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는 오르는데 ADR은 몇 년째 동결이고, 고객의 눈높이는 계속 높아지고 있다.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까지 숟가락을 얹어 이렇다 할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호텔들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자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는 가운데, 수익 창출은 물론 브랜드 이미지 제고 및 사업 간의 시너지로 코로나19 시기에도 적극 확장에 나서고 있는 사업이 있다. 바로 호텔 외부업장 외식사업이다.
호텔 외부업장은 호텔 다이닝의 약점을 보완하면서 강점을 살릴 수 있고, 호텔이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나 외식 소비 트렌드를 빠르게 접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 호텔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사업이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외식업계가 전반적으로 힘든 상황에서도 시장에 뛰어드는 호텔이 있다. 과연 호텔과 외부업장의 시너지는 실제로 어떨까?
반대로 외부업장이 호텔에서 독립하면서 생기는 효과는 무엇인지, 운영의 장단점, 그리고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살펴봤다.
새마을호에서 시작된 호텔 외부업장
국내 주요 특급호텔들이 본격적으로 외부업장 외식사업에 진출한 것은 1990년대 말 즈음이다. 1997년 연합뉴스 보도 에 따르면 당시 서울프라자호텔, 신라호텔, 웨스틴 조선 호텔이 주요 단체 빌딩이나 대학 동문회관 내에서 외식사업 을 운영하면서 호텔 이미지 개선과 수익 창출 등의 시너지 를 톡톡히 보고 있었다고 한다. 이때 서울프라자호텔은 여의도 전경련 회관과 연세동문회관, 고대교우회관에 자리를 틀었고, 신라호텔은 경제인 등 각계 유력 층이 모이는 상공 회의소 빌딩과 무역협회 빌딩, 프레스센터 등에 사업장 운영을 시작했다. 한편 웨스틴 조선 호텔은 은행회관 빌딩에서 양식당, 중식당, 바 등을 갖춘 뱅커스 클럽을 오픈했다. 호텔은 주요 단체 건물의 일부 층에 외부업장을 운영하면서 이들을 잠재 고객으로 인식, 각종 모임을 유치해 단골고객을 확보했고, 호텔 브랜드 이미지까지 상승하는 효과를 봐 비슷한 조건을 갖춘 빌딩 진출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또한 호텔이 주요 빌딩에 진출할 경우 하이앤드 서비스를 희망하는 건물 소유주의 지원으로 임대료와 시설투자비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되고, 인사 적체도 해소 해준다는 이점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한편 이들 중 가장 먼저 호텔 외식사업을 외부업장에서 실시한 곳은 서울프라자호텔이다. 1986년 철도청의 요청으로 새마을호의 식당차 사업을 위탁받게 된 서울프라자호텔은 2004년 3월까지 식당차 운영을 도맡았다. 서울프라자호텔은 당시 미식가들을 위해 5개 코스의 예약 코스 요리를 출시, 객차 내에서 직접 음식을 조리해 레스토랑과 같은 서비스를 제공했고, 새로운 고급 요리도 다수 선보여 객차의 퀄리티를 한층 높였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에 식당차 자체를 ‘프라자 익스프레 스’라는 이름으로 브랜드화 시키기도 했다고.
