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1장은 늘 기억에 안 남았던 것 같다. 왠지 모르게 ‘1장’하면 수학의 정석의 집합과 명제가 떠오르는데, 전체 장 중에 제일 많이 봤던 페이지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푸는 집합과 명제 문제엔 오답이 많았다. 아마 다 알고 있는 부분이라 스스로를 과대평가했던 게 오답의 정답이었던 것 같다.
대개 1장은 지루한 내용이 많다. 개념이나 정의, 의의와 역사적 배경 같은 것들 말이다. 어떻게 보면 다음 장으로 넘어가기 위한 스텝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1장은 건너뛰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기 바빴다.
그런데 이번 호텔 마케팅 관련 기사를 취재하면서 참고했던 마케팅서는 무려 872페이지 분량이었다. 조급한 마음에 일단 페이지를 이리저리 넘겼다. 궁금한 키워드가 많았으니 이것저것 넘겨 짚이는 대로 담아보려 했다. 하지만 분명 취재에 도움이 될 만한 이론과 흥미로운 사례가 많았음에도 열심히 글을 쫓는 눈과 다르게 머릿속에 남는 게 없었다.
결국 1장으로 다시 돌아와 보니 놓친 부분을 알게 됐다. 1장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학습 목표에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고객의 니즈를 찾는 것이 마케팅의 대명제임은 누구나 알고 있다. 모든 성공한 사례들은 고객의 니즈를 귀신같이 찾아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막상 들여다보면 사실 별 것 아닌 발상의 전환인데 번뜩이는 전략은 성공한 기업의 마케터들의 머리에서 나온다.
마케팅의 명제는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한편 해석은 개개인의 몫이다.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노하우와 기술이지만 노하우와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에 대한 철학이다. 참고한 서적에서 읽었던 인상 깊은 마케팅 구절이 있다. 최초는 ‘Brand New’지만 동시에 시간이 지날수록 ‘The Oldest’가 된다는 것. 기업 입장에서는 최초를 강조할 수 있으나 고객에게는 그저 가장 오래된 것일 뿐이다.
코로나19로 마케터들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가운데 어떤 이들은 막막한 심정으로 허공만 바라보고 있을 것이고, 어떤 이들은 똑같은 시선을 코로나19로 어려운 소비자들에게 두고 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팬데믹과 같은 위기는 많은 기업들을 바꿔놓았다고 한다. 어려울수록 문제는 단순하게 생각해야 한다. 마케팅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그동안 모호했던 마케팅과 홍보, 세일즈의 경계를 나눠보고자 시리즈 연재를 기획했다. 이번 마케팅 지면은 참고했던 서적의 1장을 정리한 내용이다. 취재하면서 느꼈던 것들을 나름대로 꾹꾹 눌러봤다. 앞으로 연재될 기사를 통해 1장의 중요성을, 모든 1장들이 말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독자들과 함께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