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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선

[전복선의 Hospitality Management in Japan] ‘관계 인구’에 주목한 카미야마쵸(神山町)의 Artist, Work, Chef in Resid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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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주 전 옆집에 사는 이웃 가족을 초대해 일요일 런치를 즐기면서 대화를 나누던 때였다.  여름 방학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웃 가족은 토쿠시마의 카미야마쵸라는 작은 마을에 며칠간 다녀올 계획이라고 했다. 생소한 지명인 탓에 이것저것 물어보자 미국에서 함께 공부했던 친구가 이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데, 그녀는 지역에서 생산한 먹거리를 그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산지식(地産地食)’이라던지, 전 세계의 요리사를 초대해 지역의 재료로 요리를 개발하도록 하는 ‘셰프 인 레지던스(Chef in Residence)’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필자는 본능적으로 이 이야기가 다음 달 칼럼 주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 자료를 뒤지기 시작했다.

 

카미야마쵸(神山町)의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Artist in Residence)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비행기로 한 시간 가량 소요되는 토쿠시마(徳島) 공항에서 다시 차로 1시간 동안 꼬불꼬불 산길을 들어가면 지브리 애니메이션에 나옴직한 아름다운 시골 마을 카미야마쵸(神山町)가 모습을 드러낸다. 카미야마쵸는 인구의 과소화(Depopulation Drain)로 인해 마을의 인구가 5300명(2018년 기준)에 불과한 작은 시골마을이다. 그런데 점점 쇠퇴하던 카미야마쵸가 지금 전국에서 주목을 받는 동네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과소화가 진행되던 카미야마쵸에 처음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인 레지던스(in Residence)’에 기반을 둔 사업을 전개하면서부터다. 토쿠시마현(徳島県)이 카미야마쵸에 국제문화마을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지역의 NPO 법인 ‘그린벨레’의 주도 하에 ‘카미야마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Artist in Residence)’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카미야마쵸에 아티스트들이 와서 일정기간 거주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자 24개국에서 70명이 넘는 아티스트들이 방문했고, 카미야마쵸의 이름은 미국 및 유럽에 알려졌다. 그러자 숙박비 및 체재비를 지원받지 않고 자비로도 카미야마쵸를 찾는 아티스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던 가운데 2005년에 카미야마쵸에 또 한 번의 변화가 도래했다. 당시에 카미야마쵸는 다른 지역보다 먼저 최신의 인터넷 통신망을 설치했고, 인터넷 통신망이 개설되자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운영하던 주민과 영국인 아티스트가 자신들의 활동을 알리기 위해 웹 사이트를 개설했다. 이들이 개설한 ‘인 카미야마(in Kamiyama)’라는 사이트는 지역의 아티스트들이 만든 예술 작품의 소개가 주였다. 그리고 일부 카미야마쵸에 관한 여러가지 정보를 제공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웹사이트에서 가장 인기있는 콘텐츠는 작품이 아니라 카미야마쵸의 빈집 정보였다. 이는 카미야마쵸에서 일정기간 거주하고 싶어 하는 잠재적 니즈가 많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 사실에 주목한 NPO법인 그린벨레는 카미야먀쵸에서 생활해 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프로그램인 ‘워크 인 레지던스’를 시작했다. 

 

 

 

 


워크 인 레지던스(Work in Residence)
카미야마쵸의 워크 인 레지던스의 프로그램의 특이한 부분은 일반적으로 지역에 사람을 모으는 방법과는 다른 길을 선택한 것이었다. 흔히 지역을 살린다고 하면 기업을 유치하고, 공장을 만들거나, 관광지를 개발하고, 호텔을 짓는 형태로 진행해, 어떻게 보면 억지로 인구의 유입을 유도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에 카미야마쵸는 이러한 방식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고 보고, 지역에 일터나 관광자원이 없더라도 일정기간 거주하면서 일하는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순환시켜 나가는 전략을 세웠다. 쭉 이곳에 거주하지 않더라도 괜찮았다. 물론 이러한 발상의 배경에는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를 오랜기간 추진하면서 아티스트들이 수개월부터 1년까지 거주하고 떠나고 나면 다시 다른 아티스트가 와서 거주하는 식의 운영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푸드 허브 프로젝트(Food Hub Project) & 셰프 인 레지던스(Chef in Residence)
‘워크 인 레지던스’를 추진하던 가운데 도쿄의 코딩 기업인 모노사스(Monosus)가 카미야마쵸에 위성 사무실을 열면서 이곳은 또 다른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바로 모노사스에 입사한 마나베 씨가 카미야마쵸에 이주해 온 것이 그 발단이었다. 모노사스는 카미야마쵸에 위성 사무실을 두면서 한 가지 중요한 목적을 실현하고자 했다. 그것은 자신이 속한 기업이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실현해야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카미야마쵸의 농업 자원을 활용해 ‘지산지식(地産地食)’, 즉 지역에서 재배한 것을 지역에서 먹거리로 소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면서 마나베는 지역에서 생산한 것을 단순히 레스토랑에서 운영해서 외부에서 오는 관광객들로부터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지산지식을 통해 생산물의 지역 내 유통과 소비를 확대해 자연스럽게 지역의 농업을 발전시키는 길을 모색했다. 생산물을 팔아서 얻는 수익의 많고 적음을 떠나,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버리지 않고 가능한 지역 내에서 소비할 수 있는 길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고민을 거듭한 끝에 새로운 회사를 만들었는데, 그것이 바로 ‘푸드 허브 프로젝트’였다.