외식사업에 힘주기 시작하는 호텔들
이처럼 비교적 오랫동안 호텔의 외부업장 외식사업이 진행돼 온 가운 데 호텔업계가 호텔 레스토랑의 운영 노하우를 활용해 외부 사업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가장 확장세가 무서운 곳은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이하 해비치)다. 해비치는 2018년 12월 그들의 이름을 내건 첫 번째 외부업장 ‘마이클 바이 해비치’를 종로 센트로폴리스 2층에 오픈한 것을 시작으로 2020년 5월,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중식 당 ‘중심’과 한식당 ‘수운’을 동시에 론칭했다. 이후 올 5월에는 마이클 바이 해비치의 첫 분점 ‘마이클 어반 팜 테이블’을 부산에 선보였고, 7월에는 종로 센트로폴리스에 일식당 ‘스시메르’를 오픈한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있었음에도 불구, 3년 새 4개 업장으로 사업을 확대한 해비치 김민수 대표이사는 “서울에 레스토랑 오픈을 준비하면서 트렌드 민감도가 높고 고객 반응이 빠른 서울에서 경쟁력이 있을지 처음에는 기대와 우려가 함께 있었다. 그러나 마이클 바이 해비치가 지난 1년 간 고객의 다양한 식음 니즈를 파악할 수 있는 채널이자 해비치 브랜드를 알리고 호감도를 높이는 플랫폼으로서의 성공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판단했고, 이는 새로운 레스토랑을 준비하는데 자신감의 밑바탕이 됐다.”고 이야기하며 “앞으로 특색이 다른 종목의 레스토랑 운영을 통해 더 많은 고객들에게 해비치 브랜드를 경험케 하고자 하며, 고객과 소통하는 미식의 공간이자 고객의 니즈 파악 기지로 삼아 고객이 원하는 부분을 운영하는 전 호텔을 포함한 사업장에 빠르게 반영,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전했다.
한편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이하 워커힐)는 1994년 부천 명월관을 시작으로 인천국제공항 환승 호텔과 인천공항 내 라운지 레스토랑 마티나를 비롯해 전국의 골프장 클럽하우스, BMW 드라이빙 센터에 위치한 컨템포러리 캐주얼 올데이 다이닝 테라세, 카페 이세타, 을지로의 스카이 라운지 레스토랑 파로그랜드, 금룡 강남점과 서울대점을 운영해오다 현재는 마티나와 지난 4월 12일에 오픈한 금룡 삼일빌딩점만 직영으로 호텔 외식사업 부에서 관리하고 있다. 워커힐 호텔앤리조트 경영지원실 김철호 상무 는 “호텔 외부업장 외식사업은 호텔의 테두리에서 벗어나, 보다 시장 지향적 접근이 가능하므로 호텔은 물론, 외부업장에 발생하는 시너지도 상당하다. 호텔은 브랜드 파워와 기존 충성고객들이 있고, 잘 갖춰진 시스템과 매뉴얼이 있으며, 외부업장은 유연성과 집중력을 갖춰 고객 트렌드 파악이 비교적 쉽고 빠르게 이뤄진다. 또한 고객 접근성이 높아 브랜 드 친밀도를 높이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강조하며 “지금은 코로나19 상황인데다 외식업계 시장이 다소 불안정한 면이 있기에 몇몇 시그니처 업장들만 집중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한편으로 최근 각광받고 있는 HMR 시장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또 다른 외식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있어 추후에는 호텔, 외부업장, HMR 유통의 시너지가 기 대된다.”고 전했다.
조선호텔앤리조트 외식사업부는 연회 서비스를 하는 뱅커스 클럽, 강남의 모던 캐주얼 재패니즈 다이닝 호무랑, 신세계백화점 본점 및 강남점의 광동식 차이니즈 레스토랑 호경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자주테이블을 운영 중이며 호경전의 경우 뱅커스 클럽에서도 운영되고 있었으나 지난 5월 31일, 코로나19의 여파로 영업장을 철수했다. 하지만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외부업장에서 가능성을 파악한 대표 메뉴들을 적극적으로 HMR 시장에 선보이면서 새로운 수익 활로를 찾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F&B 부문을 별도의 사업 분야로 운영하면서 컨세션과 외식사업을 진행 중이다. 대표적인 업장으로는 더플라자 호텔의 프리미엄 다이닝 레스토랑 ‘도원’이 압구정, 무역센터, 목동, 천호, 더현대서울에, 도원의 정통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티원’이 서울역, 연세대, 청량리, 사당에 자리하고 있으며, 63빌딩에서 63레스토랑에서는 ‘워킹온더플라우드’, ‘터치더스카이’, ‘슈치쿠’, ‘백리향’, ‘파빌리온’을 운영 중이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 신규고객 확보에 유리
