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교차가 큰 환절기다. 하늘의 구름이 높은 것을 보니 가을은 맞는 것 같은데. 점심 시간대는 여름을 경험하고 저녁에는 가을을 느낀다. 이번 여름은 그 어느 여름보다 참 길고, 답답했다. 코로나 사태에 의해 마스크를 쓰는 것이 이제는 익숙해졌을 거라 생각했는데, 안그래도 후덥지근한 여름에 마스크 안에서 숨을 쉬는 게 아직은 불쾌하고 어렵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가을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땀을 흘리며 에너지 소모가 많던 여름을 지나, 내 몸을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 또 다른 에너지를 사용해야하는 겨울을 앞두고 지나가는 가을이라는 계절은, 공포 영화의 예고편 같은 존재라 여겨진다.
유튜브에서 구독하고 있는 음악 청취 채널에 새로운 계절을 맞아 가을용 플레이리스트들이 자주 보이는 것 같다. 대체적으로 Calm한 분위기의 음악들이다. 댄스 팝송보다는 R&B 음악들이 가득하고, 콰르텟 이상의 구성으로 된 재즈 밴드가 아니라, 소규모의 트리오, 듀오 정도의 간단하며 소박한 재즈 음악들이 흘러나온다. “가을 타나봐”라는 제목의 한 플레이리스트는 쌀쌀한 가을 아래 나의 쓸쓸한 마음을 대변해주곤 한다.
공간의 음악도 수정과 업데이트 관련 문의사항이 많은 계절이다. 비교적 신나고 밝고 업-템포로 꾸며진 여름용 음악에서 서서히 가을과 겨울을 준비하는 음악들로 바꿔 달라는 요청이 대다수다.
이번 호는 공간 내에서의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에 대체적으로 사용되는 음악 장르와, 더 빠른 이해를 위해 대표적인 음악 하나를 선택해 청취감상을 함께 하며 더욱 흥미롭고 몰입도 있는 ‘계절과 음악 그리고 아마도 공간’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겨울
참고 BGM: 배선용 – Holiday / Fred Hersch – The Song Is You
https://www.youtube.com/watch?v=QaA44yCRTUg
https://www.youtube.com/watch?v=EL4U0XeBAK
추운 계절을 보내기 위해서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강한 바람과 눈을 밟아 차가워진 몸을 항상 따듯한 온도로 유지하기 위해 하루 종일 웅크려 다녀서 그런 것일까, 모든 스케줄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긴장이 느슨해지며, 마음이 편안해진다. 창문을 따라 보이는 수북한 눈들은 그 모습 그대로 포근함을 더해준다. 겨울은 그 어느 계절보다 밤이 빨리 찾아온다. 그래서 그런지 마음이 더 감성적이게 된다. 아무런 방해도 받고 싶지 않다. 어두운 밤을 보게 되니 쓰린 마음과 단 마음이 함께 공존한다. 이런 마음을 대변해주는 음악이 필요하다.
많은 이들은 가을 냄새가 나는 재즈를 좋아한다. 재즈(재즈에는 다양한 장르, 스윙, 발라드 등이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는 가을의 재즈는 재즈 발라드라고 말 할 수 있겠다.) 특유의 스모키하고 다운(Down)한 분위기의 잔상이 가을에 더욱 어울린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계절과 온도의 변화를 고려해 겨울 재즈를 더 추천하고 싶다. 필자가 이야기하는 ‘겨울 재즈’는 피아노 선율 필두의 재즈를 이야기한다. 피아노 한음마다 울림은 눈 위를 ‘소복-소복’히 걸어가는 그림을 연상케 한다. 그리고 따뜻한 음료의 일렁이는 김 서림도 연상할 수 있다. 길고 어두운 밤 아래 그 어느 때보다 감성에 집중할 수 있고, 그 감성의 미세함을 더 관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겨울의 (연주 곡 위주의) 재즈라고 생각한다.
아, 물론 겨울의 재즈는 크리스마스 캐롤을 빼놓고 이야기를 할 수 없다. 대중성 있게 사용되는 많은 크리스마스 음원은 재즈 기반의 음악이다. 기존 Chill Lounge 중심의 음악으로 디자인된 호텔 로비에서도, 이 시기가 되면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기존 음악 스타일따라가는 대신 독자적인 크리스마스의 아이덴티티를 부각시키기 위해 다른 장르더라도 재즈를 포함시킨다. 크리스마스 자체에서 풍기는 넓은 포용성 덕분일까, 완전히 다른 장르와 함께 배치해도 잘 어울리는 것이 크리스마스 재즈만의 색깔이라 생각한다.
