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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선

[전복선의 Hospitality Management in Japan] 그래도 우리는 호텔에서 결혼합니다_ 리모트 웨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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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장에서는 신랑 신부 뒤통수만 보다가 예식이 끝나면 뷔페식당으로 자리를 옮긴 뒤 사람에 떠밀려서 먹는 둥 마는 둥 해야만 하는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음직한 우리네 일반적인 결혼식 모습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코로나 사태로 할 수 없게 된 지금, 집에서 편안하게 호텔에서 배달해 준 코스 요리를 즐기며 신랑 신부와 정면으로 얼굴을 보고 함께 결혼식을 즐길 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이른바 ‘리모트 웨딩’은 어려운 시국을 극복하고자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아이디어지만, 뉴노멀 시대의 새로운 웨딩 형태로 주목할 만하다.


장기화되는 코로나 시국과 호텔 웨딩

전 세계 호텔들은 어떻게 코로나 시대를 견뎌낼지 고민에 빠져 있다. 저마다 방역 대책을 세우고 고객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는 있지만, 반복되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기대에서 실망으로, 희망에서 절망으로 빠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호텔의 주요 수익원 중의 하나인 웨딩 비즈니스도 위기를 맞고 있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의 확산을 저지하고자 실내에서 모이는 인원수를 제한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되다 보니 호텔들은 예전처럼 결혼식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됐다.


실제로 일본의 ‘브라이덜 문화 진흥 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월 이후 7월까지 약 17만 커플이 결혼식을 연기 혹은 중지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발생한 경제적 손실은 약 6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코로나19 이후 호텔 웨딩 예약의 취소가 이어지자 당연히 호텔 경영도 악화되고 있다. 일례로 웨딩 사업이 호텔의 주요 수익 부분을 차지했던 로얄 오크 호텔은 결혼식이 연이어 취소되면서 결국 문을 닫았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호텔들은 앞으로 장기화될 코로나 위기 속에서의 웨딩 비즈니스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 호텔의 웨딩 문화

일본에서 호텔 웨딩이 전성기를 맞이한 것은 1990년부터다. 90년대에 들어 일본 경제의 버블이 붕괴되면서 호텔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했다. 그래서 호텔 내 교회와 신사 같은 결혼식 공간을 설치하고, 기존 연회장에서 피로연을 여는 웨딩 상품을 만들면서 호텔 웨딩의 시대를 열었다. 이 상품은 고객의 입장에서는 호화로운 호텔 내에 마련된 교회나 신사 등에서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로 결혼식을 할 수 있고, 하객도 50명 이내로 한정함으로써 평균 3000만 원에서 5000만 원의 비용으로 웨딩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호텔 웨딩 사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웨딩 문화가 우리나라와는 다소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청첩장을 받았다고 해서 누구나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선 결혼식 초대장을 받고, 그 초대장에 동봉돼 있는 출석 의사를 묻는 엽서에 답신을 보낸 경우에만 참석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 경우에도 호텔 내의 교회나 신사에서 이뤄지는 결혼식에는 가족만 참석하기 때문에 연회장에서 개최되는 피로연에만 참석이 가능한데, 이때 축의금으로 1인 최소 30만 원 이상을 내야 하는 것이 관례다. 따라서 결혼식을 주최하는 입장에서는 초대장을 보낼 때 가족을 포함한 하객이 50명 이내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참석자를 엄선해야 한다. 또한 초대장을 받은 사람도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부담이 되는 경우에는 참석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와 같은 형태로 전개된 호텔 웨딩 사업은 호텔의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 잡았고 호텔 웨딩이 전체 웨딩 시장에서 거의 절반에 가까운 42%를 차지하기에 이른다.