호텔이 외부에서 그들의 레스토랑을 선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브랜드 홍보를 통해 신규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데 있다. 특히 외부업장을 통해 유입된 신규 고객이 단골이 되면 자연스럽게 브랜드 이미지가 제고되고, 종국적으로는 호텔로도 흡수가 가능하다. 외부업장을 통해 브랜드 홍보의 시너지를 봤던 가장 대표적인 곳은 해비치다. 제주도에 기반을 둔 해비치는 제주도, 그리고 해비치에 오기 위한 고객이 아니면 잠재고객을 만날 수 있는 창구가 없었고, 워낙 다이닝에 특화된 브랜드인터라 육지에서도 해비치의 서비스를 기대하는 이들이 많았던 것이다.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 R&C운영팀 김종구 디렉터(이 하 김 디렉터)는 “호텔은 특별한 목적이 있지 않고서는 평소 자주 드나들기 어려운 곳이고, 레스토랑도 아무래도 호텔이라는 프레임이 있기 때문에 가격적인 허들이 있을 수 있다. 게다가 더욱이 해비치는 제주도에 위치한 호텔이라 방문하기 쉽지 않은 지리적 한계가 있었다. 이에 종로 에 첫 선을 보인 마이클 바이 해비치는 특정 고객이 아닌 보다 폭 넓은 고객을 수용할 수 있도록 콘셉트를 기획했다.”고 전하면서 “실제로 마이클 바이 해비치를 통해 해비치 브랜드를 인지하게 된 고객들도 있고, 기존에 해비치를 알고 있었던 고객들은 각자가 기억하고 있는 해비치의 여러 모습들, 컨트리클럽이나 표선, 아이리스 촬영지 등의 기억을 다시금 떠올리며 상당히 반가워하더라. 레스토랑 오픈 이전에는 멀리 타지에서 외부업장을 운영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차라리 제주도 사업장에 집중해 더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마이클 바이 해비치로 수운과 중심을 오픈했고, 부산까지 진출했을 정도로 브랜드 측면에서 긍정적인 시너지를 얻고 있어 앞으로도 외식사업에 대한 기대가 높다.”고 이야기했다.
고객의 피드백 다이렉트로 수용 가능한 외부업장
한편 외부업장은 호텔 내 의사결정 시스템을 간소화해 단점은 커버하면서 유연성을 갖기 때문에 고객의 니즈와 트렌드를 빠르게 흡수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실제로 해비치의 경우 마이클 바이 해비치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메뉴를 호텔 뷔페 레스토랑 섬모라의 프로모션 메뉴로 선보이거나 롤링힐스 키친의 전체 콘셉트 및 메뉴 개편에 적용하는 등 호텔과 외부업장의 시너지를 적극 활용해, 고객 만족은 물론 매출 상승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봤다고.
게다가 레스토랑 브랜드는 같지만 포지셔닝하는 상권에 따라 콘셉트를 달리하기도 하면서 상권, 특정 고객군에 대한 인사이트도 얻을 수 있다. 금룡 삼일빌딩점 김순태 총괄조리장(이하 김 조리 장)은 “금룡이 삼일빌딩에 오픈하기 전에는 서울대와 강남, 그리고 중구, 세 곳에서 운영을 했었는데 상권이 다르다 보니 다양한 시도가 가능했다. 서울대 금룡의 경우 연회행사가 중심이었고, 강남은 비즈니스고객이 타깃이어서 클래식한 중식을 위주로 메뉴가 구성됐었다. 반면 강북에 위치한 파로그랜드는 강남보다 유행에 민감한 경향이 있어 건강식이나 보양식을 찾는 트렌드에 따랐다.”고 이야기하며 “광동요리 자체가 대개의 중식이 튀김요리가 주를 이루는 것에 비해 굽거나 찌는 등 식자재 자체의 맛을 살리는 담백한 스타일이 많다. 이에 당시 일식당도 같이 운영했기 때문에 일식과도 무난하게 잘 어울릴 수 있는 메뉴들을 새롭게 선보였다. 지역에 따라 차이가 많이 있을까 싶지만 상권마다 고객층도 확실히 구분되고 이에 따라 음식을 찾는 여러 취향을 경험할 수 있어 트렌드 파악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중식의 ‘맡김요리’ 대표주자로 성장해
워커힐, 금룡의 매력 뽐낼 것”
금룡 삼일빌딩점 김순태 총괄조리장
워커힐 호텔앤리조트에서 금룡 삼일빌딩점을 론칭하게 된 배경 및 오픈을 통해 기대하는 바는 무엇인가?
