 지금은 자리하지 않았고, 언뜻 봐도 유명한 가구들이 짙은 뱀무늬의 세르페지안테(Serppegiante) 대리석 바닥 위에 놓여 있습니다. 무엇보다 바닷바람에 펄럭이는 잉고 마우러의 황금리본(Golden ribbon)이 압도적입니다. 웰컴 드링크와 함께 체크인이 진행된 2층 ‘더 라이브러리’는 1층 못지않게 유명한 가구들이 놓여 있는데 이미 SNS 상에 널리 알려진 쟝 프루베의 탁자와 의자, 디터 람스, USM의 선반 그리고 브리온베가의 오디오가 공간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시원한 백포도주 한 잔하면서 방을 정합니다. 코너 스위트에 짐을 풀고 로비로 내려와 다른 시설들을 안내 받았습니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든 유명한 가구들이 많더군요.
이 호텔 건축 사업에서 기본계획을 담당한 외국 건축가, 외국 조경가, 외국 조명기술자, 그리고 기본설계와 실시설계를 담당한 국내 건축, 조경, 인테리어디자이너, 가구큐레이터의 역할이 명확하게 정의돼 시행됐고 왠지 건축개념의 일관성보다는 시장을 겨냥한 다양성이 강조됐다고 할까요? 필자는 이 부분에서 외국업체의 사업 방식에 대해 잘 알고 있기에 마무리를 맡은 국내업체와 운영업체의 노고를 모른 체 할 수 없습니다.
5층으로 올라갑니다. 바다로 시원하게 내지른 ‘비치 온 더 클라우드’는 마침 비가 살살 내려 아쉬웠지만 바닷가에 자리하면서 늘 날씨가 좋을 수만은 없다고 위안 삼으며 내일을 기약합니다. 호텔 15층을 통째로 쓰는 프레지덴셜 스위트도 둘러봤습니다. 공간의 비례와 난로가 느닷없이 이국적인 느낌을 주더군요. 잉고 마우러의 스탠드도 봤고 덴마크 도어 하드웨어인 Dline의 실린 더 손잡이, 그리고 무엇보다 동해 하늘에 떠 있던 프랭크 게리의 구름(Cloud)이 인상에 남습니다.
더 늦기 전에 준비된 셔틀버스를 타고 나비가 쉬어간다는 한옥 별채를 둘러봅니다. 밖에서 보면 완전 전통한옥입니다. 마침 한옥을 고치고 있는 중이라 툇마루 디테일 등이 눈에 들어옵니다. 침실을 비롯한 내부 시설은 사용하는데 편리하도록 현대식 시설을 솜씨 좋게 잘 섞었습니다. 시간이 부족해 별동인 ‘아산트리움’은 둘러보지 못해 아쉬움이 남습니다.
저녁 무렵 ‘셰프스 테이블’에서 강원도 제철 식재료를 이용한 맛난 음식과 함께 남상무 총지배인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요. 사실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다는 것은 비단 접근이 어렵다는 것만이 아니라 복잡한 문제들을 수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필요한 부분에, 적절한 때에 일정 수준의 지역 노동력을 공급한다는 문제, 강릉시, 강원도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도 해야 하며, 동종업계와 상생해야 하는 지역호텔이기도 하지만 한국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호텔로서 수도권 소비자의 감성에 맞는 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두 측면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부분으로 사우스케이프 실무자도 격하게 공감합니다. 총지배인님과의 대화는 황금리본 아래에서 이어집니다. 물론 그 후로도 우리는 호텔방에서 못 다한 이야기들을 했고요.
다음 날 아침에 수영을 하면서 실내외수영장과 피트니스시설을 둘러봤습니다. 가랑비가 바람에 흩날리는 약간 흐린 날씨에 인피니티풀과 온탕을 독점합니다. 그렇게 정신을 차리고 나서 돌아와 방을 둘러보니 제가 좋아하는 아르퍼(Arper)의 너른 의자가 바다를 향해 놓여 있네요. 호텔 텃밭에서 키운 고구마와 옥수수가 옆에 있었는데 지역성을 잘 살린 웰컴 기프트입니다. 이제서야 차분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아침식사를 한 ‘더 레스토랑’에서도 잉고 마우러의 빨간 캄파리를 볼 수 있었죠. 이렇듯 국내외 최고의 디자이너들이 호텔의 안과 밖에 좋은 디자인을 남겼고 그 이미지를 유지하는 것은 이제 운영진들의 몫입니다.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지요.
