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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선

[전복선의 Hospitality Management in Japan] 사진관 아저씨가 료칸을 이어받은 사연 사쿠라(咲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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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에 중요한 축을 담당해온 기업 경영 형태인 패밀리 비즈니스가 후계자의 부재로 흔들리고 있다. 그중 숙박업의 사정은 더욱 심각한데, 대를 이어 온 료칸들이 흑자 경영 중에도 이어받을 사람이 없어 문을 닫기도하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에 처한 료칸 사쿠라(咲楽)는 소규모 기업간에 이뤄지는 스몰 M&A 매칭 사이트를 통해 사진관 대표에게 매각됐고, 이후 고객들의 기념일을 특별하게 축하하는 독특한 콘셉트를 가진 곳으로 재탄생됐다.

 

 

후계자 부재라는 위기에 처한 료칸들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조사 회사인 테이코쿠 데이터 뱅크(帝国データバンク)는 최근 <가족 경영 기업의 후계자>에 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일본의 대기업부터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가족 경영을 하는 기업의 후계자 부재율이 전체 평균 65.1%의 최고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는 가족 경영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기업의 3분의 2가 후계자가 없어 폐업의 위기에 처해 있다는 뜻이다. 특히 그중에도 후계자의 부재가 심각한 업종 중의 하나가 숙박업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료칸들이 흑자 경영 상태에도 불구하고 문을 닫는 사례가 언론에서 자주 보도됐는데 그 이유가 이번 조사를 통해서 밝혀진 것이다. 이처럼 후계자 부재라는 위기에 처한 료칸들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숙박업과 비숙박업종에 속한 기업들 간의 ‘스몰 M&A’다.

 

 

부모님의 료칸, 가업을 잇고 싶지 않은 자식
스몰 M&A의 성공적인 사례로 들 수 있는 곳이 시즈오카현의 온천지 이즈(伊豆)에 위치한 사쿠라(咲楽)라는 료칸이다. 이 료칸을 설립한 하기와라(萩原) 부부는 이즈의 토착민으로 이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부부는 한 동네에서 평생을 살며 50대 중반까지 공무원으로 일했다. 그러던 차에 정년을 얼마 앞두고 후회 없는 삶을 살고자 공무원을 그만두고 그동안 꿈꿔 왔던 숙박업에 뛰어들었다. 료칸 운영은 처음이었지만 부부는 2인 1조의 환상적인 콤비 플레이로 료칸을 운영하면서 언젠가는 자신의 아들에게 료칸을 물려주는 날을 꿈꿔 왔다. 그리고 하기하라 사장이 65세가 됐을 때 부부는 아들들을 불러 마음속에 담아뒀던 생각을 전했다. 부부는 우선 오랜 세월 같이 동거해 온 둘째 아들 부부에게 료칸을 이어받아 줄 것을 제안했다. 그런데, 당연히 이어받을 것으로 생각했던 둘째 아들이 아버지의 제안을 거절했다. 게다가 분가해서 살고 있던 장남조차도 가업을 이어받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하기와라 부부는 충격을 받았다. 이들은 아들들이 료칸을 이어받는 것을 거절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두 아들은 손님이 끊이지 않는 인기 료칸을 이어받는 것을 거절한 것일까?


두 아들이 부모님의 제안을 거절한 이유는 숙박업은 사람들이 쉬는 휴일이 가장 바쁘다는 업종의 특성 때문에 가족이나 아이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었다. 물론 아들들도 부모님이 지난 10년 이상 료칸에 모든 열정을 쏟아왔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었고 그 부분은 존경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이 료칸 경영을 맡게 되면 가족에게 소홀히 할 수밖에 없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한 것이었다. 가업과 가족, 어느 쪽을 우선해야 할지 결정해야한다면 당연히 가족을 선택할 것이므로 료칸을 이어받기를 거절했다. 손주들의 할아버지, 할머니이기도 한 하기하라 부부는 아들들이 가족을 소중히 생각해 료칸을 이어받기를 거절하는 것에 대해 이견을 제시할 수 없었다.

 

료칸 M&A를 이룬 사진관 아저씨
아들들의 거절로 료칸의 후계자가 사라지자 하기하라 부부는 소규모 기업 간의 M&A 매칭을 주선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료칸 사쿠라를 매물로 내놨다. 그러자 이바라기현(茨城県)에서 오노사진관(小野写真館)을 경영하던 오노 사장이 료칸 사쿠라를 인수하길 원했고 하기와라 부부는 오노 사장에게 료칸을 매각했다. 외국계 은행에 근무했던 오노 사장은 연간 매출의 두 배 이상의 채무를 기록하며 적자에 빠져 있던 아버지의 사진관을 이어 받은 후 사업을 다각화해 단기간에 흑자를 기록, 10년 만에 10배 이상의 규모로 키워냈다. 적자의 늪에 빠져있던 동네 사진관을 웨딩 사업, 성인식 의상 대여 등으로 사업 내용을 다각화해 15년 만에 10배의 성장을 이뤄낸 것이다.