워커힐의 금룡은 1983년 론칭된 브랜드로 광동식의 저변이 확대되지 않았을 시기에 호텔에서 최초로 홍콩의 광동출신 셰프를 초 빙, 광동요리 전문점으로 자리잡았다. 이후 2000년대 초 파이낸스빌딩에 싱카이를 선보이면서부터 금룡은 강남점, 서울대점, 파로그랜드를 오픈하며 서울 각지에 금룡의 고객들을 두루 섭렵했다.
그러던 중 파로그랜드 입점 계약이 만료돼 삼일빌딩에 둥지를 틀게 됐고, 앞선 세 지점 모두 주로 비즈니스, 기업이나 금융의 중심지에서 비즈니스 고객을 타깃으로 해왔던터라 이를 바탕으로 금룡 삼일빌딩점은 ‘프리미엄 비즈니스 다이닝’이라는 새로운 형태를 도입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삼일빌딩이 지리적으로 북악산 지맥과 청계천이 만나는 ‘갈룡음수형(渴龍飮水形)’ 명당에 위치, 사업의 진척을 도모하는 이들에게 좋은 기운이 모여 결실을 맺게 하는 비즈니스 다이닝 명소로 최적의 위치라는 점이다. 이에 금룡 삼일빌딩점도 앞으로 이러한 기운을 받아 소규모 비즈니스 모임 및 식사 장소를 필요로 하는 고객에게 긍정적 영향과 함께 대화의 분위기를 매끄럽게 이어갈 수 있는 만족도 높은 미식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이번 금룡 삼일빌딩점만의 특징은 무엇인지 소개 부탁한다.
금룡 삼일빌딩점의 메뉴는 워커힐의 중식당 금룡과 동일하게 정통 광동요리에 현대적 조리기법을 더한 컨템포러리 중식을 기본으로 구성됐다. 점심과 저녁 모두 코스 요리로 구성돼 있는데, 가장 큰 특징은 ‘맡김차림’으로 식사가 제공된다는 것이다. 맡김차림 콘셉트를 기획하게 된 것은 지난 10년간 여러 지역의 금룡을 운영하면서 쌓인 노하우와 다양한 고객 인사이트, 인근의 젊은 비즈니스고객이 추구하는 트렌디함을 접목해봤을 때, 고객의 취향에 따라 주방장이 요리를 내주는 콘셉트도 충분히 가능성 있겠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맡김차림’이라는 것은 그 날의 신선한 식자재와 조리장의 스토리텔링이 핵심으로,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것이 특징인 광동요리의 담백함도 잘 표현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일식에 오마카세가 보편화돼 있는 것처럼, 중식에서 금룡 삼일빌딩점이 맡김차림을 본격적으로 시도해 봄으로써 시장을 선도, 중식당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어 나가고자 하는 포부도 있다.
‘맡김차림’이라는 콘셉트가 흥미 로운데 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면?
흔히 중국인들이 식당에서 많 이 하는 말이 있다. ‘交给大厨 (jiāogěidàchú)’, 즉 ‘주방장에게 모든 것을 맡겨라’는 뜻이다. 조금 더 고급스럽게 이야기하면 ‘厨师的选择(chúshīdexuǎnzé)’, ‘요리사의 선택’이라고 부르 기도 한다. 중국어다보니 적합한 대체 용어가 없어 한국식으 로 표현한 것이 맡김차림이다. 금룡 삼일빌딩점에서 제공하고자 하는 맡김차림이란 셰프가 광동식 요리를 제철에 맞는 국내 식재료를 통해 선보이는 것으로 중국음식을 한국식으로 재해석, 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며 셰프와 고객이 교감하는 방식의 차림이다. 우리의 식재료와 중국의 음식문화가 섞이기 때문에 이야기거리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국내의 제철 식재료는 계절, 절기마다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로 인해 중국 음식이 한국 식재료로 어떻게 조화롭게 구현되는지에 대한 것 들이다. 전 세계인들이 언어나 몸짓보다 가장 보편적으로 공감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음식이다. 맛있는 음식은 전 세계인들이 맛있다고 하지 않나. 음식을 통해 교류하는 것, 그리고 그 공감 의 기회를 셰프가 국내 식재료와 중국식 요리로 찾는 것이 바 로 맡김차림이다. 아직 생소한 개념이라 흔히들 일본의 오마카 세와 비슷하다고 오해하지만 그렇지 않다.
