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힐 호텔 앤 리조트에서 3호 캡슐 호텔을 여수에 선보였다.
‘여수 밤바다’의 등장 이후, 젊은 여행객들이 급증한 여수에 등장한 새로운 개념의 숙박시설. 낭만의 도시에 캡슐호텔은 어떤 모습으로 찾아왔을까?
따뜻한 바닷바람과 버스커들의 노랫소리, 돌산공원에서 내려다보이는 야경, 그 사이를 가로지르는 케이블카, 얼마간 아름다운 이야기들이 숨어있는 것 같은 조명 불빛까지. ‘낭만’이라는 단어보다 이 도시에 더 어울리는 말이 있을까? 여수는 그전부터 이미 동백꽃과 바다, 항일암을 가진 우리의 소중한 도시였지만, 노래 하나가 가진 파급력은 상상이상이다. ‘여수 밤바다’가 나오기 전 이곳의 관광객 수는 700만 명 정도였으나, 작년에는 15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비틀스가 리버풀을 먹여 살리고 있다는 우스갯소리처럼, 노래 하나로 도시에 낭만이 묻자, 진가를 알아본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여수는 우리나라의 주요 관광지역으로 자리매김했다.
원곡자인 장범준은 한 방송에서 여수 밤바다를 만들었을 때, “바다에서 내다보이는 모텔 불빛이 아름다운 축제 같았다.”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재미있게도, 실제로 여수의 숙박시설은 주로 럭셔리 특급 호텔과 아니면 모텔로 양분돼있다. 그 외 소수의 게스트하우스나 호스텔 몇 군데가 전부다.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 젊은 관광객들을 수용할만한 숙박시설이 필요했다. 이러한 틈새를 알아본 워커힐 호텔 앤 리조트가 여수에 캡슐 ‘다락휴(休)’를 오픈했다. 국내 최초의 캡슐호텔 인천공항 다락휴 1호, 2호점에 이어 세 번째다. 여수 다락휴(休)는 작은 공간에 모든 시설을 고급스럽게 갖춘 ‘콤팩트 럭셔리’, 그리고 여행객들의 활발한 네트워크의 장이 될 ‘여행자 플랫폼’을 표방하고 있다.
작지만 품격 있게, ‘콤팩트 럭셔리 호텔’
2012년, 해양 엑스포가 열렸던 여수 세계박람회장. 이곳의 국제관 3층, 바다가 보이는 곳에 간결한 그레이 톤으로 다락휴라는 팻말이 방문객을 반겨준다. 로비를 지나 객실로 들어서면 2.7평의 스텐더드 타입 51실과, 4평 규모의 오션뷰 타입 5실의 총 56개 객실이 촘촘히 맞붙어있다. 룸 내부는 콤펙트 럭셔리를 지향하는 공간답게 작은 규모지만 더블베드 사이즈 침대 그리고 샤워실, 화장실이 전부 갖춰져 있는데, 젊은 여행객의 취향을 반영해 TV는 없애고, 그 대신 하만카돈 블루투스 스피커를 비치했다. 어메니티는 스위스 친환경 브랜드 제네바 길드 제품으로 고급스러움을 배가한다.
가격은 여수 여행객들의 특성을 고려해 시간대별로 다양하게 구성했다. 기본적으로 크게 3시간, 12시간, 20시간 단위로 가격을 책정하며, 추가로 시간당 8000원을 지불하면 더 머무를 수 있다. 체크인과 체크아웃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합리적인 가격에 여행을 지속할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다.
여행객들의 네트워크의 장, ‘여행자 플랫폼’
‘플랫폼’이란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는 정거장이라는 의미다. 여행자 플랫폼을 표방하는 다락휴 역시, 여행객들이 잠시 들렀다 가는 곳이지만, 그 과정에서 유의미한 교류와 문화가 생기기를 지향하며 다양한 서비스를 준비했다.
이곳이 여행자 플랫폼이 되기 위해 가장 먼저 고려한 것은 교통의 편리성이다. 호텔은 여수 엑스포역 바로 앞, 도보로 1분 거리에 위치했으며, 오동도를 비롯한 주요 관광지와도 인접하다. 그리고 호텔에서 직접 SK렌터카 서비스를 제공해 여행객들의 동선을 최소화시켜주고자 한다.
무엇보다 로비에 넓게 자리 잡은 ‘커뮤니티 라운지’야말로 다락휴의 여행자 플랫폼 특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커뮤니티 라운지는 여행객들의 네트워킹을 위해 마련됐다. 통유리로 바다가 시원하게 내다보이는 중앙에 넓은 테이블을 둬 여러 사람이 대화하기 적합한 환경을 만들었고, 벽의 지도에 폴라로이드 사진을 붙여 아날로그 방식으로 여행의 흔적을 남기게끔 한다. 또, 자유로운 소통을 위해 감성적인 부분에도 심혈을 기울였는데, 라운지에선 츠타야 다이칸야마 점의 뮤직 큐레이터가 선정한 음악이 흐르고, 시간대별로 조도가 달라져 밤과 낮의 무드를 달리한다. 그 옆의 라이브러리 존에서는 300여 권의 장서로 여행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기존 숙박 시설의 개념을 뒤집는 공간 혁신
우리에게 아직 캡슐호텔은 익숙하지 않다. 그렇지만 다락휴는 여행객들에게 새로운 숙박 형태를 제공해 선택의 기회를 넓혀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번 다락휴 3호점을 기획할 당시, 제작자들은 전국을 돌며 시장조사를 마친 후, 고심 끝에 여수에 자리잡기로 결정했다. 그 이유는 여수가 주요 관광지라는 이유도 있었지만 세계박람회장의 공간 활용이 잘 되고 있지 않았던 이유도 있다. 다락휴는 마치 세트장처럼 다른 지역으로 옮길 수도 있는데, 제작자들은 이처럼 앞으로도 공간 활용이 애매한 곳에 적용할 창의적인 숙박 형태를 계속 고민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후 새로운 프로젝트가 가능한 도시로 강원도 양양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단순한 숙박시설이 아닌 국내 여행의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고자 하는 포부를 덧붙였다.