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의 관광 보고인 아름다운 이탈리아는 필자가 여행사에서 근무했던 시절 해외출장을 유럽에 나가면 가장 좋았고 손님들도 가장 만족했던 지역으로 좋은 인상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그러한 이유에는 이탈리아가 갖고 있는 기후적 환경과 사람들의 밝고 활기찬 성격이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된다. 지중해의 따사로운 햇살과 사람들의 흥겹고 활기찬 목소리 그리고 그들의 정감이 이탈리아의 이미지를 긍정적이고 호의적으로 바라보게 했던 것
같다.이탈리아는 지역적으로 지역색이 강하다. 사람들의 성격이 그렇듯이 이탈리아의 와인의 특징은 지역적으로 색다른 다양성에 있다고 하겠다. 이탈리아인의 낙천적이고 친절한 성격처럼 이탈리아 와인은 프랑스에 비해서 정형적이지 않고 정확한 느낌보다는 정겹고 자연스럽고 부담스럽지 않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탈리아는 전역에서 다양한 포도품종을 재배한다. 포도품종만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탈리아다. 와인이 거의 국토의 전역에서 생산되고 있다. 재배되고 있는 품종만 2000종이 넘는다. 특정지역에서 생산되는 이탈리아 토착품종만 600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탈리아의 주요 와인생산지는 피에몬테, 토스카나, 베네토이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포도품종은 산지오베제(Sangivese), 카타라토 비앙코 코무네(Catarratto Bianco Comune), 트레비아노 토스카(Trebbiano Toscano), 몬테풀치아노(Montepulciano), 바르베라(Barbera), 메를로(Merlot), 트레비아노 로마뇰로(Trebbiano Romagnolo), 네그로아마로(Negroamaro), 모스카토 비안코(Moscato Bianco), 사르도네(Chardonnay), 가르가네가(Garganega), 네로 다볼라(Nero D’Avola) 순이다.
피에몬테지역에서는 아르네이스, 코르테제, 모스카토 등의 화이트품종과 바르베라, 돌체토, 네비올로 중심의 레드와인이 생산된다. 토스카나지역은 트레비아노, 베르나차 중심의 화이트품종 그리고 산지오베제 중심의 레드품종이 생산된다. 베네토지역에서는 화이트 품종으로 가르가네가, 트레비아노, 프로세코가 주로 재배된다. 레드품종으로는 코르비나, 몰리나라, 론디넬라가 생산된다.
내수용 포도주로 많이 소비되는 이탈리아 와인
이탈리아는 국토의 전역에서 와인이 생산된다. 20개 행정구역에서 모두 생산된다. 4000천년 이상의 전통을 지닌 이탈리아 와인은 프랑스처럼 마케팅보다는 내수용 포도주로 소비되고 지역적인 자부심으로 생산되어 왔고 소비되었다. 1970년대 이후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수퍼토스칸6)이라는 와인을 생산하고 세계시장에서 주목받게 되었다. 아직도 와인에 대한 자부심과 함께 다른 나라의 와인을 수입하여 시음하기 보다는 자신들의 와인을 즐겨 소비하는 경향을 갖고 있는 나라이다.
다양하고 흥미로운 토착품종이 많다
이탈리아 와인의 강점은 다양하고도 흥미로운 토착품종이 많다는 점이다. 아마도 세계 최고라는 것에 이견을 두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반면에 혼란스럽기도 하다. 다양한 품종만큼 기후도 다양하다. 중부지방과 남쪽은 지중해성 해양기후, 동쪽은 아드리안 해안의 온대기후, 북쪽에는 내륙지방7)의 차가운 겨울과 무더운 여름기후를 나타내고 있다. 이탈리아는 기후적으로 매년 큰 차이가 없어서 프랑스처럼 빈티지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없는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는 구릉이 포도밭의 주요 지형형태이다. 이탈리아의 고품질 와인은 피에몬테와 토스카나의 구릉지대에서 생산된다고 할 수 있다. 끼안띠(Chianti)의 포도주와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Brunello di Montalcino) 등의 산지인 토스카나주는 구릉의 비율이 66.5%에 달하며 움브리아주는 70% 등 주요 주들의 포도재배지인 구릉이나 산지 면적이 70% 이상인 사실은 지형적 요소(이탈리아 통계청(ISTAT); 이탈리아 농산물시장 정보연구소, 2001)가 갖는 중요성이라 하겠다. 포도재배의 최적지인 구릉지대가 널리 분포되어 있다는 것으로 이탈리아의 지형자체가 포도재배에 적합한 곳이라는 특징을 알 수 있다.
이탈리아 와인의 체계는 1963년에 DOC(Denominazione di Origine Controllata) 법규가 도입되면서 발전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면 된다. 1980년에 최상급인 DOCG등급을 신설했다. 1992년 IGT등급이 도입되면서 이탈리아의 와인의 품질이 보장을 위한 시스템이 완료됐다.