오픈 과정과 이후 고객들의 반응은 어떤가?
금룡 삼일빌딩점 고객의 70%는 역시 비즈니스고객이다. 종로 인근에 본점들이 많다 보니 임원급 인사들도 많고, 한편으론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여성 고객들의 수요도 높은 편이다. 그런데 두 고객층이 조금은 다른 취향을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한 양상을 지켜보고 있다. 금룡 삼일빌딩점에서 선보이는 요리들 이 클래식에 현대식의 트렌디함이 섞인 것들이라 그런지 임원급 인사나 비즈니스를 오래 해온 직장인들은 동파육이나 팔보채, 양장피와 같은 전통적 클래식 중식을 선호한다. 반면 젊은 여성 고객들의 경우 맛도 맛이지만 담음새나 스토리텔링, 트렌 디하고 새로운 것들에 대한 니즈가 높아 금룡 삼일빌딩점의 여러 시도들에 긍정적인 피드백이 많은 편이다. 올드앤뉴를 접목 한 메뉴가 실제로 고객층에서도 나뉘는 듯해 지역적 특징과 함께 새로운 콘셉트에 대한 흥미로운 추이를 살펴 보고 있다. 셰프로서 또 하나의 고민거리가 늘었다(웃음). 맡김차림의 경우 고객의 입맛에 맞게, 상황에 맞게 얼마든지 변형 가능하고, 2주마다 메뉴들이 개편되기 때문에 현장에서 바로 전달되는 이러한 피드백들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금룡 삼일빌딩점의 앞으로의 계획 혹은 포부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무엇보다 금룡 삼일빌딩점의 아이덴티티는 맡김 요리에 있다고 본다. 그만큼 중식에 대한 저변이 확대됐고, 고객들도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와 다르게 사계절이 있기 때문에 옷도 갈아 입어야 하지만 먹는 것도 계절마다 트렌드가 바뀐다. 그리고 인구대비 식당이 가장 많은 나라가 우리나라지 않나. 그만큼 음식과 미식에 대한 열망이 높은 이들이다. 맡김요리는 주방장이 고객의 취향을 캐치하고 그에 맞는 요리를, 때로는 고객이 경험 해보지 못한 것들을 새로이 도전해볼 수 있도록 함으로써 미식의 지평을 열어주기도 한다. 좋은 의미에서 주방장의 요리에 대한 자부심이자 고집인 것이다. 물론 중식도 양식처럼 만찬의 코스 가 엄격하게 구분돼 있고, 재료의 가지 수가 많은데다 하나하나 스토리를 부여하는 것이 쉽지 만은 않은 일이다. 그러나 그동안 워커힐이 외부 사업장을 통해 쌓아온 노하우를 통해 고객들이 워커힐, 금룡, 금룡 삼일빌딩점만의 매력을 최대한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호텔 브랜드면서 호텔은 아닌 외부업장
두 가지 장점 모두 흡수할 수 있어
그렇다면 외부업장이 호텔에서 파생되면서 얻게 되는 시너지, 운영의 장점은 무엇일까? 먼저 호텔이 브랜드 홍보를 위해 외부업장을 론칭하는 것처럼 반대로 외부업장도 호텔의 브랜드 인지도와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다. 기존의 호텔 고객들은 구태여 호텔에 가지 않아도 접근성 좋은 곳에서 호텔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고, 호텔 고객이 아니더라도 이름 들어 알만한 브랜드들은 ‘호텔 레스토랑’이라는 기대감을 심어주기 때문에 다른 로드숍들에 비해 고객 모집에 비교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
게다가 직원의 턴 오버가 심한 로드숍의 서비스와 비교해볼 때 호텔 외부업장은 이미 호텔에서 체계적인 직원 교육을 받은 이들이 순환근무를 통해 핵심인력을 유지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김 디렉터는 “제주도는 아무래도 섬이고 관광지 의 성격이 짙은 이유로 다양한 시장을 경험하는데 한계가 있는데 해비치의 경우 외부업장이 육지에 있어 자체 직원 연수가 가능하다. 물론 해비치 업장 이외에도 벤치마킹할 좋은 레스토랑들이 많지만 해비치에서 지향하는 방향과는 다를 수 있기에 직영매장으로 유도하는 편”이라고 설명하며 “해비치 DNA를 바탕으로 운영되는 여러 스타일의 레스토랑 연수는 직원들에게 새로운 환경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긍정적인 영감을 주고 있다. 반대로 외부업장의 직원들이 제주도에 파견을 가기도 해서 직원들에게 여러 기회가 돼 동기 부여에도 많은 도움이 되는 듯하다.”고 전했다.