큐레이션
큐레이티드 라이프스타일, 퍼니쳐 큐레이션, 북 큐레이션. 요즘 호텔들이 쓰는 말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스타일, 가구, 그리고 책을 허투루 고르지 않았다는 거겠죠. 앞서 말했듯이 리차드 마이어가 이 호텔을 설계했습니다. 그의 디자인에 한국시장의 특수성이 더해졌습니다. 건축 자체에도 그런 면이 있었지만 보통 디자이너는 자기가 이름을 건 작품에 자기보다 훌륭한 혹은 자기만큼 훌륭한 디자이너의 작품을 옆에 두지 않습니다.
하지만 씨마크호텔의 경우 외국의 건축가와 협업한 조경, 조명분야는 건축과 조화를 잘 이뤘는데, 반면 가구와 플로어, 스탠딩, 펜던트 조명 등은 좀 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외국에서는 평범한, 튀지 않는 사무실 건물, 관공서, 교육기관을 독특한 디자인의 인테리어, 가구로 장식하고 독특한 호텔, 레스토랑은 건축가, 인테리어디자이너가 직접 디자인한 가구를 비치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다르죠. 유명 디자이너의 가구 혹은 오너가 수집한 빈티지 가구를 로비 등에 비치하는 것은 최근에 만들어진 대기업계열 부티크호텔, 업스케일호텔, 라이프스타일호텔 등의 특징이 되고 있습니다. 에르메스가구로 유명한 호텔28, 카푸치노호텔에서는 로비에 네리 앤 후 디자인의 의자, 화장실에 잉고 마우러 회사의 캄파리를, 지난 호에 소개한 아난티 해운대 10층 로비, 청음실의 빈티지 소파 등 사례를 두 손으로 꼽기 힘들 정도로 많은 호텔들이 그런 경향을 따르고 있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홍보효과도 뛰어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씨마크 호텔은 그 절정이 아닐까 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최고의 호텔에 걸맞게 부룰렉형제의 알코브 소파는 물론 에로 사리넨, 프랑코 알비니, 르코르뷔지에, 임스부부, 쟝 프루베, 디터 람스, 프랭크 게리, 죠지 나카시마의 가구들이 중앙에 떡하니 자리하고 객실에는 아르퍼, 브리온베가, USM, 잉고 마우러 등 정말 한 자리에서 보기 힘든 가구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가구분야의 선택, 디렉션을 한 것은 이가솜씨(이가스퀘어)의 이상철이란 분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소문이 맞는다면 한창기 선생님이 만든 잡지 ‘뿌리깊은나무’와 ‘샘이 깊은 물’의 아트디렉터로 최근에 디터 람스와 엔조 마리 전시를 기획한 대단한 실력자일 것입니다.
지방서점_ 삼일문고
10월 초 길었던 추석연휴에는 차를 몰고 고향인 대구로 내려갔습니다. 한창 마무리 중인 한옥에 어울리는 물건을 어머니 가게에서 갖고 오려는 소정의 목표가 있었지요. 국도로 내려가던 참에 구미에서 멈췄습니다. 이미 저녁이었지만 아내에게 가보고 싶었던 서점이 있다는 말을 건네며 양해를 구했습니다.
붉은 벽돌로 차분히 덮고 낮은 색온도의 불빛이 은은하게 스며 나오는 건물의 외관은 그 누구라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큰 피봇 문으로 들어가면 그 안 역시 온통 벽돌과 나무. 겉과 속이 같습니다. 누구는 스위스건축가 마리오 보타가 붉은 벽돌을 쓴 교보문고를 떠올릴 수도 있겠습니다. 이름에서도요.
“으아아아 좋다.”를 내지르며 부부는 이쪽저쪽으로 흩어집니다. 책을 읽기 좋아하는 아내와 책을 사기 좋아하는 남편은 책들을 아무렇게 채워놓지 않았다는 것을 공통으로 느낍니다.