 

호텔들의 개성 있는 리모트 웨딩 상품

웨딩 사업이 어려워지자 호텔들은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웨딩 상품을 고민했고, 고민 끝에 내놓은 상품이 ‘리모트 웨딩’이다. 그렇다면, 호텔들이 현재 활발히 도입하고 있는 리모트 웨딩이란 무엇인지 주요 호텔들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오사카를 대표하는 호텔 중 하나인 ‘리츠칼튼 오사카’는 리모트 웨딩 상품으로 ‘With Our Wedding’을 선보였다. 이 상품은 결혼식 장소와 하객을 온라인으로 연결해 결혼식을 하는 신랑 신부의 모습을 친척과 지인들에게 보여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리츠칼튼 호텔의 피로연 연회장에서 결혼식 때 제공하는 것과 똑같은 음식, 음료, 테이블 꽃 장식 속에서 신랑 신부는 피로연을 진행하고, 이 모습은 Zoom을 통해 온라인으로 초대한 하객들에게 라이브로 중계한다. 물론 결혼식에 온라인으로 참가한 하객들의 집에는 사전에 신랑 신부와 함께 의논해서 준비한 피로연 메뉴와 축하주 그리고 답례품이 보내져 하객들은 같이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며 온라인 결혼식 피로연을 즐긴다.


실제로 리츠칼튼 오사카의 담당자에 의하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다른 지역에 사는 지인 혹은 친척들의 출석이 어렵고, 고령의 친척들이 출석할 경우 감염 위험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서 리모트 웨딩을 상담하는 커플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리모트 웨딩을 한 신랑 신부들에 대한 조사 결과를 보면, 우려했던 바와 달리 의외로 만족도가 높다. 오히려 긴장하지 않고 서로 즐기면서 자연스럽게 결혼식을 해서 좋았다는 평이 많다. 특히 하객들에게 귀중한 주말 시간을 내 참석하게 하는 부담을 덜 수 있었고, 해외의 지인도 부를 수 있는 점에 대해 긍정적이다. 신랑 신부 두 사람이 행복하고자 주변의 사람들에게 많은 부담을 안기는 것은 아닌지 마음이 무겁기도 했는데 그러한 부담을 덜 수 있었다는 의견이다.


‘요코하마 베이 쉐라톤 호텔 & 타워’는 온라인 웨딩 전용 요리 택배 서비스를 선보인다. 이 호텔은 새로운 웨딩의 형태인 ‘온라인 웨딩’의 콘셉트로 ‘커넥티드 웨딩’을 내걸고 이에 적합한 신상품으로 요리 택배 서비스를 시작했다. 먼 곳에 살고 있는 하객이나 부득이하게 참석을 유보한 게스트도 온라인 웨딩을 개최하면 마치 피로연 회장에 있는 것처럼 신랑 신부와 행복한 시간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당일 결혼식에서 대접하려던 요리를 가정에 전달하는 것이다. 요코하마 베이 쉐라톤 호텔 & 타워가 준비한 택배 서비스는 2종의 코스 요리다. 첫 번째 ‘TSUNAGU 고젠’은 양식 총주방장이 프랑스 요리의 특산품을 담은 화려한 찬합이다. 고급 재료를 사용한 화려한 장식과 함께 전채 총 5종, 메인은 생선 또는 고기 요리 중 택일, 그리고 디저트까지 풀코스로 제공된다. 그리고 또 다른 메뉴인 ‘TSUNAGU Del’은 보다 배송 지역을 더 넓혀 전달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 메뉴 가격은 1인당 1만 3000엔(세금 및 봉사료 별도, 배송료 포함)으로 책정됐다. 택배로 배달되는 결혼식 식사 메뉴는 모두 진공 포장으로 냉동된 고품질의 상태로 각 게스트의 가정에 배달된다. 그리고 보다 더 맛있게 음식을 즐기기 위한 총주방장의 어드바이스가 첨부돼있다.


 