한편 집중도 높은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대개 호텔은 방문 목적이 여러 가지인 경우가 많다. 레스토랑은 여러 부대시설 중 한 부분이고, 특히 많은 업장이 있는 호텔은 레스토랑 진입에 여러 단계가 필요하다. 그러나 외부업장은 ‘식사’라는 명확한 목적이 있는 곳이다. 오로지 식사를 위한 공간이기 때문에 직원들도, 고객들도 레스토랑의 본질적인 부분에 더욱 집 중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호텔의 무게는 덜어내고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표현하기에 효과적이며, 고객 피드백도 즉각 수용할 수 있어 유대감 형성에도 쉽게 접근 가능하다.
울타리에서 전쟁터로 나와 어려움 겪기도
반면 장점이 단점이 되기도 한다. 아무리 외부업장이라도 호텔이라는 꼬리표가 붙기 때문에 늘 서비스 퀄리티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 조리장은 “호텔은 입구에서부터 출구까지 여러 포지션의 베테랑 직원들이 상주해있고, 최종 목적지인 레스토랑에 이르는 중에도 서비스를 컨트롤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만 외부업장은 다르다. 외부업장은 입구가 곧 레스토랑이고, 직원들도 호텔에 비해 많지 않기 때문에 개인의 서비스가 곧 금룡이자 워커힐의 이미지가 된다.”고 전하면서 “그런데 외부업장에는 식음료 서비스에 특화된 직원들이 많기 때문에 일반적이지 않은 돌발 상황이 생겼을 때 유연한 대처가 어려울 수 있고, 핸들링 과정에서 대응에 적절한 결정이 이뤄져야 하는데 본사에 의사결정권자가 따로 있다 보니 문제 해결이 늦어지는 경우도 생긴다. 물론 업장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고 있고, 어떤 이유로도 문제가 될만한 소지는 만들지 않겠지만 만약 그러한 어려움이 발생한다면 결국 레스토랑은 물론 호텔 이미지에도 영향을 미치게 돼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아무래도 본사와 떨어져 있기 때문에 전달 사항이나 커뮤니케이션, 지시체계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상황도 발생한다. 워낙 각자 바쁘 게 움직이는데다 직접 마주칠 일이 자주 없기 때문에 같은 이야기더라도 커뮤니케이션 미스가 생길 수 있는 것. 이에 간혹 소외감을 느끼기도 하는 외부업장 직원들도 있다고.