추석연휴 주말임에도 손님들이 많았습니다. 계산하는 곳에는 젊은 직원과 사십대로 보이는 아저씨 한 분이 앞치마를 입고 분주히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고요.
혹시 서점을 설명하는 자료가 있냐고 물어봤습니다. 지하로 내려가는 중간에 자그마한 공간이 있었고 그곳에 서점의 건축도면이랑 모형을 봤거든요. 직원은 딱히 준비된 자료는 없다고 합니다. 흠. 흥분이 가라앉습니다. 다시 숨을 가다듬고 꼼꼼히 살펴봅니다. 이제 눈에는 ‘레이 포에트리’가 공들인 세련된 글씨, ‘인물’란이 따로 있는 분류, 하이파이 마니아들의 로망인 JBL스피커 K2 S9500모델이 자리한 다목적 공간, 밑에 바퀴를 달아 대규모 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한 이동형 서가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옵니다. 벽돌을 재치 있게 이용한 선반도 보이고요.
계산하는 손님들이 뜸해졌을 때를 노려 사람 좋아 보이는 사장님을 찾았습니다. 잠시 대화를 하고 싶다고 해서 옆의 카페 비블리오(Biblio)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카페 비블리오의 커피원두는 앤트러사이트가, 콜드브루액은 대구 앵커커피가 공급합니다. 기계도 좋은 것을 사용하고 있었고 바리스타의 실력도 보통이 아니라고 합니다. 앤트러사이트는 커피원두를 품종이 아니라 파블로 네루다, 가스통 바슐라르, 나쓰메 소세끼, 윌리엄 블레이크, 헤르만 헤세 등 문학과 관련된 이름으로 붙이는 것도 서점과 잘 어울려서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들의 홈페이지를 보면 필자도 좋아하는 The Bad Plus와 Pink Floyd의 음악을 좋아한다고 나와 있는데, 역시 생각했던 것만큼 분위기가 잘 맞았습니다. 사실 앤트러사이트는 이미 오래 전부터 마포, 제주 그리고 이태원에서 접했습니다. 뒤에 소개할 매터앤매터, 아이네클라이네도 그들과 연결돼 있죠. 세상은 좁습니다. 언제 한 번 커피숍만 따로 소개해야겠네요.
다시 우리의 대화로 돌아갑니다.
사장님은 신혼가구로 아이네클라이네 제품을 쓰기 시작했고 현재는 자택에 스무 점 정도의 모델이 있다고 합니다. 함께 서점을 이야기했던 것도 먼저 그네들이었답니다. 전 세계의 유명한 서점은 다 가봤다고 합니다. 출판업을 하는 아내의 도움도 받으며 어느 정도 진행하다가 보니 가구 정도로는 그 꿈을 담기가 버거워서 가구회사가 건축설계회사 에이라운드를 소개해줬다고요. 그 건축가가 그래픽 디자이너 레이포에트리를 소개하고, 그렇게 꿈은 좀 더 커지고 단단해져서 2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다행히 부친의 사업체를 물려받아 운영하던 건물의 1층과 지하에 공간을 만들었고 여러 에피소드를 남기고 가게를 열 수 있었답니다.
그가 꿈꾸는 공간은 책을 판매하는 상업시설이지만 말 그대로 남녀노소가 모이는 호스피탤리티 시설이고 지역문화를 만들어 내는 커뮤니티 시설입니다. 그런 공간을 위해서 가구와 건축에 주문한 것은 책을 위한 배경이 돼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뜻을 모아 한정된 예산에 맞춰 에이라운드와 아이네클라이네는 설계, 시공 그리고 재료의 조합에 이르기까지 많은 고민을 함께 했고 결국 서로가 원하는 만큼의 결과를 뽑아낼 수 있었습니다.