그런데 2020년에 시작한 코로나19 위기는 승승장구하던 오노사진관의 비즈니스 모델에도 큰 타격을 가져왔다. 오노사진관의 핵심 사업인 웨딩 포토 사업이 위기를 맞으면서 새로운 탈출구를 모색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오노 사장은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결혼식이 원래대로 회복되기는 힘들다고 판단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오노 사장은 M&A 매칭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이즈의 료칸 사쿠라를 발견했다. 숙박업에 관심을 갖게 된 오노 사장에게 사쿠라는 이상적인 료칸이었다. 바닷가를 바라보는 작은 언덕 위의 온천 료칸 사쿠라는 객실마다 로텐부로(노천온천)를 갖고 있는 총 4실 규모의 작은 료칸이다. 객실은 오동나무와 삼나무 등 천연 소재만을 이용해 만들어져 있어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고, 테라스에서는 바다와 산의 절경을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는 일본 고유의 멋과 모던함이 어우러져 세대를 불문하고 휴식의 시간을 즐기기에 적합한 분위기다. 게다가 식사는 제철의 신선한 해산물과 고급 육류 브랜드인 이즈규(伊豆牛)가 제공되고 있어서 최고급 레스토랑에 버금가는 퀄리터의 요리를 즐길 있다. 그중에서도 오노 사장의 마음을 한번에 사로잡은 곳은 바로 이 지역 카와즈(河津) 특유의 사쿠라가 있는 정원이었다. 이 정원은 바다를 배경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내며 인스타그램 등 인생 사진을 남기기에 최적의 공간을 연출해 주고 있었다.  이와 같은 이유로 료칸 사쿠라를 인수하기로 결정한 후 오노 사장은 눈앞에 펼쳐지는 바다, 맛있는 식사, 온천을 즐길 수 있는 경험에 이곳을 무대로 기념사진을 제공하는 상품을 함께 제공한다면 휴식과 사진의 체험을 동반한 보다 업드레이드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특히, 료칸이라는 물리적 공간과 이즈의 자연을 융합함으로써 고객들에게보다 이상적인 사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했다.

 

 

신 & 구 경영자가 합작해서 만든, 사진 찍어 주는 료칸
료칸 사쿠라의 새로운 오노 사장은 료칸과 사진을 합친 새로운 전략으로 고객들의 기념일을 축하해주는 ‘업그레이드된 축하’ 콘셉트를 선보이기로한다. 그리고 오노 사장은 다음의 두 가지 전략을 통해 숙박업의 초보인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다.

 

 

첫째, ‘업그레이드된 축하’라는 콘셉트를 구현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사진이기에 오노사진관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였던 넘버원 카메라맨을 료칸의 지배인으로 발탁했다. 둘째, 오노 사장은 하기와라 부부와 계약을 맺고 료칸의 운영에 관한 지도와 요리를 부탁했다. 신임 지배인은 카메라맨으로서는 일류였지만 료칸의 운영에 관해서는 이부자리 세팅 방법조차도 모르는 초보자였기 때문에, 료칸 운영의 기본부터 하기와라 부부에게 지도 받도록 한 것이다. 하기와라 부부도 료칸을 매각했다고 해서 인연을 끊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소중히 키운 료칸을 시집보내는 심정으로 운영을 가르쳐 주는 것에 흔쾌히 수락했다. 바로 이처럼 료칸의 M&A가 이뤄진 후, 전 경영자와 현재 경영자가 같이 협업을 통해 료칸의 발전에 뛰어들었다는점은 사쿠라가 새로운 콘셉트로 탄생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흔히 M&A가 이뤄지고 나면 이전 경영자들은 미련을 떨치고자 자신이 운영하던 기업과 인연을 끊으려고 하고, 새롭게 인수한 경영진의 경우는 전 경영자의 색깔을 지우려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료칸 사쿠라를 매각한 하기와라 부부와 인수한 오노사진관의 오노 사장은 료칸의 궁극적인 콘셉트인 ‘업그레이드된 축하’를 구현하기 위해 서로 힘을 합치는 길을 선택했다. 하기와라 부부가 새로 지배인으로 온 카메라맨을 마치 자식처럼 여기고 료칸의 운영을 가르친 덕분에 지금 료칸 사쿠라는 하기와라 부부, 오노사장의 협업으로 고객들에게 새로운 방식으로 행복한 추억을 제공해 줄 수 있게 됐다.

 

 

현재 일본의 많은 료칸과 호텔들은 후계자 부재와 코로나19로 인한 고객감소라는 이중고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후계자를 혈연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료칸 및 호텔의 경영에 도전하고자 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인재들로 확대해서 찾는다면, 하기와라 부부의 경우처럼 자신이 키워온 료칸의 가치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자식을 보며 실망하기보다는 사업 모델의 가치에 대해 공유하면서 그 가치를 새롭게 재창조해 나갈 수 있는 제대로 된 파트너를 찾는다면 어떤 위기도 슬기롭게 이겨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전복선

Tokyo Correspondent

럭셔리 매거진 ‘HAUTE 오뜨’ 기자, KBS 작가 호텔 농심 마케팅 파트장을 지낸 바 있으며 현재 도쿄에 거주 중으로 다양한 매체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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