이탈리아의 특질적인 테루아는 산악이 많은 알프스 일대의 북부지방의 대륙성기후, 바다에 인접한 북부동서 지역과 중남부 지방의 지중해성 기후와 80%를 차지하는 국토의 산맥과 언덕 그리고 미세기후 형성이 일어나는 지형조건과 석회질, 진흙, 모래, 화산토 등의 토양일 것이다.
로마시대부터 와인은 일체감과 소속감을 주는 역할
이탈리아인에게 포도주는 로마시대로 부터 모든 사람들이 로마제국의 일원이라는 정체성을 포도주를 통해 마시며 확인하는 일상이었다는 점에서 포도주 시음이 의미하는 바는 크다고 할 수 있다. 포도주는 로마시민들에게 로마제국의 일원으로서 정체성을 확립시켜주는 요소로 작용한 것이라고 하겠다. 로마제국이 번성하면서 귀족, 시민, 평민, 노예, 식민지 및 속국의 주민들에 이르기까지 로마라는 제국의 하나의 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일체
감과 소속감을 주는 역할을 와인이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하겠다.
로마에서 기독교가 공인된 후에도 포도주는 술보다도 음식과 생활로서 시민들이 즐기고 예수님의 피로서 종교적 의미가 부여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탈리아인에게 포도주는 예술의 주제와 소재이며 수많은 예술작품과 문학에 등장하고 있다. 현대에 있어서도 현실에서 중요한 생활의 필수적인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로마는 당시에 세계의 최대강대국으로 포도와 올리브는 주변국과의 가장 중요한 교역품이었으며 국가의 부를 나타내는 산물로 인식되었다. 와인은 로마가 상업국가로 발전하도록 역할을 한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이었던 것이다.로마는 철저한 신분사회였으나 이러한 이질감을 동질감으로 전환시키고 로마제국의 정체성을 갖게 한 매개체 중 하나가 와인이었다.
로마시대로 부터 와인은 이탈리아인에게 식사에서 필수적인 음식으로 자리하고 있다. 와인은 즐거운 식사를 빛내는 좋은 음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탈리아인에게 와인은 주제가 있는 대화의 소재이다. 그들에게 와인은 모르는 사람들과도 가교역할을 하도록 돕는다. 와인에 관련한 대화가 그들을 가깝게 하는 매체로 역할을 한다.
와인은 관련된 역사와 유래, 예술, 스토리 등 문화의 집합체로 대화하고 의견을 교환하며 소통하는 가장 중요한 대화의 소재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이탈리아인의 와인문화이다.
이탈리아 각 지방의 음식과 어울리는 와인들
이탈리아 와인은 현지 각 지방의 음식과 더욱 잘 어울린다. 가장 대표적인 음식은 피자와 스파게티이다. 이러한 와인과 음식의 조화가 더욱 독특하고 개성적인 맛을 지니게 하는 것이다.
프랑스 음식이 손이 많이 가고 음식소스에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우아하고 세밀한 요리하고 한다면 이탈리아의 요리는 간편하고 단순하며 자연스러운 맛이 특징이다. 준비시간과 조리시간이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가정적이다. 대체로 일찍 귀가하고 가족들이 함께 시간을 많이 보낸다. 그러한 차원에서 이탈리아 사람들은 가정에서 요리를 즐겨한다. 이탈리아 요리는 단순한 특징이 있다.
한 두가지 재료를 갖고서 맛있고 독특한 요리를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탈리아 와인은 저자가 가장 좋아하는 와인으로 다양성과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욕구에 부응한다. 자기의 색깔인 지역색이 분명히 드러난다. 자기를 숨기지 않는 솔직함이 좋다. 품종이 다양해서 식상하지 않고 계속적으로 탐구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이탈리아의 각 지방 와인은 각기 차이가 있는 테루아가 반영돼서 흥미롭다. 이탈리아인에게 와인은 동질감을 위한 교류의 수단이며 사람들간에 가교의 역할을 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와인은 일상의 생활로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 와인과 이탈리아 음식의 조화는 더욱 훌륭하다. 언제나 와인을 통해 이탈리아의 다양함과 개성을 만나고 느끼는 것은 즐겁고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나는 것처럼 이탈리아 와인의 익숙함이 반갑고 정겹다.
연성대학교 고종원 교수
고종원 교수는 경희대학교 경영학박사(국제경영전공)로 일본 OGM 와인전문가과정 이수, 중앙대학교 와인아카데미 와인마스터 취득, 미국호텔협회 총지배인(CHA) 자격증과 공인 와인소믈리에 자격증을 취득했다. 현재 안양과학대학 호텔관광과 교수(학과장)로 재임중이며 안양과학대학 평생교육원 와인CEO/소믈리에과정 주임교수, 한국평생능력개발원 식음료검정위원회 와인관리사 심사위원장을 맡고 있다. 세계의 와인(공저, 기문사) 외 다수의 저서와 논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