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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선

[전복선의 Hospitality Management in Japan] 하룻밤 성주가 되는 것을 허락합니다. 성박(城泊) 가능한 ‘히라토 성(平戸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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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에서 ‘활용’으로 관점이 바뀐 문화재 정책

일본은 스가(管) 총리가 취임한 이후 관광산업의 활성화를 통한 지역 재생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는 모양새다. 지자체들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인바운드 수요의 감소와 지역 인구의 감소로 인해 어떻게 관광객을 확보할지 고민에 빠져 있고, 자구책으로 지역의 매력 요소로 불리는 문화재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것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들의 다양한 그중에서 눈여겨볼만한 사업 중 하나가 바로 일본 관광청에서 실시하고 있는 시로하쿠(城泊: Castle Stay)와 테라하쿠(寺泊:Temple Stay)다. 이는 말 그대로 성이나 절 같은 문화재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사업이다. 관광청은 이 사업을 위해 공모한 결과 전체 10건의 문화재를 숙박시설로 전환하는 사업을 채택하게 됐다. 관광청은 이 지원 사업을 통해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성이나 사찰을 일본 특유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숙박 시설로 리노베이션해 지역의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여행객들의 유치를 활발히 전개하고자 했다. 사실 이 계획은 관광 선진국을 위해 2016년 3월에 책정된 ‘내일의 일본을 지탱하는 관광 비전’에서 2030년 방일 외국인 여행자 수 6000만 명, 방일 외국인 여행 소비액 15조 엔의 실현을 목표로 한 것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방일 외국인 여행자의 대부분이 방문하는 장소는 도심 및 주요 관광지에 집중하고 있으며, 지방 유입이 과제로 지목됐다. 따라서 목표 실현을 위해 지방에 고객을 유입시키는데 주력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2020년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관광 산업의 상황이 큰 타격을 받아 지금까지의 계획을 수정하게 됐고, 뉴노멀 시대의 숙박 스타일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사실,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지자체는 이를 유지 관리하는데 많은 예산을 편성하고 실제로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물론 일부 문화재는 관광명소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며 지자체의 수익원이 되기도 하지만, 대다수 지자체의 경우 문화재는 수익보다 지자체의 재정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2019년 ‘문화재 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지역의 문화재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즉, 문화재를 본연의 모습에 가깝게 보존돼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시대에 맞게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 가치를 창출하는 것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까지 지방 문화재는 보존 우선의 대상이 돼 왔지만, 이 관점을 180도 바꿔 문화재를 관광객 눈높이에서 ‘이해’시키고,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히라토 성에서 하룻밤 성주가 된다

일본에는 전국 각지에 영주의 삶과 지역의 역사를 대표하는 성들이 많이 남아 있다. 이 성들은 지역 주민들에게는 역사와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면서 외지 사람들에게는 반드시 보고 가야 할 문화재로 여겨져 왔다. 그러다 보니 많은 지자체들은 지역의 성을 유지 보수하는데 그동안 많은 공을 들였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흥미로운 스토리를 가진 성들은 수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며 주목을 받는 반면에, 별반 특징이 없는 성들의 경우는 겨우 학교에서 단체로 사회 과목 수업의 일환으로 찾거나, 성을 연구하는 일부의 사람들만이 찾는 공간으로서의 한계를 갖고 있어 지자체의 재정을 축내는 반갑지 않은 존재가 돼가고 있는 실정이다.


나사카기현(長崎県)의 히라토시(平戸市)는 바로 이러한 고민을 가진 대표적인 지역 중 하나였다. 히라토시는 본토와 히라토(平戸)섬을 잇는 히라토 대교(平戸大橋)가 1977년에 개통된 이후 매년 19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지역이었다. 하지만, 히라토 대교의 붐이 사라지면서 관광객은 점차 줄어들어 2019년도에는 7만 명까지 감소했다. 그러면서 지역의 젊은이들은 일자리를 찾아 후쿠오카, 히로시마, 오사카 등으로 떠나게 됐고, 히라토시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라는 이중고로 인해 지자체의 재정이 악화되는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그러자, 히라토시는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일본의 관광 비즈니스 기획 분야에서 유명한 주식회사 햐쿠센렌마(百戦錬磨)의 대표인 카미야마야스히로(上山康博) 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히라토시와 카미야마는 히라토시의 성(城)을 숙박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아이디어에 공감했고 이에 착수해 올 7월 13일 완성하게 됐다(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영업 개시일은 미뤄진 상태).




카미야마와 히라토시는 유럽에서는 캐슬스테이가 보편적인 관광 상품의 하나인데 일본에서는 최근까지 캐슬스테이라는 것이 부재하다는 점에 주목했고, 히라토시의 문화재인 히라토 성의 내부 형태를 리노베이션 해서 욕실과 화장실 등이 있는 숙박공간으로 만들어 그곳에서 잠을 잘 수 있게 한다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물론 처음 이 아이디어를 논의했을 때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반대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카미야마 씨와 히라토시 시장은 문화재보호법의 개정을 기회로 삼아 과거에 영주가 살던 성을 숙박을 하는 공간으로 하는 ‘시로하쿠(城泊)’를 지역 활성화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로 선보였다. 그러면서 예전의 영주가 살던 성의 공간을 최대한 살리면서 최고급 설비를 가진 숙박공간으로의 리노베이션을 진행했다. 성에 숙박할 고객으로는 코로나19가 끝난 후에 일본을 찾을 외국인 관광객과 일본 국내에서 영주로서의 하룻밤을 체험해 보고 싶어 하는 부유층을 타킷으로 삼았다. 