프린스 호텔 그룹은 9월부터 다른 호텔들과 차별화된 새로운 리모트 웨딩 서비스를 시작했다. 시나가와 프린스 호텔, 가루이자와 프린스 호텔을 시작으로 전국에 있는 계열 호텔들의 연회장을 실시간 원격으로 연결하는 웨딩 플랜을 선보인 것이다. 이 웨딩 플랜을 이용하면 신랑 신부가 결혼식 피로연을 하는 호텔과 게스트들이 선택한 다른 지역의 호텔을 Zoom으로 연결해, 각각 다른 프린스 호텔에 있으면서도 신랑 신부와 실시간으로 결혼식과 피로연을 진행하는 웨딩 플랜이다. 프린스 호텔은 전국 각지에 호텔을 두고 있기 때문에, 게스트들이 거주하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호텔에 가서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다. 그리고 어느 호텔에서든지 신랑 신부가 선택한 것과 같은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이 밖에도 프린스 호텔 리모트 웨딩 플랜을 이용하면 전국 각지에 있는 프린스 호텔의 웨딩 연회장에서 손님에게 최적의 위치와 인원수에 적합한 회장을 제안함으로써 참석자 수를 최대한 확보할 수 있다. 이것은 다른 호텔들이 하객들의 집에 식사를 배달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극복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각 지역의 호텔마다 골프장과 테니스 코트, 수족관, 쇼핑 시설 등 다양한 부대시설이 마련돼 있어서 게스트들은 이들 시설을 이용함으로써 결혼식 전의 무료함을 달랠 수도 있다.


그리고 리모트 웨딩의 특징을 활용한 다양한 연출도 선보이는데, 신랑 신부와의 사진을 리모트로 연결된 대형 영상으로 찍을 수 있도록 한다든지, 사전에 신랑 신부의 등신대 패널을 게스트들이 예약된 각 호텔들에 준비해두고 함께 사진을 촬영할 수 있도록 하는 소소한 서비스도 고객들에게는 색다른 즐거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결혼식, 피로연 비용은 고객의 희망이나 각 호텔 시설에 따라 다르지만 리모트 시스템 요금 26만 엔을 추가로 부담하면 위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리모트 시스템 요금에는 Zoom 응용 프로그램 사용, 촬영 및 온라인 중계 요금, 촬영자 2명과 PC 오퍼레이터 1명 등의 비용이 모두 포함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랜드 프린스 호텔 히로시마’는 프린스 호텔의 리모트 웨딩 플랜과는 다른 독자적인 플랜을 내놓았다. 이 호텔이 Zoom을 활용해 선보이는 온라인 결혼식 상품은 무엇보다 가격에 초점을 맞췄다. 결혼식장과 피로연 연회장에 카메라와 운영자를 배치해 결혼식과 피로연의 모습을 실시간 영상으로 전송하고, 하객은 어디서든지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이 장면을 볼 수 있다. 결혼식 플랜은 3가지인데, 결혼식 영상만 전송하는 경우 11만 엔, 피로연 모습만 전하는 경우 16만 5000엔, 결혼식과 피로연 모두 전하는 경우 22만 엔의 비용이 책정돼 있다.


이 밖에도 리모트 웨딩 형태는 현재 도쿄돔 호텔, 교토 오쿠라 등 주요 명문 호텔들을 중심으로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리모트 웨딩은 코로나의 확산으로 어려워진 호텔 웨딩 사업에서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아이디어이긴 하지만 사실 이러한 현상은 새로운 웨딩 트렌드로 정착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갖는다. 한국의 웨딩 문화는 이미 개성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니즈와 재혼 수요의 증가 같은 사회적 흐름을 타고 ‘스몰 웨딩’이 중요한 흐름이 됐다. 주인공과 하객 모두가 즐겁고 행복한 결혼식을 추구하는 시대에 누구나 원하는 곳에서 부담 없이 참석할 수 있는 리모트 웨딩은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도 부합되는 것이다. 스몰 웨딩에 리모트 웨딩을 결합한 웨딩 형태가 포스트 코로나 이른바 뉴노멀 시대의 새로운 웨딩의 형태로 자리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복선

Tokyo Correspondent

럭셔리 매거진 ‘HAUTE 오뜨’에서 3년간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취재경험을 쌓은 뒤, KBS 작가로서 TV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인쇄매체에 이어 방송매체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그 후 부산의 Hotel Nongshim에서 마케팅 파트장이 되기까지 약 10년 동안 홍보와 마케팅 분야의 커리어를 쌓았으며, 부산대학교 경영대학의 경영컨설팅 박사과정을 취득했다. 현재 도쿄에 거주 중이며, 다양한 매체의 칼럼리스트이자 호텔앤레스토랑의 일본 특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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