시간을 견디는 가구
여러 경제적인 상황에 따라 자영업으로 내몰린 사람들이 목공을 하게 됐고 조금씩 맞춤가구를 만들어 파는 회사들이 늘어났습니다. 그러다 이케아가 한국시장으로 들어오면서 영세가구업체들이 어려워지기는 했지만 시장은 오히려 소규모 맞춤가구시장이 형성되며 다변화됐죠. 매체를 통해 여러 업체들이 소개됐고 주목을 받았습니다. 개중에 지켜보던 브랜드로는 인도네시아 폐선에서 회수한 목재를 썼던 매터앤매터, 짝퉁 북유럽가구 열풍에서 돋보였던 아이네클라이네, 그리고 곧은 가구를 들어내는 내촌목공소가 있습니다. 매터앤매터와는 성당을 설계하며 협업할 기회도 있었지요. 학교에서 주거환경, 금속공예, 목공을 배웠고 디자인문구회사를 다니던 두 사람이 각자의 가구회사를 운영하다가 하나로 모은 회사로 그 이름 ‘아이네클라이네(Eine kleine)’는 ‘소소한’이란 뜻입니다. 그들의 홈페이지를 보면 ‘일상’, 생활의 ‘배경’ 같은 낱말들이 적혀있습니다. 디자인에서도 그 맘이 느껴지고요.
이들도 가볍지 않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SNS상에서 아이네클라이네가 경상북도 구미시의 어느 서점에 납품을 한다는 소식을 봤습니다. 아니 서울도 아니고 구미 같은 지방도시에, 그것도 개인주택이 아니라 요즘 다 망해가는 서점에서 비싼 돈을 들여서 가구를 맞췄다니, 제 리스트에 담아 두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책 읽는 철인
김기중 사장은 알고 보니 같은 대학 동기였습니다. 서로의 인연을 확인하며 “어디선가 마주쳤겠네요.”하는 그는 제가 던지는 즉흥적인 질문에도 “세 가지가 있는데, 첫째는…” 식으로 답할 정도로 논리가 서있었습니다. 두드러진 어깨선을 보고선 어떤 운동을 하시냐고 넘겨짚었을 때, 자전거를 조금 탄다고만 했던 그는 알고 보니 철인이었습니다. 그것도 미국 횡단 자전거 대회인 RAAM(Race Across America)을 두 번씩이나 도전해서 2인 경기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을 정도입니다. 이 대회는 서부에서 동부까지 미국 대륙을 가로지르는 4800km의 경주로 출발부터 도착까지 모든 시간을 재는 경주입니다. 이론상으로 잠을 자지 않고 시속 80km의 속도로 60시간을 달려야 합니다. 실제로는 8일 정도의 기록으로 우승한다고 합니다. 잠이 모자라 환각상태에 빠져서도 페달을 밟아야 하는 철인들의 경주입니다. 방송에도 소개됐었네요. 어릴 적부터 비만이 심했던 김기중 대표는 잘못된 다이어트의 합병증으로 희귀난치병에 걸려서 대학시절까지 엄청난 고생을 합니다. 그러면서 자전거를 접하게 됐는데요. 정말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페달을 밟았습니다. 그런 그가 어떻게 종이 위의 글자를 밟게 됐을까요? 그 이야기를 들으러 다시 대학동창을 만나러 내러 가야겠습니다. 솔직하게 s9500으로 울리는 소리가 더 궁금하기도 하구요.
디자인 과잉의 시대
“L'habit ne fait pas le moine.”
‘옷차림만으로 수도승이 될 수는 없다’는 프랑스 속담입니다. 겉모습만으로 사물을 알 수 없다는 말이지요. 만약에 필자가 씨마크호텔의 가구큐레이션을 했다면 어떻게 했을까요? 상상해봅니다. 담담하게 공간을 받쳐주도록 패브릭가구는 아르퍼Arper, 목가구는 내촌목공소에 맡겨도 좋을 듯합니다. 그럼 삼일문고의 가구큐레이션을 했다면요? 확실하게 책의 배경이 되도록 마키시 나미의 나왕선반은 어떨까요?
가구의 선택은 건축주가 전략을 갖고 해야 합니다. 그 전략에는 제공하는 서비스, 그 서비스를 연출하는 공간의 성격이 가장 중요하겠죠. 서비스와 공간을 소비하는 소비자의 몸에 닿고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가구는 가장 나중에 선택되지만 가장 중요하기도 합니다. 호텔과 레스토랑에서는 그 브랜드, 공간개념에 맞아야 하겠죠. 당연합니다. 이번에 소개한 두 지방시설은 지리적 조건을 뛰어넘는 홍보의 수단으로서 전략적으로 가구를 선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