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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선

[전복선의 Hospitality Management in Japan] 도쿄 최초 보트 호텔의 탄생 PETALS TOK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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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한 창고 지역의 변신
도쿄의 시나가와 텐노즈(品川 天王洲)는 삭막한 공업지대였다. 하지만 이곳은 일본을 대표하는 물류 창고 운영 기업인 ‘테라다소우코(寺田倉庫)’가 아트 지역으로 재개발하면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테라다소우코(寺田倉庫)는 원래 이곳에 본사를 두고 있었는데,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 쿠마겐고(隈研吾)에게 의뢰해 ‘T-LOTUS’라는 아트 플레이스를 만들어 낸 것이다. 저명한 건축가의 감수 아래에 만들어진 T-LOTUS는 이벤트 홀, 레스토랑, 인테리어 가게, 카페, 그리고 갤러리 스튜디오 등이 들어선 곳으로, 옛날 창고가 즐비하던 삭막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유유히 흐르는 강가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된 곳이다. 때문에 당연히 이 공간은 최근에 주목받는 도쿄의 관광지로 부상했다. 그리고 바로 이 공간에 2020년 11월에 또 하나의 흥미로운 시설이 오픈했다. 그것은 바로 도쿄 최초의 보트 호텔 ‘PETALS TOKYO’이다. 


잘나가던 창고 사업에서 눈을 돌리다
창고 회사인 테라다소우코는 왜 보트 호텔을 오픈한 것일까?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테라다소우코의 역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50년에 창업한 테라다소우코는 일본 정부의 의뢰를 받아 국가 비상시에 사용할 쌀을 비축해 두기 위한 창고를 설치하고자 창업한 기업이다. 테라다소우코는 창업 단계부터 정부의 비축 식량을 보관하는 지정 업체로 사업을 시작해, 국가가 보증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고 그러한 신뢰도를 기반으로 물류 창고의 리딩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창고의 보존 기술 개발에 관한 연구와 투자를 추진해, 온도, 습도 등 최적의 조건에서 물품을 관리할 수 있는 노하우를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테라다소우코는 그렇게 창고 업계에서 1위 기업으로 지위를 유지해왔지만, 창업주이자 CEO였던 테라다 야스노부(寺田保信)는 2010년경부터 자사의 사업 모델에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창고 비즈니스 분야는 중소 규모의 기업들이 속속 진출하면서 과잉공급 상태에 빠지게 됐고, 이로 인해 기존의 창고 비지니스 모델만으로는 더 이상 미래의 성장을 보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미니멀리즘 경영
이러한 위기감을 바탕으로 테라다야스노부는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찾는 도중 일본의 경영자들 사이에서 아이디어 뱅크로 불리던 친구, 나카노 요시하루(中野善壽)에게 회사의 경영을 부탁했다. 당시 타이완 재벌기업에 스카우트 돼 전문 경영인으로 활약하고 있던 나카노 요시하루는 타이완의 재벌 계열 백화점을 경영하면서 높은 실적을 올리고 있었다. 

 

나카노 요시하루의 경영 스타일은 특이했는데 한마디로 정의하면 ‘미니멀리즘 경영’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그는 스스로 집이나 차를 소유하지 않고, 타이페이의 호텔에서 생활하며 저축도 거의 하지 않고 높은 연봉의 95% 이상을 전부 기부하는 삶의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처럼 미니멀리즘을 삶의 중요한 지표로 삼아 기업 경영에도 반영해 온 나카노 사장은 테라다야스노부 회장의 제안을 받아들여 사장으로 취임하자마자 미니멀리즘에 기반을 둔 사업모델의 쇄신을 도모하기 시작했다. 

 

나카노 사장이 취임 후 가장 먼저 착수한 것은 새로운 사업 모델을 전제로 했을 때 필요하지 않게 될 직원들을 정리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흑자를 내고 있는 상항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직원들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을까? 나카노 사장은 테라다소우코의 사장직을 받아들이면서 생각한 사업 아이디어를 실현하게 되면 적어도 90%의 사원들은 불필요해질 것이 자명했다. 그래서 나카노 사장은 새로운 사업모델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전에 직원 10명 중 9명을 해고하는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그런데 나카노 사장이 추진하고 있는 미니멀리즘 경영은 인원의 축소뿐만이 아니었다. 수익의 축소도 포함돼 있었다. 흔히 기업 경영의 상식에서 수익은 많이 창출하면 창출할수록 좋다고 여겨지고 있다. 때문에 창출되고 있는 이익을 굳이 줄인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하지만 나카노 사장은 미니멀리즘의 경영의 원칙에 따라 연 매출도 무작정 많이 벌어들인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적게 벌더라도 미래의 가능성이 있는 사업에서 제대로 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700억 엔의 수익을 100억 엔으로 줄여 나갔다. 600억 엔의 손실을 낸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수익을 줄인 것이다.