비슷한 맥락에서 유관부서와 협업이 가능한 안정된 호텔 시스템과 달리 외부업장은 행사 기획, 마케팅, 메뉴 개발 등 전 과정에 관여해야 하는데다 높은 임대료와 손익분기점을 넘기기까지 걸리는 기간 등 돌발 변수도 있어 사전에 위험 부담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또한 운영에 있어서 파트너사와의 계약문제, 외부요인으로 인한 서비스 품질 저하 등이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이에 따라 고객의 인지도 상승과 매출 전환이 순조롭게 이뤄지더라도 손을 떼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김 디렉터는 “호텔 외부업장은 타 경쟁사나 로드숍처럼 손익에만 맞춰 오픈이나 모든 운영을 타이트하 게 맞추기보다 호텔의 브랜드를 알리는 아주 중요한 목적도 포함돼 있다. 때문에 경쟁사보다 시설 및 기물에 투자되는 비용이 높고, 전 인력 정직원 고용에 대한 인건비, 임대료 등의 한계도 함께 가지고 영업을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호텔만의 노하우로 강점 드러내야
호텔과 외부업장의 시너지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론 수익성에 관한 부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현실적인 어려움도 존재한다. 고객들의 브랜드 인식 수준에 따라 기대에 부응 해야 하며, 자칫 잘못하면 호텔과 외부업장 모두 어려움에 처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호텔이 그간 쌓아온 노하우들, 외부업장 사업을 통해 갖추고 있는 인사이트를 십분 활용한다면 호텔의 이미지 홍보와 더불어 신규고객을 흡수하고, 기존 고객에는 브랜드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김 조리 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내국인들의 호텔 접근성이 높아졌다고는 하나, 자주 방문하는데 한계가 있다 보니 내 수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내로 계속 뻗어 나와 야 한다. 계절 바뀌듯 부지불식간에 변해버리는 소비자 트렌드를 쫓아가려면 직접 눈앞에 두고 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이야기하며 “그 속에서 변화의 흐름을 캐치해, 호텔 다이닝이든, 외부업장이든, 새롭게 떠 오르고 있는 HMR 시장이든 하나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중심으로 유기적인 시너지를 이뤄야 앞으로 호텔 외식사업부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텔 다이닝의 약점을 보완해 강점으로 승화시킨 외식업장들. 갈수록 수익성이 악화되는 호텔사업에 저마다의 강점과 특색을 내세운 식음업장 운영의 차별화 전략이 눈에 띄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업을 다각화하는 과정에서도 호텔의 정체성, 추구하는 가치들이 갈피를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다. 코로나19로 더 어려워졌지만, 앞으로도 객실만으로는 경쟁력을 찾기 힘든 상황이 됐다. 이에 호텔만이 가지고 있는 서비스 노하우들을 통해 외부업장 외식사업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피보팅이 이뤄지기를 바라본다.
“개성 다른 레스토랑이지만
결국 해비치로 귀결되는 시너지 만들 것”
해비치 호텔앤드리조트 R&C운영팀 김종구 디렉터
2018년 12월 이후 마이클 바이 해비치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그간의 변화가 궁금하다.
해비치의 첫 외부업장 마이클 바이 해비치는 1년여의 준비 기간이 소요됐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프로젝트였다. 이에 오픈 이후 1년도 종로 일대에서 정확한 포지셔닝을 위해 실제 고객층을 분석하고 타깃을 설정, 많은 시간동안 마케팅에 온 역량을 쏟았다. 초기에는 광화문과 익선동 사이에 위치해 ‘머무는’ 곳이라기보다 ‘흐르는’ 곳이었던 지리적 여건과 주말 시위 등으로 방문이 쉽지 않던 환경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인근 그룹고객들이 그간 소모임을 즐길 수 있는 베뉴를 찾고 있던 터라 이들의 반응이 가장 빨랐고, 기존 해비치 고객들이 기존 멤버십이나 제휴 호텔 마케팅을 통해 유입이 활발히 이뤄졌었다.
마이클 바이 해비치의 경우 오픈 이전부터 연령대, 그룹 단위, 모임 목적에 상관없이 모든 고객을 포용할 수 있도록 가격이나, 메뉴 포트폴리오의 면에서 대중성에 초점을 맞춘 레스토랑이다. 이에 따 라 호텔 레스토랑이라고 해서 생길 수 있는 군더더기를 모두 덜어 내고, 오로지 고객만을 위한 진정성 있는 레스토랑으로 자리 잡고자 했다.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 와인이나 주류의 원가율을 40% 이상으로 사전 승인을 받고 타 레스토랑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에 음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외식업 특성상 메뉴 개발이 일부 코스나 특정 메뉴에 한정될 수 있는 부분을 과감하게 전면 개편해 분기별 메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매년 매출이 꾸준히 오르다 지난해 코로나19의 여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특히 더 신장했으며, 이제는 데일리 고객 중 60%가 사전 예약 고객일 만큼 예약 없이 방문하기 힘든 곳이 됐고, 단골 고객도 늘어났다.