모노사스의 마나베의 주도로 만든 푸드 허브 프로젝트는 농가의 후계자 부족과 휴경지 증가에 대한 대책, 지산지식을 구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그리고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푸드 허브 프로젝트가 설립된 후 제일 먼저 한 것은 지산지식의 실현 거점 공간으로 지역에서 재배한 재료를 사용한 베이커리 ‘카마야(かま屋)’를 오픈하는 것이다. 카마야에는 도쿄에서 활약하던 제빵사를 이주시켜 지역의 재료로 그 재료에 최적화된 빵을 만들었다. 그리고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필요한 각종 물품을 판매하는 공간도 설치했다. 그러자 이 공간은 음식뿐만 아니라 마을 경제의 허브로서의 기능을 담당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카마야에는 평일 점심 시간은 지역의 워크 인 레지던스 프로그램으로 온 사람들, 주말은 외부에서 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고 한다. 한편, 카미야마쵸의 마을 주민들도 카마야가 오픈하자 토쿠시마 시내까지 차로 쇼핑하러 가는 횟수가 줄어서 생활이 편해졌다고 반가워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푸드 허브 프로젝트는 지산지식의 비율을 50% 이상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이처럼 순조롭게 지산지식을 추진하고 있던 푸드 허브 프로젝트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셰프 인 레지던스’라는 프로그램으로, 전 세계 요리사를 카미야쵸에 초대해 그들이 1~2년 머물면서 지역의 식재료를 생산하고 재배해서 자유롭게 요리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뉴욕 브루클린의 유명 레스토랑에서 일하던 요리사는 카미야마쵸에 장기 체류하면서, 농가와 함께 재배하고 직접 수확한 재료를 조리해 새로운 발상과 재료로 요리를 즐기고 있다. 이렇게 해외에서 온 셰프들에게 거주의 기회를 제공하는 셰프 인 레지던스 프로그램이 주목을 받자, 푸드 허브 프로젝트는 셰프 인 레지던스 프로그램을 카미야마쵸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으로 확산해 나갔고, 여러 나라에서 온 다양한 경력을 가진 셰프들이 셰프 인 레지던스 프로젝트에 동참 중이다.

 

 

 

 

 

‘교류 인구’에서 ‘관계 인구’로 인식을 전환하다.
카미야마쵸는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를 시작으로 ‘워크 인 레지던스’ 그리고 ‘셰프 인 레지던스’에 이르기까지 외부의 다양한 인재와 콘텐츠를 유입해 과소화가 진행되는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는데 성공했다. 이 성공은 바로 지금까지 지역의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대한 지역활성화 방안과는 180도 다른 발상에서 시작했기 때문이다. 보통은 관광객을 유치하거나, 새로운 이주자를 모집하는 형태의 지역 활성화 전략이 일반적이지만 카미야마쵸는 지역과 다양한 형태로 관련을 가진 사람들인 ‘관계 인구’의 증가를 통한 ‘〇〇 in Residence’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카미야마쵸는 무리한 하드웨어의 투자나, 코로나19과 같은 환경의 영향에 좌우되는 관광객의 유치 없이도 지역의 가치에 스며드는 다양한 형태의 관계자에 초점을 맞춘 전략으로 성공을 이루고 있다.

 

이는 호스피탈리티 산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호스피탈리티 산업은 일반적으로 관광객과 같은 ‘교류 인구’에 집중하는 전략을 실시해왔다. 하지만, 교류 인구는 지속적이거나 장기적인 고객이 되기 힘든 한계가 있다. 그렇다 보니 항상 새로운 고객을 찾아서 확보해 나가야 했고, 극단적으로 지금처럼 코로나19같은 상황이 되면 인구의 이동이 단절돼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따라서 호스피탈리티 산업 분야도 지역의 가치에 관여하게 되는 ‘관계 인구’에 집중한다면, 지역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상당기간 지역에 머무는 고객층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전복선

Tokyo Correspondent

럭셔리 매거진 ‘HAUTE 오뜨’ 기자, KBS 작가 호텔 농심 마케팅 파트장을 지낸 바 있으며 현재 도쿄에 거주 중으로 다양한 매체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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