봄
참고 BGM: Emily King – Distance (Acoustic Ver)
https://www.youtube.com/watch?v=DNGUULiqTYc
차분하고 조용했던 계절이 지났다. 마음에 새싹이 돋는, 말랑하고 간질거리는 음악으로 봄의 싱그러움을 표현해보자. 봄은 새로운 시작과 함께 오는 계절이다. 새로운 도전을 해보려고도 하며, 이전 날들보다는 더 나은 날을 기대하며 살아가는 계절인 것 같다. 새로움을 마주할 땐 너무 빠르지도, 늦지도 않는 그 어느 적당 선 안에서 내 마음과 몸이 적응할 수 있도록 해본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이전 겨울의 선율보다는. 아주 조금의 신나는 요소들을 추가해본다. 겨울은 연주 곡 위주의 음악들이였다면, 봄을 맞아 가사가 조금 섞여 있고 단순한 악기 구성(보컬과 학기 하나의 듀오 곡들도 괜찮다)과 그리고 메이저 멜로디 위주로 음악을 끌고 가는 사운드도 좋은 선택의 시작이라 생각한다. 쉬운 접근을 위해 예시를 하나 들자면, 유행하는 팝 댄스 음악 중에서도, 다르게 편곡한 ‘어쿠스틱’ 버전이라는 게 있는데 댄스나, 일렉트로닉 악기들을 배제하며 피아노 화음 소리나 통기타의 단 선율 사운드와 보컬만 이뤄진 구성의 버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런 작은 구성의 음악은 따뜻하지만 춥게도 느껴지는 봄이라는 계절이 하는 ‘온도의 밀당’ 같이 느껴지게도 한다.
봄의 음악이 어울리는 공간
봄의 음악들은 레스토랑에서도 계절의 특성과는 상관없이 오전 시간대에 사용해도 무방하다. 봄의 색감을 표현해낸 사운드 중에서도 ‘싱그러움’, ‘Re-Fresh’라는 표현들이 어울리는, 이는 호텔의 All Day Dining처럼 조식을 운영하거나 아침부터 운영하는 그 어느 매장에서도 사용이 가능할 거라 생각한다. 다시 강조한다. 봄의 음악은 그 애매한 적정선을 지키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가을
참고 BGM: Moonchild – Cure
https://www.youtube.com/watch?v=IPQwfDe_xZw
앞서 언급했듯, 가을은 여름과 겨울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애매한’ 계절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활발했던 여름동안 쌓아 놨던 내적 흥들을 조금씩 내보내며 가라앉고 차분한 마음으로 겨울을 맞이하는 계절이라고 말하고 싶다. 감성적이지만 트렌드를 함께 보여줄 수 있는 Pop R&B로 가을을 보내보는 건 어떨까? 필자에게 가을은 (진부할 수 있는 이미지 일수도 있지만) 트렌치 코트를 걸쳐 낙엽 위를 걸으며 카푸치노 한잔을 곁들이는 이미지가 대표적으로 연상되는데. R&B 특유의 그루브가 위 이미지와 더불어 가을의 낭만을 더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비록 애매한 계절이더라도, 가을의 맑은 하늘은 물론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청량한 이미지를 연장하는 표현(멜로디와 악기로 해석할 수 있으며)들로 떠오르는, R&B 음악들을 함께 포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가을음악이 어울리는 Bar Lounge
위스키와 칵테일을 판매하는 Bar Lounge 안에서는 손님들의 호응도와 조명의 밝기가 낮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자주 R&B 음원들, 그중에서도 그루비한 리듬 요소가 포함이 된 POP 음악을 제안하곤 한다. 그래서 그런지 Bar Lounge의 선곡은 역시 가을에 제일 잘 어울리는 것 같다. ‘R&B’라는 장르는 모든 이미지를 포함할 수 있고 어떤 해석이 들어가더라도 그 해석만으로도 선택할 수 있는 음악들이 많아질 것이다.
계절과 날씨의 다채로움을 한정된 음악의 스타일로만 표현하는 것은 개인의 경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다. 계절에 따라 음악 장르를 선택한 것은, 필자가 계절을 반영해 음악 선곡을 진행하면서 이미지화 시켰던, 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한 했던 것뿐임을 알리며, 봄에 재즈를 느낄 수도 있고, 겨울에 R&B를 느낄 수도 있다는 오픈 결말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