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여행업 상황을 보면 많은 변화가 눈에 띈다. 대외적인 환경에 따라 일본, 홍콩과 관련한 수요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 보인다. 일본과의 관계악화에 따른 수요가 급감하고 홍콩 사태로 인한 여행기피로 홍콩수요도 많이 감소해 여행업계의 상황이 매우 어렵고 우려된다. 특히 일본, 홍콩을 위주로 상품이 구성됐던 여행사의 위기가 노정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 두 지역에 대한 대안으로 비슷한 시간대의 여행지역이 추천되고 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중국 상하이, 타이베이, 필리핀 칼리보, 베트남 다낭과 나짱,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등 2시간 5분에서 5시간 10분의 비행거리 지역이다.
지난해 방일 한국인이 753만 8000명으로 기존의 일본 수요의 대체 여행지는 분산되고 있다. 러시아, 중국, 대만, 사이판, 베트남, 태국이 반사효과를 얻고 있는 셈이다. 상하이는 도시여행의 전형으로 와이탄 야경, 디즈니랜드가 선호되고 대만은 100개 이상의 온천을 갖추고 있어 인기다. 휴양과 볼거리, 먹거리가 나름 갖춰진 베트남과 태국도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의 자료에 의하면 올 8월, 베트남을 방문한 한국인은 전년대비 25% 증가한 40만 1038명, 태국은 9.9%가 증가한 18만 418명으로 반사효과를 봤다는 평가다. 대만도 전년대비 30.8%가 증가된 9만 3694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한국관광공사와 일본정보관광국(JNTO)에 따르면 같은 기간 일본에 방문한 한국인은 전년대비 48% 급감한 30만 8700명으로 나타났다.
한편 주제여행과 개별여행의 수요에 부응해 항공권, 호텔, 현지교통 등의 판매에 주력하는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OTA)들의 약진에 기존 대형패키지 여행사들의 실적이 부진하다. 조선비즈 기사(2019년 10월 27일자)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내 1위 하나투어의 해외여행객이 전년대비 27.4% 감소했고 이중 일본 여행수요는 75.4% 줄었으며, 국내 2위인 모두투어의 경우 같은 기간 해외여행객과 일본여행객이 31%와 90.8% 하락한 것으로 나타나며 패키지 중심의 오프라인의 대형여행사들의 어려움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여행사의 상황은 여행패턴과 트렌드의 변화로 해석할 수 있다. 관심 있는 분야로의 주제여행의 경향과 수요가 증가한 것이다. 커피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커피여행지를 방문하고 미식여행을 한다든지 마라톤 마니아들이 세계 유수의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는 목적성 여행을 하는 등의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음식을 추구하는 식도락여행, 취미와 관련된 여행, 문화와 교양을 추구하는 콘셉트 투어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요리강습과 현지 가정집에서의 식사를 포함한 맛 투어 상품에 미쉐린 레스토랑과 농장 방문이 병행된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부류들이 유대감과 동질감을 갖고 여행에 함께 하면 만족도가 높아지는 특징을 갖는다.
또한 여가와 휴식이 여행의 기본적인 틀이 되고 있다. 현지에서의 다채롭고 다양한 활동도 중요하다. 방문해 사진 찍고 기념을 남기기보다는 어떤 것을 해보고 경험했느냐, 즉 여행의 과정과 결과물을 생각하게 된 시기가 됐다. 어떤 경험을 했느냐가 여행의 가장 중요한 동기가 된 것이다.
여행스타일에도 많은 변화가 보인다. 혼자여행의 형태도 증가하고 있다. 큰 도시의 여행에서 소도시로의 여행도 커지고 있다. 빠르게 여행하기 보다는 천천히 즐기는 슬로우 투어가 증가하고 있다. 럭셔리 여행도 나름대로 수요가 늘어났다. 해변여행과 스키여행이 접목돼 동시에 실시되는데 이스라엘은 겨울에 북쪽 골란고원에서 스키를 탈 수 있고 남부 휴양도시 에일랏에서 해수욕이 가능하다. 정글모험과 도시여행이 동시에 이뤄지는 경우로 브라질의 아마존과 리우데자네이루의 도시축제를 같이 경험할 수 있다. 본인이 즐거운 것을 추구하는 감성투어가 관심을 끈다. 카페투어, 와인투어, 패러글라이딩, 모터사이클투어, 전문적인 식견을 갖고 고객에게 맞춤형으로 쇼핑을 제안하는 퍼스널 쇼퍼(Personal Shopper)와 함께 하는 쇼핑투어도 진행되고 있다. 유행에 따르고 가성비가 좋고 현지인을 경험하는 모험적인 경향이 수반된 여행이 인기를 끌고 특가항공권으로 인한 즉흥여행도 증가하고 있다. 방문경험이 많은 관광객은 현지에서의 대중교통을 통한 개별여행을 즐기고 있다. 세대 공감의 가족여행이 선호되면서 수요가 늘고 노인, 키즈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유튜브와 접목된 여행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SNS 활용이 증가되며 검색 앱 활용을 통해 여행정보를 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필요한 것만 취해 선택하고 여행에 적용하는 세대의 시대가 됐다.
1841년 설립돼 178년의 역사를 가진 세계 최초의 여행사 토마스쿡(Thomas Cook) 여행사의 파산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2조 5000억 원의 부채로 파산했다고 한다. 16개국에서 호텔·리조트·항공사·유람선 이용객만 연간 1억 9000만 명이 토마스쿡의 여행상품을 이용했다.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최고의 경쟁력을 지녀왔던 역사적인 여행사가 자유여행의 트렌드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할 뿐이다. 여행업계의 지각변동은 이미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고종원
연성대학교 호텔관광전공 교수
한국여행발전연구회 회장 역임, 주제여행포럼 공동 준비위원장, 세계관광·여행상품개발론·투어오페레이터업무론·관광법규의 이해 등 저술
프랑스 Kov 코망데리(Commanderie: 와인기사 작위) 및 한국지부 기획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