하지만 성을 숙박공간으로 리노베이션하는 작업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먼저 숙박 관련 법 규정에 따라 지진에 대비한 내진 설계가 필요했고, 외국인들이 숙박함에도 불편함이 없는 현대적인 욕실 등의 설비도 갖춰야 했다. 그뿐만 아니라, 성 곳곳에 있는 돌담 등의 많은 요소들이 별도의 개별 유형 문화재로 지정돼 있는 것도 작업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미야마와 히라토시는 이러한 건축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딛고 히라토시의 성을 숙박시설로 재탄생시켰다.


이 어려운 시로하쿠의 리노베이션을 담당한 것은 ‘아틀리에 테크토(アトリエ·天工人)’다. 아틀리에 테크토는 무역의 중심지로 번영했던 에도시대(江戸時代) 히라토의 역사를 살려, 에도의 미의식을 현대적으로 표현하는데 주목했다. 특히, 성주의 권위를 상징하는 화려한 공간 만들기를 위해 일본 미술 류파 중 하나인 린파(琳派)를 계승한 벽화를 담아 표현했다. 그리고 바다가 보이는 남동쪽의 한 층에는 3면이 유리로 된 욕실을 둬 성의 외관을 크게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이처럼 힘든 과정을 거쳐 숙박시설로 새롭게 태어난 히라토 성이지만, 보존하는 성을 체험하는 성으로 바꿨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관광객이 찾아오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카이야마는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가격을 하룻밤에 100만 엔이라는 고가로 설정하고 있으며, 문화재를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성을 관람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오픈한다는 점을 고려해 1년에 30일 정도만 숙박객을 받는다는 방침 아래에서 어떻게 수익을 창출해야 할지 그 답을 찾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그리고 이러한 고민 끝에 두 가지 콘셉트를 확립했다.


  

  


하나는 영주와 같은 숙박 체험이라는 콘셉트에 따라 숙박객이 성에 입장하는 의식부터 요리에 이르기까지 당시 지역의 영주였던 가토 사다야스(加藤貞泰)의 시절을 재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고객은 하룻밤 동안 영주가 된 것과 같은 체험을 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퍼스트 클래스를 주로 담당하는 일본항공의 승무원들과 협력해 이 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이 성에서 보내는 동안 자신만을 위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상품을 개발했다. 코로나19 이후 무급 휴직 상태에 있는 승무원들과 협력해 하룻밤에 1000만 원이라는 비용을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안한 것이다. 이러한 일본항공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히라토시와 카미야마씨는 지속적인 상품개발과 홍보의 기반을 확립했다. 


성박(城泊)이 의미

물론 일본에서 문화재를 보존하는 것에서 활용하는 형태로 바꾸려는 시도는 지금도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향토사학자들을 중심으로 문화재에 대한 강한 애착을 가진 지역 주민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재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의미를 갖는 것은 문화재를 단순히 보존하는 것보다 활용하는 것이 더욱더 다양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역의 작은 도시들은 인구 감소로 지역의 재정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에 문화 자원이나 역사 자원을 유지 관리하는 비용이 점점 부담스러워지고 있다. 따라서 문화재나 역사 자원 자체로 수익을 만들어 이들을 보존해 나가는 자금으로 축적할 수 있고, 나아가 지역의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면 반대할 일만은 아니라는 논리도 일리가 있다.


필자 역시 개인적으로 문화재를 보기만 하는 것에서 체험하는 것으로 시점을 바꾸는 것에는 찬성이다. 하지만 성박이라는 콘셉트 자체가 1박에 100만 엔 이상의 초고가인 점을 볼 때 이곳은 극히 일부에게만 체험의 기회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문화재가 사유화되는 셈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1년 중 30일 정도로 영업일을 조정하기 때문에 이외에는 관람이 가능하며, 숙박이 가능한 부분 역시 성을 리노베이션하기 전부터 일반인에게는 공개를 하지 않았던 곳이기 때문에 일반 관람객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아주 일부라고 하더라도 일반 관람객들의 관람권에는 지장을 주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므로 성을 활용한 공공의 이벤트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공공재로서의 역할을 더 확대하는 노력 역시 필요해 보인다.


어찌됐든, 문화재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굉장히 보수적이며 변화를 두려워하는 일본에서 이러한 파격적인 시도가 이뤄지고 있고, 또 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현상은 환영할만한 일인 것 같다. 


  

전복선 
Tokyo Correspondent
럭셔리 매거진 ‘HAUTE 오뜨’ 기자, KBS 작가 호텔 농심 마케팅 파트장을 지낸 바 있으며 현재 도쿄에 거주 중으로 다양한 매체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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