마이클 어반 팜 테이블 소개 및 분점 오픈 배경에 대해 설명한다면?
마이클 바이 해비치가 3년차쯤 돼 가자 마이클의 운영 노하우와 메뉴, 서비스의 강점 등을 베이스로 타 건물 운용사나 중견 그룹에서 분점 요구가 많았다. 다만 해비치에서는 그간 고객의 소리와 자체적 외부 브랜드 평가 등을 통해 객관적인 시기를 검토하고 있던 차였고, 마침 부산 F1963이라는 복합문화공간에 현대 모터스튜디오가 입점, 식음공간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가 나와 해비치에서 가장 신뢰하고 현 트렌드를 잘 반영하는 마이클 바이 해비치 브랜드를 론칭하기로 했다.
마이클 어반 팜 테이블은 마이클 바이 해비치와 마찬가지로 ‘뉴 아메리칸 퀴진’을 기본 콘셉트로 하며, 여기에 부산과 인근 지역에서 나는 신선한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는 특색을 더했다. 마이클 어반 팜 테이블은 서울 이외 지역의 첫 번째 분점이라는 점에서 상징성도 크지만, 현재 부산 망미동의 핫 플레이스에서 부산 고객 들을 매료시키고 있어 새로운 시장에 대한 기회요소 파악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한식당 수운과 중식당 중심도 오픈했는데, 이들 레스토랑 콘셉트와 마이클 바이 해비치와 함께 종로에 자리 잡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먼저 수운은 조선시대 조리서를 모티브로 품격 있는 반가 음식을 세련된 표현법으로 재해석한 현대식 한식 레스토랑이며, 중심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광동식 베이스의 정통 중식당이다. 두 레스토랑은 모두 지난해 5월, 종로 센트로폴리스에 나란히 오픈했고, 마 이클 바이 해비치와 바로 인접한 곳에 자리를 틀었다. 여기에 7월에는 일식당 스시메르도 오픈된다. 한 공간에 나란히 레스토랑을 선보인 이유는 마이클 바이 해비치의 기성 고객이 많아지며 해비치의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필요에 따라 적절히 이용할 수 있도록 작은 몰을 만들어보고자 함이었다. 실제로 오픈 이후 해비치 멤버십을 통해 각 레스토랑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고객들이 많아졌고, 의도대로 고객들의 인식에 ‘해비치 라인’이 각인된 듯 해 앞으로의 시너지가 더 기대되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호텔 외부업장 운영의 철학에 대해 이야기 부탁한다.
해비치 외부업장은 전 직원이 정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물론 높은 인건비에 대한 부담도 있지만 호텔의 아이덴티티는 직원들이 해비치 속에서 얼마나 자기 브랜드를 갖추고 서비스, 조리하느냐에 따라 고객에 전달되는 깊이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직원을 최우선으로 여겨 고객들이 해비치하면 떠올리는 ‘진정성 있는 휴식’, ‘높은 퀄리티의 F&B’의 이미지를 유지하고, 더 나아가 이를 제고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해비치 서비스의 특징은 군더더기가 없다는 것이다. 휘양 찬란하게 보이지 않으려고 한다. 있는 그대로, 불필요한 것을 덧붙이지 않음으로써 고객에 부담을 주지 않고 진정성 있게 다가가고자 하는 것이다. 음식은 실수로 간이 안 맞을 수 있지만 이를 서비스 직원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고객 감정은 더 나빠질 수도, 오히려 감동이 될 수도 있다. 앞으로도 모든 직원이 해비치의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함으로써 개성이 다른 다섯 개 외부업장이지만 결국 해비치로 귀결되는 시너지를 일궈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