 

 

 

 

부유층을 위한 작은 창고 사업
그렇다면 나카노 사장이 인원을 정리하고, 상식을 파괴하는 수익을 줄이면서 새롭게 시작한 사업모델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트 작품, 와인 등 부유층을 상대로 하는 보관 서비스에 집중하는 전략이었다. 기존의 법인을 대상으로 하던 사업모델에서 탈피해, 개인 부유층에 초점을 맞춰 아트 작품과 와인에 관심을 가진 아트 컬렉터들이 안심하고 작품을 보관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테크놀로지에 기반을 둔 새로운 서비스 ‘미니쿠라(작은 창고의 의미)’를 도입했다. 미니쿠라는 개인들이 집에서 당장 사용하지 않는 옷 책 등의 짐들을 박스 하나에 담아 보내면 테라다소우코가 보관해 주는 서비스다. 그런데 여기서 미니쿠라의 서비스가 특징적인 것은 박스 1개당 월 보관 비용이 200엔(2000원)으로 저렴하다는 것이다. 또한 창고에 보관을 의뢰한 박스 안의 품목들을 실시간으로 스마트 폰으로 관리 및 체크할 수 있기 때문에, 만약에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스마트 폰에서 사진을 그 보고 그 품목을 클릭하면 집으로 배송 시킬 수 있다. 이러한 테크놀로지에 기반을 둔 서비스는 나카노 사장이 과거의 창고와 다른 미래형 창고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첫 사업모델이었다.

 

 

 

 

창고 지역 활성화 사업
테라다 야스노부 회장과 나카노 요시하루 사장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본사가 있는 텐노즈의 지역의 아트를 활용해 지역 전체의 활성화를 도모하기 시작한 것이다. 본사가 있는 텐노즈 공간을 하나의 아트 작품으로 정의하고, 이 지역 전체를 아트에 기반을 둔 공간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사실 테라다 회장은 예전부터 운하를 중심으로 발전해 온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본 물위에 떠 있는 보트 호텔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그 배경에는 본사가 있는 텐노즈에는 암스테르담과 비슷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테라다 회장은 물이라는 자연 자원을 방치해 두지 않고 아트를 활용한 지역 살리기를 도모하면서 텐노즈 주변의 물가를 사람들이 찾는 공간으로 재구성, 그곳에 암스테르담에서 본 하우스 보트를 가져와 호텔로 도입했다. 특히 암스테르담의 하우스 보트가 폐자재 등 주변에 버려져 있는 물건을 모아 만든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 PETALS TOKYO에도 친환경적인 요소를 호텔 콘셉트 안에 담았다. 

 

 

4개의 보트 호텔
PETALS TOKYO는 총 4개의 스위트 룸 형태의 보트 호텔 객실로 구성돼 있는데, 각각 다른 구조와 인테리어를 갖추고 있다. 첫번째 객실 PETAL1은 텐노즈의 운하를 있는 다리들을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다. 그리고 두 개의 물의 흐름이 만나는 합류 구역에 위치해 있어 실제로 보트가 물 위에서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체험할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객실 내부에는 원형의 투명한 샤워 부스가 있어서 샤워를 하며 텐노즈의 경치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두번째 객실인 PETAL2는 현관에 들어오자 마자 정면에 큰 창문이 있어 운하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 있는 건물의 벽화가 마치 액자 속의 그림처럼 보이도록 설계돼 있다. 객실들 중에 가장 장애물이 없어 테라다소우코가 추진하는 아트 프로젝트의 하나인 벽화를 거실에서 감상하기에 최적의 공간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PETAL3은 방과 같은 넓이의 옥상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특징으로 들 수 있다. 물론 옥상은 이 객실에 투숙하는 숙박객들만 이용할 수 있는 프라이빗 공간으로 산책로로 바로 이어져 있어서 옥상에서 일몰을 즐기기에 최적화돼 있다. 마지막으로 PETAL4는 천장이 높아 가장 집과 비슷한 분위기를 내고 있다. 그리고 다른 객실의 숙박객 정원이 2명인데 비해 이 객실만 유일하게 3명이 머무를 수 있어서 특히 가족에게 인기다. 


객실 전체의 어메니티에는 테라다소우코의 중요한 컨셉 중의 하나인 ‘친환경 및 유기농’의 원칙을 따르고 있다. 예를 들면 일회용 칫솔 대신 대나무 칫솔과 나무 빗 그리고 손잡이가 대나무로 만들어진 면도기 등이 구비돼 있다. 식사의 경우 숙박객은 호텔 주변의 T-LOTUS에 입점해 있는 레스토랑과 카페에서 즐길 수 있다. 물론 객실에서 룸 서비스처럼 주문해서 음식을 받는 것도 가능하다. 그리고 숙박 요금은 1박에 약 80만 원 이상이다. 비교적 고가의 가격대임에도 불구하고 40~50대를 중심으로 예약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하네다 공항에서 모노레일을 타고 올 수 있으며 신칸센이 정차하는 시나가와역에서 불과 한 정거장이라는 교통의 편의성 때문에 지방에서서 찾는 고객들이 많다고 한다. 


PETALS TOKYO는 객실마다 독립된 보트 호텔의 형태를 하고 있어 코로나19의 상황에서 더 인기를 끌게 된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것만으로도 이색적인 체험이 될 수 있기는 하지만 필자가 주목한 점은 바로 텐노즈라는 지역 자체를 아트의 공간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보트 호텔을 만들어 냈다는 점이었다. 창고 사업으로 한창 잘나갈 때 한계를 인식하고 규모와 수익을 미니멀화했고, 본사가 위치한 삭막했던 지역을 ‘아트’를 매개로 활성화 시켜나간 테라다소우코의 ‘T-LOTUS’ 프로젝트는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복선

Tokyo Correspondent

럭셔리 매거진 ‘HAUTE 오뜨’ 기자, KBS 작가 호텔 농심 마케팅 파트장을 지낸 바 있으며 현재 도쿄에 거주 중으로 다양한 매체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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